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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모사의 서재입니다.

귀농했더니 장사가 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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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모사
작품등록일 :
2023.11.30 08:38
최근연재일 :
2023.12.01 08:25
연재수 :
3 회
조회수 :
427
추천수 :
13
글자수 :
16,589

작성
23.11.30 09:20
조회
200
추천
2
글자
13쪽

삽질하는 남자

DUMMY

“가격은 저렴하고 품질은 좋은 그런 걸 찾는데요.”

“하하, 원래 물건이라는 게 좋은 건 비싸고, 싼 건 품질이 떨어지죠. 시장경제라는게..”


남자는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휙하고 나가버렸다.


“간다는 말이라도 하고 가지..뭐가 기분 나쁘다고, 당연한 말을 한 건데..난 뭐 땅 파서 장사하냐?”


그나저나 장사도 때려치워야 할 것 같았다.


장사도 안 되고, 물가는 점점 오르고, 물건값이 비싸지니까, 손님들도 반응들이 날카롭다.


그래, 먹고 살기 힘드니까 그러겠지.


귀농이나 할까?


농사지으면 손님들 상대할 일도 없을 거 아냐?


보통 가장 피곤한 손님들이 싸고 좋은 물건 찾는 그런 사람들이다.


세상에 그런 게 어딨냐고?


좋은 물건을 누가 싸게 팔겠어? 비싸게 팔 수 있는데 말이야, 진짜 땅에서 퍼와서 돈 안 들이고 가져온 물건이라면 모를까?


적자가 나는 가게를 더 유지하는 것도 고민이었다.


경제 위기가 온다는 말도 있고, 결국 용하다는 무당을 찾아가 보기로 했다.



***



한 달 후



“젠장, 땅으로 돈을 벌 거라는 말을 믿은 게 바보지. 이게 뭐야? 그놈의 이상한 점쟁이 말만 안 믿었어도.”


중이 제 머리 못 깍는다고, 결국 나도 남들에게는 싸고 좋은 물건은 없다고 그렇게 말하고 다녔지만 시골구석의 쓸모없는 땅을 싸다고 덜컥 계약하게 되었다. 그리고 계약이 끝난 직후에 바로 후회를 했다. 싸기는 하지만 내가 되팔 수도 없는 그런 쓸모없는 땅이었다.


귀농을 하겠다고 헛바람이 듣건 우연히 찾아간 용하다는 점쟁이 말 때문이었다. 내 사주에 땅으로 큰돈 벌 팔자가 있다나, 뭐래나?


결국, 이렇게 시골에 내려와 땅이나 파고 있게 됐잖아...젠장..아, 짜증나. 나이 서른에 이게 뭐냐고?


하지만 짜증을 낸다고 될 일도 없고, 아무튼 충청도 산골에 헐값에 산, 아니 싸게 산 건 아니었다. 워낙에 가치가 없는 산골 마을의 땅이니까,


아무튼, 엄청 싸게 농가 주택과 텃밭 그리고 집 뒤쪽에 비탈길을 개간해서 만든 밭을 사게 되었다.


전에 살던 주인은 백 살 넘게 여기서 살면서 농사를 짓던 분이라던데, 워낙 산골이라 그 후손들은 도시로 가고 없다고 했다. 주인 없이 비워졌던 이 집과 밭을 내가 싸게 구입한 것이다.


“장사도 너무 쉽게 생각해서 망했는데, 귀농도 너무 쉽게 결정했어.”


혼자 푸념을 해보지만 들어줄 사람도 아무도 없다. 삽질을 할 때마다 먼지가 풀풀 나는 메마른 땅뿐이다.


우선 집 앞에 텃밭에 상추라도 심어볼 생각으로 삽질을 하고 있는데, 군대에서 하던 삽질과는 또 다르다. 그 사이 늙어버린 건지 삽으로 땅 파기도 쉽지 않다.


“역시 작은 텃밭이라도 트랙터나 하다못해 경운기라도 있어야 하는 건데, 인간의 힘으로 땅을 파는 것도 너무 힘들다. 아, 힘들어 못 하겠어.”


보통 시골집 텃밭은 잘 관리가 되고 상추나 오이, 토마토 같은 걸 심어 먹고 그러지 않나? 여기는 어떻게 된 건지, 한 2백 평쯤 되는 꽤 넓은 텃밭이 집 앞에 있는데 그동안 방치를 해서 그런 건가? 잡초가 무성하고 땅도 농사를 한 번도 안 지은 황무지처럼 단단했다.


“와, 이렇다 쓰러질 것 같다. 헉헉..”


땀이 나다 못해 줄줄 흘러내렸다. 쓰고 있던 안경도 자꾸 미끄러져 내리고 그러다가 안경이 툭하고 떨어졌다. 그리고 이어서 대참사가...


“뭐지?”


안경이 떨어지고 땀을 닦으며 한 걸음 뒤로 물러섰는데, 뭔가 신발 바닥에 밟히는 느낌이었다.


“젠장, 안경을 밟았잖아. 설마?”


이런 젠장, 진짜 재수도 없는 모양이다. 안경다리를 밟아 다리가 살짝 부러진 것이다.


“미치겠다. 이거 안경테 비싼 건데.”


서울에 살 때 수정이가 생일 선물로 준 안경테였다. 수정이는 잘살고 있으려나?


한때 결혼까지 생각했던 여자였던 이수정, 대학 때 미팅에서 만나서 직장생활을 하며 계속 만나던 여자였다.


하지만 진수가 경제적으로 어려워지면서 자연스럽게 멀어지고 말았다. 아무래도 자존감이 많이 떨어진 내가 스스로가 수정을 밀어낸 면이 있었다.


“이제 너랑도 안녕이구나.”


안에 다른 안경 몇 개가 더 있었다. 진수는 미련 없이 안경을 옆으로 휙 던져 버렸다. 그리고 다시 땅을 파기 시작했다.


그렇게 밭의 3분이 1 정도 파고 나니 일하기가 싫어지고 말았다.


“아, 모르겠다. 나중에 하지 뭐.”


슬슬 해도 지고 있었고 일단은 집으로 들어가 저녁 준비를 했다. 저녁을 먹고는 피곤했는지 바로 잠이 들고 말았다.





***


다음 날..


어제 하던 걸 마저 해야겠지? 여기는 상추를 심고, 여기는 토마토 여기는 오이밭이다. 그런 상상을 하자 지쳐 있던 몸에서 힘이 솟기 시작했다.


“그래, 뭐라도 해보자.”


진수는 다시 삽을 집어 들었다. 삽으로 땅을 파며 밭고랑을 만들고 있는데, 어제 파놓은 구덩이 속에서 반짝이는 안경알이 보였다.


“어제 내가 집어던진 안경이잖아? 수정이가 선물한 안경.”


나는 무심코 안경을 구덩이에서 집어 들었다.


“어라 뭐지?”


안경을 살펴보던 진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분명 어제 밟아서 다리가 부러진 안경이었는데 다시 보니 안경이 부러진 것이 아니었다.


“뭐야? 어제 분명히 여기가 툭 부러져서 덜렁거렸는데. 이게 뭐야? 자동으로 붙은 건가? 그리고 뭐지 냄새? 아니 뭔가 은은한 향기도 나는 것 같고.”


부러진 안경다리가 저절로 붙는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다.


“어제 내가 혹시 착각을 한 건가?”


착각할 게 따로 있지, 그런 걸 착각할 리가 없는데? 이상한 일이다. 분명히 안경다리가 부러졌었는데..


갑자기 등에 소름이 돋는 느낌이었다. 뭔가 기분이 기묘했다. 내가 귀농한 산골 농가는 골짜기 위쪽에 외진 곳에 자리 잡고 있었고 사람들이 제법 모여 사는 마을은 이곳에서 좀 내려가야 있었다. 진수의 집에서 아래로 저 멀리 마을이 내려다보이고 있었다.


주위에는 산과 냇물 소리만 들리는 아주 적막한 곳이었다.


“내가 미친 게 아니라면 안경이 저절로 고쳐졌다는 말인데. 이건 마치 판타지 소설의 한 장면 같은 일이잖아? 뭔가 신비로운 힘으로 이 부러진 안경다리가 저절로 붙여졌다는 말인데.”


부러졌었던 안경은 새것처럼 말끔한 모습이었다. 분명히 부러져 있던 다리 부분은 흠집 같은 것도 보이지 않았다.


“어디 생각을 해보자. 안경이 부러진 일이 나 혼자 꿈을 꾼 것일까? 그게 아니라면, 부러진 안경이 저절로 수리가 될 수가 있는 걸까?”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다.


나는 어제 있었던 일을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부러진 안경을 아무렇게나 던져 버리고 아침에 나왔을 때는 안경은 흙더미 속에 묻혀 있었다.


“흙속에 묻혀 있었던 것뿐인데, 설마?”


그렇다. 다른 일은 없었다. 그저 망가진 안경을 던져 버렸고, 땅을 파면서 그 위로 흙이 덮여 흙속에 묻혀 있었던 것뿐이었다.


“이 흙에 무슨 신비한 힘이라도?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그런 일이 있을 수가 없잖아?”


미친 생각이지만 내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이 땅에 신비한 힘 같은 것이 있어서, 이 흙에 뭔가를 묻어 두면 망가진 물건이 회복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었다.


“말도 안 돼.”


물론 말도 안 되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달리 부러진 안경다리가 말짱해진 것을 설명할 수도 없었다.


“그래, 확실하게 하려면 실험을 해보면 알겠지.”


집 안으로 들어가 뭔가 적당한 물건을 찾아보았다. 망가진 물건을 찾아서 땅속에 묻어 보려는 것이었다. 마침 부러진 삽이 하나 보였다.


나무로 된 자루 부분이 부러진 녀석이었다.


“이게 좋겠군. 이걸, 땅속에 묻어 보자.”


장소는 어제 파던 텃밭이었다. 진수는 밭 가운데에 땅을 조금 파고는 부러진 삽을 흙 속에 묻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 시간 후에 다시 땅을 파보았다.


“뭐야? 부러진 그대로잖아?”


역시 소용없는 건가? 아니지. 어제 그 안경은 이 밭에서 하루를 보냈잖아? 그러면 이 부러진 삽도 여기에 묻어 두고 내일 꺼내보자.



일단은 삽을 묻고는 텃밭의 다른 곳들을 파기 시작했다. 어쨌든 밭을 만들어서 상추든 뭐든 심어볼 생각이었다. 그렇게 오후 작업을 마치고 다시 집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다음 날,



하룻밤이 지났으니까, 뭔가 변화가 있을까? 진수는 어제 부러진 삽을 묻어둔 땅을 파보았다.



“오, 마이 갓..”


땅을 파자 삽은 천천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런데 부러진 자루 부분은 말끔하게 붙어 있는 모습이었다. 완전히 새 삽 같은 모습..


“어떻게 이런 일이...”


진수는 믿기지 않는 현실에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었다.


“대박인데, 뭐든 이 밭에 하룻밤을 묻어 두면 다시 원상회복이 된다는 거잖아? 새것처럼 말이야. 그리고 어딘지 좋은 향기도 나는 것 같잖아.”


이건 기적이었다. 그리고 또 기회이기도 했다.


“이걸 이용하면 뭔가 해볼 수 있겠는데.”


뭐가 가능할까? 뭔가 부서지거나 망가진 물건들을 고쳐서 돈을 벌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아니지? 단순히 고치는 게 아니라 중고나라 그런 것처럼 중고 물건을 거래할 수도 있을까? 손상된 물건은 거의 가격을 지불하지 않고도 살 수 있잖아?


산다기보다는 수거한다는 게 더 정확하겠지만 말이다. 그래 고물 같은 건 그냥 가져가잖아? 재활용품 같은 것도 그렇고 아파트 단지나 그런데 가면 제법 쓸만한 물건도 많이 버리고 말이야.


여기가 서울이라면 아파트 단지만 좀 돌아도 괜찮은 물건을 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이곳은 충청도의 오지 마을, 주변에 인가도 없고 고물 같은 것도 구경하기 힘든 곳이다.


일단, 이 땅의 능력 그러니까. 물건을 수리하는 회복능력이 어디까지인지 한 번 테스트 해 볼 필요가 있었다.


어쨌든, 이 앞쪽의 텃밭에서 뭔가 그런 초자연적인 현상이 일어나는 것은 분명해 보였다. 하지만 정확하게 확인해 보기 위해서 여러 가지 물건들을 땅에 묻어 보기 시작했다.


다행히 창고에 오래된 농기구들이 제법 있어서 부러진 쟁기나 녹슬어 버리고 이가 빠진 낫 같은 것들이 많이 있었다. 자루가 빠진 장도리도 있고 말이다. 그런 오래된 농기구들을 하나하나 땅에 묻어 보기 시작했다.


집 앞 텃밭에도 묻어 보고, 근처의 마당에도 묻어 보고, 집 담장 뒤쪽에도 묻어 보고, 며칠 동안 그런 일들을 반복하면서 땅이 가진 치유능력의 범위를 한 번 조사해 보았다.


그 결과는 처음 예상했던 것처럼 집 앞의 텃밭, 표면이 일반적인 밭들과 달리 단단하게 굳어 있던 그 텃밭의 범위에서만 치유능력이 발휘되고 있었다. 대략 200평 정도의 크기였다. 성진은 작은 나뭇가지들을 꺾어서 말뚝처럼 박으며 회복력이 있는 땅의 범위를 표시했다.


그 다음은, 이 땅의 치유능력이 어떤 것들까지 가능한지 알아보는 것이었다. 농기구들은 수리가 잘 되기는 했는데 다른 것도 가능할까? 전자제품 같은 것도?


전기가 들어오기는 하는데 내가 이사 오기 전까지 거의 폐가처럼 방치된 곳이라 가전제품이라고는 마당 한편에 서 있는 오래된 냉장고와 농기구 창고에서 발견된 오래된 선풍기 그리고 집 뒤편 풀밭에서 뒹굴고 있던 진짜 오래되어 보이는 텔레비전 정도였다.


가전제품도 땅속에 묻으면 농기구들처럼 고쳐지는 것일까?


“궁금하면 해보면 되지? 여기 혼자 있는데 누가 대답해 주겠어?”


기왕이면, 마당에 서 있는 오래된 냉장고를 시험해 보기로 했다. 그렇지 않아도 날씨도 더운데 냉장고가 없어서 유일한 반찬인 김치, 당연히 쇼핑몰에서 주문한 녀석이었다. 아무 생각 없이 서울에서 하던 것처럼 10kg짜리를 주문했는데,


냉장고가 없어서 이미 다 쉬어 버린 것이다. 그래서 냉장고가 필요하기도 하고 아무튼, 저 냉장고를 땅에 묻어 보기로 했다.


“냉장고가 오래된 거라 그리 크지는 않은데.”


냉장고는 민트색의 아주 오래된 구형 냉장고였는데 요새는 보기 힘든 오래된 냉장고였다. 당연히 자동이 될 리도 없었고 말이다. 시험 삼아 전기 코드를 연결해 보려고 마루로 옮겨보았는데 다행히 오래된 소형 냉장고라 내부도 비어 있어서 무게는 그리 무겁지 않았다.


“코드를 한 번 껴볼까?”


당연히 코드를 끼워 보아도 무반응이었다. 안을 열어보니 아무것도 없고 곰팡이인지 뭔지 모를 시커먼 것들이 잔뜩 묻어 있었다.


“그래, 이 녀석을 한 번 땅에 묻어 보자고 그러면 가전제품이 고쳐지는지 확인할 수 있겠지.”


천성이 게으른 성진이었지만, 뭔가 돈벌이가 될 거라는 느낌에 갑자기 몸이 빨리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래, 돈을 벌어서 다시 서울로 돌아가는 거다. 돌아가서 수정이도 다시 만나고 그런데 수정이한테 남자가 생겼으면 어쩌지? 어쩌기는 내가 부자가 돼서 다시 뺏으면 되는 거지. 그래, 돈이면 다 되는 세상이잖아? 돈만 있으면 원하는 건 뭐든지 다 가질 수 있다고.”


진수는 삽을 들고 텃밭으로 가서 미친 듯이 땅을 파기 시작했다. 뭔가 몸에 흥분감 같은 것이 느껴지면서 냉장고가 들어갈 큰 구덩이를 파면서 몸에 비오듯 땀이 흘렀지만 힘든 줄도 모르고 삽질을 계속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게 소형 냉장고 하나가 들어갈 구덩이 하나가 만들어졌다.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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