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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복(禎福) 입니다.

먼치킨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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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복(禎福)
작품등록일 :
2019.02.16 23:49
최근연재일 :
2020.03.08 06:00
연재수 :
109 회
조회수 :
784,253
추천수 :
14,561
글자수 :
598,512

작성
19.02.17 06:00
조회
24,383
추천
219
글자
5쪽

1. 어느 40대 가장의 한숨

DUMMY

위이잉 덜커덩 위이잉 덜커덩

치이익 치익


끊임없이 돌아가는 기계 소리.

다음 주부터 새로운 자동화 기계가 들어오게 된다는 얘기를 흘러들었다.

인건비가 올라서 사장이 새로운 기계를 들여온다는 얘기였다.

결국, 또 누군가가 자리를 비워줘야 한다는 얘기였다.

평상시에도 입이 가볍다고 눈총받던 양씨.

사무실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를 듣고 와서는 괜스레 분위기를 흐렸다.

외국인 일용직 근로인 3명을 빼고 정규직으로 공장의 기계를 돌리는 직원이 모두 8명이다.

재작년부터 자동화 기계에 대한 얘기는 있었다.

한 대에 1억 5천만 원이 넘어가기에 사장이 망설이고 있다고 했던가.

정직원 8명 중에 기계를 다룰 줄 아는 기술직이 3명이다

그 외 직원 5명과 외국인 일용직 근로 인은 단순 노무 역이다.

인건비가 많이 올랐다고는 하는데, 기술직 3명의 연봉은 5천만 원에서 7천만 원 사이다.

다들 경력은 20년에서 30년이 넘는 경우도 있다.

나와 같은 단순 노무직들의 연봉은 대략 3천만 원 중반들이다.

다들 이런 직종에서 30년 전후의 경력을 가지고 있는데도.

이런 우리조차 이 주변 공장의 노무 인력들에는 부러움의 대상이다.

정규직이라는 것과 대략적인 급여 수준을 알게 된 듯하다.


아마도 자동화 기계가 들어오면 기술직에서 한 명, 단순 노무직에서 2명 정도는 자리를 비워줘야 할지도 모른다.

예전에 사장이 종무식이랍시고 직원들을 불러놓고 자동화 기계에 대해 장황하게 늘어놓은 적이 있었다.

자기 딴에는 그로 인해 회사의 생산성과 품질 향상에 도움이 되어 더 높은 이익을 얻을 수 있을 거라는 꿈을 꾸고 있는 모양이었다.

문제는 기존에 있던 반자동식 기계를 새로운 기계로 대체한다는 얘기를 자랑스럽게 늘어놓았다는 것이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회사 승합차 안은 다른 날과 다르게 고요하기만 했었다.


당시에는 당장 기계를 교체할 줄 알았는데, 1년여가 지나도 별 소식이 없길래 그냥 지나가는 줄 알았다.

그런데 양씨에 의하면 이제 며칠 후면 설치가 시작된다는 것이다.

그러니 직원들은 서로가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오죽하면 60 중반이 넘어가는 큰형님조차 자기는 몇 년을 더 회사에서 돈을 벌어야 한다며 다른 직원들의 눈총을 사기 시작한 것이다.


나야말로 암울하다.

40대 중반, 부모님은 70을 바라보시고, 벌어놓은 것은 없다.

여동생 둘도 겨우 살아가는 정도다.

가진 것이라고는 수시로 올려줘야 하는 전셋집.

따로 사시는 부모님 댁의 전셋값도 주로 내가 챙겨드려야 하는데.


아이는 고1, 고3인 딸 하나 아들 하나다.

기능직의 삶이 아니라, 최소한의 기술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키워주려면 전문대라도 공부를 시켜줘야 할 텐데.

학자금 대출에 대한 소식을 볼 때마다, 내 아이들이 사회에 첫발을 빚부터 지고 뛰어들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회의부터 들었다.

그렇더라도 용돈은 지금보다 더 줘야 하지 않겠는가.

거기에 학교생활에 필요한 잡다한 비용까지.

알바를 한다고 해도 부모의 도움을 전혀 받지 않고 살 수는 없을 테니까.

나와 내 아내의 노후도 걱정이다.

부모님에게 겨우 생색이나 내는 정도로 생활비를 드리고 있다.

생활비를 받으시는 부모님의 미안해하시는 모습에서 30년 후의 내 모습이 비친다.

그때는 내 아이들이 얼마나 더 힘들게 살아가게 될까.

아이들의 도움을 받지 않고 살아갈 수 있을까.

정말 나야말로 이 공장에서 잘리면 안 되는데.


아내도 쉬지 않고 일을 하고 있다.

수입은 말할 것도 없다.

손과 얼굴은 거칠어서 쳐다보기도 미안하다.

지금 내가 받는 급여에서 더 떨어지는 일용직은 생각하고 싶지도 않을 정도다.

사장한테 따로 선물이라도 사다 바쳐야 하나.


그날도 그렇게 한숨 속에서 남들보다 더 성실해 보이기 위해 나름으로 열심히 일했다.

집으로 돌아가는 승합차 안에는 여전한 냉랭함이 가득했다.

다른 때와 달리 일도 열심히 해서 몸도 노곤했다.

거기에 대화도 없이 고요한 차 안이라 나도 말을 꺼내기가 조심스러웠다.

결국, 눈을 감고 좀 쉬겠다는 생각에 깜빡 잠이 들었나 보다.

갑자기 몸이 위로 빨려 들어간다는 느낌에 화들짝 놀라서 눈을 뜨게 되었다.


워낙에 깜짝 놀라 급하게 눈을 크게 뜬다고 떴음에도 주위를 볼 수 없었다.

그저 깜깜한 암흑에 잠겼다가 까무룩 정신을 잃고 말았다.


그리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났는지는 모르지만, 어느 순간 오른쪽 뺨과 양 손바닥에 흙바닥의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머리는 몽롱했고 눈은 뻑뻑했다.

몸은 바닥에 내동댕이쳐지듯 엎어져 있는 느낌이었다.

그래도 정신이 들기 시작했고, 손가락과 발가락에 조금씩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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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4. 용을 죽여야 한다. +4 19.03.01 12,535 18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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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3. 특이한 형님들과 누님들 +4 19.02.25 12,937 19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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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3. 특이한 형님들과 누님들 +7 19.02.23 14,265 185 13쪽
4 3. 특이한 형님들과 누님들 +3 19.02.22 15,726 179 12쪽
3 3. 특이한 형님들과 누님들 +4 19.02.17 18,095 203 12쪽
2 2. 지루함에 지친 한 늙은 용의 발악 +11 19.02.17 20,414 220 11쪽
» 1. 어느 40대 가장의 한숨 +9 19.02.17 24,383 219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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