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기우제
딸랑딸랑딸랑딸랑...
“저게 뭐야?”
“나도 몰라. 신경 쓰지 마.”
유서 깊은 여섯 궁전을 허물고, 남작령 크기의 직할령을 떼어서 만들어낸 대륙 최고의 교육기관, 칼 마드라사 아카데미의 동쪽 궁전 구석에서 나는 구릿빛 피부를 붉히며 열심히 춤을 추고 있었다.
옷은 아카데미 규정에 걸리지 않는 최소한의 옷만을 입고한 손에는 방울, 한 손에는 부채를 든 채 미친 것처럼 제단 위에서 방방 뛰며 춤추는 모습은 대륙의 젊은 기인들이 모이는 아카데미에서도 흔치 않은 광경이었는지 주위에는 점차 사람들이 몰렸다.
“와... 저 선배는 수치심도 없나?”
“저 사람 선배 아니라는데?”
내가 미쳐서 남들 다 보는 앞에서 이런 춤을 추는 것은 아니다. 그저 내게 큰 죄가 있었기에 이런 짓을 하는 것뿐이다.
‘상태창.’
[기우제 진행 중...]
[30%]
게임 속 히든 보스를 잡은 죄로, 나는 이 빌어먹을 게임에 주술사라는 직업을 가진 채 떨어지고야 말았다.
“풉, 역시 곡적은 곡적이네. 저렇게 하면 정말 비가 올 거라고 생각하나?”
“열등하긴, 인간들이 다 그렇지만 저놈은 특히 더 그런 거 같은데?”
“원래 피부 검은 놈들이 다 그렇지. 다크 엘프들과는 교잡종인가?”
... 인종차별이 난무하는 아카데미 속에서, 흑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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