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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고증되지 않은 전설속의 역사다큐를 쫓는 스토리메이커입니다.

동방일지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대체역사

완결

팍스트롯
작품등록일 :
2022.06.03 06:38
최근연재일 :
2022.06.19 06:00
연재수 :
3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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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62
글자수 :
256,500

작성
22.06.0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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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표류

DUMMY

“풍랑에 떠내려가지 않으려면 어서 닻을 내려야 합니다”


서불과 각 선단의 지휘선에서 뱃전을 안팎으로 뛰어다니며 고함을 쳤지만 아무리 소리쳐도 들리지 않았다. 김신도 가까이 있는 배들에 대고 소리를 쳤지만 가까이 있는 배들도 속수무책이었고 서로의 소리를 전혀 듣지 못하였다. 이 모든게 순식간이었다.

검은 먹구름이 온 천지를 뒤덮자 세상이 칠흑같이 어두워졌다. 눈앞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고 이따금 번개가 치면 그 사이로 배가 하늘로 치솟아 다시 바다로 처박히는 모습들만 보였다. 뱃전에 거센 돌풍이 일며 사람이 날려 바다로 떨어지기도 하였다.


온천지가 비바람과 천둥소리에 어둠뿐이었다. 이따금 뱃전을 때리는 번개빛에 배안이 잠깐씩 비칠 뿐 사방이 비명 소리와 여기저기서 고함 치는 소리만 들렸다. 누가 어디 있는지 분간도 되지 않았고 함부로 움직이기도 어려웠다.

김신의 아내 오씨는 거센 폭풍우에도 배 안으로 들어오지 않고 있는 남편이 걱정되었다.


“아린아 넌 소화와 여기에 있도록 하여라”


“어머니 제가 다녀오겠습니다. 어머니가 소화와 여기 계시도록 하십시요”


어둠속에서 목소리만 들리는 어머니의 모습에 아린이 어머니를 만류하였다. 하지만 오씨는 아린의 손을 붙잡고 더듬어 소화 옆으로 끌어다 앉혔다.


“안된다, 넌 여기 있거라! 소화야! 아린을 꼭 붙들고 있어야 한다”


소화는 안팎이 어둡고 두려운 상황에서도 시어머니 오씨의 음성이 또렷이 들렸다.


“네, 어머니”


그리고 오씨는 서둘러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비바람이 얼굴을 때려 눈을 뜰 수도 없는데 저 앞에서 남편인 김신이 간신히 보였다. 갑판위에 서서 뱃줄을 붙들고 다른 배를 향하여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여보!”


하지만 김신은 오씨의 소리를 듣지 못하였다.


“여보! 여보!”


다시 한번 소리쳐 부르자 다른 곳으로 고개를 돌리던 김신이 오씨를 발견했다


“이보오 부인! 빨리 들어 가시오 위험하오”


그순간이었다. 커다란 파도가 갑판을 때리더니 막 문을 나서려던 오씨를 덥쳤다. 오씨는 강물에 낙엽이 휩쓸리듯 그대로 갑판을 뒹굴었다. 김신이 몸을 묶고 있던 뱃줄을 풀러 얼른 오씨에게로 다가갔으나 배가 풍랑에 휩쓸려 크게 요동치자 두 사람 모두 뱃전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그렇게 꼬박 서너 식경 정도 폭풍우가 몰아 치더니 저 멀리 여명이 밝아오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바다는 다시 고요해졌다. 서불이 뱃전에 나와 주변을 보고 아연실색(啞然失色)했다. 폭풍이 휩쓸고 간 자리는 그야말로 전쟁터보다 더했다. 서둘러 피해를 조사해보니 침몰하거나 완파된 배가 서른 아홉척, 반파이나 크게 부서져 더 이상 항해가 불가한 배가 서른 다섯척 도합 일흔 하고 네척이 더 이상 원행이 불가하였다. 거기에 식량과 물을 실었던 배들이 대부분 가라 앉았고 인명피해 역시 컸다. 죽거나 없어진 이가 오백이 넘었다. 다치고 멀미를 하며 사경을 헤매는 이들 역시 수 백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어린 궁녀들과 사내 아이들을 태운 배들은 대부분 무사하여 인원소실이 거의 없었다. 대부분 군사들과 격군들의 피해가 컸다.


출항한지 만 하루도 되지 않아 원행선단의 절반 넘게 부서지고 사라져버렸다. 서불은 망연자실(茫然自失)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일단 부서진 배들 중 다시 항해가 가능한 배들을 선별하고 바다에 빠져 있는 이들을 수습했다. 살아 있는 자들 뿐 아니라 죽은 자들의 시신도 모두 건져 올렸다. 이제 원행이 가능한 배들은 큰 배 35척에 작은 배 5척 모두 40척이었다. 파손된 배들 중 더러는 아직 바다 위에 떠 있는 것들도 있었으나 파손이 심하여 가라 앉기 직전이었고 설사 움직일 수 있다손 쳐도 격군이 없었다. 더군다나 정탐선으로 나가 있던 배들은 일부는 부서지고 일부는 떠내려가 버려 찾을 수도 없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원행에 필요한 물자를 실었던 배들이 거의 가라 앉아 버린것이었다. 더군다나 식량과 물의 유실이 컸으니 이대로 가면은 필시 배위에서 모두 죽게 될 것이 분명했다. 이제 곧 육지를 찾아 가지 않으면 며칠을 버티기 힘들었다.

그때였다. 아린이 서둘어 서불을 찾았다


“대인어른! 대인어른!”


“무슨 일이더냐?”


서불은 아린을 돌아보며 물었다.


“아버님이 보이지 않습니다.”


“뭐라 김공이? 어머니는 어디 계시느냐?”


“그게 아버님도 어머님도 두 분다 보이지 않습니다”


대답을 하는 아린의 얼굴이 흙빛이었다. 곁에 있던 소화 역시 반쯤 넋이 나간 모양새였다. 그리고 당황한 것은 서불도 매한가지였다.


“김공이 안 보이시다니 어떻게 된 일이냐? 무슨 일이 있었느냐?”


“간밤 폭풍우때 아버님이 뱃전에서 사람들을 독려하며 소리를 지르고 다니셨습니다. 헌데 어머님도 아버님이 걱정이 된다며 나가시었는데 그 역시 돌아오지 않으셨습니다.”


서불도 김신이 소리를 지르며 뱃전을 다니는 것을 보았었다. 하지만 설마 그 속에 계속 있을 것이라고 생각지 못했었다. 생각해 보니 그 때 자신만 들어 와서는 안됬었다는 후회가 일었다. 그래도 어딘가 쓰러져 있거나 피신해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김신이란 사람이 그렇게 명석하고 현명하고 덕 있는 자가 그 만한 폭풍우에 잘못될 만큼 하늘이 어리석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김신을 막지 못한 것과 김신을 혼자 두고 온 일이 모두 자기 잘못이라는 생각에 가슴을 칼로 찌르는듯 했다.


“어서들 찾아 보아라, 바다도 필히 살피어야 한다 김공은 어딘가에 살아 계신다”


그래도 혹시 어딘가에 있을지도 모르고 바다에 빠졌다 하더라도 김신의 용맹과 지략이면 뭔가라도 붙들고 표류하고 있을 것 같았다. 사람들이 근처 배에 신호를 하였다. 모든 배들이 김신과 오씨를 찾으려 분주해졌다. 쪽배가 내려지고 여기저기 떠다니는 시신들과 부서진 뱃파편들 사이로 수색을 하였다. 그리고 얼마가 지났을까


“찾았습니다.”


뒤편에서 부서진 배편을 뒤지던 군사 중 하나가 소리쳤다. 김신은 부인 오씨를 부서진 뱃줄에 동여메어 있었다. 두 사람이 떨어지지 않으려 필사적으로 움직인 흔적이 보였다.

하지만 두 사람은 이미 모두 숨이 끊어진 뒤였다.


“어머니! 아버지!”


시신을 갑판으로 수습해 올리자 아린과 소화가 한꺼번에 달려들어 김신과 오씨의 시신을 부둥켜 안고 통곡했다. 서불은 시신을 확인하고서야 벗의 죽음을 깨달았다. 부인 곽씨도 오씨의 시신을 두고 통곡해 울었다. 서불은 그 모든게 자신의 책임이라는 생각에 창검으로 폐부를 찌르는 듯 했다.


“이보시오, 김공! 이제 벗이 되어 세상이 외롭지 않더니 이게 무슨 일이오 아무리 내가 부덕하여도 하늘이 이럴 순 없소이다. 간밤에 그대를 데려 오지 못한 내가 바보였소, 오~ 하늘이시여 내가 잘못하였으니 나를 데려가시오."


아린과 소화의 통곡 그리고 서불의 울부짖음이 얼마나 슬픈지 뱃전에 있던 이들이 모두 울었다.


"김공! 어서 눈을 떠보시오! 그대를 먼저 가게 해서는 안되는 것인데 이제 나 홀로 이 많은 이들을 어찌 살피며 원행을 할 수 있겠소?"


너무 허망한 죽음이었고 큰 빈자리였다. 주변이 모두 김신의 죽음에 비탄해 했다.서불은 아린과 소화에게도 또한 미안하였다.


"아린아 내가 미안하구나 진정 미안하구나”


서불은 아린과 소화를 붙들고 눈물로 통곡하며 위로했다.


일단 죽은 이들의 시신을 수습하여 배 안쪽으로 옮겼다. 곧 육지에 다다르면 함께 장례를 치를 것이었다. 김신과 오씨는 따로 칸을 만들지 않고 부부만 함께 하여 다른 시신들과 같이 두었다. 서불이 신분의 차별이 있으니 당연 김신과 오씨의 시신을 따로 둘 것을 명했다 허나 아린이 말했다.


“죽은 이가 어찌 저희 아버지와 어머니뿐이겠습니까? 사람이 사는데 귀천이 없을진데 죽어서 귀천을 따지는 것은 생전에 아버지의 뜻이 아닙니다. 허니 대인께서도 아버지의 벗이시니 그리 하지 않으심이 좋을 듯 합니다”


상주(喪主)인 아린이 너무 완고하니 서불은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그 아비에 그 자식이었다.

시신이 한 곳으로 모여지자 이번엔 부상자들을 한 배로 모았다. 열아홉 아린이 아버지를 대신하여 그 일을 나서서 했다. 지켜보던 자귀가 그런 아린의 모습에 탄복하였다.


“아린 공자님! 저 자귀라 하옵니다. 새삼 인사 여쭙습니다.”


자귀는 아린보다도 열다섯이 많았다. 신분의 구별이 있으니 상하의 예로 대하는것은 당연했다. 더군다나 일전에 서불이 벗의 상당하여 대하라 하였으니 자귀이 이런 모습은 당연하것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인사가 아니었다. 존경과 신뢰의 인사였다. 아린도 자귀를 함부로 하지 않았다.


“아~ 안녕하시오, 그간 여러 번 고맙다 인사를 하고 싶었으나 하지 못하였소 이렇게 라도 다시 인사를 나누니 고맙소이다.”


슬픔중에도 아린은 자귀의 인사에 화답했다.


어느 정도 피해를 수습하자 배들을 다시 점고하여 뱃길을 열었다. 허나 이제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지 난감하였다. 폭풍우로 배들끼리 서로 부딪치며 방향을 잃어버려서 어디로 떠내려 왔는지 어디만큼 흘렀는지 알 수가 없었다. 뱃길을 알던 이들은 정탐선과 함께 모두 바닷물에 휩쓸려 가버리거나 저승 사람이 돼버렸다. 그나마 생존한 이들도 격군들이 노를 놓쳐버리면서 그들도 방향을 가늠하지 못하였다. 그들 중 일부는 모두 월지국에서부터 김신이 데리고 있던 원행 상단의 몇 몇으로 바닷길을 알고 있던 이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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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새로운 전설 22.06.19 28 0 11쪽
35 마지막 싸움 22.06.18 25 0 20쪽
34 서불, 배를 탈취하다 22.06.18 23 0 23쪽
33 자귀의 죽음 22.06.17 23 0 23쪽
32 서불의 배신 22.06.17 23 0 24쪽
31 영생불사의 댓가 22.06.16 22 0 23쪽
30 천지천의 샘물 22.06.16 23 0 23쪽
29 금수산 천지령을 향해 22.06.15 25 0 23쪽
28 정인소와 신장군들 22.06.15 26 0 23쪽
27 월악의 범 22.06.14 26 0 23쪽
26 다시 삼한으로 22.06.14 26 0 23쪽
25 박린과 김아린 22.06.13 28 0 23쪽
24 소화와 히나코 22.06.13 27 0 23쪽
23 고을나의 고선대 22.06.12 33 0 23쪽
22 자귀와 유화의 사랑 22.06.12 41 1 23쪽
21 해적떼의 습격 22.06.11 44 1 23쪽
20 바다로 떨어지는 폭포 22.06.11 44 0 20쪽
19 부차경의 영생초 22.06.10 44 0 10쪽
18 영주(瀛州,제주도) 22.06.10 50 0 10쪽
17 소화의 사랑 22.06.09 55 0 10쪽
» 표류 22.06.09 61 0 10쪽
15 폭풍우 22.06.08 55 0 10쪽
14 삼한과 가락국 22.06.08 56 0 10쪽
13 동방을 향하여 22.06.07 59 0 10쪽
12 아린과 소화 22.06.07 59 0 10쪽
11 여사궁녀 +2 22.06.06 62 1 10쪽
10 월지국에서 온 사람들 22.06.06 60 0 10쪽
9 환관 조고 22.06.05 60 1 10쪽
8 북방신선과 남방신선 22.06.05 60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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