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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딜 님의 서재입니다.

널 만지고 싶어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로맨스

핫딜
그림/삽화
양지은
작품등록일 :
2021.07.26 14:23
최근연재일 :
2021.10.02 10:20
연재수 :
62 회
조회수 :
28,458
추천수 :
1,404
글자수 :
320,930

작성
21.07.27 10:05
조회
853
추천
74
글자
12쪽

03화_특별관리 대상 요원

스킨십이 금지된 파라다이스라니!




DUMMY

<3화>


특별관리 대상 요원


* * * * *




“눈을 맞는 것이 뭐가 어때서? 괜찮다니까?”


지동일은 웃으며 자신의 옷에 있는 눈을 툭툭 털었다. 진정 아무렇지 않은데 왜 그렇냐는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했다. 봐, 괜찮지? 하는 몸짓이었다.


경하는 가슴이 심하게 쿵쿵거렸다. 심호흡이 필요했다. 자신은 엄청난 불행의 함정에 빠진 것이었다.


“휴우...”


경하는 자신이 이제 어떤 지경이 될지 암담하기만 했다. 다시 휴우, 심호흡을 하는데 긴장이 조금 풀리는 것 같았다. 두 눈을 감았다가 다시 크게 심호흡을 했다.


“휴우...”


긴장이 조금 풀리는 것 같았다. 경하는 마음 속으로 하나, 둘, 셋 숫자를 세고 감았던 눈을 떴다. 두려운 마음일 때는 그저 두려운 풍경이더니 갑자기 두려움이 걷힌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새하얀 순백의 풍경이었다. 끝도 없이 펼쳐진 눈의 풍경이 아주 멀리까지 이어져 있었다.


경하는 갑자기 눈앞의 풍경이 너무 아름다웠다.


눈 오는 풍경은 영상으로 얼마든지 즐길 수 있는 풍경이었다. 3D 영상은 현실과 조금도 다르지 않아서 눈길을 걷는 기분마저도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경하는 평소 눈 오는 풍경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눈 오는 풍경을 떠올리면 이상하게 기분이 좋지 않았다. 긴장되는 무언가가 있었는데 그저 취향이라고 생각했었다.


취향은 그런데 갑자기 눈앞에 펼쳐진 설경은 경하의 마음을 빼앗고 있었다.


조금 전에는 온통 두려움으로 관철된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감동적인 놀라움이었다. 알 수 없었다. 이러한 느낌은 생소했다.


불안과 두려움이 없다면 그저 모든 것이 좋다고 생각했는데 어떤 아름다움에 대한 경외감은 인간 본연의 감정을 휘몰아치게 하더니 모든 생각을 잠시 멈추게 하고 있었다. 그래서였는지 경하는 자신이 빠져있는 지금의 놀라운 불행을 잠시 잊은 것 같았다.


놀라움 뒤로 찾아온 의외의 느낌에 경하는 내리는 눈 사이로 손을 내밀었다. 자신도 모르게 손이 눈 사이로 내밀어졌던 것이다. 의지적인 것은 아니었다.


손바닥 위로 구름처럼 보드라운 눈이 스치며 날리다 몇 송이가 살짝 내려앉았다.


경하는 하얀 눈의 풍경에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조금 전은 무서움과 두려움에 쏟아진 눈물이었다면 이번의 눈물은 경이로운 아름다움에 대한 눈물이었다.


파라다이스에서 눈물을 흘리는 불행은 누구도 없었다. 눈물이 나기 전에 차크가 이미 다가와서 위로를 주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경하의 눈에서 눈물이 났다. 가슴은 뭔지 모르게 시큰거렸다. 가슴이 시큰거리는 것은 엄청난 불행과 병이었다.


경하는 갑자기 정신이 번뜩 들었다. 큰일이었다.


‘시큰거림이라니, 눈물이라니...’


경하는 서둘러 약을 먹어야했다. 이런 경우, 파라가 배부한 약은 필수였다. 파라의 약을 먹지 않으면 경하는 열이 올랐고 호흡이 힘들었다.


경하는 주머니를 만졌다. 약이 없었다. 항상 가지고 다니는 캡슐을 아침에 빼놓았던 것이 기억났다. 큰일이었다.


약이 없다는 생각에 경하에게 다시 공포가 찾아왔다. 자신은 이제 위험에 빠진 것이었다. 이곳에서의 위험은 대책이 불가능했다. 약이 없었고 차크도 없었다.


경하는 특별관리를 받는 요원이었다. 특별관리 대상 요원은 파라의 관리에서 벗어나면 안 되는 것이었다. 그런데 자신이 어떻게 이곳까지 흘러오게 되었는지 알 수 없었다.


특별관리 대상 요원인 자신은 파라가 절대 놓치지 않는 대상이었다. 파라가 자신을 놓칠 리가 없었다. 무엇이 시스템의 바깥으로 자신을 밀어냈는지 모를 일이었다.


자신은 파라의 보호가 필요했다. 자신은 불행에 홀로 놓일 만한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다. 언제나 규칙에 따랐고 파라의 약도 잘 먹었다.


다만 지금은 지동일이란 못된 인간에게 붙잡힌 거나 다름없었다. 파라는 지혜가 있으니 자신이 의지와 상관없이 이곳에 떨어졌음을 알아낼 것이었다.


파라로부터 추방을 당해 엑스트라로 떨어지는 일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런 일은 절대 일어나면 안 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지금 곁에는 파라가 없었다.



갑자기 공포가 들이닥쳤다. 숨쉬기는 어려워질 것이고 열은 오를 것이고 경고음이 울릴 것이었다.


경하는 가슴을 움켜쥐고 고통스런 표정을 지었다. 두 손으로 귀를 막고 주저앉았다. 어딘가에서 경고음이 쉴 새 없이 울리는 것 같았다


<삐이...... 삐이..... 삐이.........>


“이 팀장, 괜찮아요?”


경하는 온몸이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다. 발작이 시작되려는 조짐이었다. 상황이 안 좋아지자 조 형사는 두 팔로 경하를 껴안았다.


경하는 조 형사를 뿌리쳤다.


“세상에 사람을 껴안다니. 제정신이에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는 누구도 스킨십을 할 수 없었다.


스킨십은 파라가 허락한 날에만 가능했다.


<삐.... 삐... 삐.. 삐. 삐삐삐삐삐.....>


경하는 경고음이 점점 빠르게 울리는 가운데 정신을 잃고 말았다.


경고음이 멈추고 어둠이 찾아왔다.


경하에게 어떤 시간이 흐른 것인지 알 수 없었다. 경하는 문득 정신이 들었다.


‘어디지?’


경하는 다소 몽롱한 기분이 들었다. 눈을 뜨는 것이 불안했다. 그러나 자신을 감싸고 있는 촉감은 부드러운 침실이었다.


“꿈인가?”


어제 분명 안전구역 바깥으로 나갔었고 눈을 만났고 눈을 만졌었다. 그리고 스킨십이 있었다. 자신은 오염된 것이 틀림없었다.


‘나, 격리된 건가?’


경하는 절대 방이 아닐 거라 생각했다. 어제의 사건은 절대 작은 사건이 아니었다.


경하는 망설이며 두 주먹을 꼭 쥐고 눈을 떴다. 놀랍게도 방이었다.


오염된 자들은 파라다이스에서 반드시 격리된 구역에서 모든 점검을 받고 파라의 허락이 떨어져야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었다. 그런데 자신은 어떤 절차도 없이 방에 있었다. 어떻게 된 일인지 알 수 없었다.


경하는 파라다이스의 특별관리 대상 요원이었다. 특별관리 대상 요원이란 파라의 관리를 받는다는 것이었다.


파라다이스에서 특별 관리를 받는 대상은 세 부류가 있었다.


첫째, 옐로우레벨이었다. 이들은 의욕이 없거나 우울하거나 지나치게 예민해서 감정 컨트롤이 잘 안 되는 사람들이었다.


예전에 이들은 정신병원에 있거나 약물 복용을 했다.


한국의 자살률이 높았던 것은 이러한 감정적 컨트롤이 잘 이루어지지 않아서였다. 행복지수가 낮아서였다. 파라다이스의 해석이었다.


파라다이스에서 행복하지 않은 사람은 없었다.


불행하거나 우울한 사람들은 뇌파가 행복한 사람과 달랐다. 불행한 뇌파가 감지되면 차크가 출동했다. 차크가 그 사람의 몸을 살짝 터치하면 사람들은 어느새 차크의 품에 안겨 있었다. 그리고 그 사람은 어느새 행복한 얼굴이 되어 있었다.


차크의 품은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마법이었다.


파라다이스가 가장 자랑하는 행복시스템의 승리였다.


파라다이스에서 처음은 옐로우레벨이 아주 많았었다. 그러나 사람들의 불행이 점점 행복으로 기울자 옐로우레벨은 점점 줄어들었다. 오히려 차크를 만나는 것이 행운이 될 만큼 이젠 차크가 많이 나타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었다.


둘째, 레드레벨이었다. 이들은 사상이 불순한 자였다. 어느 세상이나 불만이 많은 사람이 있었다. 파라다이스도 예외는 아니었다.


예전에는 불순한 사람들을 관리할 때 야만적인 방법을 썼다. 가령, 교도소에 집어넣거나 격리시키는 방법을 썼다. 그 전 시대에는 온갖 고문이 있었다. 사형도 있었다.


하지만 파라다이스는 그런 야만적인 방법을 쓰지 않았다. 고귀한 인간의 육체에 그런 고통을 준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파라다이스는 대신 그 사람의 불만이 무엇인지를 귀 기울여 들었다. 그리고 모든 불만을 말하게 한 다음, 차크의 품에 안기게 했다. 그러면 그 사람은 어느 순간, 가슴 속에서 끓어오르던 분노를 잊는 것이었다.


셋째, 블랙레벨이었다. 블랙레벨은 어떤 사람인지 일반 사람들은 알 수 없었다. 사람들 사이에 블랙레벨이 있다, 라는 소문만 있을 뿐이었다. 블랙레벨의 사람은 파라의 시스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이라고 했다.


그러나 어떤 누구도 결코 파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그래서 블랙레벨은 존재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세상은 언제나 상상이 풍부한 사람들이 있게 마련이어서 안전구역 바깥에 있는 사람들 중에 파라다이스를 파괴하려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했다.


“만약 블랙레벨이 파라다이스를 공격한다면?”


이런 말은 문제가 되었다. 사람들을 불안하게 했기 때문이었다. 사람들이 이런 말을 하거나 상상을 하면 차크가 어느새 곁에 와 있었다. 이런 말을 할 때 사람들은 어느 정도 흥분이 되고 떨리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어느 순간, 파라다이스가 공격받는다든가, 하는 일에 대해선 걱정을 하지 않게 되었다. 파라다이스는 완벽한 요새였던 것이다.


사람들은 파라다이스의 염원대로 천국을 살고 있었다.


모두 행복했고 편안했고 평화로웠다.


그런데 경하는 자신에게 일어난 일이 꿈이었는지, 실제였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자신에게 그런 일이 있었으면 자신의 곁에는 이미 차크가 와 있어야 했다. 그리고 파라로부터 경고 메시지가 뜨고 당장 약 처방을 받아야 했다.


그런데 무슨 오류였는지 차크도 곁에 오지 않았고 파라로부터 경고 메시지도 날아오지 않았다.


경하는 옷을 입고 거실로 나왔다.


<딩동.>


영상이 왔다는 소리였다.


“이 아침에 무슨 영상이야? 열어 줘.”


<삐...>


짧은 소리와 함께 벽면의 화면이 켜졌다. 벽 전체가 화면이었다. 화면이 켜지자 화면 앞으로 지동일이 튀어나왔다.


“아잇, 깜짝이야. 바비, 화면으로만 보여줘.”


<네, 아침인데 3D는 부담인가요? 2D 전환입니다.>


바비가 화면 밖으로 튀어나온 지동일을 화면 속으로 밀어 넣었다.


“경하 씨, 나를 왜 화면으로 밀어요? 난 입체 좋은데?”


“바비, 설마 나를 3D로 보내는 거 아니지?”


<아, 죄송합니다. 설정이 3D라서. 바로 2D로 전환했습니다.>


“아, 정말 너무하네요. 아름다운 경하 씨를 가까이 보려고 했는데.”


“어림없죠. 나를.”


“경하 씨, 잘 잤어요?”


“참, 어젯밤 나한테 무슨 일이 있었던 것 같은데, 어떻게 된 거예요?”


“쉿, 조심해야죠. 이런 말. 혹시 궁금하면 내가 가르쳐 줄 수 있는데?”


“지동일 씨, 지금 위험한 거 몰라요? 이거 엄청 수상한 일인데?”


“어, 이러심 곤란합니다. 제가 수상한가요? 아닐 텐데요. 특별관리 대상 요원인 분이 하실 소리는 아닌 듯.”


경하는 파라의 특별관리 대상 요원이었다. 이것은 아무도 모르는 사실이었다. 자신은 블루 레벨이었다.


특별관리 대상은 옐로우, 레드, 블랙이 있었다. 그러나 자신은 그 범주에 들지 않는 블루 레벨이었다. 블루 레벨은 아무도 알지 못하는 코드명이었다.


그런데 블루레벨인 자신을 안다는 것은 위험한 상황이었다. 지동일은 아주 여러 가지가 신경 쓰이는 인물이었다.


자신이 블루레벨인 것이 탄로 날 경우, 자신은 블랙레벨이 되어야 했다. 이럴 경우 경하 자신의 일상은 사라져야 했다.


‘지동일, 저 녀석 블랙레벨 아냐?’




날 그냥 둘 수 없겠니?


이 작품은 어때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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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02화_병도 없이 죽음이라니 +8 21.07.27 912 76 12쪽
1 01화_지금은 코로나 이후 20년 +12 21.07.26 1,188 96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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