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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동무 님의 서재입니다.

국가권력급 맨손 재벌의 조선생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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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동무
작품등록일 :
2024.01.31 15:58
최근연재일 :
2024.02.20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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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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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09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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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한 천재(2)

DUMMY

11화 한 천재(2)


조선에는 천재들이 참으로 많다.


황희, 이율곡, 장영실, 김정희, 정약용.


이들은 소위 말하는 위인의 반열에 들었으며, 임금들의 총애와 세간의 관심을 받으며 평생을 살았다. 그리고 그것은 개항기라고 해도 다르지 않았다.


대체 왜 잊고 있었을까.


‘...개항기가 낳은 천재 행정관료’


개항기 시절에 혼란스러운 조선의 행정을 바로 잡고, 근대화된 사회로 진입하기 위해 실무적인 일을 처리하던 괴물같은 행정가가 하나 존재하였다. 그는 고종의 총애를 받았고, 재정이 파탄난 전라도를 3년만에 정상화 시키고, 흑자로 전환한다. 더 충격적인 것은 그렇게 하던 와중에 전라도 백성들의 세금은 오히려 줄었다는 사실이다.


경상도에서 설치던 낭인들을 총칼로 찍어눌러, 일본과 외교적인 마찰이 없게 만들었으며, 강화도 조약에서 지정된 관세 조항을 유명무실로 만들어버린 법학의 괴물.


북부지역 조선군을 근대화된 군대로 만드는 위한 기틀을 닦았고, 서구의 세력과 협상을 성공적으로 이끌며, 후에 이범윤이 간도관리사로서 사포대를 부릴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한 괴물.


‘이호준(李鎬俊)’


매국노 이완용의 아버지라는 단 하나의 엄청난 오점 때문에 이 모든 위업이 묻힌 인물. 그게 바로 이호준이라는 남자였다.


‘문무를 모두 겸비하고, 국제정세를 보는 안목도 정확하며, 조선의 입장을 그 누구보다 정확하게 이해하고, 생각하는 바를 대부분 현실화시킬 수 있는 인물’


그게 조선이 나은 개항기 최고의 행정가. 이호준이라는 이의 정체였다. 사실 이러한 행보를 생각하면 이호준이 이러한 체계를 구축하고 실현시키는 것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렇게 안 되는게 이상할 지경이지’


이호준은 근대화의 핵심을 정확하게 꿰뚫고 있었다. 나는 제물포의 주막에서 이호준, 이윤용과 밥을 먹으며 그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달을 수 있었다.


“너희들은 작금 천하의 미래가 어디에 있다고 보느냐?”


“청국이 아니옵니까?”


국밥을 먹다가 다급하게 말하는 이윤용을 보며 이호준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밥과 고깃국물을 꿀꺽하고 삼킨 나는 상황을 지켜보았다. 한숨을 내쉰 이호준.


“미리견(美國)이다”


생각해보면 개항기 당시에 수많은 엘리트들은 일본으로 유학을 가거나 유람을 갔다고 한다. 그런데 이완용은 미국을 다녀왔다. 이는 이호준의 입김이 어느 정도 작용한 것이었다.


“국력이란 자본과 물류, 그리고 백성들의 생활 수준에서 나오는 법이다. 그렇기에 나는 생산력을 끌어올리고, 재정을 확충하며 전라도의 전역에 5일장을 정기적으로 유치하고자 하였다. 생활수준이 올라와야 백성들도 여유가 생기니 말이다. 그리고 미리견은 그 부분에서 가장 선진적인 국가다.”


“천것들의 생활 수준이 올라와서 무엇하겠습니까? 결국 돈을 쓰는 것은 천 것들이 아니라, 양반들입니다. 아버지.”


“하아...”


이호준은 답답하다는 듯이 우걱우걱 국밥을 먹는 이윤용을 착잡하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속으로 전율했다.


‘도대체 저런 새끼를 어떻게 사람 새끼로 만든 거지?’


사실 저런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으니까 매국을 한 것인지도 모른다. 아비인 이호준은 앉아서 기록과 자료를 통하여 세상을 내려다보고 있는데 말이다. 말할 가치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일까.


“동궁에 다녀왔다고 들었다”


이호준의 화살이 내게 돌아왔다. 나는 숟가락을 내려놓고 고개를 끄덕였다.


“예. 가서 세자전하를 뵙고 왔사옵니다.”


“어떻더냐?”


무슨 의도로 저런 질문을 하는 것일까. 이호준의 눈에는 묘한 기대감이 일렁였다. 하기야 자신의 자식이 새로운 권력자에게 불려갔다는 사실에 의문을 느끼지 않는 것은 이상한 일이다.


그는 조선의 국방부 장관이라고 할 수 있는 병조판서였으니까.


“강합니다”


그것 밖에 말로 표현할 방법이 없어 보였다. 조금 허당끼가 있기는 했지만, 녀석은 강했다. 분위기, 걸음걸이, 목소리, 손짓, 카리스마. 전형적인 전제군주국가의 명군 자질을 보이고 있는 존재였다.


그게 아니면 군부독재정권의 유능한 독재자거나.


‘사실 그게 더 적합하지’


군부독재정권의 유능한 독재자.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 자는 죽이고, 경쟁자도 죽이며, 조국에 해가 되는 자들도 죽인다. 그렇게 하면서도 자신에게 쓸모있는 이는 적극적으로 기용하며, 자신의 권력 유지와 조국의 발전에 관심이 굉장히 많다.


“사실 작금의 현실에서는 그가 필요한지도 모릅니다. 비록 저희 집안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무언가 연유가 있겠지요”


“흐음...”


이호준은 기묘하다는 눈초리로 나를 훑어보았다. 그리고 항상 그렇듯이 그런 분위기를 깨는 이는.


후루룩! 쩝쩝!


이윤용이었다. 게걸스럽게 국밥을 먹는 이윤용을 보며 이호준은 한숨을 푸욱하고 내쉬었다. 생각해보면 이호준도 불쌍한 인물이다.


21세기 한국으로 치면 못난 자식과 잘난 자식을 가리지 않고, 미래에 대한 발전 방향을 정확하게 제시하며 엘리트 교육을 시켰는데 그 자식들이 후에 나라를 팔아먹는다.


‘난세가 아니었다면, 정약용과 서애 유성룡에 버금가는 인물이었을 지도’


자식 때문에 망한 케이스라고 생각할 수 있겠다. 주모에게 엽전 몇전을 던져준 뒤에 이호준과 이윤용은 내가 사는 곳을 보고 멍한 표정을 지었다.


“...여기서 잔다고?”


“예”


현재 나는 직공들과 함께 정미소에서 잠을 자고 있었다. 춘식이와 칠득이. 그리고 공장에 사는 다른 직공들과 함께 말이다.


“...도대체 천것들과 어떻게 잠을 청한단 말이냐”


평생 부잣집 망나니 도련님으로 잘한 이윤용도 이것만큼은 충격이었는지 정미소를 보며 말을 잇지 못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최근 한달동안 내 삶은 굉장히 열악하였으니 말이다.


볏짚으로 만든 쌀가마니를 공장의 바닥에 깔아놓고, 짚으로 만든 이불을 덮고 잠을 청했기 때문이다. 씻고 먹는 것은 주막에서 해결하였고, 빨래도 주막에서 해결하였다. 그렇기에 정미소는 내게 있어서 잠만 자는 곳이었다.


“...이익”


정미소를 바라보던 이호준의 얼굴은 기차의 화통을 끓인 것처럼 시뻘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옆에 있는 이윤용는 그런 이호준을 보며 몸을 덜덜하고 떨었다.


“도대체 동생에 무슨 짓거리를 한 것이냐”


분노에 몸을 떨며 낮은 노호성을 터뜨리는 이호준. 이윤용은 다짜고짜 바닥에 엎드렸다.


“죄..죄송합니다! 아버지! 저는 금용이가 정미소를 진짜로 차릴지 몰랐습니다! 정곡 50석으로 진짜 정미소를 차릴지 어떻게 알았겠습니까!”


“그 입 닥쳐라, 내 정곡 200석씩 보름에 걸쳐 나눠 보내라고 하였거늘. 그것을 네 곳간에 집어넣었단 사실을 내 모를 줄 알았더냐?”


이호준의 말을 들으며 나는 속으로 코웃음을 쳤다. 정곡 50석을 주고 정미소를 지으라고 한 것이 누구였더라? 이호준이 정미소에 대한 지분을 주장하면 그냥 정곡 50석을 그대로 돌려줄 것이다.


‘제아무리 아버지라도 내 사업장을 마음대로 가져가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


그게 지분이다. 정미소는 내 지분이 100퍼센트 들어간 자기자본 사업장이다. 그런 정미소에 손가락을 올리려고 한다?


‘바로 손모가지야’


이호준은 조용히 분기를 들어내며 이윤용을 노려보았다. 그리고 내 어깨를 툭툭 두들겼다.


“네 힘으로 지은 것에 대해 이 애비가 권리를 주장하지는 않겠다. 하지만 정곡 2000석은 받아라. 이것은 원래 네 몫이니 말이다.”


그렇게 말한 이호준은 내 손에 정곡 2000석의 가치를 증명하는 증서를 꼬옥하고 쥐어주었다. 공짜로 주는 돈인데 받지 않을 이유는 없었다. 나는 증서를 받아 고이 품에 넣었다.


“허면 못난 놈은 내버려 두고 잘난 놈에게 묻겠노라.”


못난 놈이라는 말에 이윤용이 어깨를 파르르 떨었다. 내 손을 잡은 이호준이 입을 열었다.


“금용아. 이 나라 조선에서 가장 중요한 자원은 쌀이다. 쌀이 없으면 백성들은 굶어 죽고, 나라의 경제는 돌아가지 않느니라”


“그렇습니까?”


“조정의 머저리들이 쇳덩어리로 만들어진 마차를 도입하는 것을 논의하고 있더구나. 나는 그들이 심히 멍청해 보인다. 이 나라 조선이 당장 무슨 수로 기차를 수리하고, 기관차를 굴린단 말이냐? 그것도 전부 차관을 들여서? 상식적으로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역시 이호준이다. 조선의 철도산업에 대해서 정확하게 꿰뚫고 있었다. 철도를 뚫어서 굴리는 것은 상관없지만, 그에 따른 재정을 확보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하지만 언제까지 물류를 놓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 해서 나는 네게 한가지 일을 맡기고자 한다.”


“아...아버지!”


이윤용이 기겁하며 이호준의 발목을 잡았다. 하지만 이호준은 개의치 않고 소매에서 종이를 꺼내어 붓글씨를 휘갈겼다.


“청은 500관을 내어주마. 내 전 재산이다.”


“..!!!”


청은 500관. 상상을 초월하는 액수에 나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러한 돈을 개인이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말도 안 되었기 때문이다.


‘은1관이면 청은 1천냥. 500관이면..’


50만냥


어지간한 군함을 살 수 있는 가격이다. 나는 이호준을 바라보며 침을 꿀꺽하고 삼켰다. 도대체 무슨 사업을 하려는 것이기에 전재산을 투자한 것일까? 그런 생각이 들자마자 이호준이 입을 열었다.


“조선업을 할 생각이다. 이 나라 조선도 나무로 만든 증기선 하나 정도는 만들 줄 알아야 할 게 아니냐.”


조선업이라는 말에 나는 헛웃음을 지었다.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을 저지르려 하시는구먼.


**


19세기의 상선은 전부 목조선이다. 철갑선과 장갑선이 등장했다고 하지만 엄연히 근본은 목조선에 있었다. 사실 조선이 증기선을 만드는 것이 아예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증기기관은 전부 수입하실 생각이시군요”


“그래. 타운센드 상회에 문의해 보았는데 아직 연락이 오지 않았다. 내 듣기로 미리견의 카네기라는 자가 강철을 산처럼 보유하고 있다더구나. 그래서 카네기라는 자의 US스틸에 연락을 보내었다”


이호준의 입에서 나오는 용어에 나는 잠시 움찔하였다. 내가 아는 바에 의한다면 이호준은 한반도 친미파의 아버지와 같은 인물이다. 그래서 영어를 하는게 전혀 이상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발음이”


“선교사 알렌이라는 자에게 배웠다. 최근에 나와 굉장히 친하게 지내고 있는 인물이지.”


“아무리 그렇다하여도 어찌 그렇게 하루 만에 발음이 좋아질 수 있사옵니까?”


내 말에 이호준이 이상하다는 눈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당연한게 아니냐?”


21세기의 대한민국 수험생들이 안다면 [기만자 새끼!]라고 욕설을 퍼부으며 삿대질할 말을 당당하게 외치는 이호준을 보며 나는 할 말을 잃었다. 세상이 이렇게 부조리하다.


“카네기라는 자의 연락이 오면 내 직접 미국으로 건너갈 생각이다”


“미국...말입니까?”


“그래. 완용이를 데리고서”


이완용이라는 말에 나는 이를 악물었다. 이때부터였는가. 이호준이 이완용을 친미 반일주의자로 키우려던 것은 말이다.


‘물론 실패했지만’


이호준의 눈에는 확신이 가득하였다.


“책으로 본 것과 직접 본 것은 커다란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기왕 사업을 하기로 하였으면, 미국에 다녀와 물건을 확인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미국과 통할 녀석으로 나는 네 형인 완용이를 생각하고 있다.”


생각해보면 이완용이 관료로서 미국에 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관료가 아니라 기업인이라면? 그것도 전직 국방부 장관의 아들로서 총과 대포같은 무기를 구매하러 가는 것이라면?


‘로비스트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이완용은 이윤용과 함께 미국의 물자를 수입하여 조선에 유통하는 회사를 세우려고 한 적이 있었다. 고종도 이에 동의하며 막대한 투자금을 건내었다. 물론 일본에 들통나서 투자금을 털어먹고 끝나버렸지만.


‘이준용도 당장 이완용을 죽이려 하지는 않을 거야’


적당히 써먹다가 죽이려 할 것이다.


나는 끄응하고 신음성을 내며 댕기머리를 벅벅 긁었다. 이완용. 참 말이 많은 인물이다. 나라를 왜놈들에게 팔아먹은 쓰레기라는 것은 사실이지만, 더럽게 유능하다는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조선에는 인재가 그렇게 많지 않아’


그래서 이완용을 쓰는 것은 현명한 선택이다. 하지만 말이다. 조선에 인재가 이완용밖에 없는가? 정녕 이완용은 대체가 불가능한 천재인가?


“해서 네게 조선소를 맡기려는 것이다. 너는 물건을 만들고, 윤용이는 그 물건을 옮기며, 완용이는 돈을 굴린다. 내가 생각하기에 이보다 더 공평할 수는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공평’이라는 단어를 들은 이호준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왜 회사의 이름이 삼용인지도 말이다.


금융(金融)-이완용

유통(流通)-이윤용

제조(製造)-이금용


금융과 유통, 제조를 용자 돌림의 세 형제가 한다. 그렇기에 삼용(三用)이다. 이는 자신의 아들들이 우애 좋게 지내기를 원하는 이호준의 꿈이 실린 단어였다.


‘하지만 그건 불가능해’


나는 씁쓸하게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호준이 무슨 생각을 하고 무엇을 원하는지 알았다. 하지만 이루어줄 수 없는 일이다. 객관적으로 보았을 때 이완용과 이윤용의 싹수는 노랬으니까.


하지만 대놓고 그것을 이호준의 면전에서 말할 이유는 전혀 없었다. 나는 그런 마음을 숨기고 이호준의 손을 부여잡았다.


“선박에 탑재될 증기기관은 제가 골라도 괜찮겠습니까? 그래도 저희 집안에서 기관은 제가 제일 잘 알지 않겠습니까? 정미소를 운용하는 일에는 기관이 들어가니 말입니다.”


내 말이 그럴 듯 하다고 느꼈을까? 이호준이 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왜 그러십니까?”


“그리 말하는 것을 보아하니. 생각해둔 바가 있는 모양이구나.”


역시 이 인간 눈치는 더럽게 빠르다. 머리를 긁적이던 나는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분명 이즈음 있을 터인데. 정미소의 옆에 위치한 오두막에서 종이 뭉치 하나를 잡은 나는 이호준에게 그것을 건내었다.


“이게 무엇이냐?”


“그렇지 않아도 소자. 물고기를 잡는 사업을 하기 위해서 배를 구상한 바가 있습니다.”


“...물고기?”


생전 처음 듣는 소리에 이호준이 의문에 가득 찬 표정을 짓는다. 뭐 전부 다 알려줄 필요는 없겠지. 이호준이 종이를 펼쳐 들었다.


“호오?”


짧은 소리를 낸 이호준은 종이의 이곳저곳을 훑어보았다. 관심이 있는 것인가?


“70톤급 목조 선박입니다. 아, 근으로 따지자면 11만 근이라고 할 수 있겠군요. 아무래도 기술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25마력짜리 기관을 탑재하여 움직일 수 있도록 설계했습니다”


“25마력?”


“예. 말 25마리의 힘을 낼 수 있는 기관이지요. 25마력짜리 기관으로 외륜을 돌려 움직이는 선박입니다. 쌀 1천석은 너끈히 실을 수 있는 녀석이지요”


이 녀석의 단가는 크게 저렴하지 않다. 하지만 굳이 조선에서 만든다고 하였을 때, 이 녀석보다 싼 녀석은 존재하지 않았다. 아니 존재할 수가 없었다. 일제강점기 시기에 70톤급 전시표준선이라고 불리며 쓰였던 녀석이니 말이다.


“70톤? 11만근?”


“예. 조선업이라 하면 배를 만들어서 판매하는 산업이 아닙니까? 그렇다면, 가장 저렴한 선박을 만들어서 판매하는 것이 돈을 버는 일이지요.”


“틀렸다”


나는 이호준의 말에 당황하였다. 또 무슨 소리를 하려는 것인가? 이호준은 혀를 끌끌차며 책상에 놓인 도면을 검지로 두들겼다.


“이렇게 내 속을 아는 녀석이 없어서야. 네 입으로 말하지 않았더냐. 조선업은 배를 만들어서 파는 일이라고 말이다”


“그렇습니다. 그러니 70톤급 목조기선을 만들어서 팔아치우는 것이 가장 큰 이문을 남기는 일이 아니겠습니까?”


“그것을 누구 사느냐?”


“아국의 조운업자들이옵니다”


“그들이 돈이 많으냐?”


그 말에 나는 말문이 턱하고 막히는 것을 느꼈다. 확실히 이 시대의 조운업자들에게 구매력이 존재할 가능성은 굉장히 적었다. 쌀을 운반하는 일을 생업으로 하는 자들에게 무슨 돈이 많겠는가?


“게다가 나는 네게 은 500관을 주었다. 쌀로 준 것이 아니란 말이다”


이호준은 나와 전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나는 고개를 숙여 도면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내 앞에 놓인 선박은 큰돈을 벌 수 없다. 하지만 조선소를 짓고 자잘하게 돈을 벌 수 있는 녀석이었다.


헌데, 이호준은 그게 목표가 아니라고 한다. 나는 설마 하는 심정으로 이호준을 쳐다보았다.


“...또 청국이옵니까?”

전시표준선(70톤급).PNG

일본의 70톤급 전시표준선입니다. 한선과 일본의 선박을 절충한 형태로 굉장히 저렴한 가격에 만들 수 있는 선박입니다. 25마력짜리 엔진과 30마력자리 엔진으로도 굴릴 수 있는 착한(?) 친구입니다.


작가의말

제목을 바꿔야 하나 고민입니다.[대역 소설 속 국가권력급 재벌이 되었다]로 어그로를 끌어볼까요? 으음. 일단 15화까지는 이대로 직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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