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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니셔 님의 서재입니다.

피할 수 없으니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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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니셔
작품등록일 :
2021.08.25 12:44
최근연재일 :
2021.09.10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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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8.25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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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DUMMY

프롤로그




행복한 주말 시간을 위해 준비한 맥주와 새우과자를 꺼냈다. 이를 먹고 마시며 게임 패드를 붙잡고 있으니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감이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차올랐다.


“바깥에 나가봐야 피곤하기만 하거든.”


스트레스 받을 일 없는 집에서의 게임 라이프가 최고다.

이를 위하 준비해둔 프로그램을 실행했다.


‘치트 엔진이 최고야.’


누군가는 말한다.

자동사냥으로 하는 게임은 게임이 아니라고.

치트키를 쓰고 하는 게임은 진정한 플레이가 아니라고.

그러나 사람은 많고 취향과 성격은 제각각인 법.


‘내 스타일은 스트레스 받지 않고 공략집대로 다 챙겨가면서 유린하는 거거든.’


취향에 정답은 없다. 생김새가 저마다 다르듯이 각고의 어려움을 마주하고 풀어냈을 때의 쾌감을 즐기는 플레이어가 있는 한편, 나처럼 막힘없이 플레이하는 스타일도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내가 게임을 선별하는 기준은 다른 이들과 제법 차이가 있는 편이었다.


첫째. 치트 프로그램이 존재할 것.

둘째. 공략집이 존재할 것.


이 두 가지가 충족된 후 인기 있는 게임을 고르는 식이다. 제아무리 명작이니 대작이니 해도 치트 프로그램과 공략집이 없으면 하지 않고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


이런 내 기준을 무사히 통과하여 이번 주말 내내 친구가 되어줄 작품은 다름 아닌 ‘디바이너’라는 제목의 판타지 게임이다.


스토리가 한 편의 판타지 영화를 보는 듯 엄청난 몰입감을 가지고 있다며 6년 년 전에 엄청난 바람을 일으켰던 작품. 높은 난도와 악명 넘치는 기믹들 탓에 어려운 게임의 대명사로 첫손 꼽히기도 했던 바로 그 게임이었다.


예전부터 하고 싶은 마음은 있었지만, 차마 엄두를 못 냈던 그 게임을 치트 프로그램이 나와서 드디어 플레이하게 됐다.


[주인이 자리를 비운 것 같은 허름한 농가에 알 수 없는 남자가 들어선다. 분명 자신의 집이 아닌 것이 분명해 보이는데, 집안 곳곳을 뒤지는 그의 움직임에는 망설임 따윈 보이지 않았다.]


웅장한 게임의 BGM.


중세풍의 배경 속에서 다양한 괴수에 맞서는 사냥꾼의 모습이 한 편의 영화 예고편처럼 재생됐다.


[마침내 방의 구석에서 발견한 일기장.]

[금박으로 장식된 일기장은 절대 이런 허름한 곳의 주인의 것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어 보였다. 남자는 아련한 무언가를 떠올리듯 이를 보더니 잠시 고개를 들어 빈 허공을 응시했다.]

[옅은 미소와 함께 아련한 기억들이 스쳐 갔다. 낡고 빛바랜 추억들은 애달팠고 시리며 한편으로는 따스한 축제들이었다. 역류하는 기억과 함께 짙은 세월이 남자의 주름과 옛 흉터가 지워졌다.]

[그러던 도중 남자는 바깥의 세계에서 다가오는 시선을 마주했다.]



뒤이어 화면이 암전된 후 어둠 저편의 빛이 모이며 캐릭터 선택 창이 떠올랐다.



『종족을 선택하십시오.』




디바이너의 세계관은 인간만의 세상이 아니다. 그 탓에 주인공의 캐릭터도 인간이 아닌 다양한 종족을 선택할 수 있고 종족마다 태생 특성을 딱 하나 선택할 수 있었다.


하지만 치트 프로그램을 쓰면 딱 하나만 고를 수 있어서 여덟 개 중에서 심사숙고해야 고를 수 있는 특성들을 싹 선택 할 수 있게 된다.



『인간 : 사실상 대륙을 차지하고 있는 종족입니다.』

『엘프 : 자연과 자유의 종족입니다.』

『하프 엘프 : 인간과 엘프의 장점을 이어받은 종족입니다.』

『드워프 : 끈기와 열정이 뛰어난 종족입니다』.

『노움 : 호기심이 많고 활발한 종족입니다.』

『데브림 : 천신의 힘을 이어받은 종족입니다. ☆ (1회차 선택 불가)』

『나스티카 : 마신의 힘을 이어받은 종족입니다. ☆ (1회차 선택 불가)』

『기가스 : 거신의 힘을 이어받은 종족입니다. ☆☆ (잠금 해제 조건 필요)』



데브림, 나스티카, 기가스.


이들 종족은 고대신과 인간의 혼혈이라는 특별함을 가졌다. 설정상 고대 신들이 멸망하고 수만 년이 흐른 배경이기에 고대신의 피는 흐릿해졌고 이제는 인간이라고 보아도 무방한 상태다. 그러나 여전히 특성에서 신들의 힘을 느낄 수 있다.


이들 가운데서도 무려 ☆이 두 개인 기가스는 고대 거신의 후예였다. 인간이면서 세계관 내의 휴머노이드 최강의 스펙을 보유했다고 할 수 있으며 힘으로 모든 것을 압도하는 강력함을 자랑했다.


추가 설명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건 바로 이 대목이었다.


‘스티그마를 새긴 거인족의 힘은 타 종족을 압도한다, 이거군. 좋아. 외모가 미남과는 사뭇 거리감이 있지만, 어차피 게임이야 능력치 보고 하는 거니까.’


치트를 쓰는 마당인데 최고의 선택을 애써 멀리할 이유가 없었다. 나는 남자의 로망이라 할 수 있는 종족인 기가스를 주저 없이 골랐다. 추가로 성별 선택 기능과 함께 커스터마이징을 할 수 있었지만, 키와 골격을 최대치로 늘렸을 뿐 얼굴 형태, 눈매, 콧날, 헤어스타일 등의 외모 따위는 기본형으로 선택하고 넘어갔다.


“어차피 플레이 내내 뒤통수만 볼 건데 꾸며서 뭐 하냐.”


괜찮은 투구와 갑옷을 걸치면 그조차도 못 보는데 말이다.


버튼을 누르자 화면이 다음으로 넘어갔다.



『태생 특성을 선택하십시오.

종족 : 기가스 (거신의 후예)

선택 가능 태생 :

▼ 멈출 수 없는 힘 ▼

▼ 거인의 의지 ▼

▼ 철인 전사 ▼

▼ 전투 열망 ▼

▽ 무기술의 달인 ▽

▽ 유연한 대응 ▽

▽ 생존술의 대가 ▽

▽ 투척술 전문가 ▽』



앞의 네 가지는 거인의 특성이고, 뒤의 네 가지는 인간이 가진 특성이다. 강력한 힘을 가진 거인족은 막강한 신체 스펙을 가진 대신 정교함과 섬세함에서는 부족했다. 한편, 인간은 밸런스가 잘 잡혀 있지만, 전반적인 스펙이 부족하다.


그러나 치트를 써서 특성 여덟 개를 모두 고른다면 양쪽의 장점들을 다 가진 최강의 캐릭터가 된다.


‘빠뜨리지 말고 싹 다 챙겨.’


게임 스트리머가 핸디캡 플레이를 선보이거나 콘셉트 플레이를 하는 게 아니다. 내가 즐거우려고 하는 것이니 만큼 양심 따위에 연연하지 않고 지나칠 만큼 몽땅 클릭했다.


『태생 특성을 1개(1개, 1개, 1개, 1개, 1개, 1개, 1개) 선택하셨습니다.』

“그렇지. 8개 같은 1개로 선택했다.”

『추가할 능력치를 선택하십시오.』

“오냐.”


다음은 스탯 설정이다.


이 게임은 초반에 설정한 스탯이 끝이다. 레벨업을 한다고 보너스 스탯을 받거나 하는 일이 없다. 다른 게임들과 비교하자면 태생의 특성과 스탯의 설정으로 직업을 선택하는 개념으로 보면 된다.



『종족 : 기가스 (거신의 후예)

근력 : 16 민첩 : 8 건강 : 16

지능 : 6 지혜 : 6 매력 : 4

남은 능력치 보너스 : 4』



기가스답게 기본 스탯이 육체에 압도적으로 치중되어 있다. 저 기본치인 16만 해도 인간계에서는 최강자라 할 수 있고, 근력에 나머지 보너스 능력치를 모두 추가하면 최강의 근력을 자랑하는 몬스터인 오우거의 22에 근접하게 된다.


한편, 건강에 4스탯을 찍을 경우에는 최고의 회복력을 자랑하는 트롤의 22에 근접하는 수치가 된다. 실로 엄청난 육체 스펙이며 여타 종족과는 출발점부터 확연히 다른 셈이다.


그러나 치트 플레이어에게는 이조차도 부족하다.



『종족 : 기가스 (거신의 후예)

근력 : 32 민첩 : 32 건강 : 32

지능 : 32 지혜 : 32 매력 : 32

남은 능력치 보너스 : 32』


시스템 설정상 최대치라 할 수 있는 올 스탯 32.


보너스 수치고 0이면 왠지 섭섭할 것 같아서 여기에도 32를 남겨뒀다. 이 정도면 오우거와 힘 자랑하는 수준을 넘어서 찢어버릴 수준이고 팔이 잘리면 주워서 가져다가 대는 것만으로 붙어버리는 정도다. 애당초 팔이 절단나는 사고 자체가 발생하지 않을 내구력이고 말이다.


이제 즐기기 위한 게임을 위한 준비가 완료됐다.


게임을 실행하자 일전에 멈췄던 오프닝 영상이 다시금 이어졌다.



[남자는 묘한 미소를 지었다. 일기장에서 추억으로 이어졌던 그의 시선은 아득히 먼 곳을 응시하고 있었다. 이윽고 머나먼 저편에서 소파에 앉은 한 사내와 마주했다.]

[음료와 주전부리를 쥔 채 웃고 있는 사내였다.]



기분 좋게 맥주를 마시며 관람하던 나는 화면 속 메시지에 오싹함을 느꼈다. 소름이 짜르르 돋아났고 쥐고 있던 맥주 캔과 화면에서 출력되는 메시지, 그리고 송곳처럼 파고드는 시선에 마른침을 삼켰다.


화면 속 오프닝 영상의 남자.


왠지 그가 나를 보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그때 한 가지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지금 내가 보고 있는 오프닝 영상들은 공략집을 찾아본답시고 여러 차례 접해본 디바이너의 플레이 영상들과 매우 다르다는 사실을 말이다. 맹세코 지금과 같은 장면은 본 적이 없었다.



[남자는 복잡하고 다채로운 감정의 파고들을 느꼈다.]

[그것은 흡족하리만큼 익숙했다. 공포, 두려움, 혼란, 나약함의 감정들이었다.]

[남자가 웃었다.]

[사내는 경악했다.]



소스라치게 놀라며 게임 패드를 떨어뜨렸다.


화면 속, 오프닝 영상의 남자에게는 이목구비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찰흙 반죽처럼 주물럭거리는 얼굴에는 복사해서 붙여넣은 것처럼 차츰 나와 똑같아져 갔다.


‘악몽을 꾸는 중인가? 맥주 몇 모금에 취했어? 젠장. 주말 게임을 하려던 건데 선 채로 잠 들었나··· 내가 왜 이러지?’


고개를 흔들어 정신을 차리려고 했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화면 속에서 광풍이라도 맞은 듯 미친 듯이 펄럭이던 일기장이 확대되어가더니 화면 바깥으로 나오는 것을 보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화면에서 저만치 밀려버린 메시지가 찌그러진 글귀를 토해냈다.



[남자는 너머의 시선을 잡아 일기장으로 인도했다.]

[비어있던 페이지를 채우고 싶었던 마음은 같았던 걸까. 사내 역시 피하지도, 도망치지도 않은 채 그 인도를 받아들였다.]



그 순간.


쫙 펼쳐진 책장에서 거대한 손이 삽시간에 뻗어 나왔다. 천장까지 닿고 방 전체를 집어삼킬 것처럼 큰 손이었다. 저런 게 덮쳐오는데 내가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엇’하는 순간 잡혀버렸다.


이윽고 손은 어딘가로 내 몸뚱이를 내팽개쳤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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