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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스티아 님의 서재입니다.

차원 왕좌 연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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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엔젤로
작품등록일 :
2024.03.07 02:48
최근연재일 :
2024.05.19 19:43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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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7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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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19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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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모이게 되다

DUMMY

진성이형이 거실로 들어왔다.


케니 일행은 모두 진성이형을 아는 것 같았다. 그들은 진성이형을 ‘진스’ 라고 부르고 있었다.




“하. 율아. 결국 이 사람들 만났네.”


진성이형은 케니경 일행을 살짝 보고는 나에게 말했다.


“그럼 다 들었겠구나. 케니경, 어디까지 말하셨죠?”


“지스트라드, 슈페르트의 지스트라드 자네가 맞나?”


“그거 참 오랜만에 듣는 이름이네요.”


진성이형이 살짝 웃으며 답했다. 웃는 표정이 그렇게 밝지만은 않았다.


“역시, 자네는 살아 있었군. 랭스턴 경을 따라 간거였어.”


처음부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던 데미르가 말을 꺼냈다. 기다리기도 했다는 듯이. 미헬과는 또다른 중저음의 목소리였다. 처음 인사할 때 살짝 들었지만, 말이 길어지자 확실히 깊은 목소리였다.


“데미르경 인가요. 경을 이렇게 보다니, 신기한 일이군요. 왕국의 수호자, 임무지를 절대 떠나지 않는 철벽의 기사가 여기까지 왔다니. 이건 또 처음 보는 대사건이네요.”


그 말에 데미르경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다시 침묵에 빠졌다. 하지만 표정은 여러 말을 하고 있었다. 더 이상 대답할 이유가 없다는 얼굴이었다.


“역시 ‘침묵의 기사’라는 별명이 어디 가진 않는군요.”


“그냥 자네의 그 말에 할 말이 없을 뿐이다. 필요한 말만 하자는 주의라.”


“압니다. 주군이 물으면 무조건 답하지만 다른 사람이 물으면 꼭 답을 듣는다는 보장이 없는 사람이라는 거.”


진성이형은 이번엔 유진을 바라보았다.


“유진인가. 우리, 처음보는 사이지? 나는 아기때 봤는데.”


“사진은 많이 봤어요, 형. 그래서 그런지 친근하네. 그리고 슈페르트 가문과도 친해서 이야기는 많이 들었어요. 갑자기 사라졌다고 다들 걱정했다고요. 설마 여기 와 있을줄은 몰랐지.”


유진이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처음 본 사람을 대하는 것 같지 않게 거침이 없었다. 그게 원래 성격인 것 같았다.


“그래, 날 보고 대뜸 형이라고 부르는 거 보고 그럴 줄 알았다. 하이츠 가문이라면 우리랑 친하니까.”


“할아버지 대에서 하이츠 가문으로 시집간 분이 계시니, 멀리 보면 친척이니까요!”


“우리 할머니가 하이츠 분인건 사실이지. 그 전부터 가깝게 지냈어. 그래서 혼약을 맺게 된거고.”


“그런가요. 그런 이야기 까지는 듣지 못해서.”




미헬경을 보고 살짝 웃으며 인사한 진성이형의 시선이 다시 케니경에게로 향했다.


“랭스턴경의 일은 유감입니다, 미헬경.”


눈은 케니경을 보고 있었다.


“아니, 이건 제가 유감스럽다고 해야 할까요. 케니경, 여러분. 너무 늦으신 거 아닙니까.”


형이 담백하게 말하자 모두 그와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다들 얼굴도 붉어졌다.


“들었나 보네요. 원래 여러분이 왔어야 할 시기에 랭스턴경이 죽었어요. 저는 기억에도 문제가 있어서 제대로 아는 게 없어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모르고 지켜보기만 해야 했다고요!”


진성이형의 슬픈 외침이 거실에 울려퍼졌다.


“다들 뭐라고 말 좀 해 봐요! 변명이라도 해 달라고요!”




진성이형이 살짝 진정되자, 케니경이 입을 열었다.


“음. 진스군. 그대가 듣기에는 결국 변명일 뿐이겠지만 상황이 복잡하게 돌아갔네. 예정에 맞춰 작업을 시작했지만 방해가 들어왔어. 그래서 피해다니며 진행하느라 늦어졌네. 여기 와서도 이곳까지 오는데 며칠 걸렸고.”


“방해라··· 역시 그자가 움직인 건가요.”


“그래, 그자가 움직인 것 같네. 측근들 중 이렇게 상황을 조율할 만한 인재는 그 자밖에 없지 않나.”


“하. 여기 온지 얼마 되지 않아 가스코인 부부가 죽은걸 보고 예상과 다르게 꼬였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정말 철저하네요. 이렇게 시간이 지났는데 이 정도 추적이라니.”


“어느 정도 예상은 했던 거 아닌가. 랭스턴경은 그런 상황도 염두에 두었던 거 같네만.”


“맞아요. 저는 생각도 못했는데 랭스턴경은 추적이 이어질 걸 걱정해서 여러 준비를 해 두셨죠. 전 결국 도움이 되지 못했지만.”


“아까부터 그게 이상했네. 자네, 아무것도 몰랐다는 그 반응은 뭐였나.”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에요. 기억에 혼란이 있어서. 저기 저···”


“공자.”


“그래요, 저기 공자와 같이 기억을 잃었어요. 지금은 기억이 돌아오고 있어서 이렇게 대화하고 있지만. 처음 기억이 돌아올때는 정말 당황했다고요.”


진성이형의 표정이 가관이었다. 당황, 어이없음, 기쁨등의 표정이 번갈아가며 떠오른 얼굴에는 슬픔이 떠오르고 있었다.




내가 보고있다는 걸 이제가 깨달았는지, 형이 나와 시선을 마주쳤다.


“율아, 카일. 당황스러울거야. 내가 갑자기 다른사람 같지?”


“확실히 놀랐어요, 진성이 형. 형이 할아버지 이야기를 전해줄 땐 아무것도 모르는 거 같더니 갑자기 이래서.”


“몰랐어. 가이아에서의 기억이 없었거든. 어느 순간 가이아에서의 기억이 사라지고 이곳에서 살기 위해 만든 과거 기록이랑 프로필이 진짜인 것처럼 기억속에 자리잡았거든. 랭스턴경은 차원이동의 여파라고 하셨지, 아마.”


진성이형의 얼굴에 그리움이 묻어나왔다. 할아버지의 죽음은 지금의 형에게 더 큰 충격으로 다가오는 듯 했다.


진성이형은 지구의 사람이고, 철저히 지구에서의 인연이라고 생각했는데 형도 나와 같이 가이아에서 왔다니. 지구에서의 생활의 뿌리 하나가 사라진 느낌에 배신감이 들었다. 동시에 내 상황을 이해해 줄 사람이 나타났다는 것에 대한 안도감도 느껴졌다.




“그런데, 진스군. 급한 일이 있었던 거 아닌가? 아까 통신 내용엔 급한것 같더니만.”


“아, 그래요. 지금 인사가 중요한 게 아니지. 그런데 통화 내용은 또 어떻게 알아요, 이 양반아.”


“양반··· 그건 또 무슨 표현인가. 아, 귀족이라는 의미인가 보군.”


“그래서 어떻게 아시냐고.”


“그건 옆에 유진군의 능력이 그 쪽이라··· 아니, 이게 중요한 게 아니지 않나.”


“넵. 오랜만에 만나서 계속 말이 새네··· 라고 말하고 싶지만, 일부터 살짝 돌렸어요.”


“그래서, 무슨 일인가?”


“꼬리가 붙었어요. 추적이 제 쪽으로 왔다고요.”


“꼬리?”


케니경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유진은 이해한 것 같았다.


“랭스턴경을 죽인 사람들과 같은 측에서 진스 형 쪽으로 추적이 붙은건가요?”


“맞아. 이해가 빠르네. 가이아에서 보낸 사람이 내 쪽으로 붙었어. 기억이 혼란한 상태에서 처리하느라 힘들었지. 그 중에 좋은 일이라면, 그 사람들 만나고 기억 회복이 빨라진 느낌이야.”


진성이형은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다는 얼굴로 말했다.


“그럼 진성이 형, 설마 싸우고 온 거에요? 아까 전화도 그거였고?”


“맞아. 전부 처리하고 바로 걱정되서 너한테 전화부터 한거야. 다행이 우리측 일행인거 같아서 안심했지만.”


형이 태연하게 내 질문에 대답했다. 형의 말을 듣자 확실히 내가 알던 변호사 이진성과 가이아의 진스 슈페르트는 같으면서도 다른 사람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진하게 지내던 진성이 형이 사라지고 그 자리를 덮어씌운 느낌이라 잠시 슬퍼졌다.


“야, 그렇다고 ‘이진성의 죽음을 추모합니다’ 같은 표정은 짓지 마. 나는 엄연히 같은 사람이라고. 평소 성격은 똑같았으니까.”


내 표정의 의미를 바로 이해한 진성이 형이 말했다. 웃는 얼굴이었다. 나도 웃으며 말했다.


“하긴, 승률 100%의 변호사라는 별명보다 폭력 변호사라는 별명으로 더 유명했으니까요. 흐흐흐.”


“아, 너 지금 그걸 꺼낼 건 아니지.”


케니경 일행은 멍한 표정으로 진성이 형을 보았다. 기억을 잃고도 예전과 비슷했다는, 그 이야기에 살짝 놀란듯 했다.


“예전엔 조용했는데···”


···그게 아니었나보다. 원래 전혀 폭력적이지도, 이렇게 밝지도 않았다는 건가. 미헬경의 표정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그래서, 어떻게 됐나. 추적은 정리했겠지?”


케니경이 진성이형에게 다시 진지한 표정으로 물었다.


“물론이죠. 깔끔하게 정리하고 또 추적이 붙었을까봐 몇군데 포인트 찍고 왔어요. 따라붙는 녀석들 없는 것도 확인했고요.”


“자네라면 깔끔하게 정리했겠지. 어렸을 때부터 기사 교육은 철저하게 받았을테니.”


“좋아하지도 않는 공부 하느라 힘들었지. 그게 이렇게 도움될 줄 알았으면 더 열심히 해 둘건데.”


진성이 형이 질렸다는 얼굴로 말했다.


“아, 너석들은 처리했는데··· 아무래도 더 있는 것 같아요. 생각보다 숫자도 적었고.”


“숫자가 적어?”


“가이아인의 숫자가 그렇다고요. 지구 사람이 다수 섞인 일행이었어요. 이쪽에서 사람을 고용한 것 같더라고요.”


“음. 그럼 남은 사람들이 있겠군. 예전부터 있었거나···”


“아니면 우리를 따라왔을거에요. 이건 우리의 실수려나요.”


유진이 침울한 표정을 조용히 말했다. 유진의 감정 변화가 극적이었다.




“위험하군. 추적이 이쪽으로 붙을수도 있겠어.”


잠시 조용하던 거실에 조용한 소리가 울렸다. 데미르경의 목소리였다.


“철벽의 기사가 하는 말이라면 믿을만 하죠. 전술적인 예측 능력이 뛰어난 분이니까.”


진성이 형이 첨언했다.


“그렇게 비꼬는 얼굴로 말하면 누가 자네가 진짜 그렇게 생각한다고 믿겠나.”


“진심이에요. 표정은 우리 철벽의 기사님을 대하는 제 기본일 뿐이죠!”


“그래, 자네는 원래 그런 사람이니까. 그보다···”


“네, 아무리 따돌렸다고 해도, 이쪽이 발견될 가능성이 아예 없다고 하긴 어렵죠. 마법으로 추적하고 있다면 더 쉬울거고.”


모두 진성이 형에게 시선을 던졌다. 같은 예상이라는 얼굴이었다.


“그리고 랭스턴경의 죽음으로 우리의 신분이 드러났다는 건 확실해 졌어요. 세실 이모가 죽은 시기를 생각해 보면 훨씬 더 이전에 알려졌다고 추측해 볼수도 있지만 그동안 흐른 시간을 생각하면 그때 온 암살자들은 돌아가지 못했거나 죽어서 보고를 못한 것 같고요.”


“그 말이 맞네. 나도 그렇게 생각했어. 결국 우리에게 따라붙은 새로운 꼬리 때문에 랭스턴경이 죽었다는 건가.”


데미르경이 먼저 답했다. 그리고 뒤를 이어 케니경이 말했다.


“데미르경과 진스 두사람이 같은 생각이라면 확실하겠지요. 하지만 우리 때문은 아닐겁니다, 경. 우리를 추적해 정확한 차원 코드를 알아내기는 했겠지만, 이미 다른 차원으로 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건 확인되었으니 이번 일도 오랜 기간 준비한 일이었겠지요.”


“결국 우리를 통해 온건 바뀌지 않습니다, 케니경. 결과는 인정해야합니다.”


“그 말도 틀리지 않지요. 우리의 행보가 저들의 추적에 도움이 된 부분이 없다고 하긴 어려우니.”


케니경이 어두운 목소리로 대꾸했다. 표정 역시 목소리처럼, 목소리보다도 더 어두웠다.


“자, 자아성찰 잘 들었고요.”


진성이 형이 다시 끼어들어 말했다.


“그래서 제가 처음부터 말했잖아요. ‘원래 여러분이 왔어야 할 시점에 랭스턴경이 죽었다’고. 그게 제 분노의 이유라고요.”


한없이 비꼬는 목소리였다.


“자네의 말대로 우리 행보의 결과가 결국 랭스턴경의 죽음으로 돌아온 거군. 공자를 모셔가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일 이었으니, 결국 피할 수 없는 결과였다는 건가.”


케니경이 우울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아니죠. 제 말은 그게 아니에요. 여러분의 움직임과 상황이 엮여 있는 건 부정할 수 없어요. 간접적으로는 확실히 연관이 있죠.”


“간접적으로···?”


“네. 간접적으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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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만나게 되다 24.05.19 3 0 11쪽
2 알게 되다 24.04.09 3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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