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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스티아 님의 서재입니다.

차원 왕좌 연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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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엔젤로
작품등록일 :
2024.03.07 02:48
최근연재일 :
2024.05.19 19:43
연재수 :
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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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7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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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07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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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쪽

혼자가 되다

DUMMY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 혼자 나를 키워주신 분이, 유일한 나의 혈육이, 돌아가셨다.


나는 부모님을 본 적이 없다. 어릴 때 사고로 돌아가셨다는 것만 안다. 자세한 건 아무도 나에게 말 해 주지 않았다. 할아버지는 부모님 이야기를 물어볼 때 마다 슬픈 표정만 지으시곤 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할아버지의 장례식장. 찾아오는 사람이 많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거물이라고 할 만한 사람들이 그 중 반 이상이라는 사실에 놀랐다. 대기업 회장과 부회장(혹은 그의 비서), 그런 이들의 아들이나 딸들, 유명 중소기업의 사장, 유명 교수들, 의사들... 진짜 올랐던 건 따로 있지만.


그 중 내 곁을 계속 지켜준 사람이 이 변호사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장례 절차같은 복잡한 일을 모두 도와주신 분이다.


국내 최대 로펌의 시니어 파트너. 승률 95% 이상의 유명 변호사. 사실상 승률 100%의 변호사다. 패소의 대부분이 대기업을 상대로 한 변호에서 편법과 불법을 오가는 상대에게 진 것 뿐이니까.


그리고, 이 변호사가 할아버지의 개인 변호사다. 변호사 이진성.


"이 율씨, 조금 있다 잠시 시간 좀 내 줄 수 있을까요?"


"어차피 오는 사람도 많지 않으니까 시간은 많아요."


변호사님의 알에 따르면 올 사람은 이미 다 왔다는 모양이다. 그러니 이제 남는 게 시간이었다.


"이율씨 할아버님께서 남기신 유산이 생각보다 복잡합니다. 자세한 건 나중에 말씀드리겠지만, 바로 처리해야 할 문제가 있어서요."


"유산이요?"


"네. 할아버님께서 남기신 게 많습니다. 아니, 많다는 표현으로도 부족하죠. 이율씨에게는 숨기셨지만, 재산도 상당하고요."


"재산이요? 그러고보니 할아버지가 하신 일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었네요."


"자리를 옮기죠. 자세한 건 누가 들어서 좋을 게 없으니까요."


할아버지가 부자라는 건 알고 있었다. 한 번도 돈 걱정 같은 건 해 본 적 없었고, 사달라는 건 뭐든지 사 주셨다. 학비도 놀라울만큼 비쌌던 걸로 기억한다.


"우선 지금 처리해야 할 문제는 주식입니다. 아까 대기업 회장님들 온 거 보셨죠? 대부분이 할아버님이 회사 주식을 꽤 많이 쥐고 있어서 찾아온 겁니다. 나머지는 도움을 받았거나 진짜 친분이 있어서 온 거죠. 중소기업 사장님들은 아예 지분을 과반 가까이 쥐고 계신 것도 있습니다."


이것만으로도 상상 이상이었다. 대기업이라고 말했지만, 재계 순위권 화사들이었고, 중소기업이라고 했지만 사실 큰 규모의 회사들이었다.


"주식 문제라고 했지만, 사실 더 복잡해요. 그건 나중에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 할아버님께서 보유하셨던 주식 중에 유언으로... 유언은 아니지만, 제게 오청하셨던 말씀으로 일부는 처분하라고 하셨어요. 그건 돌아가신 직후에 이미 처리되었습니다. 하지만, 상속받으신 주식 중에..."


여러 복잡한 이야기가 나왔다. 사실 대부분 알아듣기 어려웠다. 쉽게 설명해 달라고 하자, 할아버지가 가지고 있던 주식들 중에 우선 살 권리, 지분을 휘두르지 않을 것, 등이 명시된 주식이 있다고 했다. 그걸 그대로 받을지, 아니면 내용을 바꿀지, 내가 결정할 수 있도록 설정되어 있다고도 했다.


그걸 지금 당장 해야한다는 이야기였다. 저기 회장들이 찾아온 후에 비서들이 따로 이야기하고 갔단다. 그걸 왜 장례식장에서 이야기했냐고 물었더니 변호사님은 아마도 저쪽도 상속 문제로 복잡한 곳도 있고 정부에서도 따로 요청이 와서 그럴거라고 했다.


그래, 진짜 놀랐던게 그거다. 대통령 비서실에서 찾아왔다. 친분이 있었던 게 대통령인지 비서실장인지 확실하지는 않지만, 비서실장이 찾아와 조문했다. 바로 가는 것 같았는데 따로 대화를 나누고 갔던것 같았다.




장례절차도 모두 끝나고 일주일이 지나갔다.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 알 수 없었다. 자고 일어나니 지나가 있더라. 할아버지는 무덤이 남는 게 싫다고 하셔서 화장으로 마무리했다.


그리고 지금, 진짜 당황스러운 일을 겪었다.


"어... 잘못 적은 거 아닌가요? 그런 분이 없는데요?"


법적으로 성인이 되고 주민등록 발급을 위해 주민센터를 찾아왔는데, 할아버지와 나를 전산에서 찾을 수 없다는 거다. 주민등록 등본을 확인해 보려 했지만, 역시 아무것도 없었다.


"이거, 잘못 알고 계신 거 같아요. 다시 확인하고 찾아오세요."


그렇게 쫒겨났다. 그리고 안쪽에서는 "신고해야 하는 거 아냐? 불법체류 일수도 있잖아." 같은 이야기가 들려왔다.


그런 이야기를 듣는 게 특별한 일은 아닐거라고 생각한다. 어딜 보나 내 외모는 혼혈이었다. 그 유명한 배우들 중에도 있잖아, 동서양 혼혈로 핸섬한 배우. 꼭 내가 잘생겼다는 건 아니고. 덕분에 많은 일을 겪었다. 오해도 많이 받았고.


여튼 외모도 그렇고, 외국인 아니냐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다.


그러고보면 이상한 건 또 있었다. 외국인 학교에 다닌 것이다. 초등학교때는 일반 학교에 다녔던 거 같은데, 중간에 외국인 학교로 옮겼다. 자세한 사정은 몰랐다.




집으로 돌아와 몇시간 동안 거실에 멍하니 앉아있었다. 어떻게 된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어릴때는 몰랐고, 그동안 알려고 하지 않았던 일들이 갑자기 한번에 덮쳐왔다. 그 때 변호사님이 생각났다. 여유가 생기면 전화하라는 문자도 왔었다.


"아, 변호사님이 있었지. 아시는 게 있을 거야."


한참동안 전화를 받지 않았다. 마음이 급해서 두어번 다시 했지만, 바쁜 것 같았다. 왠지 마음이 더 급해졌지만, 차분하게 기다려 보기로 했다. 막 점심 지나고 한창 바쁠 수도 있으니까.


저녁이 다 되어서 전화가 왔다. 3시간 정도 지난 시간이었다.


-이율씨, 무슨 일 있어요? 여러 번 전화하셨네.


"변호사님. 오늘 이상한 일을 겪어서요."


-음. 무슨 일인지 대충 알 거 같네요. 안그래도 며칠 내로 찾아가려고 했어요. 할아버지가 따로 말씀 안하셨죠? 일단 가서 금고 열어 봐요.


"저 아직 아무 말도 안했는데요?"


-신분 문제 때문에 잖아요. 부지런하기도 하셔라. 그런데 금고는 한 번도 안 열어보신 것 같네요. 금고 열어보면 무슨 말인지 알거에요.


그 말만 하고 전화가 끊겼다. 금고를 확인 한 후에 다시 연락하라는 말만 남겼다.


"금고라면 서재 금고를 말하는 거겠지? 서재 금고 비밀번호는 모르는데..."


할아버지 서재는 자주 들어가 봤다. 서재에는 재미있는 책들이 많아서 어릴 때부터 놀이터였다.


금고 앞으로 다가가자 소리가 울렸다.


-바른 위치에 서 주십시오.


이런 건 없었던 거 같은데. 어떻게 해야 할 지 몰라 그냥 서 있자 다시 알림이 울렸다.


-표시된 위치에 발을 맞춰 서 주십시오.


바닥을 둘러보자 아까는 보이지 않던 발 모양 표시가 보였다.


-확인중. 정면을 바라봐 주십시오. 확인 완료. 정보 재등록중. 마스터 권한 설정 등록. 환영합니다.


멘트가 지나가고 금고 앞에 스크린이 떳다. 알아보기 힘든 내용들이 빠르게 지나가고, "등록 완료" 라는 문장과 함께 금고가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다가가 금고 문을 열려고 했다. 하지만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금고실 개방. 좌측 입니다.


알림과 함께 왼쪽 벽이 움직였다!


"금고가 위장이었어? 할아버지, 이런 말은 없었잖아요... 금고 여는 것도 몇 번 본 거 같은데."


안으로 들어가자 모니터와 서버가 먼저 눈에 띄었다. 한창 작동하고 있는 서버는 저택 내 관리 용도였다. 어디 있는지 항상 궁금 했었는데 여기에 있었다니.


내가 찾는 물건은 한쪽 선반에 있었다.


선반 위에는 할아버지와 "내 여권"이 있었다. 한국 여권이 아니었다.


"미국 여권?"


의심은 했었다. 외국인 학교에 다녔다는 점. 한 번도 투표 같은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는 점. 신분 증명이 필요할 때 할아버지도 나도 항상 여권만 사용했다는 점.


여권 옆에는 다른 서류들도 있었다. 이중국적에 관한 서류, 국적 포기에 관한 서류. 종이로 처리해야만 하는 서류들은 선반에 있었고, 다른 정보들은 모니터에 띄워져 있었다. 주식 관련 내용들이나 재산 관련 내용들이었다.


국적 포기에 관한 종이에 나온 내용에 따르면, 나는 이중국적자였다. 아니, 이중국적자 였었다. 서류의 내용은 한국 국적 포기에 관한거였다. 몇년 전에 할아버지가 싸인하라고 한 서류가 그거였다는 게 이제서야 떠올랐다.


모니터에 뜬 내용들도 확인했다. 그냥 보기에도 할아버지의 재산이 생당했다. 건물도 있고, 땅도 있었다. 대부분은 주식이었다. 자세한 내용을 확인하려는데 잠겨있는 폴더가 있었다. 아무리 시도해도 열리지 않았다. 그 때 알림이 울렸다.


-마스터 인증 필요. 위치에 서 주세요.


전과 같이 바닥에 표시가 떴다. 그 위에 서자 다시 알림이 울렸다.


-인증 완료. 보안을 해제합니다


화면을 보자 잠겨있던 폴더가 열려있었다. 여러 문서가 있었는데, 그 중에는 부모님에 관한 내용으로 보이는 문서도 있었다. 심장이 미친듯이 뛰기 시작했다.


“할아버지 한테 물어봐도 한 번도 말해주지 않았는데··· 이렇게 보게 되네.”


문서를 열어보려고 하는데 갑자기 벨이 울렸다. 정문 초인종과 연결되어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화면이 꺼졌다.


-보안 시스템 발동. 외부인이 방문했습니다. 정문을 열까요?


“어? 얼어줘.”


아무 생각없이 말로 질문에 대답했다. 그 후엔 더 놀랐다.


-정문을 개방하겠습니다.


“뭐야, 음성인식이었어? 이런 게 있다는 건 평생 살면서 몰랐는데?”


-음성인식 시스템은 마스터와 인증받은 관리자만 사용 가능합니다.


“와, 할아버지 편하게 사셨네. 그러면서 이걸 나한텐 말해주지도 않았다는 거지? 어디까지 적용되는데?”


-저택 내 모든 시스템을 음성 인식으로 사용 가능합니다.


“와··· 이건 좀 너무했다.”


-방문자가 정문을 통과했습니다. 보안을 위해 관리실 폐문을 추천드립니다.


“아, 그렇지. 이건 할아버지도 숨긴 거니까.”


선반 위의 여권과 문서를 들고 밖으로 나갔다. 서재 밖으로 나가자 뒤로 금고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아, 관리실 이라고 했었지.





응접실로 나가자 변호사님이 들어왔다. 나와 통화 후 바로 오신 것 같았다.


“금방 오셨네요?”


“네? 통화 하고 벌써 2시간은 지났는데요?”


“네?”


밖을 보자 벌써 어두워져 있었다. 시간을 확인하자 7시였다.


“아··· 이거 확인하느라 당황해서 시간 가는줄도 몰랐네요.”


손에 든 서류를 변호사님에게 내밀었다. 전부 확인한 변호사님이 말했다.


“그럴 거 같았어요. 이거, 제가 준비한 거거든요. 등록이랑 후처리는 다른 변호사를 맡겼나 보네요.”


그레서 전화했을 때 알고 있었나 보다.


“자세한 사정은 저도 모르지만 이율씨는 한국, 미국 이중국적자였어요. 할아버님도 미국 국적이셨고. 제게는 이율씨가 성인이 되기 1년 전에 한국 국적으로 포기하는 걸로 서류를 만들어 두라 하셨죠. 작년에 완료된 걸로 나오네요.


이것도 모르는 일이었다. 할아버지가 미국인이었다니. 그래서 여권만 사용했었나보다.


“아, 오늘 찾아온 이유는 이것도 있지만, 더 중요한 게 있어서에요. 저번에 장례식장에서도 말씀드렸죠? 복잡한 문제가 엮여있다고.”


“아, 네. 그러셨죠. 뭔가 꼬인거 같던데.”


“할아버님께서 보유하셨던 주식에 대한 권리 같은 문제는 그 때 말씀드린대로 처리했어요. 그건 문제가 아니에요. 진짜 문제는 정부와 관련된 거죠. 아마 그래서 한국 국적 포기를 원하셨던거 같기도 해요.”


“정부요? 엮인 게 있나요?”


“보유하신 건물과 땅, 주식 중에 예전 정부에서 보증하고 기업들과 거래한 것들이 있거든요. 이게 여러 절차상 문제와 사회 통념상 문제가 엮여서··· 아, 예전 정부라는 건 꽤 오래 전 이야기에요. 부패가 심할 때의 정부 이야기죠.”


“그럼 어떻게 해야 하죠?”


“기업과 개인의 일이지만, 정부가 중간에 낀 형태로 보여서, 복잡해요. 개인적으로는 전부 처분하고 관계를 정리하는 걸 추천드려요. 대기업들과 엮인 부분도 깔끔하게 정리하고 친분과 공식적인 거래만 남기는 게 좋을거에요.”


역시 이런 이야기는 어렵다. 할아버지에게 많은 걸 배웠지만, 너무 많은 정보가 한꺼번에 몰려오자 정리가 되지 않았다. 이럴 땐 전문가의 손을 빌려야지.


“그럼 그렇게 해 주세요. 최대한 깔끔한 것만 남기는 걸로. 할아버지가 원하신 게 그거 같으니까.”


“알겠습니다. 그럼 그렇게 하는 걸로 알께요.”



스륵. 지지직.



“고마워요, 진성이형.”


“그래요, 이율씨. 이게 어울려요. 계속 변호사님, 변호사님 하니까 이상했잖아. 이사장님 돌아가시고 너무 공적으로 대해서 나도 그러느라 힘들었네.”


역시, 이게 편하다. 그런데 방금 뭔가 이상했는데.


“그러고보니, 이제 이율씨가 아닌가? 미국 여권엔 이름이 뭐라고 되어 있어요?”


“그거도 항상 제가 쓰던 이름이에요. 카일 리.”


“그래요, 좋아요, 카일. 음, 카이-일. 카-일.”


“그냥 편하게 불러요. 어색해 보여.”


“그래, 그래. 율씨. 카일. 이제 표정이 좀 밝아 보이네. 그런데, 어쩌나, 또 어두운 이야기를 해야 할 거 같은데.”


진성이형의 표정이 갑자기 어두워졌다. 무거운 주제가 나올 거 같았다.


“무슨 일이에요, 갑자기.”


“율씨, 잘 들어요. 할아버님, 아무래도 살해당하셨을 수도 있을 거 같아.”


쿵.


갑자기 무슨 소리일까.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들은 거 같다.


“당황한 거 알겠는데, 처음부 부검 했던 거 알죠? 그거 내가 요청한 거였거든. 당시 부검 결과도 어딘가 이상했어. 그래서 확인해 봤는데···”


더 듣고싶지 않았다. 이걸 듣고 나면 일상이 무너질거라는 예감이 들었다.


“아무래도 평범하게는 검출되지 않는 독 같은 걸로 살해당하셨을 가능성이 있어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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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만나게 되다 24.05.19 3 0 11쪽
2 알게 되다 24.04.09 3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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