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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대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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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3.12.03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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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06 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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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06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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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3. 첫 임무

DUMMY

“후우!”


서서히 원래의 시야가 돌아오고 나서 큰 한숨을 쉬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에 보인 장면에서 나는 큰 위기에 빠져있었다.


화가 나는 것은 결말을 보여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사람을 화나게 하는 방법은 말을 하다가···.

어쨌든 그런 것이다.


다행이라면 나 하나를 노린 그런 사건은 아니었다. 아직 만나보지도 못한 윌터스 마법사와 아마도 수행 인원으로 보이는 계약 용병들 몇 명을 포함한 일행 전부가 위험에 빠진 것이다.


지금이라도 달려가 이 임무 말고 다른 일을 하겠다고 하면 위험에 빠질 일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그게 과연 옳은 행동일까?


갑자기 생긴 이 능력으로 인해 벌써 이득을 보긴 했지만, 아직 이 능력이 어떤 원리로 작동하는 것인지 알지 못한다.


지난번에는 과거의 일을 보여줬다면 이번에는 며칠 후의 미래의 일이다. 대단한 능력이다. 그렇지만 대마법사의 경지에 닿은 마법사가 목숨을 걸고 얻을만한 능력이냐고 하면 그것은 또 아닌 것 같다.


스승님은 정말로 이 능력을 얻기 위해 목숨을 건 실험을 하셨던 걸까? 나도 성공한 실험을 스승님이 실패했다는 것도 믿기지 않는다.


침대에 걸터앉아 한참을 생각한 끝에 나는 이 임무를 그냥 맡기로 했다. 어떤 것 때문에 위험해지는 것인지는 알고 있다. 그런데 그것이 미리 준비만 한다면 벗어나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은 것이다.


여기서도 나에게 두 가지 선택지가 생긴다. 나 혼자만 위험에서 벗어날 것이냐. 아니면 윌터스를 포함한 일행까지 구할 것이냐.


첫 번째로 나 혼자만 위험에서 벗어날 경우 운이 좋다면 정식마법사의 유품을 내가 거둘 수 있을 것이다. 비록 고위마법사가 아닌 정식마법사라고 해도 몸에 걸치고 다니는 마법 물품들의 가격은 상상을 초월한다.


두번째로 윌터스를 구하고 정식마법사에게 은혜를 입혔을 경우 상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어느 쪽이든 내가 손해 볼 일은 없다. 물론 이 결정은 마지막까지 보류할 것이다. 


다가올 위험에 대비할 준비는 어렵지 않았다. 상점가에 가서 몇 가지 물건들을 구입하는 것뿐이었다.


지난 7년 동안 내가 놀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비록 생활비가 직접 벌어서 써야 했지만, 적어도 밥은 마탑에서 제공해줬기에 굶을 일은 없었고 생활비를 벌기 위해 밖으로 나도는 시간을 제외한다면 대부분의 시간을 공용도서관에서 시간을 보냈다.


딱히 그 외엔 할 일이 없기도 했을뿐더러 앞으로 살아가는데 필요한 지식을 쌓는 것은 중요한 일이었다. 처음으로 공부한 덕을 보는 것 같았다.


이틀이 지나고 마탑 앞의 약속 장소로 나가자 나는 이미 한번 본 적이 있는 계약 용병들이 먼저 나와 기다리고 있었다.


“산 강아지 퇴치 의뢰 호위를 맡은 분들이시죠?”

“예, 그렇습니다.”

“이번에 함께하게 된 회색의 링크스입니다. 잘 부탁합니다.”

“아, 우리도 잘 부탁합니다.”


세 명의 용병들은 이렇게 먼저 예의 바르게 자신을 소개하는 마법사는 처음 보았는지 대단히 당황했다.


그도 그럴 것이 아무리 수습 마법사라고 해도 마나를 사용하는 이들이다. 병기를 사용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고 해도 보통 사람들보다는 월등한 신체 능력을 가진다.


무기가 없다고 해도 보통 하급용병 서너명 때려잡는 것은 일도 아니기 때문에 회색 마법사라고 해도 쉽게 대할 수는 없었다.


마탑 안에서는 수습, 입문, 정식, 고위 등으로 소개하지만 대외적으로는 로브의 색으로 소개한다.


나도 정말 오랜만에 마법사의 로브를 꺼내 입었다. 수습 마법사의 로브는 회색이다. 이 임무를 끝내고 나면 입문마법사를 상징하는 청색 로브를 새로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용병들과 함께 이번 임무의 전부라고도 할 수 있는 정식마법사 윌터스를 기다렸다. 그런데 약속 시간이 한참 지나서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마법사란 원래 이런 생물이다. 마탑 근처에서 일을 받는 용병들은 이런 것이 익숙한지 누구도 짜증을 내거나 하지 않았다.


“마법사님들이 늦는 것이 자주 있는 일인가요?”

“두어시간 정도만 늦어도 양반 아니겠습니까? 아예 며칠 단위로 늦는 분들도 허다합니다.”


나도 모르게 헛웃음을 터트렸다. 그래도 다행이라면 이번에 만난 용병들은 제법 인성이 좋아 보였다.


용병들의 인성이 좋지 않고 지시를 잘 따르지 않는다면 중간에 낀 보조마법사가 가장 힘들어진다.


얼마 지나지 않아 윌터스가 천천히 마탑쪽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이미 윌터스의 얼굴을 알고 있는 내가 먼저 나서서 인사를 했다.


“안녕하십니까. 이번에 윌터스님을 수행하게 될 링크스라고 합니다.”


윌터스는 나를 힐끔 보더니 고개를 한번 끄덕이고는 말없이 곧바로 준비되어 있던 마차에 올라탔다.


고약해 보이지만, 이 정도면 대단히 인성이 좋은 마법사라고 할 수 있었다. 마법사라는 생물이 원래 그렇다.


이것이 경지가 높아질수록 마나의 영향을 받아 인성이 희미해진다는 말도 있지만 대마법사의 경지에 닿았던 스승님은 대단한 인격의 소유자였던 것을 생각하면 터무니없는 소리였다.


그저 몇십년간 방에 처박혀서 마법 연구만 하다 보니 후천적으로 사회성이 결여된다고 해야 할까? 대부분 어린 시절부터 그런 생활을 하다 보니 인격은 어린아이 시절에 머물러 있는데 강한 힘까지 얻게 되니 그 결과가 이런 것이었다. 


“그럼 우리도 출발하지요.”


용병 한명이 마부 역할을 맡고 나는 그 옆의 조수석에 올라탔다. 나머지 용병 두 명은 마차의 뒤의 짐칸에 몸을 실었다.


목적지까지는 마차의 속도를 생각해 봤을 때 약 3일 정도 걸린다. 그 과정에서 윌터스의 편의를 최대한 봐주며 수발을 드는 것이 바로 보조인 내가 할 일이라고 할 수 있었다. 


모시는 마법사의 성격에 문제가 있다면 대단히 어려운 일이 될 수도 있고 아니면 한없이 편해질 수도 있는 일이다.


3일간의 여행은 정말 아무 일 없이 지나갔다. 윌터스는 극단적으로 말이 없었을 뿐 음식 투정도 없었고 잠자리로 타박하지도 않았다.


그리고 마침내 목적지에 도착했다. 


이번 임무의 토벌 목표인 산 강아지는 흔하다면 흔한 마물이다. 말 그대로 산에 사는 강아지 크기의 마물인데 개와 생김새가 비슷하긴 하지만 털이 하나도 없고 주름이 많아 귀엽지는 않은 외모를 가지고 있다.


크기가 작다고 해도 어디까지나 마물이라. 하급 용병 열댓명 정도는 간단하게 찢어버릴 수 있는 흉포함과 힘도 가지고 있다.


물론 정식마법사 앞에서는 그다지 위협적인 마물이라고 할 수는 없다.


“산에 오르기 전에 마을에서 고기를 조금 구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내 말에 윌터스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윌터스의 허락이 떨어지자 내가 따로 말을 하지 않아도 용병들이 재빨리 움직이기 시작했다.


산 강아지를 잡는 방법으로는 고기를 구워 그 냄새로 유인하는 방법이 가장 일반적이고 유명한 방법이었다.


용병들이 마을을 뒤져 닭 몇 마리와 사냥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보이는 사슴의 넓적다리를 구해왔고 우리는 그것을 들고 산에 올랐다.


꽤 규모가 있는 산이라 오르는 도중 짐을 잔뜩 짊어지고 있는 용병들을 위해 몇 번 쉬어줘야 했다.


산 중턱쯤에 도착했을 때 산 강아지의 흔적을 발견했다. 일부 마물의 용변은 특수한 냄새를 풍기는 경우가 있다. 산 강아지가 바로 그런 경우다.


산 강아지의 용변은 특이하게도 달콤한 과자 냄새가 난다. 그것도 꽤 멀리까지 냄새가 날 정도로 강해서 산 강아지의 용변을 수집해서 방향제로 사용하는 일도 경우도 있다. 물론 아무리 냄새가 좋아도 나라면 절대로 마물의 똥을 방향제로 사용하진 않을 것이다.


“여기가 산 강아지가 다니는 길인 것 같습니다. 근처에 자리를 잡을까요?”


윌터스가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신호로 용병들이 재빨리 흩어져서 일행이 머물만한 곳을 찾았고 근처에서 꽤 괜찮은 자리를 찾아냈다.


산 강아지는 영역을 잘 떠나지 않는 마물이라 흔적이 남은 길이라면 돌아올 확률이 매우 높았다.

그렇다고 해도 영역을 꽤 넓게 사용하기 때문에 하루 만에 일이 끝나면 참 좋겠지만, 며칠이 걸릴 수도 있기 때문에 자리를 잡는 것은 꽤 중요한 일이다.


여러 명이 며칠간 머물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이곳에서 전투가 벌어질 것이기 때문에 마법을 사용하기 좋은 지형인지도 고려해야 한다. 


산 강아지는 작고 빠른 마물이다. 우거진 수풀이나 높은 풀이 있다면 잡기가 어려워진다. 용병이 찾은 야영지는 제법 넓은 공터였으나 풀들이 꽤 높게 자라있었다.


자리를 잡자마자 용병들과 함께 키가 큰 풀을 베어내기 시작했다.


“링크스님은 이런 일에 익숙하시군요.”


능숙하게 풀을 베어내는 모습에 용병 중 하나가 의외라는 듯이 말했다.


“먹고 살려고 안 해본 일이 없거든요.”


어려서부터 돈을 벌기 위해 마탑 밖으로 나가 안 해본 일이 없었다. 생활비를 벌기 위함도 있었지만, 5년 동안 준비했던 실험을 위한 것도 있었다. 사용했던 촉매들이 희귀품이 없었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다른 마법 실험에 비해 상대적으로 그렇다는 것이지 나에게는 큰돈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풀을 베는 작업이 끝나자 막사를 세우고 중간에 불을 피웠다.


모닥불 주위로 옹기종기 모여앉았을 때 윌터스가 처음으로 나에게 말을 걸었다.


“발현한 속성은 무엇인가?”


갑작스러운 질문에 조금 당황했지만, 어렵지 않게 대답했다.


“바람 하나입니다.”


마나를 느끼고 몸 안에 가둘 수 있는 경지를 수습 마법사 그 마나를 발현할 수 있는 경지를 입문 마법사라고 한다. 


이때 몇 가지의 속성으로 발현을 할 수 있는가에 따라 마법사로서 재능을 따지기도 한다. 나는 아쉽게도 남의 시선을 속이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바람 속성 하나밖에 발현하지 못했다.


윌터스는 고개를 끄덕이고 한참 뜸을 들이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나도 처음에는 바람 속성 하나밖에 발현하지 못했지. 하지만 너무 걱정하지 마라.”


윌터스의 손에서 물로 만들어진 검이 만들어졌다.


“때가 되며 나머지는 자연히 따라오는 것”


물로 만들어진 검의 주위를 강력한 바람이 감싸는 것이 느껴졌다. 주위에는 산들바람 정도로 느껴졌지만, 지금 저 물의 검에 닿는 것은 무엇이라도 잘려 나갈 것이다.


“보아라.”


물의 검이 순식간에 얼어붙으며 얼음의 검이 되었다. 그리고 얼음의 검이 윌터스의 손을 떠났다.


너무 빠른 움직임에 윌터스의 손을 떠난 얼음 검이 어디로 갔는지 순간적으로 시야에서 놓쳤다. 그러나 이내 얼음 검이 어디로 갔는지 알아낼 수 있었다.


우거진 숲 저편에서 외마디 비명이 울려 퍼졌다.


“꾸엑!”


순간 나와 용병들이 깜짝 놀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윌터스를 돌아보자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평온한 표정이었다.


아무 말도 없는 것을 보니 일단 산 강아지는 아닌 듯 했다. 용병들과 함께 비명이 난 곳으로 조심스럽게 다가가니 꽤 커다란 멧돼지가 몸에 커다란 구멍이 뚫린 채 죽어있었다.


“고기가 늘었군.”

“간만에 포식하겠군요.”


용병들이 저마다 한마디씩 했지만, 나는 처음으로 본 정식마법사가 사용하는 마법에 몸을 떨었다.


대마법사라고는 해도 스승님이 이런 공격 마법을 사용하는 것은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입문 마법사가 단순히 속성을 발현하는 것이라면 마나를 사용해 세상의 법칙을 뒤틀어 만들어진 힘을 사용하는 것이 바로 정식마법사라고 할 수 있었다.


즉, 수습과 입문은 엄밀히 따지면 마나를 사용하는 것이고 진짜 마법을 사용하는 것은 정식마법사부터라고 할 수 있었다.


용병들이 작은 소란을 피우며 멧돼지의 사체를 수습하고 있을 때 나는 윌터스의 옆자리로 돌아왔다.


안 해본 일이 없다곤 하지만 저런 대형동물의 도축은 해본 적이 없었고 사람이 셋이나 붙어있는데 내가 딱히 도울 것도 없어 보였다.


윌터스가 다시 불쑥 질문을 했다.


“이해했는가?”


앞뒤를 다 잘라먹은 말이었지만, 이해했다. 발현을 바람 하나만 했다고 해도 지금 윌터스는 물과 바람 그리고 그것을 응용하여 빙 속성까지 사용했다. 수련을 하다 보면 다른 속성은 자연히 따라온다는 말이 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예, 가르침에 감사합니다.”


응원이라고 하기에는 다소 이상한 방법이었지만, 사회성이 결여된 마법사라는 것을 생각하면 이해 못할 것도 아니었다.


“다른 속성을 깨우치는 것은 계기만 있다면 어렵지 않다. 물론 체질상 사용할 수 없는 속성도 있겠지. 너무 많은 속성을 가진 것도 좋지만은 않다. 많은 속성을 가진 것이 좋다면 8 속성이나 9 속성을 깨우친 자들은 모두 대마법사가 됐겠지.”

“그렇군요.”


윌터스는 며칠 동안 한마디도 하지 않았던 과묵한 사람은 어디 갔느냐는 것처럼 계속해서 이런저런 물어보지도 않은 이런저런 지식들을 전해주었다.


윌터스는 몰랐다. 아주 작은 호의였지만, 방금 그것이 윌터스의 운명을 바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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