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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기적 님의 서재입니다.

꺼지지 않는 야나르베누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노래기적
작품등록일 :
2020.04.18 07:23
최근연재일 :
2021.09.08 00:07
연재수 :
2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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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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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글자수 :
158,690

작성
21.08.12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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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베누 (2)

DUMMY

자신을 베누라 밝히는 정체불명의 목소리.

불지옥이 뭔지 직접 경험하게 해준 정체불명의 힘을 건네줬다 주장한다.


[이제 기억났느냐? 네가 고전하던 때에도 말을 걸었는데···.]


그러고 보니 그랬던 거 같다.

누군가가 계속 머릿속에서 뭐라 말했던 거 같기도···.


[이해한다. 죽을 둥 살 둥 했는데 제대로 기억 하지 못 할 수 있지.]


머릿속에서 직접 울리는 이상한 목소리에 에이든은 침을 삼켰다.

이 의문의 목소리가 적인지 아군인지 모르기 때문에 경계를 풀 수가 없었다.


[허어, 네 목숨을 구해준 은인인데 너무 의심이 많구나. 너에게 힘을 빌려주지 않았다면, 너는 그 자리에서 죽었을 것이다.]


불타오르며 재생하는 기묘한 힘.

뿔난 늑대와의 사투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힘.

그 힘이 이 존재에게서 비롯된 것이라고?


[아직도 의심하는군. 좋아, 그럼 직접 보여주는 것이 더 빠르겠지.]


화륵


“끄윽!”


머릿속의 목소리가 끝마치자마자 왼손에서 불꽃이 일어났다.

왼손을 집어삼킨 불덩이가 방안을 환하게 비춘다.

살이 불에 타는 소리와 방을 후끈하게 만드는 열기. 그리고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뇌리를 강타한다.


[이제 믿겠느냐?]


끔직한 고통은 한순간이었다.

왼손을 불태우던 불꽃은 온데 간데 없고, 열기만이 남은 방.

하지만 뇌리에 남아있는 고통은 방금의 현상이 꿈이나 환각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이, 이게 대체···?”

[내 힘은 재생시키는 불꽃 ‘야나르’다. 영혼의 형태와 의지가 온전하다면 끝없이 재생할 수 있는 능력. 자, 보거라. 네 왼손이 불에 탔느냐?]

“···멀쩡해.”


멀쩡하다.

마치 혼자 쌩쇼한 거 아니냐고 물어보는 것처럼 멀쩡한 왼손.

이리저리 둘러봐도 화상자국이나 탄자국은 보이지 않았다.


[좋아, 이제야 좀 믿는 거 같구나.]


믿지 않을 수 없다.

멀쩡한 왼손과 뇌리에 남은 끔직한 고통이 그걸 증명하고 있다.


“당신은···누구신가요?”

[재차 소개하지. 나는 베누. 너에게 힘을 빌려주고, 이 세상에서 해야 할 일이 있는 자다.]



* * *



끼익.


“···다녀왔습니다.”


먼지가 쌓이기 시작한 집안.

4일이나 비워뒀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하다.

집안으로 들어온 에이든은 가장 먼저 식탁으로 가 시들어버린 화분의 꽃을 교체했다.

보라색의 제비꽃.

몇 송이 되지 않는 꽃이 쓸쓸하게 자리 잡고 있다.


“베누님의 말씀은 어머니의 팬던트가 꼭 필요하다는 거죠?”


꽃을 교체하고 옷을 갈아입은 에이든이 걸어가며 묻는다.


[그래, 꼭 필요하다. 나에게도, 너에게도 말이다.]


전날, 성당의 환자실에서 베누가 설명해준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그 팬던트는 일전에 내가 안배해둔 링크 장치다. 그게 있으면 지금보다 훨씬 안정적이면서 많은 양의 힘을 링크할 수 있어.]


베누의 말에 따르면, 베누가 빌려줄 수 있는 힘은 ‘링크’ 상태에 따라 다르다고 한다.

이 ‘링크’가 강하면 더 많은 힘을 더 안정적이고 빨리 전달할 수 있고, ‘링크’가 약하면 모든 게 약해진다.

그리고 ‘링크’를 강화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성유물을 통한 강화라는 거죠?”

[맞다.]


성유물.

신성 교단에서 취급하는 신의 힘이 깃든 물건.

성유물은 어떤 신의 물건이냐에 따라 능력이 다르고, 얼만큼의 힘이 담겼냐에 따라서도 다르다고 들었다.

요컨대, 신의 물건이라는 뜻.

그렇다면 베누님은···.


[아니다, 나는 신은 아니야. 비슷하지만 좀 다르다.]


에이든의 생각을 읽은 베누가 답했다.


[성유물이라 말한 것도 가장 비슷한 개념이라 이해시키기 편해서 그런 것이다. 엄밀히 따지자면 달라.]

“그런가요?”

[그렇다. 아무튼 설명하기 귀찮으니 대충 성유물이라 생각하거라.]


효과가 다른 것도 아니니까.━━ 라고 말을 끝내는 베누.

베누와 얘기를 나누는 사이, 팬던트가 있는 방에 다다랐다.


끼이익


현관문보다도 요란하게 울리는 문소리.

방의 안은 오랫동안 청소하지 않은 탓인지 회색의 먼지가 소폭 쌓여있었다.


[저기군. 저곳에서 느껴진다.]


베누가 가리키는 곳.

어머니가 즐겨 쓰셨던 서랍장.

에이든은 천천히 걸어가 서랍을 열었다.


서랍의 안에는 붉은 빛이 감도는 원석이 박힌 팬던트와 낡은 손수건이 하나.

에이든은 팬던트를 꺼내고 곧바로 방을 빠져나왔다.


[팬던트를 목에 차거라.]


베누가 시키는 대로 팬던트를 목에 찬다.

그러자 원석의 붉은 빛이 점점 강해지더니 종국에는 붉은 보석처럼 변했다.


[되었다. 이제야 좀 편해지겠군.]

“끝난 건가요?”

[그래, 뭔가 더 해야 할 거 같았느냐?]

“듣기로는 신성 교단에선 뭔가 의식 같은 걸 치른다고 들었는데···.”

[보통이라면 그렇다. 의식은 신앙을 견고히 해주기 때문이지. 하지만 우리는 상관없는 일이다.]


베누는 그렇게 말하고 눈을 감고 내면에 집중하라 말했다.

거실 의자에 앉아 베누가 시키는 대로 내면에 집중하는 에이든.


[느껴지느냐? 이게 지금 상태다.]


의식의 공간, 모닥불 같은 작은 불꽃이 에이든의 앞에 있었다.


[이제 팬던트에 집중해라.]


목에 걸려있는 팬던트.

붉은 보석이 박혀있는 팬던트를 통해 열기를 동반한 힘이 흘러들어온다.


“크, 크읏···.”

[잠깐이니 견뎌라.]


몸속에 아주 뜨거운 것이 들어온 것처럼 팬던트를 중심으로 열기가 퍼져나간다.

그리고 그 열기는 내면의 불꽃으로 집속된다.

마치 모닥불에 장작을 넣는 것처럼 조금씩 강해지는 불꽃.


베누의 말대로 고통은 잠깐이었다. 팬던트를 통해 들어오던 열기는 언제 그랬냐는 듯 사라지고, 에이든의 내면에는 더 커진 불꽃만이 남았다.

모닥불에서 화롯불로 바뀐 불꽃.


“이게 끝···?”

[끝이다.]


눈을 뜬 에이든이 찬찬히 몸을 둘러보았지만 변한 것은 없었다. 단지, 내면의 불꽃이 조금 더 커졌고 베누의 존재가 조금 감이 잡히는 정도?


[지금은 이게 한계다. ‘링크’의 파이프를 더 키워봤자 네 몸이 버티질 못 해.]

“만약 한계보다 더 크게 확장하면 어떻게 되죠?”

[재조차 남기지 못 하고 타죽는다.]


담담한 베누의 말.

에이든 또한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기에 놀랍진 않았다.

몸을 불태우는 초재생의 불꽃.

직접 경험한 불지옥은 충분히 그러고도 남으리라.


[에이든, 명심해라. 내 힘도 절대적이지 않다.]

“어제 말씀해주신 주의점 말씀하시는 거죠?”

[그렇다. 내 힘을 맹신하면 안 된다.]


베누가 말한 주의점은 딱 두 가지.

첫째는 ‘야나르’는 실제로 몸을 불태운다.

결과가 정반대일 뿐, 불타는 고통은 고스란히 느낀다는 것이다.

둘째는 ‘야나르’는 에이든의 의지가 끊기지 않을 때 유지되는 힘이라는 것.

만약 에이든의 의지가 꺾이거나━


“정신을 잃게 되면 불꽃도 힘을 잃는다. 맞죠?”

[잘 기억하고 있군.]


베누의 힘인 ‘야나르’는 생각보다 단순한 힘이었다.

의지력이 다하지 않는 이상 재생하는 힘.

의지력에는 정신을 잃지 않는 것도 포함인 것이다.


[‘야나르’이 힘을 믿고 너무 상처 입으면 안 된다. 몸이 불타는 고통에 미쳐버린 자도 봤다.]


충분히 있을 법한 일이다.

상처를 불로 지져서 치료하는 셈이니까.


[특히 머리를 조심해라. 잘못해서 머리가 날아가면 ‘야나르’는 발동하지 않을 거다.]

“예, 조심할게요.”


정확히는 ‘야나르’가 육체를 영혼의 형태로 복원해주는 능력이지만 말해줘도 이해 못 할 테지.━ 라고 덧붙이는 베누의 말을 들으며 에이든은 몸 상태를 점검한다.

성당에서도 확인했지만 에이든의 몸은 전투의 여파가 전혀 남아있지 않았다.

치명상을 몇 번이나 입었지만 흉터 하나 없이 말끔한 몸.

정말로 ‘야나르’의 힘만으로 이렇게 멀쩡할 수 있는 걸까?


[너의 몸은 ‘야나르’의 영향으로 회복능력이 대폭 올라가 있다. 불꽃의 힘이 없더라도 자잘한 상처는 금방 나을 수 있다.]

“프리먼 대사제님께 들었던 상처는 자잘한 정도가 아니었는데요.”

[마녀의 도움이 좀 있긴 했지.]


탐탁지 않은 듯 작게 말하는 베누.

대마녀의 포션이 큰 역할을 했던 거 같다.

손을 폈다쥐었다 하던 에이든이 담담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베누님.”

[말하거라.]

“왜 저죠?”


왜 에이든이 베누의 힘을 받았는가.

왜 어머니의 팬던트가 베누의 성유물인가.

왜 이제 와서 힘이 발현 되었는가.

에이든의 물음에는 많은 의미가 함축되어 있었다.


[네가 가장 적합했기 때문이다.]

“왜 지금이죠?”


지금이 아니라 옛날에 발현했다면···, 더 좋았을 텐데···.


[악마들의 태동을 감지했기 때문이다.]



* * *



케르케는 밤하늘을 날고 있었다.

애용하는 빗자루 위에 걸터앉아 숲을 내려다본다.


“흐음, 생각보다 빠르네.”


짙고 어두운 안개가 자욱하게 낀 숲.

마물숲의 안개는 신기한 소년을 봤던 날부터 지금까지 쉴 새 없이 커져가고 있었다.


“이제는 ‘눈’을 보내는 것도 힘들겠네. 뭐, 어쩔 수 없지.”


케르케의 말에 그림자에서 그림자로 된 부엉이가 튀어나와 아쉽다는 듯 날개를 퍼덕였다.

케르케는 부엉이의 턱을 손가락으로 쓰다듬어준 뒤, 빗자루의 방향을 틀었다.


“일단 돌아갈까나. 실험체만 살아있다면 마을은 딱히 상관없으니까···.”


마물숲에 퍼지는 안개가 무엇인지 호기심이 풀리지 않았지만, 4일이나 매달렸는데 더 연구한다고 해서 알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대충 고서에서나 봤던 악마의 기운이라는 것과 인간형 마물들이 게이트를 짓고 있다는 것 정도를 알아냈으니 충분한 수확이다.


“나중에 게이트가 열리고 나서 어떻게 돌아가는지 보고 판단해도 늦지 않을 거야.”


게이트가 열리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뻔했지만, 케르케는 신경 쓰지 않았다.

그저 비약을 위한 실험체가 아쉬울 따름이었을 뿐.


“진짜 좋은 실험체인데···. 확 납치할까?”


납치하는 것은 간단하다.

케르케는 마녀 중에서도 손에 꼽히는 대마녀, 고작 특수 능력이 발현된 꼬마 하나 때문에 골치 썩을 일은 없다.


“역시 관둘래. 다른 실험체를 찾으면 되지.”


자신이 생각해낸 납치라는 단어에서 기분 나쁜 기억을 떠올린 케르케.

집으로 돌아가면 특제 초콜렛부터 먹어야겠다고 생각한 케르케는 임시 거처로 쓰고 있는 빈집의 마당에 내렸다.


“어머, 뭐야? 여기는 왜 왔어? 혹시 내 실험 도와주려고?”


마당의 구석, 심각한 얼굴로 서있는 에이든을 발견한 케르케가 눈웃음 지으며 말했다.

케르케는 에이든이 실험에 참가하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안다.

적어도 지금 당장은.


아직 미끼를 다 뿌리지도 않았고, 실험에 대한 보상도 자세히 말해주지 않았다.

안전하지 않다는 인체실험에 자세한 설명도 듣지 않고 참가하겠다고 하는 멍청이는 별로 없다.

아마도 지금 찾아온 것은 실험에 대한 설명을 듣기 위해서겠지.

그렇게 생각한 케르케가 머릿속으로 어떻게 구워삶을지 계획하고 있는 와중에, 에이든이 다가오며 한 말에 귀를 의심했다.


“···다시 한 번 말해줄래?”


에이든이 한 걸음 더 다가오며 말했다.


“당신의 실험체가 될게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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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악마 현신 (2) 21.09.08 9 0 13쪽
23 악마 현신 21.09.02 8 0 14쪽
22 침공 (5) 21.09.01 9 0 14쪽
21 침공 (4) 21.08.31 10 0 17쪽
20 침공 (3) 21.08.27 10 0 17쪽
19 침공 (2) 21.08.26 10 0 13쪽
18 침공 21.08.25 10 0 14쪽
17 대마녀 케르케 (3) 21.08.24 10 0 17쪽
16 대마녀 케르케 (2) 21.08.23 10 0 11쪽
15 대마녀 케르케 21.08.20 11 0 13쪽
14 케르케의 실험 (5) 21.08.19 12 0 17쪽
13 케르케의 실험 (4) 21.08.18 11 0 17쪽
12 케르케의 실험 (3) 21.08.17 14 0 13쪽
11 케르케의 실험 (2) 21.08.17 12 0 12쪽
10 케르케의 실험 21.08.14 12 0 16쪽
» 베누 (2) 21.08.12 11 0 11쪽
8 베누 21.08.11 13 0 12쪽
7 마물숲의 패자 (2) 21.08.10 10 0 18쪽
6 마물숲의 패자 21.08.09 16 0 12쪽
5 조사대 (2) 21.08.06 17 0 16쪽
4 조사대 21.08.05 21 0 12쪽
3 황금 사자 기사단의 단장 21.08.04 24 0 17쪽
2 마을의 용사 (2) 21.08.03 30 0 19쪽
1 마을의 용사 21.08.02 76 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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