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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두막 안쪽의 책장

아이언즈-내 팔 다리는 기계로 되어 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핀달릴
작품등록일 :
2020.05.11 17:03
최근연재일 :
2020.05.28 13:14
연재수 :
2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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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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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글자수 :
136,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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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4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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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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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2쪽

5.오크-2-

DUMMY

숲이 우거진 방향으로 나아간다.

이전보다 빠르게 떨어지는 해가 타나드에게 어서 오라는 듯이 손짓한다.

뉘엿뉘엿 넘어가는 해와 자신을 향해 늘어지는 땅거미를 밟는다. 숲속으로 들어서서 한참을 걸었다.

눈에 익은 지형이 나오고. 표식과도 같은 겉면이 패인 떡갈나무가 보인다.

그조차 지나쳤다.

조심스럽게 어깨 위에서 모습을 드러낸 리글로사가 말했다.


[이후부터는 권외야. 뭔가 알 수 없는 파장 때문에 출력할 수가 없어. 미안해. 타나드.]

“걱정 마세요. 리글로사. 이따가 봐요.”

[조심해.]



리글로사는 아쉬운 듯이 타나드를 몇 번 흘끔거리다 곧 사라졌다.

사박거리는 자신의 발걸음 소리만 이어지다가, 어느 순간부터 소음이 들리기 시작한다.

타나드는 조심스럽게 풀숲에 모습을 숨겼다.

무성한 수풀 더미를 조심스럽게 헤치고 나아가자, 우묵하게 꺼진 지형이 보인다. 그 아래서 홀로그램으로 보았던 오크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저게 오크.’


말로만 들었을 뿐. 타나드도 진짜로 보는 것은 처음이다.

홀로그램으로 봤던 것보다도 더 거대한 허리와 팔뚝. 체격은, 과연 숙달되지 않는 제국병 무리는 순식간에 박살낼 수 있을 것처럼 보인다.


‘듣기론 오크한테는 강력한 주술사가 있을 수 있다고 들었는데.’


오크의 무리가 클수록, 주술사의 힘은 강력하다고 했다. 문제는, 오크 부락의 규모를 가늠하는 기준을 타나드가 모른다는 것이다.


‘먼저 관찰해보자.’


타나드는 수풀 속에 몸을 숨긴 채 오크 무리들을 지켜보기 시작했다.

오크의 종류는 손쉽게 나눌 수 있었다.


‘성비가 괜찮아.’


여자 21. 남자 63. 아이는 당장 눈에 띈 것만 8명이다. 이것만으로도 상당한 숫자지만, 타나드는 만의 하나를 떠올렸다.


‘어쩌면 여기 전부 다 모여 있는 게 아닐 수도 있다.’


늙은 정도는 크게 알 수 없다. 오크란 소년 정도의 나이만 되더라도 보통 인간은 나이를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의 체격을 가지게 된다.


‘하지만 전투에 대해서라면······.’


타나드는 오크들의 면면을 살폈다.


‘오래 살아남은 오크일수록 경험이 풍부하다.’


자신이 어렸던 시절 호의 많은 제국병에게 들었던 사실이다.


‘무장은 어떻지?’


열 이상의 오크들이 두꺼운 나무 곤봉을 가지고 있으며, 더 많은 수의 오크들이 거대한 양날 도끼. 배틀 액스를 가지고 있다. 갑자기 저 앞쪽에서 노을빛에 번쩍거리는 무언가가 보인다.


[고분해 출력 30%]


먼 곳까지 보는 눈으로 그곳을 확대하자, 나무를 하는 오크 한 마리가 보인다. 쾅! 쾅! 소리가 날 때마다 나무가 쩍쩍 패였다. 열 번도 되지 않는 도끼질에 성인 허리만한 나무가 기울어지더니 굉음을 내며 쓰러진다.

식은땀이 머리를 타고 흘러내린다.


‘저걸 상대할 수 있을까?’


더럭 겁이 난다. 하지만, 동시에 뇌리에 히라트의. 저주받을 놈의 얼굴이 떠오른다.


‘해야만 해.’


타나드는 수풀 속에서 일어났다.


*


그건 갑작스러운 판단이었다.

하지만 그 짧은 순간. 타나드는 합리적으로 생각했다.


‘아이와 여성이 있다. 그 말은, 타인에 대해 교화적인 태도를 보일 수 있다는 뜻이다.’

‘노소가 균등하게 섞여있다. 그렇다면, 약탈을 주력으로 삼는 잔혹한 부족은 아닐지도 모른다.’


케랄 산맥이 세오드 제국령의 외곽이라고는 하지만, 바로 이 근처의 전망 좋은 곳에 제국병들이 순찰을 돈다.


‘오크들이 소란을 일으키며 왔다면 이미 이 근처는 쑥대밭이 됐겠지.’


요컨대, 지금 정한 움직임은 지극히 타나드의 개인적인 추론에 의한 것이었다.


‘안 되면 싸울 수밖에.’


마음속으로 각오를 다지며 타나드는 오크들에게 접근했다.


크아아아아-!


갑작스러운 괴성에 타나드의 신형이 움찔 떨린다. 소리가 나는 쪽을 바라보자, 자신을 발견한 한 오크가 먼저 함성을 지르고 있었다. 다음 나무를 자르러 이동하고 있던 오크였다.


“인간이다!”


“인간이 나타났다!”


소란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퍼졌다. 아이와 여성 오크가 오두막이라고 하기에도 빈약한 나무집 안으로 모습을 숨겼고, 남성 오크들이 나무 곤봉과 도끼를 들고 달려온다.

수풀 속에서 일어난 것 치곤 너무 엄청난 반응이다. 순식간에 50이 넘는 수로 둘러싸 흉흉한 기세를 뽐내는 오크들을 보면서 타나드는 침을 꿀꺽 삼켰다.

신체 능력으로만 봐도, 자신의 반 이상은 쉽게 따라잡는 속도와 체력. 그리고 힘.

타나드는 먼저 두 손을 들어올렸다. 전투에 대한 의사가 없음을 표시하기 위함이었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전 타나드라고 합니다.”


오크들은 자못 진지하고 무서운 얼굴로 타나드를 노려보았다. 그때였다.


“저 손. 갑옷······ 기사!”


오크들의 기세가 더욱 흉흉해졌다.

온몸의 근육이 긴장으로 바짝 죄어들고, 가슴 한 켠이 서늘해진다.


‘뭔가 이상하다.’


타나드는 뭔가가 잘못 되었다고 생각했다.


“크아아아아!”


그리고 그 생각보다도 더욱 빠르게. 세 개의 배틀 액스가 괴성과 함께 몸을 산산조각 낼 기세로 내리쳐왔다.


“흐읍!”


타나드는 기겁하며 방어했다.


콰카캉!


사방을 울리는 쇳소리에 귀가 먹먹해진다. 팔을 교차해서 세 개의 도끼를 막아낸 뒤 빠르게 뒤로 물러난다.


‘막을 수 있어.’


짜릿한 감각이 등줄기를 타고 짜르르 흐른다.


‘상대······ 할 수 있어.’


그런 타나드를 향해, 백사장을 무너뜨리기 위해 포말을 일으키는 파도처럼 들이쳐 온다.

나무 곤봉과 도끼가 타나드를 향해 날아들며, 점차 둥글게 포위하기 시작한다. 붉게 충혈되어 달아오른 눈동자에선 적의밖에 비치지 않는다.

타나드는 다급하게 외쳤다.


“기사라니, 그게 갑자기 무슨 소립니까!”

“또 우릴 속이려드느냐!”


타나드는 갑자기 소리를 친 오크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가장 나이가 많아 보이고, 근육이 다부진 오크였다.


‘이 무리의 대장인가?’

“속이다니 뭘 말이죠?”


오크는 성을 내며 외쳤다.


“인간. 넌 우리의 적이다!”

“전 얘기하러 왔을 뿐입니다!”


그들의 반응에 따라 상황은 달라지겠지만, 얘기를 하고자 하는 마음은 진짜였다. 하지만 오크들의 눈은 불신으로 가득 차있었다.


“믿을 수 없다!”


단칼에 대꾸한 오크는 도끼를 들어 타나드를 겨냥했다.


“우리 부족은 인간에게 해를 끼치지 않으며 살고 있었다! 그런데 너희는 그해 흉작인 우리에게, 너희들의 풍요로운 땅을 침범하는 늑대들을 사냥해 달라 해놓고. 사냥 후에 지친 우리에게 기사를 보내지 않았나! 우리가 너희들을 해하였다고 거짓 보고를 올려서!”


도끼가 분노를 담아 허공에 붕 휘둘러진다.


“우리 부족의 3분의 1이 당했다. 그건 명예로운 죽음도 아닌 살해였고. 마치 도살의 현장이었다. 우린 그들을 매장조차 해주지 못하고 왔어!”


타나드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요컨대, 그들은 인간들의 잔꾀에 피를 본 부락이었던 것이다.


“그 갑옷!”


대장 오크가 타나드의 손을 가리켰다. 타나드가 당황한 사이, 대장 오크가 외쳤다.


“일반 대장장이가 만든 게 아니겠지. 우리의 힘으로 내려쳐도 흠집조차 나지 않고, 우그러지지 조차 않았다. 네가 기사가 아니라면 어떻게 그런 갑옷을 가지고 있겠는가!”

“난 어떠한 분쟁도 원하지 않아요. 지금 오히려 위험을 알려주러 온 겁니다. 이 근처엔 제국병들의 순찰로가 있어요. 난 당신들이 위험하지 않게 이곳에서 물러나길 원할 뿐입니다. 이곳에서 죽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거예요!”

“우리는 인간을 믿지 않는다. 특히 기사는! 우리가 죽여야 할 적일뿐이다!”

‘말이 안 통해.’


타나드는 아랫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우워어어어-!”

“크아아아아!”


살기를 줄기줄기 흘리면서 타나드를 바라보는 눈이 흥분에 젖는다. 살육. 살해에 의한 충동. 옛날의 타나드라면 거기에 굳었을 것이다. 하지만, 타나드는 그 살의에 맞서 한 번은 살아남았으며.

또 한 번은 싸워 이겨냈다.

몸서리쳐지는 전력 차이 속에서도, 타나드가 서 있을 수 있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었다.


[워 암즈 시스템 ON]

챠킹-!


왼팔에서 튀어나온 칼을 오른 팔로 잡는다. 그것만으로도 적의 기세가 밀려난다.

솔직히 말해서, 타나드는 기사라는 존재는 잘 모른다. 그에게 있어 최고의 무력이란 제국병이었고. 기사란 수도에 상주하며 이따금 주요 전력으로 파견된다는 전설로나 존재할 뿐이다. 이는 척박한 시골에서만 살아온 타나드에겐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데. 바로 그런 존재에게 당했다고 한다.

이 정도로 강력한 힘을 지닌 종족이 말이다.


‘기사.’

‘그 정도가 되면, 히라트 그 놈 정도는 아무렇지도 않게 쓰러트릴 수 있을까?’


타나드는 문득 눈앞을 바라보았다.

아주 잠깐 생각했을 뿐이다. 오크들은 자신을 향해 달려들고 있었다. 하지만 어째서일까. 타나드는 그들을 향해 검을 휘둘러선 안 된다고 판단했다.

아니, 목숨을 거둬서는 안 된다. 이건 그래도 되는 싸움이 아니다. 그들은 부조리와 싸워 생존을 택해 도망온 자들이다.

타나드는, 저 뒤에 있는 가족들에게서 자신의 어머니와 아버지를 겹쳐보았다.


‘누구도 죽여선 안 돼.’


이건 살기 위한 싸움이다. 자신이. 또한 저들이.

하지만 검을 쓰지 않으면 저들을 무력화시킬 자신 또한 없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가만히 당해줄 수도 없었다. 복수와 수리라는 계약을 이해하기 위해, 타나드는 자신의 몸을 더 이상 함부로 다루지 않겠다 맹세했기에.


“당신들의 마음을 뼈저리게 이해합니다. 지금은 제 말을 믿어주지 않겠군요.”


타나드는 여기에 올 때와는 다른 각오를 다지며, 암즈 나이프를 세워들었다.

갈색 머리카락 사이로. 푸른 눈동자가 적광을 내비추기 시작했다.


“하지만, 곧 믿어주실 겁니다.”


*


오크들의 체력과 지구력은 엄청나다. 강력한 육체에서 나오는 힘과 속도 또한 무시할 게 못된다. 어지간한 맹수는 직접 붙잡아 그 강인하고 유연한 목을 졸라 죽일 수도 있을 정도다.

하지만, 타나드는 버텨낼 수 있었다.



보디 파츠와의 연결 부위에 전달해오는 충격이 만만치 않다. 하지만 타나드는 견뎌낼 수 있었다. 그간 해왔던 단련이, 이를 가능하게 했다.

내리쳐오는 도끼를 팔과 칼로 방어한다. 앞서 달려오는 오크의 명치에 주먹을 날린 후. 그대로 차오르며 도약한다. 그러자 벌써 뒤까지 돌아온 오크가 뒤에서 나무 곤봉을 휘둘러온다.

회전하는 기세를 실려 다리로 막으며 검을 휘두른다. 손등을 얕게 베인 오크가 순간 놀라서 곤봉을 떨어트렸다.

그 사이에 착지한 타나드가 신속하게 옆으로 빠졌다.



‘먼저 여기서 탈출해야해.’


오크들은 우묵한 지대의 비탈에서 타나드를 사냥하려하고 있었다. 한 순간에 생긴 포위망을 뚫고 나아간다.

잠깐 사이에 해가 사라지고. 숲에는 어둠이 밀려오고 있었다.


위이이잉-.


[고분해 시야 출력-10%]

[주간경광 ON]


환해진 세상 속에서 타나드는 적의 공격을 판별한다.

어떤 것이 가까운지. 어떤 경로가 최선인지. 일대 다수의 전투는 처음이다.

그렇기에 최대한 한 명씩 상대한다. 거리를 두고, 자신에게서 상대 전력이 최대한 일자로 늘어서도록 만든다.

리글로사에게 배운 대 다수 전술의 기초다.

하지만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 여러번 각도를 틀더라도, 신체 능력이 좋은 오크는 재빠르게 넓게 퍼져서 타나드를 몰아붙여왔다.


“죽여라아아!”


몰려드는 수십의 오크를 향해 타나드는 입술을 질끈 깨물고는 검을 치켜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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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8.하르툼 광산-5- +2 20.05.23 67 2 12쪽
17 8.하르툼 광산-4- +1 20.05.22 66 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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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8.하르툼 광산-2- 20.05.21 40 1 12쪽
14 8.하르툼 광산-1- +2 20.05.20 53 4 12쪽
13 7.구출. 그리고 분노-2- 20.05.19 44 1 13쪽
12 7.구출. 그리고 분노-1- 20.05.18 61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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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오크-2- 20.05.14 68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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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2.구출. 20.05.11 121 6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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