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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명해. 님의 서재입니다.

서자의 드래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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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명해.
작품등록일 :
2021.07.04 15:27
최근연재일 :
2022.03.08 21:01
연재수 :
186 회
조회수 :
74,184
추천수 :
970
글자수 :
951,506

작성
21.09.05 06:00
조회
1,180
추천
7
글자
12쪽

서자 오스카4

DUMMY

‘생각났다. 아버님의 죽음을 알렸던 수행기사로군.’


오스카가 사형선고를 받은 홀에 있었던 사람이니만큼 마주친 순간 오스카의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다.

그가 깐깐한 가주 아벨의 신뢰를 샀다면 믿을만한 사람일 것이다. 그렇지만 과거의 그가 장남인 에이스의 밑에서 어떤 일을 했는지 알 수 없었다.


‘아버지는 피를 토하며 죽어있었지.’


오스카는 시간적 여유가 생기자 과거의 일을 되짚어보곤 했다. 그 과정에서 아벨의 죽음이 자연스럽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벨은 야위어 죽어가고 있었지만 죽는 날까지 폐병을 앓은 적은 없었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그는 피를 토한 채로 죽어있었다.

게다가 아벨이 죽고 나서의 더글러스 일원들의 여유로운 태도···


‘뭔가 있어.’


아벨은 죽임을 당했을 것이다.

과연 그를 누가 죽였는가. 오스카는 그날 홀에 있던 모두와 더불어 플로가 가문까지 의심할 생각이었다.


따라서 오스카는 쥬드를 당장 신뢰하지 않기로 했다.


“다녀오겠습니다 아버님.”

“그래. 방학이 되면 오너라.”


오스카는 아벨에게 인사를 올리고 마차에 올라탔다.

오스카와 하인들을 태운 마차 두 대가 수행기사들과 함께 출발했다.

그리고 그들은 부지런히 달려 약 2주 후 수도 플로가에 도착했다.


*


출발 당시 서늘했던 날씨는 더글러스의 남쪽에 위치한 플로가에 오자 몹시 더워졌다.


플로가 영지는 지도상으로는 바다와 그리 멀지 않은 화산지대를 끼고 있는 넓은 지역이다.

화산에 더운 날씨에, 평지가 그리 넓지는 않아 왜 이런 곳에 대륙의 가장 강력한 가문인 플로가가 자리 잡은 것인지 의문을 갖는 사람이 많지만 이 곳을 방문해 보면 다들 알게 된다.

이 곳은 화염의 기운이 매우 강한 지역이다.


화산은 보통 일반인들에겐 재앙을 의미하지만 불 속성 마법사들에게는 축복과도 같은 것이다. 강한 화염의 기운은 그들의 마력을 강하게 만들어 준다고 알려져 있다.


그리고 플로가 가문은 강력하기 때문에 이 지역의 얼마 없는 평지를 전부 차지하고 있어 가문의 입장에서 보면 그리 살기가 어렵지는 않다. 게다가 그들은 필요한 것은 권력을 이용하여 얼마든지 동원하면 된다.


오스카와 함께 마차를 타고 있는 마리는 점점 화려 해지는 거리와 건물들을 구경하느라 시간이 가는 줄 몰랐다. 아마 다른 마차에 타고 있는 하인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괜히 사람들이 수도에 오고 싶어 하는 게 아니네요. 건물도 화려하고 사람이 이렇게 많은 건 처음 봐요.”


오스카도 점잖은 자세로 창 너머를 바라보았다. 플로가의 길거리에는 각종 상점들이 즐비해 있었고 사람들은 모두 부유해 보였다. 건물들은 평민이 사는 것조차도 크고 좋아 보였다.


‘수도라···’


사람들은 플로가의 영지를 이미 수도라고 부르고 있었다.

평민들이야 뭣도 모르고 귀족들이 하는 말을 따라 할 뿐이지만 귀족들은 이미 알게 모르게 플로가를 왕족으로 추대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대로 5년 정도 지난다면 플로 가는 왕족이 될 것이다. 그리고 플로가의 핏줄인 에이스는 제2 왕자가 된다.


‘에이스가 왕자라니.’


에이스의 영향력이 큰 지역이라 그런지 오스카의 눈에는 마냥 살기 좋은 큰 도시로 보이지는 않았다. 이 화려함 뒤에 숨겨진 어두운 면. 오스카는 그것을 찾아야 한다.


오스카가 사색에 잠긴 사이 마차는 플로가 중심부의 성문을 빠른 속도로 통과했다. 더글러스에서 온 마차라 그런지 딱히 신분 확인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오스카 일행의 마차는 어느 고급 여관 앞에 세워졌다. 귀족 지구 바로 옆 상점 지구에 위치한 여관이었다. 오스카는 저택이 정리될 때까지 임시로 이 곳에서 지내기로 했다.

지배인의 안내에 따라 오스카는 객실에 들어섰다.


“세상에. 도련님 방보다 좋네요.”


마리는 짐을 내려놓으며 감탄했다. 오스카는 가장 좋은 방은 아니지만 꽤 좋은 방을 빌렸다. 그 방은 오스카가 지내던 검은 방보다는 훨씬 넓고 쾌적했다.

그러나 이 여관의 방들 아무리 좋다고 해도 다른 귀족들의 성에 있는 방보다는 좋지 않을 것이다. 더글러스의 성에 있는 것도 마찬가지였다.

오스카가 얼마나 차별을 받고 있었는지 잘 보여주는 부분이었다.


“수도라 그렇지 뭐.”


오스카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마리는 짐을 다 풀자마자 오스카가 지낼 저택을 구경하러 하인들과 우르르 몰려갔다.

오스카는 방에 혼자 남은 쥬드에게 말했다.


“아카데미로 가자.”

“예.”


오스카는 쥬드와 상점 지구를 걸었다.

상점 지구에는 각종 물건들을 파는 가게가 즐비했다. 그리고 각종 처음 보는 물건들과 커다란 상점이 있어 오스카의 눈길을 끌었다.


오스카는 그동안 책과 문서에서 모든 정보를 얻었다.

세상의 모든 지식은 책에 숨겨져 있다는 것을 일찍부터 깨달았다. 따라서 플로가에 있는 책들을 읽어두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오스카는 상점의 위치를 잘 기억해 두었다가 따로 방문하기로 했다.


아카데미는 상점 지구에서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는 않았다. 아카데미의 부지는 넓었고 건물은 웅장했기 때문에 멀리서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내가 스스로 플로가의 인질이 되다니.’


오스카는 피식 웃음이 났다.


아카데미의 설립 목적은 표면적으로는 교육이다.

그러나 실상을 따지고 보면 아카데미의 생도들은 전시에 동원될 플로가의 사병이자 인질이나 다름없었다.


귀족은 무언가를 배울 필요성을 느낀다면 가정교사를 쓰면 된다. 그러니 굳이 시간을 내어 다른 지역에 갈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러나 귀족들이 돈을 펑펑 써 가며 한 곳에 모여 가문의 높이와 상관없이 같은 내용을 평등하게 배운다는 것은 큰 가문에 있어선 대단한 각오였다.

게다가 귀족들이 이 수도에서 지내며 먹고 쓰는 돈은 모두 플로가의 재정을 튼튼하게 해 줄 것이다.


‘누가 생각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감탄 스럽네.‘


이런데도 귀족들이 아무 불만을 표출하지 않는다는 것은 플로가의 힘이 그만큼 세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또한 각 가문이 귀족 사회에서 동떨어지지 않으려는 몸부림이기도 하다.


반면 오스카는 무언가를 배우기보다는 단순히 마력을 확인하고 더글러스 영지를 벗어날 생각으로 아카데미를 이용한 것이다.

덕분에 생전 처음으로 지원금도 넉넉히 받았지만 다른 더 좋은 방법이 있었다면 아마 그렇게 했을 것이다.


오스카는 화려한 대리석 조각으로 장식된 아카데미 정문을 들어섰다.

쥬드는 정문 앞에 대기시켜 둔 상태였다.

아카데미의 접수처는 귀족들을 상대하는 곳이니 만큼 시간을 정해 운영하고 있지는 않았다. 귀족들은 편한 시간에 아무 때나 접수처에 가면 되었다.

오스카는 텅 빈 복도를 걸어 접수처의 문을 열었다.


“어서 오십시오. 생도님.”


지루함에 지쳐 자세가 풀어져 있던 접수원이 자세를 바로 세우고 오스카를 맞았다.

며칠 만에 만나는 생도라 접수원은 오스카를 몹시 반가워했다.


“안녕하십니까. 오스카 더글러스입니다.”


오스카는 인사를 하며 아카데미에서 받은 봉투를 내밀었다.

접수원은 더글러스라는 말에 오스카의 머리색부터 살폈다.


‘빨강머리가 아니네?’


오스카의 머리와 눈동자는 모두 밝은 갈색이었다.

반면에 에이스 더글러스와 스텔라 더글러스는 모두 붉은 머리에 붉은 눈동자를 지니고 있었다.

접수원은 붉은 머리가 아닌 더글러스는 들어본 적이 없어 고개를 갸웃거리며 봉투를 열었다.


-초대장

오스카 더글러스

위 생도는 입학 전 면담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일시: 입학식 일주일 전

장소: 아카데미 대강당 -


오스카가 내민 봉투는 평범한 입학 허가서가 아니었다.

그것은 초대장으로 입학하기에 앞서 면담을 진행한 후 결정하겠다는 뜻이었다.

이런 초대장은 보통 유력 가문의 서자나 양자가 마력이 있음을 증명했을 때 받는 것이었다.


접수원은 초대장을 드물기는 하지만 본 일이 있었다. 그는 다시 한 번 오스카를 살폈다.


‘생각났다. 더글러스에 미움 받는 서자가 있다지. 고작 초대장인 것을 보면 마력이 미약한가 보군.’


친절하던 접수원의 태도는 쌀쌀맞게 바뀌었다.


“입학식 일주일 전에 대강당에 오도록 하세요.”


접수원은 나가는 오스카에게 인사도 하지 않았다.


탁-

오스카는 문을 닫고 나왔다.


‘하여간 이놈이나 저놈이나.’


오스카는 접수원의 표정을 보고 자신이 서자라는 것을 눈치 챘다고 여겼다.

어차피 그를 멸시하는 사람은 많으니 신경 쓰지 않으면 그만이었으나 귀족도 아닌 자의 눈빛이 불경하여 마치 더글러스의 본관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제 시작일 뿐. 고작 저런 거에 휘둘리지 말자.’


오스카는 고개를 저어 잡생각을 떨쳐버리고 집으로 향했다.


그리고 면접날 다시 아카데미를 방문했다.


*


작은 키에 나이가 들어 하얗게 변해버린 머리카락. 꼬장꼬장해 보이는 표정.

오늘따라 화려한 로브에 쓸데없이 화려한 마법 지팡이로 치장한 리암 템페스트 교수는 조수를 데리고 최대한 느긋하게 걸었다. 자신이 서자보다 먼저 가서 기다리는 일은 당연히 없어야 했고 다른 교수들보다도 늦게 갈 생각이었다.


그는 오늘 면담에 진지하게 임할 생각은 없다. 서자 생도를 적당히 겁주면서 시간을 때우다가 입학에 퇴짜를 놓을 것이다.

물론 입학이 취소당한 것은 전적으로 그 서자의 탓이 될 것이다.


‘데니스 그자는 융통성이 없어.’


그는 몇 달 전 데니스 페리도트 교수가 마법 서명을 적어 보내온 예비생도 등급표를 보고 화가 나서 자신의 서재를 바람 마법으로 날려버린 적이 있었다.

이 일로 조수가 서재를 다시 정리해 놓느라 상당히 애를 먹었다.


‘서자가 S급이라니!’


뭘 얼마나 잘 했기에 S라는 등급이 나왔는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자신이 감독관이었다면 서자인 점을 감안하여 점수를 적당히 깎고는 같은 날 등급을 받은 스텔라보다 아래에 두었을 것이다.


오늘은 학기가 시작되기 전 처음으로 다른 교수들을 만나는 날이기도 했다.

리암 교수는 다른 교수들 앞에서 서자에게 수석을 준 데니스 교수에게 면박을 주기로 작정했다.


“리암 교수님.”


리암 교수가 대강당에 거의 다다르자 뒤에서 중저음의 목소리가 들렸다.

붉은빛이 도는 밤색 머리카락에 와인색 로브를 입은 마셀러스 테라로사 교수가 젊은 조수와 함께 서있었다.


“마셀러스 교수님”


둘은 서로 마주 보고 인사를 나눴다.


“리암 교수님. 오늘 차림새를 보니 단단히 각오하신 모양입니다.”

“당연하지 않소! 서자가 입학하는 것도 모자라서 수석이라니.”

“그렇지요. 데니스 교수는 평소에도 귀족들의 전통을 무시하곤 하지 않습니까.”

“내 말이 그거요. 오늘은 서자 입학 취소뿐만 아니라 데니스 교수도 교수직을 반납해야 할 것이요!”


흥분한 탓인지 리암 교수가 들고 있는 마법 지팡이의 구슬이 회색으로 빛났다.


“교수님들. 들어가시지요.”


낮게 깔린 목소리에 리암 교수와 마셀러스 교수가 뒤를 돌자 데니스 교수가 서 있었다.

그는 실크 블라우스에 가죽조끼를 입고 블라우스의 양쪽 소매는 걷어붙인 상태였다.

중절모를 써 얼굴에는 그늘이 졌지만 밝은 녹색 눈동자의 눈빛이 날카로웠다.

당장 데니스 교수의 멱살이라도 잡으려던 교수들은 막상 데니스 교수가 눈앞에 있자 몹시 당황했다. 리암 교수의 마법 지팡이는 다시 빛을 잃었다.


“흠흠··· 그러지요.”

“들어가시지요.”


두 사람은 후다닥 대강당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데니스 교수는 혀를 끌끌 차고는 그들을 따랐다.


대강당에 들어서자 넓은 테이블에 와이어트 쿼츠 교수, 나오미 루비 교수가 자리에 앉아있었다. 그리고 맞은편 멀찌감치 떨어진 곳에 오스카가 앉아있었다.

모든 교수가 자리에 앉았다. 교수들의 앞에는 명패가 놓여 있었다.


오스카는 데니스 교수의 얼굴을 살폈다. 표정이 좋지 않았다.


‘알만 하군.’


오스카는 얼마 전 접수원의 태도가 모든 것을 말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안녕하십니까. 예비생도 오스카 더글러스입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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