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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화살 님의 서재입니다.

메피스토의 이상한 시공여행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판타지

빛의화살
작품등록일 :
2021.07.30 10:27
최근연재일 :
2021.08.24 07:45
연재수 :
2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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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3
추천수 :
66
글자수 :
131,287

작성
21.08.03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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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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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4. 말년병장 이병장 2

DUMMY

“ 병사, 이곳은 독일제국군이 프랑스를 침공하기 위해 노리고 있는 요충지다. 이런 곳에서 경계를 소홀히 한단 말인가? 징계 각오하도록. 알겠나? 이름이? 그래! 헨리 텐디. 일단 근무를 계속 하도록 내일 별도의 징계절차를 밟도록 하지. ”


헨리 텐디? 난 대한민국 육군병장 이병장인데? 저 양놈이 뭔소리를 하는 건지 ······, 다 알아 들었다. 씨발 영어는 한마디도 못하는 내가 저 양키가 하는 소리를 다 알아 들었네?


그러고 보니 이상하다? 영어 점수 과락 맞아서 입대 전에 도전했었던 9급 공무원 시험도 광탈했는데? 거울! 거울!


이런 내 얼굴이 변했다. 양놈으로.



다행스러운 것인지 아니면 더 좆 된 것인지 모르겠다. 내가 겪었던 23년간의 대한민국이 꿈이었던 것인지, 지금 이 곳이 꿈인지도 헛갈린다. 내가 지옥에 빠진 것인지 어떤 것인지도 ······.


근무중 취침 건에 대한 징계는 유야무야 되었다. 그 다음날 아침부터 시작된 적의 포격에 안타깝게도 나를 다그치고 징계에 회부하겠다고 했던 장교는 전사했다.


그 후부터 난 내가 소속되어있는 요크셔 연대라고도 불리는 그린 하워즈 전열보병연대 제2대대 소속으로 7보병사단 21여단 예하로 이곳 메넨(Menen) 교차점 방어에 투입되었다. 몸이 떨려올 정도로 포격은 치열했다.


진격 신호로 쓰이는 호각소리가 들려오면 무표정한 독일 놈들의 보병대열이 눈에 띄었다. 그러면 그저 자신의 감정은 잠시 내려두고 기계적으로 소총을 들고 쏘아댈 뿐이었다. 이것이 꿈인지 아니면 실제의 내 현실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렇게 응전하지 않으면 내가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만이 앞설 뿐.



“ 아, 씨발, 무슨 포탄이 비 오듯 쏟아지냐? ”


참을 수가 없어서 외쳤다. 주변의 동료전우들은 그런 나의 외침에 신경도 쓰지 않은 채 전방을 주시하며 소총을 쏠 뿐이었다. 일부 공포심에 먹혀버린 녀석들은 머리를 감싸쥐고는 웅크린 채 몸을 벌벌 떨기도 했다.


적어도 쟤들보다는 내가 담이 더 큰 것 같았다. 아직은 소총을 들고 응사할 수 있으니 말이다.


전투가 반복되면서 나는 내 동료전우들이 내 정체에 의문을 가질 새도 없이 부대에 융화되었다. 그래서 얻을 수 있는 정보들이 제법 많았다.


이푸르(Ypre)라는 도시를 중심으로 우리 부대가 지키고 있는 메넨 교차점 등 몇몇 도로망이 집중된 산업 도시들을 독일 놈들이 기를 쓰고 탈취하려는 이유부터 (그것은 별 것 아니었다. 그냥 그곳에 길이 있으니까? 이 도시들을 제외한 다른 곳은 지반이 무른 농경지여서 중장비와 병참을 유지할 수 없었기에 도로망이 발달한 곳을 통해 북프랑스 일대를 점거하기 위한 독일제국군의 작계 때문이라는 땅을 박박기는 일개 땅개새끼들은 알아봤자 별다르게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그런 소소한 정보였다. ) 지금 내가 탄막을 버텨내며 지키고 있는 이 곳이 뚫리면 바로 프랑스 본토로 독일군들이 밀려 들어 갈 수 있다던가. 하는 시시콜콜한 이야기였다.


그리고 지금 현재는 1914년 이라는 것, 전쟁이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정보는 내게 상당히 중요한 일이었다. 내가 역사를 잘 모르고 딱히 밀덕이라 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어렸을 때 읽었던 위인전의 내용이 단편적으로 기억이 났기 때문이다.


독일제국군과 전쟁하는 그레이트 브리튼, 유나이티드 킹덤 이라면 두 번에 걸친 대전쟁 뿐이었다. 거기에 1914년 이면? 히틀러가 이끄는 독일군과의 전쟁은 대한민국이 해방되기 몇해 전에 일어난 전쟁이니 1940년대여야 했다.


내가 참전하게 된 전쟁은 1차 세계대전이었던 것이다. 난 이 전쟁이 참호에서 쥐랑 싸우는 좆같은 전쟁이란 것도 알고 있다. 다큐멘터리에서 봤거든, 국방TV에서 하던 프로그램이었다. 거기 진행하던 여자 아나운서 다리가 참 이뻤는데 ······.


흠, 어찌되었든 어릴 적에 계룡사에서 출판된 어린이 세계위인전집의 내용이 얼핏 기억난다. 영국수상이었던 처칠이 해군 총사령관이었지만 배를 만드는 것으로 위장하고 탱크를 개발했다는 내용이었다. 내가 처칠만 만난다면 탱크를 빨리 만들게 해서 전쟁을 빨리 끝낼 수 있다.


전쟁이 길어지면 난 이 좆같은 전쟁터에서 참호를 파고 쥐랑 친구 먹어야할지도 모른다. 이 전쟁이 5년인가 계속되는 장기전이라는 건 알고 있다. 기적적으로 전쟁이 끝날 때까지 살아남는다 해도 대한민국 군대 에 5년이면 군 생활이 몇 년이야? 씨발, 가뜩이나 이 몸뚱이로 깨어나서 손해본 게 얼마나 많은데 전쟁터에서 인생을 허비할 수는 없다.


“ 아, 탱크, 탱크를 만들어야 한단 말입니다. ”


소대장에게 애원했다. 소대장은 쉘쇼크로 후송된 다른 병사들보다 상태가 나아 보인다는 이유로 후송조치는 하지 않았지만 굉장히 심한 욕을 먹었다.


“ 제발, 처칠, 처칠 경을 만나게 해주십시오. 이 전쟁을 빨리 끝낼 수 있는 비책이 있습니다. 부탁입니다. ”


그래서 중대장을 붙잡고 말했다. 분명 내가 이 전쟁을 빨리 끝낼 비책이 있다니까? 중대장에게 자세히 말할 수는 없지만 말이다. 대한민국 육군병장 이병장, 중대장에게 그 비책을 말했다가 내 밥그릇 뺐길 수도 있다는 것은 알고 있다.


중대장은 그렇게 기막힌 아이디어라면 자신에게 말하라 했지만 처칠을 직접 만날 수 없다면 말할 수 없다 했다. 그랬더니 이 씨발 놈이 자기가 갖고 있던 승마채찍으로 날 때렸다.


선진 병영, 어디 갔냐? 좆같은 군생활, 난 1914년 메넨에 떨어진 덕에 내 인권이 퇴보되는 경험을 했다.


좆같은 이푸르 전역이 끝난 후 도저히 견딜 수 없어서 난 해군장관부로 직접 편지를 쓰기로 했다.


육군병사가 해군부 장관에게 편지를 쓴다는 것이 무모한 것일지도 모르지만 상관없다. 이 전쟁을 빨리 끝내서 전쟁터를 박박기는 신세에서 벗어날 수만 있다면 뭐든 할 것이다. 거기에 덤으로 전쟁을 빨리 끝낸 공훈을 인정받아야 뭐가 뭔지 알 수 없는 상태로 이 시대에 떨어진 내가 먹고 살길이 생기지 않겠는가?


『 친애하는 해군부 장관, 윈스턴 처칠 경에게 , 육군 7사단 21여단 예하 그린 하워즈 전열보병연대 제2대대 소속 병사 헨리 탠디입니다.


저는 이 전쟁을 빨리 끝낼 수 있는 획기적인 병기의 개발에 대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습니다. 임시로 제가 붙인 이 병기의 이름은 탱크입니다.


철판으로 두른 자력 주행이 가능한 차체에 중구경 포신의 화포를 장착하고 내외부에 기관총좌를 설치한 이동하는 요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개념도를 첨부하오니 ······ 중략 ······ 부디 제 아이디어를 채택하여 이 전쟁을 조기 종결시킬 수 있기를 바라겠습니다. 더불어 제 기술적인 조언이 필요하다면 전우를 두고 전장을 떠나는 것이 아쉽기는 하지만 국왕페하와 그 신민들을 위해 전쟁을 빨리 끝내는 것이 제 운명이라면 부름에 응하도록 하겠습니다.


1914년 그린 하워즈 전열보병연대 제 2대대 병사 헨리 텐디 배상 』


분명 처칠의 주도로 탱크가 개발된다고 했으니, 내 제안을 보면 굉장히 구미가 당길 것이다. 기술적인 부분은 전혀 모르지만 내가 개발에 참여할 수 있다고 허풍을 쳤으니 곧 나를 기술 개발부서로 전출 시킬 것이다.



“ 헨리 텐디, 지금 헌병에서 널 찾아 왔다. 군장 챙겨서 가 보도록 ”


앗싸!! 왜 헌병이 왔는지는 모르겠지만, 군장까지 챙기라는 걸로 짐작하건대 전출이다.


잘있어라. 씨발 다시는 안 온다. 좆같은 벨기에,


잘 있어라. 전우들아, 너희들을 알게 돼서 좆같았다. 다시는 보지 말자.




이상하게도 나를 인솔하러 온 헌병을 따라서 간 곳은 빛도 들어오지 않는 메넨 외곽의 수도원 지하실이었다. 쾌쾌한 냄새가 나는 것이 숨을 쉬기에도 힘든 곳이었다.


해군부 장관의 귀한 손님이 될 이몸을 왜 이런 곳에 데려 온 것이지?


내 눈앞에 앉아 있는 소령계급의 헌병장교가 어둠 속에서 위압적으로 목소리를 깔며 나에게 말을 걸었다.


“ 헨리 텐디, 지금부터 묻는 말에 성실히 대답한다. 알겠나? ”


“ 예, 알겠습니다. ”


그래 일종의 면접이겠지. 일국의 장관을 만나러 가는 데 이런 면접절차도 없이 바로 만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지.


“ 1891년 8월 30일 출생 , 워릭셔의 레밍턴에서 출생. 맞나? ”


“ 예, 맞습니다. ”


알게 뭐냐? 난 몇 달 전에 대한민국에서 병장으로 근무 중 취침하다가 이 곳에 떨어졌다. 알아서 내 신원조사를 했겠지. 무조건 맞다고 하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 군 입대 전에는 보일러 수리공으로 잠시 일했었고, 1910년에 그린 하워즈 전열보병연대에 입대. ”


“ 예, 맞습니다. ”


보일러 수리공이었어? 1910년 입내면 4년 동안 병사(Private)였던 거야? 와,씨발 존나 고인 물이었네 나? 물론 기억하지 못하니까 맞다고 해야지. 쟤들이 나보다 더 나에 대해서 알고 있을 거다.


“ 건지(Guernsey)와 남아프리카에서 잠시 복무 후, 개전과 동시에 유럽으로 왔군? 그래, 독일 놈들과 접촉한 것은 건지섬에서 복무할 때였겠군? ”


“ 예, 맞습니다. 네? 무슨 말씀이신지? ”


갑자기 무슨 소리야? 내가 독일 놈들이랑 어떻게 만나?


“ 음, 순순히 혐의를 인정했으니 정상 참작할 여지는 있겠군. 적국과의 내통은 즉결심판 사형도 가능하지만 말이다. ”


“ 잠깐만, 잠시만요 무슨 말씀인지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혐의를 인정하다뇨? 그런 사실 없습니다. ”


무조건 예스만 외치다가 얼결에 혐의를 인정했다는 오해를 받았다. 자칫 좆될 수 있음을 파악한 나는 급하게 혐의사실을 부인했다. 존나 무섭네? 즉결심판 사형이라니? 이게 꿈이라면 난 그 멍청한 어리바리 신일병과 함께 근무서던 그 때로 돌아가겠지만, 그게 꿈이고 이게 현실이면 난 그냥 죽는 거잖아?


내가 전쟁터에서 고생 안하고 편하게 살려고 얼마나 발버둥 쳤는데? 이게 무슨 개풀 뜯어 먹는 소리냐?


내가 급하게 혐의를 부인하자 무표정하게 나를 신문하던 소령 계급의 헌병 장교는, 어쩌면 헌병이 아니라 방첩대나 그런 소속인지도 모르겠군. 인상을 찌푸리면서 나에게 말했다.


“ 병사, 자네가 해군장관께 보낸 편지의 내용은 우리 군이 극비로 추진하는 프로젝트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담겨있었다. 아마도 자네는 독일과 내통하는 스파이겠지. 무슨 이유로 해군장관과 접촉을 시도했는지는 모르겠지만, 평소에도 자네 지휘관들에게 처칠 경을 만나야 한다면 수차례 청원했다고 하더군? ”


잠깐, 그러니까 이새끼들이 나의 획기적인 탱크에 대한 아이디어를 듣고 나를 기밀을 캔 간첩으로 생각하고 수사하고 있는 것이었어? 아, 이런 멍청한 새끼들 내가 기밀을 빼낸 거면 독일 애들한테 넘기지 그걸 왜 해군부 장관실로 편지를 보내겠냐고?


서울대 애들도 군복 입혀놓으면 똘빡 짓을 하더니, 여기 군대도 똑같나 보네? 이거 오해를 어떻게 풀지?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연재하고 있는 ‘조선, 대영제국을 등쳐먹다(영국조선)’ 도 시간이 되시면 읽어보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좋은 하루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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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말년병장 이병장 2 +2 21.08.03 82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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