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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바리 님의 서재입니다.

와룡과 봉추의 궤변학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공포·미스테리

완결

말뚝이.
작품등록일 :
2019.11.03 04:56
최근연재일 :
2019.11.03 23:00
연재수 :
19 회
조회수 :
646
추천수 :
21
글자수 :
113,011

작성
19.11.03 06:00
조회
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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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7쪽

제 1담 서서걷는 갓난 아기 1화

DUMMY

왜 이렇게 된걸까?

머릿속에 떠오르는 하나의 물음이 지금의 내 심정을 대변한다.

내 앞에 존재하는 나무로 이루어진 교실문. 저녁 노을이 복도 창문을 통해서 비추고 있어, 그림자 진 그 형태가 한층 더 어둡고 괴이하게만 느껴졌다.

“하아······.”

깊고 무거운 한숨이 어둠을 타고 흘러나온다. 폰을 켜보니 시간은 어느샌가 5:3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조금 있으면 교문을 닫을 시간. 창밖을 보니 운동장에 가득 채우며 재잘대던 많던 학생들은 다 어디가고, 붉은 노을만이 가득 채우고 있었다. 간간히 보이는 서너명의 학생들이 교문을 향해 가고 있는 것이 문득 눈에 띄었다.

부럽다.

아무것도 모른체 이야기꽃을 피우며 걸어가는 학생에게 품은 감정이다.

나도 저렇게 웃으면서 집에갔으면 좋겠다.

아무것도 모르던 그런 날로 돌아갔으면 좋겠다.

[그것]과 만나지 않았던 날로 시간을 역행했으면 좋겠다.

하지만 후회는 아무리 해도 늦는 법이다.

지금 내가 이 장소에 있는 것처럼.

어느 누구도 올 것 같지 않은 시커먼 복도. 교실이라고는 복도 끝자락 하나 밖에 없는 특이한 구조. 오직 창문에 걸쳐 들어오는 붉은 노을만이 빛의 전부인 이곳.

나는 가만히 교실문에 걸쳐진 팻말을 훑어보았다.

[위험 접근 금지]

하얀 바탕에 붉은 페이트로 칠해진 선명한 문장. 크고 강렬해보이는 필체에 보는 것만으로도 사람의 심장을 움켜쥔다. 심호흡을 해보아도 가라앉지 않은 심장박동에 가만히 한쪽 손으로 가슴을 내리눌렀다.

침착하자. 나는 여기에 도움을 청하러 온거야. 여기 말고는 기댈 곳이 없어. 무서울 것 없어. 무섭지 않아.

세뇌에 가까운 자기 위로에, 검은 감정이 조금씩 무뎌진다. 이를 악물고 손을 올렸다.

-똑똑똑

복도가 조용해서 그랬을까? 가볍게 두드렸음에도 불구하고 노크소리가 넓은 공간을 가득 울렸다. 미처 대비하지 못한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이젠 돌이킬 수 없다. 나는 곧바로 손바닥을 세 번 마주친 뒤에 조용히 주문을 읊조렸다

“이야기를 먹고 사는 환상의 학생 와룡에게 부탁드립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괴담을 드릴 터이니, 제가 가지고 있는 난제를 해결해주십시오. 부탁드립니다. 부탁 드립니다···.”.

적막한 복도에 속삭이듯이 조곤조곤 울리는 나의 목소리.

홀로 복도를 지키고 있다는 기분.

주문을 외우면 외울수록, 마음 한 구석에는 학교에 혼자 남아있다는 기분 나쁜 고독감이 점차 커져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게 아니면 어쩌지?

내가 찾아온 게 잘못이면 어쩌지?

여기 아니면 믿을 만한 곳도 없는데······.

걱정거리가 산더미처럼 차곡차곡 쌓여만 간다. 덩달아 시간도 하염없이 흘러갔다. 창밖으로 나타나던 빛들이 진한 주황색으로 변하며, 점차 검정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제발.

제발. 제발. 제발. 제발. 제발. 제발. 제발. 제발. 제발. 제발. 제발. 제발.

나도 모르게 암송하는 주문의 소리가 절로 커지기 시작한다. 천천히 속삭이기만 하던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속도가 빨라진다. 조급해진 심정이 나도 모르게 반영된다. 하지만 그럼에도 문은 열릴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부탁 드립··· 에이잇!! 망할!”

이성이 툭 끊겼다. 나는 욕 찌꺼기를 내뱉으며 거세게 문을 걷어찼다. 커다란 굉음과 함께 문이 들썩거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에는 그 어떠한 소리도 나지 않았다.

즉, 아무도 없는 것이다.

그것은 나의 마지막희망이 사라졌다는 것을 의미했다.

“하, 하하······.”

허탈한 웃음이 나온다. 뭐하러 학교의 금기를 깨고 이곳까지 왔을까. 차라리 엄마랑 상의 해서 용한 무당집이라도 가는 게 나았을 것을. 나는 뒤로 돌았다. 차라리 찾지 않는 편이 나았을지도 몰랐다.

바깥을 보니 이제 노을의 시간은 지나고 어둠의 시간이 찾아오고 있었다.

[그것]이 찾아오는 시간.

그제야 깨달았다. 시간을 너무 많이 허비했다는 것을. 이제 [그것]이 나타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고작 이런대서 미친놈처럼 혼자 중얼중얼 거리고 있었다. 뭐가 [환상의 학생]이라는 거야. 뭐가 [온갖 난제를 풀어준 다]는 거야! 결국은 어디에도 없는 사람들이 하는 말인 괴담이었을 뿐인데.

햇빛이 비치지 않는 복도는 무척 어두웠다. 발 걸음 하나 떼지 못하는 묵직한 무게감. 어디로 헛디딜지 모른다는 공포. 시커먼 검은 바다같은 배경으로 나를 잠식해 들어갈 것 같았다.

그래도 가야한다.

또 만날 순 없으니까. 아니, 어쩌면 다시 한 번 더 만나면 그때가 끝일지도 모른다.

‘오빠-!’

어렸을 적 죽은 여동생의 목소리가 환영처럼 들려온다. 잊혀지지 않는 그날의 트라우마. 그렇게 죽을 순 없다. 그런식으로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그렇게 어둠에 집어삼켜줘 사람들의 기억속에서 잊혀지기 싫었다. 나는 용감하게 발걸음 옮겼다.

아니 옮기려고 했다.

-삐걱······.

등 뒤에서 들려오는 나무가 비틀려 비명을 지르는 소리. 그 순간 공기가 내 어깨를 무겁게 내려앉았다. 뭐지? 이게 무슨 소리지? 뇌가 정상적인 작동을 멈추고 공황상태에 빠져든다. 내 등뒤는 오로지 굳게 닫힌 [위험 출입금지]라는 팻말이 걸린 문 뿐. 어디서도 그런 소리가 날리 없었다. 혹시나 잘못들은 걸까? 오래돼서 나무가 균열이 갔다던가. 아니면 물이 새서 나무가 팽창을 일으켰다거나,

-드르륵······.

하지만 그것은 다음으로 들리는 소리로 인해 산산이 부서졌다. 혹시나 하는게 아니다. 잘못들은 게 아니다. 이것은 분명 미닫이문이 열리는 소리였다.

등 뒤에 문이 열린 것이다.

압도적인 공포감이 가슴을 지배한다. 분명 아무도 없는 곳이었다. 그래. 아무도 없어야 했다.

그럼,

대체.

누가 문을 연거지?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졌다. 등의 피부로 느끼는 차가운 바람. 그리고 그 뒤에 숨겨져 있는 무시무시한 누군가의 존재감.

-꿀꺽.

침이 목구멍으로 넘어간다. 등 뒤에서 느껴지는 거대한 공포에 몸이 사시나무 떨리듯 떨린다. 괜히 왔다. 아까와는 차원이 다른 후회감이 들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오지 말걸 이라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이빨이 의지와는 상관없이 다닥다닥 춤췄다.

하지만 돌아봐야 한다.

자신에게 얽힌 괴이를 해결해줄 수 있는 건, 같은 괴담밖에 없다. 그것도 [환상의 학생 와룡은 모든 난제를 푼다.]라는 특이한 목표를 가진 괴담밖에 없었다.

나는 고개를 천천히 뒤쪽으로 돌렸다.

단 하나 남은 희망의 불씨에 양초 심지만한 용기를 덧씌워서,

천천히···.

아주 천천히···.

내 고개가 최대한 뒤를 향했고,

‘왜 이렇게 된 걸까?’

나는 후회와 함께 사건이 일어났던 ‘그날’을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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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제 1담 서서걷는 갓난 아기 14화 19.11.03 21 1 13쪽
14 제 1담 서서걷는 갓난 아기 13화 19.11.03 18 1 13쪽
13 제 1담 서서걷는 갓난 아기 12화 19.11.03 22 1 9쪽
12 제 1담 서서걷는 갓난 아기 11화 19.11.03 28 1 16쪽
11 제 1담 서서걷는 갓난 아기 10화 19.11.03 23 1 12쪽
10 제 1담 서서걷는 갓난 아기 9화 19.11.03 22 1 12쪽
9 제 1담 서서걷는 갓난 아기 8화 19.11.03 19 1 12쪽
8 제 1담 서서걷는 갓난 아기 7화 19.11.03 22 1 14쪽
7 제 1담 서서걷는 갓난 아기 6화 19.11.03 22 1 12쪽
6 제 1담 서서걷는 갓난 아기 5화 19.11.03 26 1 12쪽
5 제 1담 서서걷는 갓난 아기 4화 19.11.03 29 1 14쪽
4 제 1담 서서걷는 갓난 아기 3화 19.11.03 27 1 16쪽
3 제 1담 서서걷는 갓난 아기 2화 19.11.03 38 2 12쪽
» 제 1담 서서걷는 갓난 아기 1화 19.11.03 91 1 7쪽
1 프롤로그 19.11.03 149 2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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