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가씨 아이돌

이번에 추천란에서 "왜 좀 많이 배웠다 싶은 사람들은 가르치려고 들지? 비벗 작가도 그런 모습이 슬쩍 보이던데"라는 댓글을 봤습니다.

그것과 어제 분량의 반응 등을 고려해보니, 뭐가 문제인지 좀 알 것도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취향 차이가 때로는 고압적인 태도로 비칠 수 있겠다는 것을요.

사실 전 누군가를 가르치는 걸 즐기지 않습니다.

강사 일을 오래 했고 학원장까지 역임을 했지만, 그 돈 되는 일을 접었던 것도 체질에 맞지 않아서였습니다.

사람을 만날 때도 말을 하기보다는 주로 듣기만 해서 오해를 사는 편이죠.

예. 저는 배우는 걸 즐기는 성격입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배우는 걸 열망해왔습니다.

중학교도 다닐 수 없을 정도로 환경이 어려웠고, 검정고시를 치르고 늦은 나이에 수능을 치르기까지 뭐 하나라도 배우고 싶어서 안달이 나 있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진짜로 그게 즐거워요.

댓글에서도 제가 모르던 사실을 알려주시는 분들이 정말 뽀뽀해드리고 싶을 만큼 고맙습니다.

그런데도 가르치려 한다는 말을 들은 건, 노력의 방향성이 잘못된 탓이겠죠.

장르소설을 읽을 때도 취향이 그대로 드러나거든요.

요즘 인기 있는 시트콤 느낌의 글들은-글의 완성도를 떠나서- 읽으며 배우는 내용이 전혀 없기에 조금도 재미가 느껴지지 않습니다.

마찬가지로 그런 느낌의 메이저 글을 좋아하시는 분들께선 제 소설의 서술방식이 황당하신 게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글의 소재나 완성도와 무관하게 정반대의 취향인지라 그런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제 취향에 맞는 작가님은...

예를 들면 서인하 작가님이 계시겠네요.

스토리와 크게 관련이 없는 정황 설명이 많아 호불호가 갈리는 스타일이었지만, 저는 그분의 데뷔작을 정말 감명 깊게 읽었습니다.

한 화 한 화 배우는 게 많아서 너무나도 즐거웠어요.

어떤 작가가 됐건 자기가 좋아하는 작품 스타일을 추구하기 마련입니다.

제 경우엔 스토리 외적인 상황 설명이 많은 글들을 무척 즐겼고, 그렇기에 제 글 역시 그렇게 되길 바랐습니다.

래퍼 이야기나 심리학 용어나 삼국지 고사나 히어로무비 등의 자료를 조사한 것도 그런 까닭이었죠.

원래 알고 있던 지식이라서 뻐기며 가르치려고 쓴 게 아니라, 읽는 분들이 저와 같은 즐거움을 느끼실 수 있도록 열심히 조사해서 써내려간 이야기들입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래퍼 파트나 한일관계 파트의 설명을 수 시간을 들여 요약하면서 저는 들떠 있었습니다.

짧은 분량으로 많은 통시적 관계를 서술한 것에 독자님들이 기뻐하실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따보니 전에 없이 안 좋은 반응인지라, 비로소 깨닫게 됐습니다.

설명의 분량을 떠나서 스토리와 명확하게 결부되지 않은 설명은 읽고 싶지 않으신 게 당연하다는 것을요.

그래서 접점이 잘 안 보이는 그 파트들에서 노잼을 느끼시지 않았나 싶습니다.

서인하 작가님처럼 호불호도 극복할 정도의 필력을 갖춘다면 상관이 없겠지만, 저는 아직 그 수준은 못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 결정해야 되겠죠.

내가 좋아하는 글을 쓸 것인가, 읽는 분들이 원하는 글을 쓸 것인가.

지금까지 해온 것 이상으로 엄중하게 제 취향을 눌러야 인기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이 글은 누차 말씀드렸던 대로 제가 즐기면서 쓰는 글인지라 그렇게까지 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지만...

이미 유료화 진행한 시점에서 이만큼 따라와주신 분들이 원하시는 게 그쪽이라면 어쩔 수 없는 일이겠죠.

인간 대 인간의 예의로라도 분량을 조절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해서 앞으로는 주변지식 파트는 최대한 줄이려 합니다.

꼭 필요한 내용이라면 스토리와 결부시키거나 그 삽입된 분량만큼 전체 분량을 늘리도록 하겠습니다.

본문 이해에 필수적인 내용이 아니라면 후기에 쓰도록 하겠습니다.

이래저래 머리가 복잡한 하루였지만 소득이 있어 다행인 것 같습니다.

오래 고민했던 문제들을 정리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Friday]

파이팅입니다

[싸버린둘리]

뭐니뭐니해도 작가님이 쓰고 싶은대로 써야 좋은 글이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솔직히 이 소설이 수익 떄문에 쓰인다고 생각하지 않구요.
작가님의 작품으로서 가장 완성도를 높이시면 좋겠습니다.

댓글은 한발짝 뒤에서 이런 전개엔 이런 반응이구나~ 라는 느낌으로 수용하신다면 그게 베스트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비벗]

말씀 감사합니다. 제 색깔을 잃지 않으면서 많은 분들이 만족하실 수 있도록 노력해보겠습니다.

[몽상림]

작가님 항상 응원합니다. 힘내세요

[정체무실]

전 아쉽네요. 이런 스타일의 글 좋아했는데요.

[비벗]

앗... 송구합니다. 가능한 스토리 안에 녹일 수 있도록 노력해보겠습니다.

[반가운일생]

요즘 웹소설 문화는 100원 편당 결제에서 비롯됩니다. 그래서인지 불편한 내용이라든가 설명으로 인한 전개 느림에 불편한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저 한 편으로 웃고 재밌으면 100원이 값어치를 한 셈이지요. 그런 상황에서 이 글은 좀 비껴가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전 작가님의 글에 좋습니다. 관계에 대한 고민, 어이 없는 설정이 없는 것과 인물의 성장과 입체감을 전전작부터 즐겨보았어요. 가끔은 감정이 과잉된 것이 아닐까 싶어도 그것도 하나의 매력으로 느껴지더라고요. 전업작가인지라 독자의 요구를 고려하지 않을 순 없겠지만 이 글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음을 기억해주세요. 파이팅

[반가운일생]

아 그리고 다른 작가분의 작품을 언급하는 것에 주의하시는 게 좋을 거 같아요. 친한 지인분이 아니시라면...

[비벗]

조언 감사합니다. 일부 수정하도록 하겠습니다.

[오프셋]

작가님이 그렇게 하기로 하셨다면 어쩔수는 없지만 그래도 저 개인적으로는 작가님 원래 글도 좋아했습니다. 윗분 말씀처럼 완성도는 챙기시면서 작가님 원하는대로 쓰시길 바랄게요.

[비벗]

감사합니다. 실망하시는 일이 없도록 잘 정제해보겠습니다.

[모카향추억]

비밀댓글

비밀 댓글입니다.

[비벗]

비밀댓글

비밀 댓글입니다.

[마영문]

한사람의 말을 들으려다가 열사람을 놓치는 결과만 안나오면 좋겠네요
이 글을 좋아하는 사람이 더 많다는걸 기억해주세요

[비벗]

아마 더욱 마음에 드시는 글이 될 거라 자신합니다. 지금 비축분이 잘 뽑히고 있어서요 ㅎㅎ

[讀步(독보)]

작가님 힘내세요. 항상 재미있는글 감사합니다^^

[비벗]

감사합니다 ㅠㅠ

[탈각나비]

제가 괜히 추천글을 이상하게 써서...

[비벗]

아닙니다. 덕분에 모르던 걸 알게 돼서 기뻤습니다.

[소설보는B]

.....내용에 뭘가르치려했던게 있었나??

[붉은모자]

앗...이제 봤는데 전 기타지식이 많이 나오는 편이 좋아요.....근데 없는게 자극적이어서 인기는 많더군요. 그치만 저 같은 팬도 있어요. 응원합니다.

[딱히없는]

이런 공지가 있었네요. 작가님이 개인적인 맨탈 문제라면 푹 쉬고 오시라는 이야기가 정답이 되겠네요. 다만 작품에 대해서 불만이나 비방이라면 무시하시고 원하시는 방향으로 집필 해주시면 정말 감사할 것 같습니다. 트렌드가 바뀌어 감에 따라 사람들이 워낙 휘발성이 강한 글들에 익숙해져서 템포가 늘어지거나 긴 서술성 글들을 혐오하는 시대까지 가지 않았나 싶은 걱정이 있지만, 그래도 작가님의 글처럼 깊은 생각과 곱씹을수록 더 풍미가 살아나는 글들이 있음에 문피아에서 기꺼이 결제를 하고 보는 독자들 또한 있다는 점을 기억해주세요. 작품 정말 잘 보고 있습니다.

[나에게로]

전 작가님께서 제가 전혀 모르는 부분에대해 알려주셔서 오히려 더
좋던데요 아들하고 대화도 되고 말이죠 서인하작가님 취향을 좋아하신다니 제가 그래서 작가님 작품을 좋아하나봅니다 저도 작가님과 서인하 작가님 작품은 모두 읽고 있답니다 힘내세요 가르치려드는게 아니라 알려주기위함이라고 생각하는 독자도 있습니다 덕분에 더 재미있게 읽고 있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