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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라턴
작품등록일 :
2018.08.14 16:26
최근연재일 :
2018.11.11 04:03
연재수 :
14 회
조회수 :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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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수 :
85,765

작성
18.11.11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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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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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4쪽

가족

DUMMY

도심지에서 조금 떨어진 집. 햇볕이 난간 너마까지 드는 나의 2층 방.


나는, 한참동안이나 멍하니 일기를 내려다보고 있다.


손 내미는 거야, 다시 한 번


스스로 일기장에 쓴 문장을 믿을 수 없다는 듯 몇 번이나 재확인하지만 문장이 변하는 일은 없다.


그런 것이 가능할 리가 없는데도.


"네 마음에 솔직해져, 다시 시작하고 싶잖아?"


아니, 불가능해. 이미 피아라는 인간의 가장 소중한 것은 이 세상에서 사라졌어.


어머니가 죽었어. 되돌릴 방법 따위가 남아있을 리 없어. 아무리 검을 들어봐도 그 사실은 변하지 않아.


그래서 나는 검을 들 수 없게 되었다.


검을 드는 순간 그 날의 일이 머리를, 뇌를, 심장을 괴롭힌다. 죄책감이 손을 움직이는 것을 억누른다.


하지만 그 아이는 내게 말했어.


"너와 가족이 되고 싶어."


불가능한 일이야. 처음부터.


현관으로 나서는 문을 열었다. 아직 축제 분위기에 젖은 거리는 웃는 소리로 가득차 있다.


"하하, 하하하. 그거 너무 웃기잖아."

"그래서 말이야, 아이 그 녀석이 말이야···."


그들은 놀랄 만큼 나에게 관심을 갖지 않는다. 아니, 거리의 누구도 똑같다.


마치, 너의, 나의 잘못이 아무 것도 아니란 듯이.


그렇다. 이렇게 거리를 유지하고 있으면, 세상에서 고립되어 있으면 충분하다.


그러면 사람과, 죄책감과 마주할 일 따위는 없다. 앞으로도 이렇게 쭉 혼자 지내면.


그런 생각을 했을 때였다.


"피아!"


벌써 몇 번이나 들은 적 있는 목소리가 내 이름을 부른다.


마세르.


바닥을 구르기라도 한 걸까, 옷에 잔뜩 흙을 묻힌 채로, 어색하게 웃으면서, 자랑스럽게 무언가를 높게 들고 흔들었다.


그것은, 낡고 익숙한 풍경이 찍혀있는 무언가였다.


"피아, 이 사진을 받아."

"이건?"

"여신이 이것만 있으면 하루동안 네 어머니를 다시 만날 수 있게 해준대."


어머니를, 하루동안?


그 말을 들은 순간 심장이 빠르게 뛰어올랐다.


그게 정말이라면, 나는.


아니, 그런 생각을 해서는 안된다.


죄인인 내가 죄에서 도망치려고 하면 안된다.


나는 평생동안 괴로워해야한다.


"필요없어."

"어째서."


어째서 그런 슬픈 말을 하는 거야, 하고 그 아이가 눈으로 물었다.


"어머니를 지키지 못한 나는 행복해져서는 안 돼."

"그럴 리 없어."


그 아이가 말했다.


"가족이 행복해져서는 안된다니, 그렇게 말하는 건 가족이 아니야."

"네가 뭘 알아!"


화가 나서 그 아이의 손목을 세게 뿌리쳤다.


"나는, 나는. 행복해져서는 안된단 말이야."

"피아."


바닥에 주저앉아 울고 있는 내게, 그 아이는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아주면서 말했다.


"그러면 직접 물어보자. 네 어머니한테서 분명히 해답을 얻을 수 있을 거야."

"싫어. 무서워. 분명히 어머니가 나를 싫어할 거야, 원망할 거야."


그러니까 손 잡아줘.


"피아. 물론 그런 슬픈 일은 없을거야. 하지만."


그 아이는, 내 손을 잡으면서 말했다.


"만약 그런 말을 듣게 되더라도, 네가 상처입지 않게 꼭 안아줄게."

"정말로?"

"응. 약속이야."

"···."


그 아이는 조금도 망설임 없는 올곧고 깨끗한 눈으로 내게 말했다.


"알···았어. 약속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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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치트 +1 18.08.17 133 0 12쪽
5 장난감 +1 18.08.17 131 0 14쪽
4 마리 앙투아네트 +1 18.08.16 145 0 15쪽
3 길드 +1 18.08.15 176 0 12쪽
2 무녀 루리 +1 18.08.14 273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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