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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주술사의 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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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라턴
작품등록일 :
2018.05.13 22:38
최근연재일 :
2018.07.12 20:03
연재수 :
59 회
조회수 :
10,171
추천수 :
19
글자수 :
181,117

작성
18.07.02 17:52
조회
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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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글자
7쪽

너에게 가는 길

DUMMY

찰박찰박. 비 내리는 거리를 파슬리가 급박하게 달리고 있다.


목적은 당연히 유노의 추적. 하지만 유노가 마법을 사용한 것인지 아무리 달려도 걷고 있는 유노를 따라잡을 수가 없다.


급한 마음에 큰소리로 유노의 이름을 부르기도 하고, 괴물의 존재 이유에 대해 말하면서 유노를 설득해보기도 했다.


하지만 유노는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젠장, 바티스타! 뒤쫓을 방법 뭐 없어?"


안타까움에 파슬리가 드물게 한숨 섞인 소리를 내뱉었다.


"그런 것이 존재한다면 이미 사용했을 것입니다."


하긴, 파슬리보다 더욱 똑똑한 바티스타였다. 방법이 있다면 진작 사용했을 것이다.


"파슬리, 조금 진정하십시오. 제게 생각이 있습니다."


바티스타가 파슬리 옆을 나란히 날면서 충고했다. 하지만 이미 한계에 다다른 파슬리는 그다지 귀담아 듣지 않았다.


"생각? 뭔데, 빨리 말해봐!"


벌써 달리기로 호흡이 거칠어진 파슬리가 내뱉듯이 외쳤다.


"보이는 유노를 뒤쫓지 말고, 유노가 다음에 도착할 장소에 미리 가 있으면 되는 일 아닙니까?"

"맞아, 왜 그 방법을 생각하지 못했지?"


파슬리가 탄성을 내질렀다.


이미 유노의 이동 경로는 파악해두었다. 데이트 코스를 역산으로 거슬러 올라간다면 다음으로 유노가 도착할 장소는 두 사람이 처음 입맞춤을 한 극장.


"극장으로 앞질러가자!"


갑자기 배후에서 바티스타가 파슬리를 껴안았다. 파슬리의 몸이 공중에 높게 떴다. 당황한 파슬리의 뒤로 바티스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날아가는 편이 괴물도 피할 수 있고 더 빠를 겁니다. 꽉 잡으세요!"

"좋지만, 살짝 귀뜸이라도 해줘!"


파슬리가 포효했다.



바티스타가 마법을 사용하자 극장 내부가 환하게 밝아졌다.


파슬리가 재빨리 고개를 움직여 유노를 찾았다. 하지만 극장 어디에도 유노는 보이지 않았다.


"없어! 대체 어떻게 된 거지?"


바티스타는 잠시 무대 바닥에 손을 짚더니 말했다.


"유노의 마력이 느껴집니다."

"무슨 뜻이야?"


파슬리가 해명을 요청했다.


"이미 극장을 다녀간 것 같습니다."

"그건 너무 빠르잖아!"


한탄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다음 유노의 행선지를 재빨리 뒤쫓아야했다.


"파슬리, 다음 장소는 어디입니까?"

"모르겠어. 트레비 분수인가?"


유노를 처음 만났던 장소를 떠올려보았다. 바티스타가 다시 한 번 파슬리에게 질문을 던졌다.


"직전의 장소는 건너뛰고, 그 전에 만난 장소로 바로 이동합시다."

"직전의 장소, 직전의 장소."


파슬리가 잠시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잠시 후 장소를 떠올린 파슬리가 큰소리로 외쳤다.


"찻집으로 가자!"



찻집에 도착해 힘껏 문을 열었다. 찻집 주인이 괴물이 들어온 줄 알 정도로 문을 세게 열어서, 하마터면 박살날 뻔 했다.


"아주머니! 혹시 분홍색 머리카락을 가진 소녀가 여기에 왔다 갔습니까?"


그러나 유노는 이미 찻집도 거쳐간 모양이었다.


"젠장!"


파슬리가 찻집 벽을 주먹으로 세게 쳤다.


"이게 제일 최초 데이트 코스인데, 이 다음은 어떻게 찾지?"

"파슬리, 침착하십시오."


바티스타가 옆에서 한 마디 거들었다.


"아직 신전이 남지 않았습니까?"

"신전?"

"이름없는 잊혀진 신의 무덤. 그 장소에서 당신과 전 최초로 유노를 만났을 것입니다."

"맞아!"


파슬리가 황급히 찻집 대문을 열었다. 기세 좋게 열기는 했는데, 바깥에 엄청난 숫자의 괴물이 밀집되어 있어서 순간적으로 위축되었다.


그때 바티스타가 파슬리의 양쪽 어깨 사이로 팔을 넣었다. 그대로 하늘을 날아오를 준비를 하면서 바티스타가 물었다.


"이대로 신전까지 날아갈 겁니다. 준비는 되었습니까?"

"오케이!"



신전에 도착했는데 문제가 생겼다. 갑자기 내린 폭우로 오래된 신전 입구가 무너진 것이다.


무거운 바위가 두 사람이 나아갈 길을 막고 있었다. 크기가 어찌나 큰지, 파슬리의 키를 두 배는 거뜬하게 넘길 정도로 큰 바위였다. 파슬리가 바티스타에게 물었다.


"바티스타! 이 바위를 치울 수 있겠어?"

"치우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신전 안으로 들어갈 생각입니까?"

"물론이야."


바티스타는 답답하게도 또 뜸을 들였다가 말을 꺼냈다.


"이 신전은 금방 무너질 겁니다. 그렇다면 유노는 몰라도 당신은 확실히 죽습니다."

"그렇더라도 가야해."


파슬리가 큰소리로 외쳤다. 바위를 치우지 않으면 당장이라도 달려들어 힘으로라도 치울 기세였다.


"마력 같은 건 느낄 수 없지만, 알 수 있어. 이 안에서 유노가 기다리고 있어! 자신을 손 잡아줄 사람을."

"당신이 정말 바보라는 걸 지금 또 알게 되는군요."


바티스타가 한숨을 쉬면서 물었다.


"파슬리 씨, 당신은 유노를 구하려고 하는 겁니까?"

"정의의 사도가 아니야. 나는 그냥 나약한 인간일 뿐이야. 악을 심판할 수도, 누굴 구할 수도 없어. 하지만, 울고 있는 여자아이에게 손은 내밀어 줄 수 있어!"


그 대답은 바티스타의 마음에 들었다. 바티스타는 손바닥에 마력을 집중시키면서 파슬리에게 말했다.


"10분입니다. 제가 마력을 사용해서 10분간 신전이 무너지는 걸 막을 겁니다. 그 사이에 유노를 설득해서 데려오도록 하세요."


10분. 너무나 짧은 시간이다. 두 사람이 처음 만난 장소까지 도달하는데만 5분 이상이 걸린다.


5분도 남지 않은 시간 안에 유노를 설득해서, 신전 바깥으로 빠져나올 수 있을까?


파슬리 스스로 생각해도 의문이 드는 가능성이었다. 하지만 파슬리는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다.


"10분이면 충분해."

"제 앞에서 허세부릴 필요는 없습니다."


바티스타가 한 마디 덧붙였다.


"바위를 들어올리는 것이 신호입니다. 그 사이에 안으로 들어가서 유노를 설득하십시오."

"해볼게!"


그리고, 그 육중한, 수많은 바위들이 공중에 떴다. 그 순간 파슬리는 신전 안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이미 너무나 호흡이 거친 상태였다.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까지 한계에 몰린 상황이었다.


하지만 멈추지 않았다. 이미 뇌는 새하얗게 불타버렸고, 남아있는 것은 언제든 무너질 수 있는 나약한 의지 뿐이었다.


그럼에도, 오직 유노를 구하겠다는 일념으로 파슬리는 신전을 달렸다. 그리고 마침내 신전의 끝에, 유노와 처음 만났던 장소에 도착했다.


신에게 공물을 바치는 제단 위에 유노가 걸터앉아 있었다. 얼굴은 로브로 가린 채로, 시선은 바닥으로 내린 채로.


"유노!"


파슬리가 타오르는 듯한 심장 박동을 억누른 채 유노의 이름을 불렀다. 유노는 차갑고 쓸쓸한 목소리로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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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에필로그-소녀, 린네 18.07.12 74 0 1쪽
58 인터뷰 18.07.12 77 0 5쪽
57 취객 18.07.12 68 0 5쪽
56 로즈마리와 크로우 18.07.11 86 0 11쪽
55 유노의 가족 18.07.10 92 0 8쪽
54 사랑 18.07.06 89 0 8쪽
» 너에게 가는 길 18.07.02 87 0 7쪽
52 해피엔딩 18.07.01 89 0 5쪽
51 추론 18.07.01 134 0 7쪽
50 진노의 날-3 18.06.28 81 0 8쪽
49 진노의 날-2 18.06.28 102 0 7쪽
48 진노의 날-1 18.06.26 95 0 8쪽
47 집행자 리더-2 18.06.25 111 0 6쪽
46 집행자 리더-1 18.06.24 111 0 12쪽
45 평야 전투 18.06.23 97 0 6쪽
44 주교 피에르 18.06.21 88 0 10쪽
43 계획 18.06.20 101 0 5쪽
42 단서 18.06.18 111 0 6쪽
41 차선책 18.06.17 118 0 6쪽
40 기정사실 18.06.17 118 0 7쪽
39 정의 18.06.16 124 0 7쪽
38 블랙 윙 18.06.16 133 0 5쪽
37 데이트 18.06.15 120 0 11쪽
36 막간극 18.06.12 119 0 5쪽
35 마녀의 밤 18.06.10 118 0 6쪽
34 키스 18.06.10 129 0 7쪽
33 마녀 유노의 부탁 18.06.09 178 0 6쪽
32 이정표 18.06.09 137 0 6쪽
31 죠르주-2 18.06.09 167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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