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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주술사의 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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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라턴
작품등록일 :
2018.05.13 22:38
최근연재일 :
2018.07.12 20:03
연재수 :
59 회
조회수 :
10,174
추천수 :
19
글자수 :
181,117

작성
18.06.10 20:27
조회
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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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글자
7쪽

키스

DUMMY

"쿨럭, 지금 뭐라고 말했어?"


파슬리는 살짝 호흡이 가빠지는 것을 느꼈다.


"말 그대로, 저와 사귀어달라는 거에요."


유노는 얼굴을 붉힌 채로 파슬리와 시선을 피하고 있었다. 신전에서 보여주었던 그 모습과는 너무나 다른, 정말로 나이 또래의 소녀에 걸맞는 모습이다.


그러니까 이런 상황일 수록 어른인 자신이 모범을 보여야한다고 파슬리는 속으로 생각했다.


"미안하지만, 그건 허락할 수 없어."

"네에? 왜요? 저 이렇게보여도 얼굴에는 나름 자신있는데. 아니면 파슬리 씨는 역시 저 같은 어린아이는 NG인가요?"

"유노."


일단 이 묘하게 달아오른 분위기를 수습할 필요가 있어서, 파슬리는 조용하면서도 힘 있는 목소리로 유노의 이름을 불렀다.


"네가 사귀자고 한 데에는 분명히 큰 이유가 있을 거야. 적어도 가벼운 마음으로 한 말은 아니겠지."

"파슬리 씨···."

"그러니까 더욱 우리는 사귈 수 없어. 누군가와 사귄다는 것은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의미야."


파슬리가 쐐기를 박았다.


"네가 나와 사귀고 싶다는 이유는, 계약자를 만들고 싶어서겠지?"

"그건···."


유노는 잠시 말끝을 흐리다가 대답했다.


"맞아요, 파슬리 씨. 역시 그 마녀의 계약자다우세요."


유노가 고개를 들어 파슬리의 얼굴을 똑바로 마주했다. 서로의 눈동자 너머로 서로의 얼굴이 일렁였다.


"파슬리 씨, 옛날 이야기를 좀 해도 괜찮을까요?"

"나라도 괜찮다면 얼마든지 들어줄게."

"고맙습니다, 파슬리 씨."


유노가 고개를 숙여 진심으로 고마움을 나타냈다. 그리고 고개를 다시 든 유노는 조금 전처럼 얼굴을 붉히는 소녀가 아니라, 한 명의 마녀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파슬리 씨는 마녀와 계약자의 관계에 대해 얼마나 알고 계신가요?"

"절대적인 신뢰를 구축해야 하는 관계."

"맞아요. 마녀와 계약자는 서로 믿고 따르는 관계여야해요. 그건 누군가가 힘이나 명령으로 제압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진심으로 믿고 함께할 수 있는 자여야해요. 그렇지 않으면"

"마녀와 계약자 모두 불행한 결말을 맞이하게 되지."


유노는 서글픈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네, 잘 아시네요. 그래서 저는 마녀가 된 지 몇년이나 지났는데도 아직도 계약자를 만들지 못했어요. 제가 추구하는 가치는 선인데, 저와 같은 걸 추구하는 사람은 이 세계에 단 하나 뿐이었어요. 아버지인 크로우에요."


파슬리는 묵묵히 유노의 말에 귀를 기울여주었다.


"그런데, 세이지를 뒤쫓다가 우연히 파슬리 씨를 알게 되었어요. 그리고 파슬리 씨가 천사를 찾아서, 설득하고, 샬롯을 지키는 모습을 보고···. 저는 파슬리 씨라면 저의 계약자가 될 수 있겠다고, 처음으로 그렇게 생각했어요."

"나는 정의의 사도가 아니야. 유약하고 흔들리기 쉬운 소시민이지."

"제 아버지와 똑같은 말을 하시는군요. 제 아버지 역시 누구보다 정의로운 사람이세요."


파슬리는 쓴 웃음을 지었다.


"파슬리 씨, 너무 갑작스러워서 놀랐다면 천천히 시작하도록 해요. 만약에 저에게서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다면, 저 고치도록 노력할게요. 그러니까···. 저와 사귀어주시지 않으시겠어요?"


유노가 다시 한 번 머리를 숙여 파슬리에게 부탁했다. 이 행동, 어리지만 진심이 담겨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파슬리는 곧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신중하게 생각을 기울여서, 어떤 말이 어떤 결과를 불러올까 생각을 거듭하였다.


10분 뒤, 파슬리가 대답했다.


"알았어, 네가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나도 노력해볼게."

"정말인가요? 얏호!"


바로 조금 전까지 진지했던 태도는 온데간데 없고, 유노는 어린아이처럼 기뻐 날뛰었다. 급작스런 태도의 변화에 파슬리는 당황을 숨길 수 없었다.


그러나 파슬리를 더욱 당황하게 한 것은, 유노가 갑자기 얼굴을 불쑥 들이대서였다.


"그렇다면 계약의 키스를 여기서 나누도록 해요."

"아니, 그건 생각해봤는데 역시 조금 미루면 안될까···."

"네? 하지만 키스를 하지 않으면 계약은 성립하지 않는걸요."

"그래도 그 역시 마음의 준비가···."


말은 끝까지 이어지지 않았다. 유노가 입술로 입술을 틀어막아서였다.


혀 끝이 닿았을 때 파슬리는 이상한 감각을 느꼈다. 조금 달짝지근하고 텁텁한 맛.


두 번째 키스의 맛은 첫키스와 다르게 상쾌하지는 않았다.


1분 가량, 입을 맞추었다가 뗀 유노가 입술 밑에 흐르는 타액을 혀로 핥아먹고 말했다.


"이런 건 먼저 기정사실로 만들어두는 거에요. 한 수 배웠죠?"


파슬리는 영혼을 잃어버린 것처럼 눈의 초점이 마구 흔들렸다. 얼굴은 새빨갛고 자세는 불안해서, 마치 고양이를 앞에 둔 생쥐와 닮아있었다.


요염하게 웃고 있는 유노와는 대조되는 모습이다.


"어라?"


유노가 문득 뭔가 이상한 것을 느꼈는지 입맛을 다셨다.


"파슬리 씨, 문제가 생겼어요."

"문제? 무슨 문제?"


파슬리가 움츠려든 채로 되물었다.


"계약이 맺어지지 않은 것 같아요. 왜지? 분명히 마녀와 계약은 키스로 이루어진다고 들었는데."


유노가 오른쪽 검지 손가락으로 뺨을 톡톡 두드렸다. 시선은 천장을 향하여있다가 갑자기 뭔가 생각난 것처럼 파슬리에게 시선을 돌렸다.


"혹시 좀 더 제대로 야한 일을 하면···."

"아니, 역시 이제 막 사귀기 시작해서 그런 게 아닐까?"


파슬리는 재빨리 유노의 말을 중간에 끊었다.


"아직 우리 사이에 절대적인 신뢰 관계가 형성되지 않아서 계약을 하지 못하는 것 같아."

"그렇군요, 신뢰 관게로군요."


유노가 고개를 갸우뚱했다가 말했다.


"그렇다면 애가 생긴다면 빼도박도 못하게···."

"아! 맞아, 이리스에 대해서 말해주기로 했잖아."


파슬리가 다시 한 번 빠르게 유노의 말을 끊어냈다. 유노는 파슬리의 반응을 즐기는 듯, 짖궂은 미소를 지어보이면서 말했다.


"슬퍼라, 파슬리 씨는 여자친구 앞에서 다른 여자의 이야기를 하는 거네요."

"으아악!"


더 이상 상황을 수습할 수 없게된 파슬리가 자리에서 일어나 괴상한 신음을 흘렸다. 유노는 재미있다는 듯이 배꼽을 붙잡고 깔깔 웃었다.


유노는 그 후에도 몇 번이나 파슬리를 가지고 놀아서, 둘 중에 누가 우위에 있는 것인지 확실히 파슬리에게 교육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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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이 소설은 라이트노벨입니다 18.05.18 249 0 -
59 에필로그-소녀, 린네 18.07.12 74 0 1쪽
58 인터뷰 18.07.12 77 0 5쪽
57 취객 18.07.12 68 0 5쪽
56 로즈마리와 크로우 18.07.11 86 0 11쪽
55 유노의 가족 18.07.10 92 0 8쪽
54 사랑 18.07.06 89 0 8쪽
53 너에게 가는 길 18.07.02 87 0 7쪽
52 해피엔딩 18.07.01 89 0 5쪽
51 추론 18.07.01 134 0 7쪽
50 진노의 날-3 18.06.28 81 0 8쪽
49 진노의 날-2 18.06.28 102 0 7쪽
48 진노의 날-1 18.06.26 95 0 8쪽
47 집행자 리더-2 18.06.25 111 0 6쪽
46 집행자 리더-1 18.06.24 111 0 12쪽
45 평야 전투 18.06.23 97 0 6쪽
44 주교 피에르 18.06.21 88 0 10쪽
43 계획 18.06.20 101 0 5쪽
42 단서 18.06.18 111 0 6쪽
41 차선책 18.06.17 118 0 6쪽
40 기정사실 18.06.17 118 0 7쪽
39 정의 18.06.16 124 0 7쪽
38 블랙 윙 18.06.16 133 0 5쪽
37 데이트 18.06.15 120 0 11쪽
36 막간극 18.06.12 119 0 5쪽
35 마녀의 밤 18.06.10 118 0 6쪽
» 키스 18.06.10 130 0 7쪽
33 마녀 유노의 부탁 18.06.09 178 0 6쪽
32 이정표 18.06.09 137 0 6쪽
31 죠르주-2 18.06.09 168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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