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인봉거사 님의 서재입니다.

모두가 주문을 외운다.

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공포·미스테리

인봉거사
작품등록일 :
2022.09.19 11:40
최근연재일 :
2022.10.21 09:00
연재수 :
17 회
조회수 :
390
추천수 :
14
글자수 :
86,463

작성
22.09.22 06:00
조회
27
추천
1
글자
11쪽

A003 헛소리 였다.

DUMMY

인경의 오늘 일은 끝이 났다.


한 때 하늘이 뚫린것처럼 쏟아지던 비는 지금 차분하게 흔적만 남았다. 아직 위에 남아있던 빗물이 뜨문뜨문 떨어지며 뭔가 끝나가는 느낌의 소리를 냈다.


바쁠 때 두어시간은 정신없이 뛰어 다니기도 했는데 어두워지고 나서는 비도 점점 그치고 평소와 비슷해지는 분위기 였다.


일이 많기도 했고, 추가 요금도 있었기에 오늘은 수입이 매우 좋은 편이었다.


중간에 짬을 내서 약국에 들러 진통제와 근육이완제를 먹었다. 그 덕에 불편하거나 아픈 것은 몰랐는데 지금은 다시 외쪽 발목에 통증이 살아나고 있었다.


사고났을 때와 비교하면 기분도 많이 나아졌다.


오히려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방심했을 때 큰 사고가 아니었던 건 나름 운이 좋았던 거라 볼 수도 있었다.


강인경은 우비를 벗어 오토바이에 걸쳐 넣고 쉴 요량으로 공원 벤치에 앉았다. 우비 덕에 옷은 그냥 축축한 느낌이었지만 신발은 문제였다. 비가 시작되자 마자 젖기시작해서 바로 양말까지 완전히 젖어 버렸다. 밑창이 닳았다 싶었더니 아예 뚫렸었다. 당장 내일은 비슷한 뭔가를 사야했다.


공원은 차분하고 평화로웠다. 당장 집에 가서 쉬고 싶은 맘이 당연했지만 그걸 억지로 늦출 여유가 인경에게 있었다.


사고라고 하기에도 뭣한, 딴 생각하다가 혼자 넘어진 그때를 떠올렸다. 별 일도 아니었는데 뭐가 그렇게 화가 났었을까 ?


인경의 핸드폰이 울렸다. 장석호에게 온 전화였다.


장석호는 같이 일하는 동생이었다. 같이 일한다기 보다는 같은 일을 하는 게 정확했다. 같은 지역에서 일을 하다 보니 가끔 길에서 마주치거나 했다. 고마운 동생이었다. 사소한 일에도 신경을 써주는 느낌이 있었다.



석호> "형 마무리 하셨어요 ?"


인경>"응 이제 들어가려고 "


석호> "재영이 사고 났데요 괜찮으시면 이쪽으로 오세요."



배달 없이 한가할 때는 몇몇이 사무실에서 노닥거리기도 했는데, 사고 났다는 재영이도 그중 하나였다. 오늘 한창 바쁠 때 뭔가 밀리는 느낌이 재영이가 사고 나서였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재영이가 사고 났다는데 석호가 오라고 한 곳은 순댓국집이었다. 다행이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닌 듯 했다.



인경이 순댓국 집 앞에 도착하니 이미 오토바이가 몇 대 서 있었다. 인경이 순댓국집 안으로 들어가자 이미 와 있던 석호와 재영 그리고 홍규가 손을 흔들었다. 사고 났다던 재영은 아무 이상 없어 보였다. 그에 더해 일행 중 가장 밝아 보였다.


석호는 인경이 절뚝이며 다가오는 모습을 보고 얼굴을 찡그렸다.


석호>"형도 다쳤어요 ?"

홍규>"오늘 비온다고 난리도 아니네."


인경은 주방에 순댓국을 주문하고 냉장고에서 소주잔을 꺼내와 앉았다. 석호가 인경에게 소주를 따라줬다. 먼저 온 셋은 이미 두어병을 마신듯했다. 재영이 웃으면서 바짓단을 걷어 올려 종아리가 긁힌 것을 인경에게 보였다. 깊지 않은 상처였지만, 경험상 아팠을것이 분명했다.


재영> " 형 들어오면서 내 오토바이 봤어요 ? 오늘 완전 액션영화 한편 찍었는데..."


재영은 신나서 사고상황을 재연했다. 어디가 부풀려진 건지 알 수 없게 거창했다. 재영은 원래 예전부터 허풍이 심하기도 했었다. 석호와 홍규는 대 놓고 시큰둥했지만 재영의 말을 끊지는 않았다.


재영>"내가 거기서 틀어서 의도적으로 깐 거지 머플러 반대쪽으로···동물적인 감각 ...알겠냐?"


재영과 콤비로 다니는 홍규는 그래도 조금은 어른스럽기도 했다. 홍규는 재영에게 술을 따라주며 비아냥 댔다.


홍규> "의도는 무슨...까불다 자빠진 거지."


재영>"너였으면 뒈졌어. 결국은 운동신경이야."


홍규>"나였으면 ? 어딜 감히."


홍규와 재영은 거창하게 몸을 움직이며 실랑이를 하는척 했다. 둘의 시끄러운 만담사이 석호가 인경의 표정을 살피며 물었다.


석호>"형은 다리 괜찮아요."


인경은 석호에게 온화한 표정을 보였다. 실제로도 그랬다.


인경> "괜찮아. 그냥 혼자 넘어졌어 ."



재영이 잔을 드는 것을 보고 모두는 잔을 모았다가 들이켰다.


인경에게 순댓국이 나오고 모두는 쓸데없는 잡담을 꺼냈다. 이것 조차도 쉬운 건 아니었다. 휴식이 절실한데 이렇게 모이면 이건 또 이대로 분명 좋았다. 정말 좋았다.









넷이서 먹은 소주가 여섯병이 다 되어 갔다. 홍규는 아까부터 애인하고 통화한다고 사라져 있었다. 원래는 어떨지 몰라도 다들 피로에 많이 하지는 못했다. 술기운에 많이들 늘어졌다.


석호>"내가 번 돈을 왜 눈치 보면서 받냐고요. 뭣 같은 거지 안 그래요 ?"


석호가 늘 하는 얘기였다. 요즘 석호는 기분이 좋거나 앉좋거나 술이 좀 되면 늘 이쪽으로 귀결됐다.


물론 석호는 틀리지 않았다. 일을 하고 돈을 못 받는게 가벼운 문제는 아니었다. 물론 못 받는건 아니고 조금씩 늦어지는 정도이긴 했어도 정당히 번 돈을 오히려 사정을 해야 재때 받을수 있는건 심각했다. 특히나 최근은 고질적이기도 했다.


두어 명이 사무실에 싫은 소리까지 했었고 뭔가 잠깐 개선되나 싶다가도 바로 원래대로 돌아오곤 했었다.


재영이 빈 병을 보고 자리에서 일어나 직접 소주를 가지러 냉장고로 갔다. 한참을 자리 비웠던 홍규가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홍규는 여전히 통화를 하며 자기 자리로 와 앉았다.


결혼까지 생각한다는 홍규는 애인에게 여간 공을 들이는게 아니었다.


홍규>"정말 사고 났다니까···. 아니 병원은 아니고···심리치료 같은거야··· 사고난거 그때그때 안 풀면 무서워서 잠도 못 자···트라우마 생겨."


재영이 소주병을 가져와 앉으며 옆자리 홍규를 비웃었다.


재영>"이 새끼는 트라우마가 뭔지는 알까?"


홍규가 통화하는 다른 손으로 소주잔을 들어 재영한테 내밀었다.


홍규> "그래 바로 들어갈 거야 사랑해."


홍규가 전화를 끊기를 기다렸다가 재영이 소주병을 까서 홍규에게 따라줬다.


재영> "홍규야...니가 그렇게 얘기하는 게 통하냐 ?"


홍규는 재영을 보고 웃었다. 홍규 애인은 여기있는 모두가 본 적이 있었다. 미용사라고 아주 참한 여자였는데 얼핏 느끼기에도 홍규가 어린애 다루듯 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아마 홍규만 그걸 모르는 듯도 했다. 홍규 말대로 넘어가 주는 느낌이 강했다.


홍규> "맞잖아. 심리 상담하는 거···내일 쫄아서 안 나올까 봐 이러는 거 아냐."


재영은 석호와 인경에게도 술을 채워줬다.


재영> "안 나오긴.... 빚이 얼만데..."


석호가 술잔을 들어 건배를 권했다. 건배를 하는 석호 입에서 신기한 말이 튀어나왔다.



석호>"제물이 익는다."



인경은 놀라서 석호를 봤다. 재영도 모르는 눈치였고 홍규만 얼굴을 찡그리며 손사래를 쳤다.


홍규> "야 그런 거 하지 마."


인경> "그게 뭔데 ?"



석호>"주문이에요 세상을 변화시키는···. 사필귀정 ... 모든일이 옳게 방향을 찾아가게 하는."


어제 한밤중에 인경을 깨운 그 소리 ... 그리고 오늘 아침 병원에서 본 여중생의 깁스에 적혀있는 글귀


술잔을 털어 넣은 홍규가 인상을 찡그리며 석호 말에 초를 쳤다.


홍규>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냥 요즘 애들 유행어 같은 거에요. 맘에 안 드는 거 있으면 중얼거리는..."


재영이 핸드폰을 꺼내 켜서 석호에게 다가왔다.


재영> "어떻게 하는 건데 ?"


석호가 재영에게 설명을 하며 핸드폰을 켜고 뭔가를 검색하기 했다.


석호> "이 주문을 계속 사람들이 외워서 일정 이상이되면 세상이 변하면서 다음 주문이 나오고 .그렇게 계속 좋아 지는거지 . 지금이 벌써 세번째 주문이야."


석호>"재홍이 너는 그냥 계속 외워. 생각하지 말고 ." "제물이 익는다. 제물이 익는다."


홍규> "뭐가 변했는데.. 그리고 그 일정 이상이 몇번인데. 아무 논리도 없고. 세상이 왜 변하는데 ?... 뭐가 주문이야 마법이라도 써? "


재영이 핸드폰을 열고 석호에게 다가 갔다.


재영> " 뭘로 검색해야 나오냐 ? 어떻게든 변한 게 지금보다 나쁘겠어 ? 돈 드는 것도 아니고 너도 해 "


홍규가 소주병을 들어 모두의 술잔을 다시 채워 줬다.


홍규> "야 박복한 우리 팔자엔 난리도 없다. 기대하지마."



석호는 홍규에 말을 무시하고 핸드폰 꺼내 들었다.


그 온도를 느끼지 못하고 있었던게 이상할정도로 석호가 보여준것들은 뜨겁다 못해 녹아버릴 지경의 용광로와 같았다.


주문의 효과를 개인적으로 경험한 사람들의 간증은 물론 주문과 연관있을 긍정적인 사회변화를 촘촘하게 기록해 놓은 연구회도 있었고 권위있어 보이는 전문가들도 각자의 입장을 밝히고 나섰으며··· 챌린지 형식으로 주문을 외우는 모임도 여럿 존재했다.


남녀노소의 구분도 없었고 또한 나라 간의 구분도 없었다. 각국의 언어로 번역되어 외워지고 있었고 심각한 나라는 정부나 종교지도자가 나서 금지시키기도 했다고 했다.


한동한 모두는 말 없이 핸드폰 안에 폭풍을 목격했다. 홍규도 처음과 달리 제법 관심이 생긴 모양이었다. 또 말도 많이 누그러졌다.




홍규> "아멘 , 나무아미타불 같은거 겠네. 근데 제물이 뭔데 ? 아무도 그얘길 안하네 "


석호> "때가 되었다. 그런 상징이야··· 그냥 받아들여."







한동한 말이 없던 재영이 입을 열었다.


재영>"근데 이정도면 이미 난리가 났어야 되는거 아냐? "


인경도 핸드폰의 내용이 모두가 사실은 아닐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도 그럴것이 처음 홍규가 말한것 처럼 원리나 규칙같은 것은 없고 믿기 힘든 효과만 나열할 뿐이었다..


헛소리였다.


그럼에도 무의미하다 할순 없었다. 석호처럼 재홍도 홍규도 인경도 술기운 외로 달끈한 기대가 있었다.













다들 조금은 비틀거리게 취했다. 번거로워도 오토바이는 두고 걸어서 귀가 할 요량이었다.


순댓국집 앞에서 일행은 별 인사 없이 헤어졌다. 모두 아쉽고 허무한 기분에 말이 없었다. 인경이 일행을 뒤로 하고 집을 향했다. 석호가 절뚝거리며 이미 한참은 멀어진 인경을 불렀다.



석호> "형"





인경은 느릿하게 몸을 돌려 석호를 봤다.


석호> "형 괜찮아요 ? "



인경은 석호를 보고 웃어 보였다.


인경>"괜찮다니까."



석호> "아니 다리 말고요."





인경은 뭔가 들킨 듯 표정이 굳어졌다. 그러다가 다시 애써 웃어보였다. 석호는 어둠속에서 인경이 어떤 표정인 알수 없었다.


인경은 석호에게 손을 흔들어 보이고는 다시 집으로 향했다. 석호는 인경이 멀어져 사라질때까지 보다가 자기 갈 길을 갔다.




한참을 홀로 걷던 인경은 집까지 여러 번을 쉬어야 했다. 그러다가 뭔가 갑자기 울컥한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이내 침착하게 맘을 추스렸다.


인경은 무리하고 있는데 나아지는게 없었다. 강인경은 괜찮지 않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모두가 주문을 외운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7 A016 모두가 주문을 외운다. 22.10.21 7 0 12쪽
16 A015 귀신이 온다. 22.10.20 6 0 12쪽
15 A014 그런거 상관없죠. 22.10.19 10 0 13쪽
14 A013 같이 나가자. 22.10.18 11 0 11쪽
13 A012 도둑은 피 흘린다. 22.10.17 7 0 12쪽
12 A011 이젠 니가 날 찾아야 돼. 22.10.14 13 1 12쪽
11 A010 같이 있으려고. +2 22.10.13 15 1 12쪽
10 A009 좀 더 자신을 믿으세요. +2 22.09.30 18 2 12쪽
9 A008 그가 일어선다. +4 22.09.29 21 1 13쪽
8 A007 구하러 왔어요. +2 22.09.28 22 1 12쪽
7 A006 너도 미래 없으면 따라해. +2 22.09.27 21 1 12쪽
6 A005 숲이 불탄다. +2 22.09.26 18 1 11쪽
5 A004 효과가 있었다. +2 22.09.23 23 1 11쪽
» A003 헛소리 였다. +2 22.09.22 28 1 11쪽
3 A002 다시 차가워 졌다. +2 22.09.21 36 1 11쪽
2 A001 제물이 익는다. +2 22.09.20 57 1 11쪽
1 A00P 아무도 모른다. +2 22.09.19 78 2 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