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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잇감 님의 서재입니다.

아카데미에서 영지 키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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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잇감
작품등록일 :
2021.05.12 13:48
최근연재일 :
2021.06.20 20:20
연재수 :
3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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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804
추천수 :
572
글자수 :
250,061

작성
21.05.13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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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4화. 고탐이 답이다!

DUMMY

“....예? 왜요?”


생각지도 못한 거절에 표정이 일그러졌다.

대머리 선배는 당연한 걸 묻냐는 듯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우리 클럽은 서로의 실력 향상을 위해 만들어진 곳이야. 어느 정도 검술을 아는 학생끼리 이득을 위해 뭉친 곳이라고. 하지만 넌 어떻지?”

“제가 검술은 잘 모르지만, 그래도 검이라면.....”


그래, 솔직히 개나 소나 다 안다는 기초 검술밖에 모른다.

그래도 검으로 사냥이라면 지겹게 했던지라 나름 자신 있던 분야였다.

하지만 그 사실을 모르는 대머리 소년은 고개를 저었다.


“너 귀족이야?”

“....아뇨. 아버지께서 귀족이긴 하지만 저는 평민입니다.”

“몰락 가문인가 보네. 그럼 더 안 돼. 우리는 기사 학과가 아니라면 어릴 적부터 기사에게 검을 배운 학생만 받아주거든.”


이런 치사한 놈들!

그럼 나 같은 초짜들은 어디서 배우라고.

분명 정치학과 선배가 그러지 않았던가. 이왕이면 다른 분야를 배우는 게 클럽이라고.


나는 선배에게 간절한 눈빛을 보냈다.


“방법이 없을까요? 진짜 받아만 주신다면 시키는 일은 다 하겠습니다!”

“으음.... 진짜 이상한 녀석이네. 다른 학과도 아니고 고탐 녀석이 왜 여길 들어오려는 거야?”

“그야 당연히.....”


검술을 훔쳐 배우기 위해서라고 말하려다가 황급히 말을 돌렸다.


“....멋있지 않습니까. 그리고 남자라면 자기 몸을 지킬 방법쯤은 배워둬야죠.”

“큭, 그건 마음에 드네. 그래도 안 돼. 그런 이유라면 차라리 육체 단련 클럽을 찾아가 보던가.”

“선배님, 진짜 안 됩니까?”


내 간절함을 읽은 걸까.

방금 전까지만 해도 살짝 무시하던 선배의 두 눈이 진지하게 바뀌었다.


“너 진짜 대련 클럽에 들어오고 싶어? 거긴 생각보다 멋진 클럽은 아니야. 매일 부상을 달고 살아야 한다고.”

“예! 그 정도는 충분히 감수할 수 있습니다!”

“그래? 으음..... 그럼 너 말이야.”

“예 선배님!”


대머리 선배가 뒤로 몸을 돌리더니 손을 쭉 뻗어 무언가를 가리켰다.

200m쯤 꽤 멀리 떨어진 거리에 있는 커다란 갑옷을 입은 기사의 석상이었다.

아니, 석상처럼 보일뿐 실제로는 철로 만들어진 동상이랄까.

아침에 학교를 돌아다니다 본 적이 있다.


“우리 기사 학과에는 실력을 증명해야 하는 전통이 있어. 바로 저 동상에 검을 이용해서 흔적을 남기는 거야.”


그러고 보니 조각상 다리 부분에 수많은 긁힘 자국을 본 거 같기도 하고.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선배가 말을 이었다.


“단, 3cm가 넘는 흔적을 남겨야지만 인정받을 수 있지. 만약 네가 그 테스트를 통과한다면 클럽 가입을 생각해 볼게.”

“....3cm면 충분합니까?”

“그렇다니까. 그리고 너 혹시 검이 아니라 다른 방법을 이용하려는 거라면 포기해라. 흔적을 보면 다 티가 나니까.”


나는 대머리 선배를 빤히 쳐다보았다.


“선배님, 분명 저와 약속하신 겁니다?”

“큭큭, 난 약속은 반드시 지킨다. 아참! 그리고 도전할 거면 새벽에 하라고. 선생이 봐서 좋을 건 없으니까.”


대머리 선배는 내게 가소롭다는 눈빛을 보내더니 내 어깨를 툭툭 치고 자리를 떴다.

그 눈빛이 꼭 네까짓 놈이 감히 도전이라도 할 수 있겠어? 라고 묻는 거 같았다.

살짝 기분 나쁜 눈빛이랄까.

하지만 내 표정은 기분과 정반대였다.


“통짜 철 동상에 3cm의 흔적을 남긴다라.....”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씰룩거리며 절로 올라갔다.


“그게 그렇게 어려운 건가? 철 자르기라면 어릴 때부터 밥 먹듯이 하던 건데.”


아버지는 내게 검술을 가르치지는 않았어도 산트라노 가문에 내려오는 육체 훈련은 꾸준히 시켜왔다.

그 훈련 중 하나가 바로 통짜로 된 철 자르기였다.


처음에는 1cm 정도 되는 두께였고, 12살 마지막에 잘랐던 철 두께가 아마도 10cm 정도 되었으려나?

그 다음 해부터는 집에 철을 살 돈이 부족해 중단된 훈련이었다.



* * *



검술 학과 2학년이자, 학생들 사이에서 태양의 기사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알렌.

대머리 선배 알렌은 자신이 자리를 떠난 뒤에도 멍하니 있는 루이얀을 힐끔 노려보았다.


“흥, 어딜 고탐 녀석이 주제도 모르고 우리 클럽에 들어오려고. 어림도 없지.”


알렌이 보기에 그 신입생은 정말 건방진 녀석이었다.

클럽은 학과를 따지지 않지만, 대련 클럽은 암묵적으로 기사학과만이 들어올 수 있었다.

그런데 몸이 허약하기로 소문난 고탐에서 감히 기웃거리다니 이 얼마나 건방진가.


그래서 알렌은 작은 거짓말을 했다.

원래 실력 증명을 위한 흔적 남기기의 통과 조건은 1cm였다.

그마저도 특출난 몇을 제외하면 보통 최소 3학년은 되어야 하나둘씩 통과하고는 했다.

당장 나름 상위권인 알렌조차 1cm에서 조금 부족해 통과하지 못한 상태였으니까.


“그럴 일은 없겠다만, 만약 네 놈이 정말 3cm 흔적을 남긴다면 내가 무슨 수를 쓰더라도 클럽에 반드시 받아주마.”


알렌의 두 눈에는 벌써부터 좌절할 신입생의 모습이 보였다.

자신이 1학년 때 겁도 없이 도전했다가 그랬던 것처럼.



* * *



늦은 새벽 시간.


새벽의 아카데미는 아까 전과 달리 매우 어두웠다.

저녁에는 마법등이 있어 그런 것을 못 느꼈었는데, 새벽에는 마법등조차 불이 모두 꺼진 상태였다.

나는 목적이 있었기에 그 시간을 노려 밖으로 나왔다.


“혹시나 경비가 있을까 봐 걱정했는데, 여긴 경비가 없나? 도둑들이 이 사실을 알면 좋아하겠는데.”


새벽이라 그런지 살짝 쌀쌀하다.

나는 추위를 싫어하는지라 후딱 해치울 생각으로 서둘러 커다란 동상 앞으로 갔다.

다행히 동상은 기숙사와 그리 멀지 않은 위치였다.


“좋아, 이 동상에 흔적을 남겨야 한단 말이지?”


동상을 가까이서 보니 더 크게 느껴진다.

언뜻 봐도 높이가 5m는 가뿐히 넘었다.


나는 이게 전부 통짜 철이라는 사실에 조금 놀랐다.

철이 싼 것도 아닌데 무기나 갑옷이라면 모를까, 쓸모도 없는 이런 장식품에 돈을 쏟아붓다니.

과연 아이론 아카데미답다랄까

내 전 재산을 입학금이라는 명목으로 등쳐먹더니 이런 곳에 쓰고 있던 거겠지.


스르릉.


망설일 것 없이 가져온 검을 뽑았다.

아버지께서 내가 10살 때 주셨던 검인데, 하도 많이 몬스터를 잡다 보니 날이 많이 상했다.

그나마도 틈틈이 관리해주었기에 이 망정이지 아니었다면 진작 부러졌을 거다.


“후우.... 그럼 시작..... 음?”


나는 검을 휘두르려다 다리 부근에 새겨진 흔적 하나를 보고는 멈칫했다.

옅은 흔적들 사이에 아주 깊게 새겨진 흔적 하나가 있었다.

조심스럽게 그 흔적에 검을 집어넣어 보니 쑥하고 들어가는 게 10cm는 되는 구멍이었다.


“.....엄청 깔끔해. 여러 번 휘두른 게 아니라 한 번에 가른 건가? 역시 기사학과야.”


그 실력에 살짝 감탄이 나왔다.

안 그래도 어제 기사학과 학생들을 보고 살짝 실망하던 차라, 이런 실력자가 존재한다는 게 반가울 지경이다.


아무래도 내가 보았던 학생들은 약골들만 모아 두었나 보다.

샤룬이라는 그 선배도 몸이 비실비실해 보였던 걸 생각하면 분명히.


“원래는 3cm 흔적만 남겨 둘라 했는데..... 이러면 승부욕이 도는데 어쩔까나.”


문득 아버지가 해주었던 말이 떠올랐다.

검을 잡았을 때는 언제나 최선을 다하라고.


꽈아악!


덕분에 검을 잡은 손에 힘이 가득 실렸다.

살짝 흔적만 새기려던 계획에서 저 10cm 흔적을 눌러주겠다는 승부욕이 불타올랐다.


‘철을 깊게 파는 용도라면..... 아무래도 그게 좋겠지?’


생각을 마침과 동시에 검이 앞으로 쏜살처럼 쏘아져 나갔다.

기교라고는 전혀 섞이지 않은 기초 검술 1장 3식, 찌르기!


파각!!


검 끝과 동상이 부딪히자 강한 반발력이 전해졌다.

그 힘이 얼마나 강한지 미리 검을 꽉 잡고 있지 않았다면 손아귀가 찢어졌을지도 모른다.

그에 나는 급하게 육신에 숨겨두었던 오러를 끌어올렸다.

그러자 검이 무른 나무를 꿰뚫듯 서서히 안으로 파고들었다.


꽈드드득!!


이미 10cm 흔적을 훌쩍 넘겼건만, 처음 계획은 잊어버린 채 계속해서 힘을 가했다.

사실 지금은 그냥 단순한 분풀이에 가까웠다.

원하던 기사학과에 들어가지 못하고 이제는 고고학 탐구에서도 퇴출을 걱정해야 하는 내 인생이 억울해서.


“나는 고탐에서 섞을 인재가 아니라고!”



* * *



이른 아침 시간.


“으으....!! 잘 잤다.”


기숙사의 침대가 푹신했던지라 기분 좋게 눈을 떴다.

정말이지 오지에 있던 낡은 집에 비하면 가구도 그렇고 전체적으로 비교하기가 민망할 지경이다.


나는 정신을 차리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 가볍게 몸을 풀었다.

그러면서 직원이 문 앞에 두고 간 아침 식사를 가져와 먹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렇게 식사를 가져다주는 건 1인실을 쓰는 학생들에게만 해주는 아카데미의 배려였다.


뭐, 일종의 신분 차별이랄까?

그래도 그에 대해 불만을 터트리는 평민 학생은 없을 거다.

그들이 아니라 해도 이곳에 다니고 싶은 평민들은 넘쳐나니까.


“하아.... 몸풀기는 이 정도면 충분하고. 대머리 선배가 지금쯤 내가 남긴 흔적을 확인했으려나?”


대련 클럽에 들어갈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콧노래가 절로 흘러나왔다.

나는 그 기분을 최대한 만끽하기 위해 서둘러 교복을 입고 밖으로 나섰다.

교실로 가기 전에 기사 동상을 확인할 생각으로.


“....어라? 왜 이렇게 사람이 많이 모여 있지?”


내가 동상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많은 학생들로 북적이는 중이었다.

그들은 심각한 얼굴로 동상을 힐끔 바라보며 시끄럽게 떠들었다.


“와아.... 도대체 누가 저런 미친 짓을 한 거래? 도끼로 작정하고 부순 건가?”

“뚫린 흔적을 보면 도끼는 아닌 거 같은데? 그래도 대단하기는 하네. 아마 기사 학과 선생님이 그런 거 같은데.”

“하긴, 선생님이 아니고서야 저건.... 불가능하지.”

“어쨌든 대형 사고를 치셨으니 이번에는 징계 좀 세게 먹으시겠어. 도대체 누굴까?”


징계? 선생?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어제 내가 벌인 짓을 다시 확인했다.


완전히 아작 나버린 기사 동상의 오른쪽 다리.

동상은 왼쪽 다리에 의지해 위태롭게 서 있었다.

분명 저 정도까지 하려던 건 아니었는데, 그때는 분위기에 취해 나도 모르게 그랬다.

그래도 결과는 만족스러웠는데, 다들 왜 이리 심각들 한 건지.


“저기요.”


의문을 풀기 위해 옆에 있던 학생을 불렀다.


“예? 저요?”

“실례지만,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건지 알 수 있을까요? 언뜻 듣기에는 동상에 관해 이야기 하는 거 같으시던데....”

“아! 맞아요. 어떤 정신 나.... 아니, 선생님이 그런 건지는 몰라도 대형사고를 쳤나 봐요.”

“....대형사고요? 에이, 다리 하나 부셨다고 그 정도까지는.....”

“아카데미 3대 상징물 중 하나를 부셨으니 대형사고죠. 아마 선생님이라도 징계를 각오하셔야 할 걸요.”


저 동상이 그렇게 중요한 거였다고?

왠지 안 좋은 예감이 팍팍 들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럼 만약 범인이 선생이 아니라 학생이라면 어떻게 되는 겁니까?”

“예? 아하하! 무슨 그런 농담을! 학생이 어떻게 저런 짓을 합니까. 마법 아티팩트라도 사용했다면 모를까.”

“그, 그래도 혹시나 그랬다면요!”


나도 모르게 소리치자, 학생이 뒷머리를 긁적였다.


“그야.... 당연히 퇴학이죠. 아마 동상에 수리에 대한 막대한 비용도 지불해야 할 걸요.”

“.....수리비용이요? 얼마나요?”

“그건 저도 모르죠. 아! 제가 듣기로 저 동상을 유명한 장인이 만들었다고 하던데. 엄청 비싸다는 건 확실하겠네요.”


퇴학. 그리고 수리비용까지.

순간 이마와 등에서 식은땀이 나며 안 좋은 상상들이 떠올랐다.


‘아니 기사학과에서는 그게 전통이라며...!’


분명 대머리 선배가 그리 말하였고, 동상 다리 부근에도 수많은 흔적들이 새겨져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 흔적 위에 ‘작은’ 흔적 하나를 더 남겼을 뿐인데.


그때 뭉쳐 있던 학생들이 갈라지며 중년 남성이 나타났다.

그는 동상을 보고 화가 잔뜩 났는지 얼굴이 시뻘게졌다.


“아니 어떤 망나니 같은 녀석이 학교 기물을....!! 누구야! 누가 이런 막돼먹은 짓을 벌인 거야! 너야?”

“예? 아, 아닙니다.”

“그럼 너야? 도대체 어떤 녀석이야!! 잡히기만 하면 죽을 줄 알아!!”


그는 주변에 있는 학생들을 하나씩 노려보며 범인을 찾아내겠다는 심산처럼 보였다.

나는 슬쩍 그의 눈빛 거리에서 벗어나 재빨리 고탐 건물을 향해 달렸다.


“.....그래, 고탐 학생이 위험하게 무슨 대련 클럽이야. 고탐 학생은 고탐 학생처럼 지내야지. 암, 그렇고말고.”


이렇게 된 이상 고탐이 답이다.

시험 그까짓 거 공부해서 합격하면 되는 거 아닌가?


기사가 되어 악덕 영주가 되는 꿈은 ‘아주 잠시만’ 접어두는 거다.

지금부터는 모범생 루이얀으로 새 인생을 시작해야 하니까.

그런데 왜 눈에서 물이 떨어지는 걸까.


“미치겠네.”


아, 아! 이런 엿 같은 인생이여.

아버지 왜 저를 고고학 탐구로 보내셨습니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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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3화. 솟아날 구멍은 있다 +3 21.05.12 1,659 29 14쪽
2 2화. 에이, 농담도 21.05.12 1,953 40 14쪽
1 1화. 새 출발 +5 21.05.12 2,781 58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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