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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족 하르파스의 던전입니다

족보없는 이세계 군주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간달푸
작품등록일 :
2016.10.25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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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15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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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0.24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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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016. 이름없는 도시

DUMMY

☆ ☆ ☆


어둠이 내려앉은 지도 오래였지만 길을 뚫으려는 벌목작업이 한창이었다.

일반 병사들의 경우도 오러를 사용할 정도이니 연습을 겸한다는 이유로 나무 밑동을 날려버리는 일에 동참하고 있었다.


“넘어간다!”


거대한 이름 모를 나무들이 굉음을 내며 쓰러지고 있었고 그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보는 땅딸막한 키에 회색수염을 만지고 있는 발칸은 대장장이들의 우두머리이기도 하였다.


그가 있는 곳은 여러 대의 간이천막이 설치되어 있었고 수십 명의 작업자들이 실려온 나무들을 가지고 마차의 뼈대를 만드는 작업에 여념이 없었다.

식사시간도 잊어버린 망치들의 소음 속에 한 금발의 여인이 발걸음을 옮기며 설계도를 들여다보는 발칸에게 다가왔다.


“발칸 영감, 짐수레를 도대체 몇 대나 만들려고 그러는 거야?”


여인의 목소리에 들고 있는 종이를 내려놓고는 반갑다는 듯이 너털웃음을 터트리며 나무로 만들어진 간이 의자를 가리켜 앉을 것을 권하였다.


“아직 멀었습니다. 저런 목재들을 그냥 두고 갈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잡아들이는 동물은 물론, 몬스터 가죽들을 생각하면 배가 부를 정도입니다. 차나 한잔 하시지요.”


언제 가져온 것인지 작업복을 입은 청년이 김이 피어 오르는 주전자를 들고 조심스럽게 비워진 잔을 채워놓고는 고개도 들지 못하고 빠르게 사라졌다.

그리고 잔을 입가에 가져가는 나타샤의 모습을 작업자들이 힐끔 거리면서 쳐다보기에 여념이 없었기에 그런 광경을 돌아 보던 발칸이 고개를 흔들며 입을 열었다.


“처음 소집하였을 때도 저러더니 왕족을 가까이에서 보는 것이 뭐가 신기하다고···정신이 들고부터 저런 상태라 아가씨께서 이해 하십시오.”


그런 것에는 관심이 없다는 듯이 잔을 내려놓으며 발칸이 들여다 보고 있던 도면을 집어 들더니 질문을 이어갔다.


“그건 그렇고 도대체 얼마나 만든 거야? 설마, 가져온 철광석을 전부 못으로 만든 건 아니겠지?”

“아직 이백 대도 만들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마법배낭에 실려있는 물량이면 일년 동안은 걱정 없는 수량일 뿐더러 사용했던 건 다시 녹이면 그만이니 무슨 걱정입니까.”


-각종 물품운송용 수레 193대(수량 상승 중)-


-이동용 마차 160대(마법배낭적재용), 편의시설용 마차 80대, 다용도 마차 10대(이동용 성채, 발리스타 장착용), 대장장이 마차 15대, 총 265대-


“그보다 배낭에 더 넣으면 되는 거잖아?”


나타샤의 물음에 한심하다는 듯이 한숨을 내쉰 발칸이 대답을 이어갔다.


“아무리 마법배낭이라고 해도 넣을 수 있는 폭이 한정되는데 겨우 마차 두 대 분량으로 사용하려고 그 귀한걸 사용할 수는 없지요. 더군다나 이제는 남아있는 배낭도 없지 않습니까?”


“뭔 고민이야 맨탈리온한태 만들어 내라고 하면 될걸 가지고.”


“아가씨 정말 모르는 소리하십니다. 그 분이 관심 없는 쪽에는 얼마나 개으른지···

노력과 시간도 문제지만, 자연의 순리에 어긋난다며 그냥 수레나 만들라고 하신 것을 말이지요.”


그녀도 요즘 따라 마법사에게 말을 걸기가 부담스러웠다. 자신의 가신으로 들어와서 부터 말을 놓고 있었지만 과거 따르던 선배이기도 하였기에 앞으로 어떻게 대해야 할 지가 고민스러웠던 것이다.


“그보다, 아론님은 찾을 수 있겠습니까?”


나타샤는 발칸의 물음에도 답은 하지 않고 한동안 그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길 수 밖에 없었다.


기사들을 포함한 병사들에게는 지난 10년, 봉인의 시간 동안 지속적인 주군과의 접촉이 있어왔기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 세뇌된 감정들이 들어차 있다는 가정을 한다면.

기술자들이었던 이들에게는 자신에 의한 지시만이 있었기에 그것에서 벗어나 버린 것인지도 몰랐다. 그렇기에 이름만으로 불리고 있는 것일 것이다.


나타샤는 단 한번도 오지 않았던 이 세계를 알고 있었다.

과거의 죽음과 바꾸어 버린 이름은 모든 기억과 생각들, 심지어는 그녀의 감정 조차도 타인의 것으로 채워져 버렸던 것이다.

그 이후에 또 다른 그녀와의 약속이 없었더라도 아론과의 만남을 기대하게 되었고 지금에 와서는 자신만의 것이 되어야만 했다.


하지만 이런 감정들을 자신을 따르는 모두에게 강요할 수 있을까 란 의문도 들었지만 생존을 위해서는 누군가의 구심점이 있어야만 하기에 그 대상이 바뀌어졌을 뿐이란 생각을 가져본다.


“나타샤님, 혹시 들고 계신 도면에 대해서 물으시려는 겁니까?”


발칸의 말소리를 듣고는 그때까지 생각 없이 쥐고 있던 종이가 눈에 들어왔다.

정교하게 그려진 도안은 하나의 배였지만 아래에 반원형의 구체가 붙어있는 형상이었다. 이어지는 그의 말을 들으며 그것이 무엇인지를 떠올릴 수 있었다.


“부유범선입니다. 맨탈리온님의 도움이면 비슷하게 만들 수도 있겠다 싶어 살펴보고 있었지만 마법진보다도 부수적인 부품들을 만들 자신이 없으니 당분간은 보류해야 겠지요.

그 당시 내부를 좀더 살펴보는 건데 이렇게 후회될지는 몰랐습니다.”


차원이주가 결정되었을 때 남아있던 부유범선들도 함께 이동되었던 것이다.


자신의 즉위식과 함께 폐하라고 불리는 순간 살아남은 백성들과 살기 위해 북부의 포플란으로 모여든 모든 이들을 떠나 보내야 했고 그렇게 수많은 인질로 맺어진 계약은 이미 십여년도 전의 이야기였다.

불현듯 뭔가를 결심한 나타샤의 음성을 들을 수 있었다.


“지금은 길을 내는 작업이 우선이지만, 쓸만한 요새도 만들어야 하니 이렇게 옮겨가면 시간도 줄어들겠지. 그렇다고 군마들을 사용하는 일은 없도록 하라고.”


“염려 마시지요. 얼마 전에 잡아들인 황소들을 길들일 수 있을 것 같으니, 조만간 짐수레들은 그 놈들로 대체하면 될 겁니다.”


이틀 전, 정찰을 나선 병사들이 넓은 목초지를 발견하였고 그곳에 있던 황소와 닮은 것들을 여럿 끌고 왔던 것이다.

야생 소였기에 길들일 수 없을 것 같았지만 어떻게 된 일인지 하루가 지나자 얌전하게 먹이를 받아먹었고 그렇기에 지금도 생포 조를 따로 만들어 오늘 하루 동안도 수십 마리씩 잡아들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농사도 지을 수 없는 상태에서 먹이로 사용할 풀들이 문제였고 챙겨온 말 먹이를 어느 정도 융통하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발칸이었다.


-황소 231마리(증가 중)-


☆ ☆ ☆


이곳을 거점지로 사용하려면 우선 전체적인 상황파악이 필요하다는 하니발의 이야기를 들으며 앞선 기사들이 걸어놓은 램프를 길잡이 삼아 내부를 돌아보기 시작했다.


몇 개의 통로를 지나자 기사들끼리 잡담을 나누던 기사 쿠노가 이혁들에게 다가왔다.


“주군, 오셨습니까. 우선 여기까지만 램프를 설치했지만 다시 봐도 상당한 규모입니다.

이 앞부터는 제가 앞장서도록 하겠습니다.”


걸음을 옮겨 간지 얼마 되지 않아 불빛으로도 그 끝이 보이지 않는 광장 크기만한 동공에 들어서게 되었고 모두의 감탄사가 터져나올 정도의 위압감이 느껴졌다.


성인 남자 3명 정도의 팔 둘레를 가진 기둥들을 지나, 벽면에 조각된 무수한 문양들이 눈길을 끌었지만 문자의 뜻은 알아 볼 수가 없었다.

그 외의 장소도 돌아보았지만 무너진 곳이 많았기에 이동이 한정적이었다.


다시 중앙 광장으로 추정되는 동공으로 돌아올 수 밖에 없었지만 하나의 결론을 얻을 수 있었다.

이곳의 유일한 출구가 한곳 뿐이란 사실을 말이다. 그리고 광장 한 가운데 자리잡은 지하로 내려가는 통로 앞에서 어떻게 할지 잠시나마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주군, 오늘은 시간도 많이 소모하였으니 여기까지만 둘러보도록 하시지요.

나머지는 저와 남아있는 이들끼리 확인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쿠노의 말이 떨어지자 거리를 두고 걸어오던 기사 다섯이 다가오더니 지하로 램프를 내려보며 망설이지도 않고 계단을 밟아 내려가는 것이었다.


그런 모습을 지켜보던 이혁은 더 이상 자신이 할 것도 없었기에 잠자리로 돌아오니 어느 사이에 그곳에는 모포 등이 펼쳐져 있었고 입을 수 있는 옷들과 무구들이 얌전하게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리고 한쪽 편에 세워진 소드의 검 날이 램프의 불빛에 반사되어 이혁의 눈을 부시게 만들었다.


옆으로 다가온 하니발이 그것을 보며 면목이 없다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기사단에서 입는 정복이지만 본진이 도착할 때 까지는 별수 없을 것 같습니다.”


그게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이혁의 시점에서는 지금까지 걸치고 있던 누더기에 비하면 너무나 고급스러운 원단이었다.

짙은 초록의 색감과 황금문양이 인상적인 망토가 한쪽 벽면에 걸려 있었다.


다음날, 날이 밝음과 동시에 잠자리에서 일어난 이혁이 본 것은 분주하게 움직이며 식사준비에 여념이 없는 기사들의 모습이었다.


“엠마 언니, 이런 양념은 어디에 사용하는 걸까요?.”

“일단 먹어보면 되잖니. 그리고 냄비도 부족할 것 같으니 더 있는지 그 기사 분께 물어보고 와봐.”

“그분은 아침부터 안보이던데··· 저기 기사님. 이런 거 하나 더 가져다 주시겠어요?”


장작을 한아름 안아서 들어오는 기사에게 냄비를 가리키며 손가락을 하나 펴 보이는 코델라였고 그 순간 얼굴을 붉힌 발거스.

가지고 있던 장작더미를 한쪽 편에 던져버리고는 커다란 냄비 앞에 서서 입을 벌리는 것이다.


엠마가 코델라를 노려보는 것은 당연하였지만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들고 있던 국자를 식혀가며 그 기사의 입에다 가져다 주었고 그것을 냉큼 받아먹은 발거스가 엄지를 세우고는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밖으로 달려나가버렸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이혁은 힘겹게 웃음을 삼키고는 모닥불을 피우던 기사들에게 필요한 것을 이야기해 주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들은 여러 개의 냄비세트들을 가질 수 있었다.


천장에서 빛의 줄기들이 스며들고 있었기에 이혁은 맑은 하늘을 짐작할 수 있었다.


주변을 돌아보았지만 여인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기에 혹시나 하는 마음에 밖으로 나가보았고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모두들 양지바른 곳에 모여 앉은 상태에서 아침 햇살을 감상 중이었고 설명도 들을 수 있었기에.


“맑은 하늘보다 더 좋은 해독제는 없기 마련이지요. 그렇게 입으시니 좀 괜찮아 보이시네요.”


가브가 이혁의 옷맵시를 살펴보고 있으려니 아침수련을 하고 돌아오는 것인지 하니발이 십 여명의 기사들을 대동하고 가도가 있는 방향에서 걸어오고 있었다.

하지만 다가온 그의 표정이 다소 어두웠기에 이어지는 말이 궁금할 수밖에 없었다.


“날이 밝기 전에 성채를 돌아보고 오는 중입니다.”


이혁도 보았던 것들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인육을 먹는 뿔 오크들에 관해서.


“저놈들은 가리는 것이 없는 것 같았습니다. 건물의 한편에는 어김없이 뼈들이 쌓여있었고 먹다 남긴 것인지 살점까지 남아있을 정도였습니다.

인간의 것으로 보이는 것도 다소 확인했으니 살아있는 이들이 얼마나 더 있을지··· 오늘밤이라도 움직였으면 합니다.”


우선은 준비한 식사를 하면서 나머지 의견을 교환해 보기로 하였다.


“위치적으론 이보다 숨어있기 좋은 장소도 없지만 입구가 하나 뿐이기에 포위당할 경우 뒤가 없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하지만 내부가 넓다는 것이 이점이 되기도 하지요.”


하니발의 말을 듣던 중에 보고할 것이 있다며 쿠노가 입을 열었다.


“지하에서 우물을 발견했습니다.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것인지는 모르지만 여러 명이 들어갈 정도의 깊이로 식수로 사용하기에도 무리가 없을 것 같았습니다.”

“주군, 챙겨온 식량도 충분하니 결정을 내려 주십시오.”


아무 결론도 없이 자리를 마친다면 하니발이 잡아먹을 기세였기에 마냥 생각에 빠져있는 허세도 무의미하여 물음에 대한 답안을 지을 수 밖에 없는 이혁이었다.


“오늘밤 도시 외곽부터 수색하는 것으로 하겠다. 그리고 잡아온 오크는 어디에 두었나?”

“여인들이 겁을 먹을 것 같아서 조금 떨어진 장소에 얼굴만 남기고 묻어두었습니다.”


싸이키가 칭찬을 바라는 듯이 말을 하고 있었기에 아무도 거기에 대해 반론을 재기하지는 못하였다.


작가의말




밭갈이 이력.

1차: 16.12/10 (문맥,오타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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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026. 지하로 (성채공략) +2 16.11.13 2,238 28 21쪽
25 025. 용사퀘스트 (발견) +4 16.11.12 2,246 24 19쪽
24 024. 용사퀘스트 (추억) +2 16.11.06 2,389 28 22쪽
23 023. 용사퀘스트 16.11.05 2,592 32 17쪽
22 022. 용사퀘스트 16.10.30 2,488 33 18쪽
21 021. 용사퀘스트 (회색엘프족) 16.10.29 2,695 37 18쪽
20 020. 용사퀘스트 +2 16.10.25 2,614 43 10쪽
19 019. 뿔 오크 +2 16.10.25 2,474 42 11쪽
18 018. 뿔 오크 +1 16.10.25 2,533 44 11쪽
17 017. 뿔 오크_12/11 +6 16.10.24 2,671 49 12쪽
» 016. 이름없는 도시 +5 16.10.24 2,721 51 12쪽
15 015. 이름없는 도시 +2 16.10.24 2,511 45 10쪽
14 014. 이름없는 도시 +4 16.10.24 2,949 52 12쪽
13 013. 이름없는 도시 +2 16.10.24 2,942 49 13쪽
12 012. 이름없는 도시 +3 16.10.24 2,825 49 9쪽
11 011. 이름없는 도시 +1 16.10.24 2,832 57 11쪽
10 010. 이름없는 도시(유적) +4 16.10.24 3,229 53 12쪽
9 009. 이 세계 16.10.24 3,283 55 11쪽
8 008. 이 세계 +10 16.10.23 3,569 57 12쪽
7 007. 이 세계 +3 16.10.23 3,868 60 14쪽
6 006. 이 세계 +4 16.10.23 4,222 57 10쪽
5 005. 이 세계 +2 16.10.23 4,680 54 12쪽
4 004. 서비스종료 +6 16.10.23 4,604 61 13쪽
3 003. 이혁의 NPC들 16.10.23 5,459 63 12쪽
2 002. 서비스종료 +2 16.10.23 7,355 68 15쪽
1 001. 프롤로그 +2 16.10.23 10,146 68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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