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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님의 서재입니다.

心: 심장을 분실한 용계의 왕이 되었다.

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einein
작품등록일 :
2022.05.11 20:12
최근연재일 :
2022.05.28 22:44
연재수 :
22 회
조회수 :
362
추천수 :
38
글자수 :
110,049

작성
22.05.24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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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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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 17 : 학교에 가다

DUMMY

" 하 "


헛웃음이 절로나왔다.

아무리 의식이라고 해도 그렇지

갑자기 용으로 만들어버리면 어떡하냐고.


전신 거울에 비친 모습을 믿을 수 없었다.


상반신은 내 모습 그대로 이었지만

팔부터 시작한 검은 비늘은 그 아래까지 이어져 꾸물거리고 있었다.

다리 대신에 늘어진 꼬리는 방바닥을 가득메웠다.


조금만 움직여도 벽과 서랍을 치는 바람에 꿈쩍도 하지 못했다.


" 나.. 나 학교는 어떡하라고.. "


미꾸라지는 비늘조차 보이지 않았다.

방만 깨끗하게 청소하면 그만이냐..

다시 천천히 침대 쪽으로 움직였다.


" 나무야~ 몸좀 괜찮니? "


문 밖에서 할머니가 말했다.

문고리가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자 급하게 막아섰다.


퍼석.


살짝 부딪혔을 뿐인데 목판이 파삭이며 부서졌다.

손으로 부서진 틈을 만져보려다가 퍼뜩 멈췄다.


" 어머 야.. 깜짝놀랐다. "


" 미안! 할머니. "


문에 기댄채 말을 했는데 생전 처음 듣는 목소리가 나왔다.

기계음처럼 여럿의 목소리가 섞여 나왔다.

얼핏 들으면 가래가 많이 낀 환자 같았다.


" 어머머머!! 나무야, 목이 완전 가버렸네. 약은 먹었니? "


할머니가 숨을 크게 들이마시더니 말을 쏟아내셨다.

나는 혹시라도 열려버릴까 문고리까지 붙잡았다.

문고리마저 퍼걱 거리며 구부려졌다.


" 어~ 아까 약먹었어. 그 환도 먹었고 괜찮아! "


들킬까 봐 꿈적도 하지 못하고 문에 기대고 있었다.

할머니는 한숨을 내쉬면서도 계속해서 문에 대고 이야기하셨다.


" 그 환은 꼭꼭 챙겨먹어야해 할머니가 준거 맞지? "


" 어어! 얼른가 할머니. 괜히 옮을까봐 그래 얼른가~~! "


몸을 살짝 떼어 문고리를 걸어 잠궜다.

거의 부서지기 직전 이었지만 다행히 제 기능을 하고 있었다.


할머니가 밖에서 서성이는 발소리가 들렸지만 더이상 오지는 않으셨다.


" 그래, 할머니 다녀올게~ 쉬고 있어~~ "


그러고는 이것저것 챙기는 소리가 들렸다.

짤그락 거리며 열쇠를 챙기고, 지퍼를 열고 약봉투를 뒤적이고,

지갑이 어디갔는지 서랍을 열고 닫고 하는 모든 소리가 들려왔다.


용이라 그런가..

문을 닫고 있었지만 무슨일을 하고 계시는 지 눈에 보이듯 모든게 들려왔다.


할머니는 신발을 사부작 거리며 신으시더니 현관을 지나 문을 열었다.

문이 그대로 닫히고 할머니의 소리가 멀어지자 슬쩍 문을 열었다.


고요함이 남은 집안에는 나 혼자만 남아있었다.

밖에서는 아침의 분주함이 들려오고 있었다.


" 야..... "


혹시 남아있지 모를 미꾸라지를 불렀다.


" 야..!! "


그를 아무리 불러대도 어떤 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냉장고 돌아가는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흑룡이 된 채 집에 갇혀있는 꼴이었다.

차라리 설명을 좀 해주지.

아무준비도 없이 용이 되어버렸다.


이대로가면 나는 어떡하라고..


" 날 이렇게 만들어놓고 어디간거야 이 미친놈아! "


.

.

.

***


" 안녕~ 애들아! 안녕!! "


검고 푸스스한 머리, 누가봐도 평범하게 까만 눈동자.

어딘가 애매하게 허약해보이는 몸.

그에 비해 큰 키.


그는 뛰어가며 지나가는 학생마다 인사를 하고 있었다.

흰 와이셔츠에 남색 조끼의 교복을 입은 학생이 있다면

그는 절대 지나치지 않고 말을 걸었다.


" 어? 쟤 나무 아니야? "


류나무의 반에 있는 여자애들 무리가 그를 가리켰다.


" 어제 조퇴하더니 갑자기 왜 저런데? "


자신의 팔짱을 낀 여자애가 중얼거리자

한지유는 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처음보는 그의 해맑은 표정에 그녀의 입술이 비틀렸다.


그는 이쪽을 쳐다보더니 뛰어오기 시작했다.


" 쟤,쟤 왜와?? "


여자애들이 주춤거리다가 빠른 걸음을 재촉했다.

하지만 얼마나 빨리 뛰어오는 건지 얼마가지 못하고 잡혔다.


" 안녕~!! 나랑 같은반 맞지? "


그는 눈웃음을 지으며 그들에게 인사했다.


" 햇살이 너무 좋지 않니? 얼른가자 지각한다~ "


다섯손가락 중 약지와 소지를 애매하게 구부린채 손을 흔들었다.

입동굴이 보일만큼 환하게 웃자 그들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이게 대리수치심 때문인지 어딘가 모자란데 잘생겨보였던 건지 헷갈렸다.


그는 그대로 교문으로 뛰어들어갔다.


" 야.. 나무 원래 저랬었냐..? "


여자애들은 수근거리며 그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그러고는 꺄르륵 거리며 웃기 시작했다.




" 헤헤 인사했당 끄앙~~ "


그는 가방끈을 붙잡고 계단을 두칸, 세칸씩 뛰어올랐다.

등교하는 내내 둥실둥실 떠다니는 기분이었다.

많은 학생들 사이에서 등교를 한다니 기분이 좋았다.


이정도 계단은 더 빠르게 올라갈 수 있었지만 일부러 천천히 뛰어올랐다.


' 지금은 인간의 모습 이니까

이무기인걸 절대 들키지 말아야지.

물에만 닿지 않으면 되는데 무슨일이야 있겠어~ '


그는 기분좋게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그는 이렇게 인간의 모습으로 둔갑한게 손에 꼽을 만큼 좋았다.


' 평범한 고등학생처럼 학교에 간다! '


잠깐 대타로 가는거긴 하지만 드라마에서만 봤던 학교인지라 꿈만 같았다.

드라마에 직접 들어와있는 기분이었다.


다른 세계에 간섭하지 말라는 우리들의 규칙이 있지만

이건 아직 인간인 나무님을 위한 일이었다.

아직 흑룡으로 변하고 계실테니까 이왕 나온거 학교를 즐겨야지.


그는 교실문을 열고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 안!"


그리고 그 바로 앞엔 용우가 서있었다.


" 허업! "


뱉었던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그.. 그 배용우가.. 미꾸라지 앞에 서있었다.

입을 두손으로 틀어막은채 천천히 뒷걸음질 쳤다.

용우는 그를 슬쩍 올려다보더니 표정이 싸늘하게 식어갔다.


' 아니지. 이대로라면 들키고 말거야! '


" 안..안녕... 용우야... "


미꾸라지는 류나무인척 그에게 인사를 건넸다.

그는 가만히 올려다보더니 슬쩍 뒤를 쳐다봤다.

저렇게 있다가 기습으로 주먹이 날아올까 두려웠다.


" 어? 뭐야 반장~! "


뒤에서 올라오고 있던 여자애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꺄르륵 거리는 그들이 다가오자 용우의 표정이 180도 달라졌다.


온화하고 평화로운.. 말그대로 인자한 미소가 담겨있었다.


" 어, 안녕? "


여자애들은 그를 밀쳐내고 반장에게 모였다.


' 용..용우님이 인기가 많다고 하던게 진짜였구나.. '


미소로 화답하고 있는 그를 피해 천천히 빠져나왔다.

그리고 슬며시 교실로 들어왔다.

그 자리를 벗어나자 몸의 긴장이 확 풀렸다.

손을 털어대며 이리저리 몸을 풀었다.


갑자기 돌변하는 그의 표정에 진저리가 났다.

저렇게 지내다가 돌아와서 우리를 괴롭혔다는 사실이 끔찍했다.


' 뚫어버릴것처럼 째려봤는데 혹시 알아본건 아니겠지.. '


부디 걸리지 않길 바라며 자리에 앉았다.


" 야, 류나무! "


뒤에서 여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 우와 누가 나무님을 부르잖아? 나무님도 인기가 많으셨나?'


입을 끌어당겨 미소를 지으며 뒤를 돌았다.

돌아봤더니 아까 그 무리사이에서 노려보고 있던 애가 서있었다.


어...

자연스럽게 입꼬리가 내려갔다.

나무님은 혹시 괴롭힘을 당하셨던 건가..


" 질색하는 표정을 보면 나무가 맞는거 같은데.. "


그녀는 활짝 웃더니 책상에 두 손을 짚었다.


" 내,내가 류나무지 누가 뭐래냐? "


염소 마냥 가늘게 목소리가 흔들렸다.

그녀의 기에 눌려버려 말이 안나왔다.


" 푸훕, 개웃기네 감기걸렸냐?"


옆자리에 앉아있던 애가 말을 걸었다.

낄낄 거리며 우리를 쳐다보고 있었다.


" 큼큼, 목이 안좋아지긴 했음.. 어제 병원 갔다왔거든. "


" 아그래? "


" 요새 몸이 안좋긴함.. 왜이러는건지 모르겠음. "


미꾸라지는 헛기침을 하며 목을 매만졌다.

요즘 사용한다는 말투를 써가며 대답했지만 뭔가 어색했다.

옆에 앉아있던 애도 미묘하게 표정이 바뀌었다.

고개를 갸웃 거리며 이마를 긁적였다.


" 자~ 앉자~"


그러다 교실에 선생님이 들어왔다.

그는 손에 출석부를 들고 교탁쪽으로 걸어왔다.


" 어? 나무 왔어? 좀 괜찮아? "


" 아 네.. "


괜히 오해를 받을까 멋쩍게 웃었다.

선생님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주변을 둘러봤다.


" 다왔나? "


그리고 교탁위에 출석부를 펼치더니 시계를 쳐다봤다.

미꾸라지도 따라서 교실에 시계를 바라봤다.


' 드디어... 조례를 하는건가!! '


그는 교탁에 손가락을 두드리며 뒷문을 바라봤다.


' 이쁜데 해맑고 청순한 여자애가 막 뛰어오려나? '


나무로 둔갑한 미꾸라지도 턱을 괸채 그 뒷문을 바라보고 있었다.

항상 보던 드라마속의 교실을 떠올렸다.


여태까지 봤던 청춘 드라마를 직접 볼 수 있다니

그 뒷문에 누가 들어올지 기대되었다.


" 아. 지금 다 들어온거지? 출석 부른다~ "


아...?

쌤은 출석부에 있는 이름들을 부르기 시작했다.

이대로 조례가 끝인 건가..?

꽁냥거리며 장난치는 두 주인공은...?


" 나무. 또 어디 안좋아? "


옆에 있던 애가 미꾸라지를 쳐다봤다.

그친구를 바라보지도 못하고 턱이 낮게 수그러들었다.

인계에서 만든 드라마인데 현실이랑 이렇게 다르다니..

그 감독이 미워졌다.


" 야, 류나무! "


그는 미꾸라지의 어깨를 흔들었다.


" 아,아 괜찮아. 조례 끝나면 이제 뭐해? "


" 다음시간 말하는거야? "


그는 책상에 붙여놓은 시간표를 내려다봤다.


" 아... 다음시간 수학이네."

" 수학?? "


그는 미꾸라지를 이상하게 쳐다봤다.

한숨을 푹푹 내쉬더니 서랍을 뒤지기 시작했다.


' 수학이라... '


미꾸라지도 그를 따라 서랍을 뒤졌다.

하나하나 다 꺼내보며 찾다가 유일하게 접힌 자국이 없는 교과서가 보였다.


" 책 없냐? 아 있네. "


도와주려고 얼쩡 거리던 그는 다시 자신의 책상으로 시선을 돌렸다.

미꾸라지는 그를 슬쩍 보고는 책을 들여다봤다.


" 쌤오신다!! "


누군가의 외침을 뒤로 각진 뿔테 안경을 쓴 남자가 들어왔다.

그가 들어왔던것 까지는 기억이 나는데 그 뒤로는 정신이 아득해졌다.


수학이라는 시간은 알 수 없는 언어들의 연속이었다.

드라마에서 볼 수 없었던 지루한 시간이었다.

인간들은 대체 왜 거짓말을 드라마로 만드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졸려오는 아침 시간에 절반은 엎드려 있고 앞에 몇명만 칠판을 보고 있었다.

그림같은 글자들을 계속 써내려가는 그들을 보며 탄식이 절로나왔다.


이들은 과거 용계에 기대었던 인간이 아니었다.

인간의 적응력과 유연함은 용계에서는 볼 수 없는 능력이었다.

인계의 기술은 어디까지 발전할지...


가만히 교과서를 내려다보다가 수업 시간이 끝나버렸다.


생각보다 학교는 버티기 힘든 곳이었다.

여기서 어떻게 드라마가 탄생하는 거지..?

그는 책상에 녹아 내리듯 엎드렸다.


" 나무야. "


익숙하지만 항상 낯설게 느껴지는 목소리가 울렸다.


절대 듣고 싶지 않았던... 이 목소리는..


그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올렸다.

자연스럽게 움직이려고 해도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눈앞에 서있는 사람은 따스하고 부드럽게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그뒤로 넘실 거리는 푸른 기운은 살벌했다.


' 배...배용우..님... '


식은 땀이 등줄기를 타고 흘러내렸다.


' 이대로 들키면 나는 어떻게 되는거지...? '


흔들리는 정신을 붙잡고 그에게 대답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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心: 심장을 분실한 용계의 왕이 되었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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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7 : 학교에 가다 22.05.24 10 2 11쪽
17 # 16 : 심장 +1 22.05.23 16 2 13쪽
16 # 15 : 아이들 +2 22.05.22 13 1 12쪽
15 # 14 : 조각난 22.05.21 15 0 11쪽
14 # 13 : 용의 무덤 22.05.21 15 0 11쪽
13 # 12 : 인간人間 22.05.20 10 0 11쪽
12 # 11 : 용계의 왕 22.05.19 11 0 12쪽
11 # 10 : 네, 조퇴하겠습니다. 22.05.18 10 0 12쪽
10 # 9 : 증발해버린 일요일 +2 22.05.17 16 1 13쪽
9 # 8 : 미꾸라지 22.05.16 12 2 11쪽
8 # 7 : 나만 몰랐었던 이야기 22.05.15 12 1 12쪽
7 # 6 : 아버지 22.05.15 11 1 14쪽
6 # 5 : 새로운 공간 22.05.13 12 1 14쪽
5 #4 : 배용우 22.05.12 13 1 11쪽
4 #3 : 학교 22.05.12 19 3 12쪽
3 #2 : 경의선 22.05.11 24 3 11쪽
2 #1 : 운동장 22.05.11 41 7 9쪽
1 프롤로그 22.05.11 54 8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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