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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각의글 님의 서재입니다.

모자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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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페랑스
작품등록일 :
2008.02.26 16:41
최근연재일 :
2007.12.28 18:32
연재수 :
3 회
조회수 :
4,589
추천수 :
18
글자수 :
15,322

작성
07.12.28 18:30
조회
9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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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11쪽

텬하뎨일 퀴즈대회 2

DUMMY

"자 다시 계속하겠습니다. 문제 주시죠."

"수학에서 다음 정의가 가리키는 것을 무엇이라고 합니까. '직각 삼각형의 짧은 두 변의 제곱의 합은 다른 한 변의 제곱 과 같다.'"

삐익.

"2번 강대박씨!"

"아르키메데스의 원리입니다."

"아, 아깝습니다. 다음 분?"

삐이이익!!

"5번 출연자, 오언제씨?"

"피콜로의 정의입니다."

"땡. 틀렸습니다."

"아니, 피카소의 정리던가?"

"노, 노! 한 번밖에 기회가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이번에도 틀렸나요?"

"예, 잘 아시는군요."

"그럼 벌칙을 두 번 받게 되는 건가요?"

"그, 글쎄요. 규정이……? 아, 기회를 한 번밖에 드리지 않았기 때문에 벌칙은 한 번으로 그칩니다."

"휴, 살았다."

5번이 안도의 한숨을 짓자 방청석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삐익!

"아, 1번 정동쪽씨?"

"피타고라스의 정리입니다."

"딩동댕. 맞았습니다. 역시 한 실력 하는군요. 자, 이번엔 두 분이 벌칙을 받아야겠습니다. 2번과 5번 출연자 나와 주세요."

강대박과 오언제가 쭈뼛거리며 자리에서 벗어나 스튜디오 중앙으로 나섰다. 대기하고 있던 흰 가운의 두 남자가 잽싸게 두 출연자의 머리를 빡빡 밀어버렸다.

"점점 열기가 더해가는군요. 자, 계속하겠습니다. 다음 문제 주세요."

"고대 문명의 하나입니다. 중앙아메리카 과테말라와……."

빼액!

"3번 야맹중씨?"

"예. 잉크문명입니다."

"아, 잉크……문명. 정확하게, 틀리셨습니다. 너무 서두르시는 것 같군요."

삐이익!!

"5번 오언제씨?"

"잉카 문명입니다."

"아닙니다. 잘못 아셨어요. 좀 더 듣고 부저를 눌러 주시면 ……."

삐익!!!

"아 오늘 처음으로 부저를 누르시는 홍식혜씨, 정답은?"

"마약문명입니다."

"마, 마약문명? 차, 참으로 아깝군요. 정답에 상당히 근접했는데……."

삑!! "2번 강대박씨? 이번에 정답이 나올 것 같습니다만?"

"코카인 문명입니다."

"땡. 틀렸습니다."

"아님 헤로인? 마리화나? 대마초?"

"자꾸 이것저것 들이대지 마세요."

"원어 그대로 발음을 안 해서 틀린 건가요? 코케인, 그래 코케인 맞죠? 남미는 마약의 주산지잖아요."

"오 마이 갓!! 노 노 노!!! 경고입니다. 한 번 틀리면 기회 상실이에요. 틀린 다음에 아무리 정답을 대도 효력이 없단 말 입니다. 아시겠어요?"

"예, 죄송합니다. 제가 흥분을 잘 하는 성격이거든요. 그럼 제가 나중에 대답한 것 중에 정답이 있긴 한 거죠? 혹시 딴 사람이 그걸 말하면 득점하는 건가요? 그럼 엄청 억울한데… …."

"억울해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마지막 남은 정동쪽씨? 지금 대답하시겠습니까, 아니면 문제를 다 듣고 말씀하시겠습니까?"

"에, 다 듣고 답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문제 계속 주세요."

"중앙아메리카 과테말라와 남부 멕시코, 유카탄 반도 등 넓은 지역에서 번성했던 문명으로 거대한 피라미드가 유명합니다."

삐이이이이이익!

"아주 여유 있게 부저를 눌러 주시는군요. 1번 정동쪽씨?"

"마야문명입니다."

"정답입니다. 정말 발군의 실력이군요. 이번 문제에서는 1번 출연자만 빼고 모두 틀리셨습니다. 네 분이 벌칙을 받으셔야 되는데……. 홍식혜 양만 처음 틀리는 거고 나머지 분들은 모두 두 번째군요. 그럼 정해진 규칙에 의해서 홍식혜 양은 머리를 빡빡 밀고 나머지 세 분은 왼쪽 귀를 자르도록 하겠습니다."

곧 진행요원들에 의해 간이침대 등 몇 가지 도구가 준비되었다. 머리를 밀기 위해 앉는 의자는 중앙 카메라에서 왼쪽으로 옮겨졌고 그 위에 4번 출연자 홍식혜가 앉아 눈을 질끈 감았다. 앞서와 마찬가지고 순식간에 그녀는 빡빡머리가 되었다. 스튜디오 정면에서 오른쪽에는 세 명이 나와 누가 먼저 (실은 누가 나중에) 침대에 눕느냐로 실랑이가 벌어지고 있었다. 그걸 보고 있던 사회자가 말했다.

"쓸데없이 가위바위보를 할 필요가 없습니다. 문제를 틀린 순서대로 하면 되니까요. 자, 야맹중씨부터 침대에 누워 주세요. 왼쪽 귀가 방청객과 시청자 여러분께 잘 보이도록요."

"저 정말 괜찮은 거죠?"

침대 위로 올라가 누우면서 야맹중씨가 불안하게 물었다.

"걱정 마세요. 맘 푹 놓고 기다리면서 편히 주무셔도 되지만 그럴 시간이 없겠습니다. 1분이면 끝나거든요. 조금 따끔거리는 거 외에는 아프지도 않고 피도 거의 안 납니다."

사회자의 말은 사실이다. 21세기의 의학혁명 가운데 가장 획기적인 것이 바로 무통 무출혈 절단술이었다. 쉽게 말해 거의 아프지 않고 피도 흘리지 않으면서 귀나 코, 팔과 다리 등을 절단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시간도 거의 걸리지 않았다. 절단뿐만 아니라 접합할 때도 역시 마찬가지다. 소위 냉각 레이저 시술법이라고 하는 것은 절단할 부위에 레이저 광선을 쏘아 잘라내는데 감마파가 첨가된 레이저 광선은 세포를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세포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붙어있는 세포를 분리함으로써 조직과 기관을 분리해 낼 수 있었다. 이럼으로써 출혈은 거의 없고 냉각된 레이저에 의해 신경과 세포 가 조직 보존 상태로 결빙, 마취되어 통증 역시 미미했다.

외과 수술이 이렇게까지 획기적인 발전을 하게 된 것은 20 세기 말에서 21세기 초까지 범세계적으로 유행한 성형수술 때문이었다. 초기엔 지방 제거나 주름살 펴기, 쌍꺼풀 만들기, 코 높이기, 턱 깎기 등 미용을 위한 수술이 크게 유행했다. 그래서 브라운관이나 스크린에 등장하는 인물들 중 얼굴에 칼을 대지 않은 사람을 찾기 어려울 정도였다가 그것이 일반인에게도 퍼져 거리를 걷는 사람 가운데 수술 한 번 하지 않은 사람을 보기 어려울 정도가 되었다. 이것이 제1차 성형혁명이었다.

"자, 모두 깨끗이 잘랐군요. 보기 좋습니다. 다 제자리로 돌아가시기 바랍니다."

출연자들이 모두 자리를 잡고 기다리자 사회자가 말을 이었다.

"점점 열기를 더해가고 있습니다. 방청석이 꽤 흥분되어 있군요. 아마 시청자 여러분도 마찬가지일 것이고 버추얼 시트에 계신 수많은 가상 참가자분들은 특히 더할 겁니다. 저희 게이뱌스에서는 전 국민에게 좀더 화끈하고 생생하고 궁극적인 느낌을 제공해 드리고자 애쓰고 있는데, 사실 저희 프로를 보는 분들 가운데는 초, 중학생 등 미성년자도 상당히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때문에 피가 튀고 뼈가 부서지고 머리에 구멍이 뚫리는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하겠군요. 이 점 양해 바랍니다. 아, 얘기가 좀 길어졌네요. 그럼 계속 진행하겠습니다. 문제 주시죠."

점점 퀴즈가 진행됨에 따라 선두를 달리던 정동쪽도 머리가 깎이고 양쪽 귀가 잘리고 코가 잘리고 눈알이 하나 뽑혔으며 (두 개 다 뽑으면 볼 수 없으므로 하나만 뽑는다.) 왼팔과 왼쪽 무릎까지 잘려 나갔다. 그보다 성적이 떨어지는 다른 참가자들은 더 가관이었다. 2번 강대박은 양손과 양발 모두 잘렸고 3번 야맹중은 오른쪽 다리만 빼고 다 잘렸다. 유일한 여성인 홍식혜는 양쪽 귀와 눈알 하나, 코가 잘려나간 것 외에는 다 무사했다. 신체는 가장 많이 남았지만 그만큼 부저를 적게 눌렀기 때문이므로 점수도 가장 적었다. 결국 1회전의 탈락자는 점수는 4위지만 두 귀와 코, 한쪽 눈알, 그리고 팔다리가 몽땅 잘려나간 오언제로 결정되었다.

문제를 틀렸을 때 귀와 코, 눈, 그리고 사지를 잘라내는 순서는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손목과 발목, 그리고 팔과 다리였다. 자르는 걸 손가락과 발가락 하나하나, 손가락 마디 하나하나씩 하게 되면 필요한 문제가 수십 개는 되어야 한다. 문제 수야 얼마든지 많아도 되겠지만 시간이 많지 않은 게 문제였던 것이다.

그리고 너무 많이 잘라 놓으면 어느 게 어느 건지, 어느 게 누구 건지 알 수가 없어 나중에 찾아 붙이기도 어려워진다. 잘라낸 신체를 보관하는 보존 용액과 용기도 한정되어 있었다. 아무리 시술 전문가가 한다고 해도 인간인 이상 실수란 있을 수 있는 법이다.

나는 게임이 진행되는 중간 중간에 가상 부저를 눌렀고 그 때마다 운 좋게 틀려 짜릿짜릿한 경험을 했다. 실제로 간이침대에 누워 눈알이 뽑히는 출연자와 같이 눈알이 뽑히기도 하고 허벅지 아래 부분이 싹둑 잘려나가는 것을 직접 느끼기도 했다. 그 때마다 내 머리와 심장은 부르르 떨렸고 백만 볼트의 전류를 맞은 것처럼 전율했다.

오오, 바로 이 맛이여! 나는 눈물이 찔끔 나고, 오줌이 질질 흐를 것만 같았다. 물론 실제의 내 몸은 텔레비전 앞에서 헤드셋을 쓰고 있었다. 모르긴 몰라도 이 텔레비전용 이미지 어댑터는 엄청나게 팔려 나갔으리라.

"이제 남은 네 분의 출연자께서 준결승전을 치르겠습니다."

사회자의 말에 모두 그의 입을 주시했다.

"처음 말한 대로 1차전에서 2위와 3위를 한 강대박씨와 야맹중씨가 먼저 붙고 1위와 4위를 하신 정동쪽씨와 홍식혜씨가 붙어 승자끼리 결승전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강대박씨와 야맹중씨 나와 주시죠. 아, 실례했습니다. 두 분 다 이제 걸을 수 없는 처지인 걸 깜박했군요. 이제부턴 우리 진행요원들이 직접 모셔야 하겠습니다."

추리닝에 반팔 티셔츠 차림의, 정신병원의 남자 간호원 같은 건장한 청년들 넷이 성큼성큼 두 사람에게 다가가 둘씩 붙어서 옮기기 시작했다. 한 사람은 뒤로 돌아가 겨드랑이에 두 팔을 끼어들고 다른 사람은 짧게 남은 다리를 잡고 들었다. 그리고 새롭게 마련된, 서로 마주보는 자리에 앉혔다.

"두 분 다 입은 멀쩡하니 말할 수 있겠지요?"

두 사람에게서 각각 예, 하는 대답이 흘러나왔다.

"좋습니다. 그럼 대결에 임하는 자세를 한 번 들어 볼까요? 먼저 강대박씨부터."

"머리와 심장만 남을 때까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예, 간결하고 결의에 찬 말씀이었습니다. 기필코 우승하겠다는 의지를 읽을 수 있었습니다. 그럼 다음, 야맹중씨?"

"저를 보러 오신 모든 방청객과 저 때문에 텔레비전 앞에 모이신 모든 시청자를 위해 끝까지 가도록 하겠습니다."

"아 예, 좀 이해하기 어려운 말이었지만 대단한 각오를 했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겠습니다. 그럼 시작할까요?"

두 사람 다 고개를 끄덕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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