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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페랑스
작품등록일 :
2022.05.13 00:31
최근연재일 :
2022.06.18 17:15
연재수 :
3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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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78
추천수 :
138
글자수 :
133,679

작성
22.05.14 01:11
조회
2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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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글자
9쪽

응급실에서 사라진 남자

DUMMY

응급실에 있던 직원이 달려 나왔고 그는 여자를 넘겨주었다.

여자는 곧 응급실에 마련된 침대에 눕혀졌다.

“어떻게 된 건가요?”

“어디서 크게 다친 모양입니다.”

기영은 가능한 자신이 드러나지 않도록 애매하게 말했다.

폭행이 있었다고 말하면 자신이 관련되었다는 사실까지 말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피해자와는 어떤 관계입니까?”

“그냥 지나가다가 우연히 발견해 데리고 왔습니다. 일단 이 여성분의 이름으로 접수를 해 놓겠습니다.”

“예, 그렇게 하세요.”

직원이 당직 의사에게 연락해 응급처치를 하는 동안 그는 여자의 소지품을 챙긴 후 접수대에서 여자의 이름으로 진료 접수를 했다.

지갑에서 여자의 신분증을 꺼내 보고는 환자의 이름과 생년월일, 주소 등을 적었다.


백설이, 23세, 서울 용산구 거주.


나이는 우연인지 자신과 같았다.

연락처는 그녀의 휴대폰에서 가장 빈번하게 전화를 한 인물의 이름과 번호를 적어 넣었다.

휴대폰의 화면은 차에서 내리기 전에 여자의 손가락 지문을 대 보고 열어놓은 상태였다.

그렇게 접수를 마친 후 여자의 소지품을 창구 안쪽에 슬며시 밀어 넣고 조용히 병원을 빠져나갔다.


* * *


정수경은 오후에 물건을 사러 나간 친구 설이가 몇 시간이 지나도록 연락이 안 되어 같이 온 친구들과 온갖 걱정을 나누는 중이었다.

오후 네 시경 숙소로 잡은 펜션 근처 마트로 휴대폰 충전 케이블을 사러 나갔는데 세 시간이 지나도록 돌아오지 않을 뿐 아니라 전화도 받지 않았다.

급기야 무슨 일이 벌어진 게 아닌가 싶어 경찰에 신고를 하느냐 아니면 주변을 더 찾아보느냐로 옥신각신하던 중에 낯선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다.

“여보세요?”

“백설이씨 아시죠?”

중년의 남자 목소리가 수신자 확인도 안 하고 대뜸 용건을 말했다.

“예, 같이 놀러 온 친구인데······?”

“백설이씨가 폭행을 당해 크게 다쳐서 병원에 입원해 있는데 빨리 오셔야겠습니다.”

“무슨 병원인데요?”

“동부병원입니다.”

“K시에 있는 병원 맞나요?”

“맞아요.”

“곧 갈게요.”

“아, 오면 저를 찾으세요. K경찰서 이덕준 형사를 찾으면 됩니다.”

“아니 형사님이 왜?”

“누군가에게 심한 폭행을 당했다고 합니다. 어떤 남자가 데리고 왔는데 그 사람이 접수서류에 정수경씨 이름을 써 놓고 갔네요. 아, 자세한 건 만나서 얘기하기로 하고 빨리 나오세요.”

전화를 끊은 수경은 주변에 둘러선 친구들에게 서둘러 말했다.

“야, 큰일 났다. 설이 다쳐서 병원에 있단다. 빨리 가 봐야겠어.”

“그래? 어느 병원인데?”

“이 시의 동부병원이라고 해. 빨리 준비하고 가자.”

“우리 모두 갈 필요는 없을 거 같아. 한두 명은 남아서 기다리는 게 좋겠어.”

“그래. 우르르 몰려간다고 더 나은 것도 아니고. 두 명은 남고 둘이 가자.”

일행은 같은 학교 같은 학과의 다섯 명이었다.

남자 둘에 여자 셋.

졸업 여행이라는 명목으로 왔는데 이쪽 동해안 방면을 선택한 사람이 그들 다섯 명이라서 함께 온 것이었다.

제주도나 홍콩과 동남아 등 해외로 나간 친구들이 더 많았다.

졸업생은 전체적으로 여자가 남자보다 두 배 정도는 많았다. 남자들은 군대라는 의무사항이 있어 제 때 졸업을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일행은 빨리 병원에 달려가야 했기 때문에 직접 연락을 받은 정수경과 여행하는 동안 차량을 렌트한 김지후가 가는 것으로 간단히 결정되었다.

서둘러 차에 올라타자마자 수경이 병원의 위치를 검색했고 바로 휴대폰 내비게이션으로 전환해 차를 몰고 달렸다.

채 10분이 되지 않아 그들은 병원에 도착해 안내 창구에 도착했다.

“여기 백설이 환자 어디 있나요?”

들이닥치자마자 환자에 대해 물어대는 방문객에게 창구의 직원은 약간 눈살을 찌푸리기는 했지만 이내 건조한 표정으로 병실의 위치를 알려 주었다.

둘이서 그곳으로 가고 있는데 뒤에서 간호사가 부르는 것이었다.

“저기 혹시 백설이 환자분 보호자 되시나요?”

“예.”

정수경이 뒤를 돌아보며 대답했다.

“기다리고 있었어요. 곧 수술을 해야 하는데 보호자 동의가 필요하거든요.”

“수술이요, 아니 얼마나 다쳤기에?”

“예, 좀 심하게 맞은 것 같아요. 갈비뼈가 두 개 부러졌고 머리에도 금이 가서······.”

정수경의 입에서 알아듣기 어려운 욕설이 터져 나왔다.

그녀는 빠른 걸음으로 앞서가는 간호사의 뒤를 따라 뛰듯이 걸었다.

“그런데 수술 동의라면 환자 본인한테서 받아야 되는 거 아니에요?”

“지금 백설이 환자분이 정신이 오락가락해서요. 뇌진탕 때문에요.”

“아 도대체 어쩌다가······.”

그녀는 따라가면서 연신 탄식을 했다.

병실에 도착하니 30대의 젊은 의사와 간호사 두 명이 있었다.

수경은 그들을 본체만체하고 침대에 누워있는 설이에게 달려갔다.

“설이야!”

하지만 설이는 간호사의 말대로 정신이 오락가락한 듯했다.

그녀의 호들갑스러운 목소리에 눈을 뜨고 바라봤지만 친구의 얼굴을 알아보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래도 손을 들어 잡으려는 제스처는 취했다.

“아니 이게 무슨 일이야?”

그녀는 설이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백설이가 입을 열어 뭐라고 말하는데 제대로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오면서 설명을 들으셨을 것 같은데 환자분이 제대로 말씀을 못해 수술을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두 분이 보호자 맞죠?”

젊은 의사가 묻자 정수경은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

“보호자라면, 가족이어야 되나요?”

“그렇죠.”

“가족은 지금 여기 없는데······. 친구들끼리 놀러 온 거거든요.”

“그러면 빨리 연락을 취해 여기로 오든지 아니면 전화로라도 수술 동의를 받을 수 있도록 하세요.”

“수술은 급한가요?”

“응급처치를 했기 때문에 아주 급한 건 아닙니다. 이삼 일은 여유가 있는데 그래도 가능한 빨리 하면 좋겠죠.”

“네······. 지금 상태가 어떤지 얘기해 주세요.”

“가슴의 갈비뼈 두 개와 오른쪽 팔에 골절이 생겼어요. 그리고 머리에도 약간 금이 갈 정도로 충격을 받았고요. 그 외에 얼굴과 가슴, 팔다리에 타박상이 있는데 위험한 정도는 아닙니다. 골절 접합 수술을 받으면 완치까지 4주에서 6주쯤 걸리겠네요.”

의사와 간호사가 나가자 근처에 있던 중년의 남자가 다가왔다.

“정수경 씨?”

“예, 그런데요?”

“아까 전화했던 K 경찰서의 이덕준입니다.”

“아, 예.”

“친구 분인 백설이 씨가 병원 응급실에 실려 온 뒤 병원에서는 상처가 폭행에 의해 생긴 것이라 여겨 우리 경찰에 신고를 했어요. 그래서 와 보니 병원 접수 서류에는 정수경 씨의 이름이 있었죠.”

“저는 형사님의 전화를 받고 바로 달려온 건데요.”

“저도 그게 이상해서 부른 겁니다. 병원 직원들 말로는 백설이 씨를 데리고 온 사람이 젊은 남자라고 했거든요. 같이 놀러 온 친구들 중에 남자가 몇 명입니까?”

이덕준 형사는 정수경의 옆에 서 있는 김지후를 힐끔 보았다.

“여기 이 친구하고 숙소에 또 한 명 있는데 그 둘은 아니에요. 오후부터 지금까지 우리와 같이 있었거든요.”

“그럼 백설이 씨는?”

“오후 네 시쯤에 마트로 물건을 사러 간다고 나가서는 지금까지 소식이 없어 걱정하던 참이었어요.”

“그래도 이 사람이 누군지 한 번 보시겠어요?”

그러면서 이덕준은 휴대폰에서 동영상을 플레이해 보여 주었다.

병원 내 폐쇄회로 TV에서 다운받은 동영상에는 건장하게 보이는 젊은 남자가 정신을 잃은 백설이를 안고 들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평범한 청바지에 재킷을 입은 짧은 머리의 남자인데, 얼굴은 마스크로 가려 거의 볼 수 없었다.

“모르겠어요.”

정수경이 고개를 흔들며 말했고 옆에서 같이 본 김지후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전혀 모르는 사람입니다.”

김지후가 단호하게 말했다.

“이 부분이 가장 잘 드러난 지점인데 모르겠다면······.”

형사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이 사람이 폭행범인가요?”

“그건 확실히 알 수 없습니다. 본인이 폭행을 하고 병원에 데리고 온 것인지 제삼자에게 폭행을 당한 걸 목격하고 데리고 온 것인지······. 일단은 후자일 가능성이 높지만 그렇다면 왜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남의 이름으로 접수를 했는지 그게 의문이라서요.”

“제 이름으로 접수를 했다면 이 사람이 저는 어떻게 알고······?”

“백설이 씨의 휴대폰 통화 기록을 보니까 정수경 씨가 가장 많이 전화를 했더군요. 그래서 그 이름과 휴대폰 번호를 적은 것 같습니다.”

“화면이 잠겨 있었을 텐데요?”

“음, 요즘은 패턴과 함께 지문으로도 열 수 있도록 해 놓지 않던가요.”

잠들어 있는 백설이의 지문을 인식해 휴대폰을 열어봤다는 얘기였다.

“아 예, 설이가 연락이 안 되어 계속 전화와 문자를 해 봤거든요.”

“어쨌든 이 사람을 찾기 위해 외부 CCTV도 더 찾아볼 것이고 피해자에게 증언을 들어야 어떻게 된 일인지 알 수 있으니 백설이 씨가 정신을 차리면 제게 연락을 주세요.”

이덕준이 그녀에게 명함을 건네주었다.

“예.”

정수경이 풀이 죽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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