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화 - 나쁜 놈들은 보통 경찰이 잡는다
카키는 땅을 울리는 충격에 카운터 밑으로 들어갔다.
카키의 여관은 찬장을 따로 두거나 그림을 걸어두는 등 장식품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무언가 떨어질 염려는 없었지만, 친구들이 학교에서 배웠다며 알려줬던 행동을 본능적으로 따라한 것이었다.
잠시 후, 진동이 잠잠해지자 고개를 내민 카키는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여관의 문을 열었다.
"아! 그리니언 씨! 돌아오셨군요! 어? 경감님도 오셨네요?"
카키는 여관 문 앞에 서서 검문소 쪽을 멍하니 쳐다보고 있는 두 사람을 발견하곤 인사를 건넸다. 그러나 두 사람은 카키의 말을 듣지 못한 것인지 아니면 무시한 것인지 서로 눈을 마주치더니 이내 검문소 쪽으로 달려갔다.
카키는 멀어지는 두 사람을 보며 진동의 원인을 생각해보다 다시 여관으로 들어갔다.
"무너진 게 우리 여관이 아니라서 다행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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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문소로 달려간 두 사람이 처음 보게 된 것은 완벽하게 부서진 검문소와 여기저기 상처 투성이인 병사들의 모습이었다. 테이트는 병사들에게 사정을 물어보려 다가가려 했지만, 그리니언은 그런 테이트를 제지하고 한 쪽 구석에서 혼자서 무언가 중얼거리는 빨간머리 남자쪽으로 향했다.
"서쪽 평원을 감시하라고 했지, 서쪽평원을 밀어버리라고 하진 않았던 것 같은데? 응? 레드럼씨?"
레드럼은 갑자기 들려온 비아냥에 고개를 들어 그리니언을 바라보곤 벌떡 일어나 열정적인 모습으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이봐! 꼬맹아! 이건 대 발견이야! 황혼 매개의 마나 가속을 전혀 다른 식으로 이용할 방법을 생각해 냈다. 가속이라고 표현은 하지만 기본적으로 마나의 진동 수치를 높여서 공학품으로 다룰 수 있는 동력을 만드는 게 보편적인 황혼 매개의 활용법이었지만, 마나 그 자체의 진동 수치를 높인 다는 건 마법과 연계했을 때..."
"하아. 그렇게 이야기를 늘어놔봐야 반도 이해 못하니까 그건 당신 알아서 하고. 뭔가 다른 이변은 없었던 거야?"
레드럼은 자신의 말을 끊은 그리니언을 이글거리는 눈으로 쳐다보다 멱살을 잡았다.
테이트는 그런 두 사람을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쳐다보다 갑자기 표정을 굳히고는 무너진 검문소 쪽으로 향했다.
"요컨대! 아티팩트나 마법을 사용하는 사람에게 더 강력한 힘을 줄 수 있는 증폭효과나 역으로 마나 활용에 제약을 걸 수 있는 재밍효과를 낼 수 있다는 거다! 네가 없는 동안 그 연구를 계속하다 드디어 오늘 이 검문소에 그걸 설치하고 시연을 하던 와중에!"
레드럼에게 멱살을 잡힌 채로 한숨을 쉬며 이야기를 듣던 그리니언은 서쪽 평원 쪽에서 느껴지는 강한 기척에 레드럼의 손을 뿌리치고 평원 쪽으로 치달렸다.
"그 마공작이란 놈이 나타났던 거야!"
자신의 이야기를 듣는 둥 마는 둥 달려가는 그리니언의 뒤로 레드럼은 끝까지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외치고는 후련하다는 표정으로 다시 원래의 자세로 돌아갔다.
"일단 그 놈에게 꽤 피해를 준 모양이니 나머지는 꼬마놈이 알아서 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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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나르는 피투성이가 된 자신의 몸을 살폈다.
건방진 꼬마 용병을 놓치고 난 후 주변을 더 탐색하다 제국 쪽의 동향을 살피기 위해 루브린의 검문소 쪽으로 향했을 때, 검문소를 노리는 듯한 수상한 기척이 느껴져 마법을 영창한 것이 패착이었다.
검문소 쪽에서 갑자기 쏘아진 광선에 맞은 마나가 폭주해 되려 자신을 공격한 것이다.
겉으로 보기에 심하게 다친 듯 했지만, 외상은 금새 아물어 가고 있었다.
'문제는 내부인데 아무래도 체내에 있는 마나들까지 불안정해 진 모양이군. 회복하려면 시간이 좀 걸리겠어.'
마족은 기본적으로 마법과 투기를 모두 사용하지만, 본격적인 전투에선 마나를 투기로 변환해 사용하는 만큼 체내에 있는 마나를 살피고, 다루는데 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헤이나르는 알 수 있었다. 자신의 몸은 지금 엉망진창인 것이다.
하는 수 없이 자신의 성으로 돌아가려던 헤이나르는 갑자기 자신 쪽으로 거대한 마나가 움직이는 것을 느꼈다. 제국군의 공격이라고 생각해 몸을 피하려던 것도 잠시, 거대한 마나는 헤이나르의 앞에서 흔적을 감췄다.
'뭔가 이상하군. 빠르게 자리를 뜨는 것이 좋겠어.'
그런 생각을 하며 다시 발걸음을 옮기던 찰나 헤이나르의 눈앞에 백금발의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제국군인가?"
백금발의 남자는 짙은 녹색의 코트를 한쪽에 던져놓고 전투태세를 취하며 말했다.
"경찰 아저씨다. 빌어먹을 자식아."
- 작가의말
길게 올리겠다고 말씀은 드렸지만, 쓰다보니 이쯤에서 끊는 게 더 감칠맛이 나지 않을까 싶은 욕심에 오늘도 조금 짧은 글이 됐습니다.
1월1일 새해, 수요일에는 길게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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