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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비디크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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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비디크
작품등록일 :
2016.04.25 15:56
최근연재일 :
2016.04.25 16:06
연재수 :
2 회
조회수 :
56
추천수 :
0
글자수 :
8,134

작성
16.04.25 16:02
조회
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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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글자
4쪽

고스트 #0. Prologue

DUMMY

짧은글.


한적한 금요일 오후의 도심은 자동차만 몇 대씩 지나다닐뿐, 거리의 사람들이라고는

가끔씩 간단히 끼니를 때울만한것을 들고가는 몇 명의 사람들이나

오후의 얕은 잠을 깨우기 위해 커피를 몇 잔사서 걸어다니는 직장인들이 전부였다.

오늘도 대수롭지않은 하루가 흘러가고 말거라고 생각하는듯 그들의 표정에서는

긴장감이라기보다는 나른한 생각으로 들어찬 얼굴들이 대부분이었다.

어떤 이들은 일찍 일을 끝낸건지 아니면 좀 더 성숙해보이는 고등학생들이

무리를 지어 함께 모여있는것인지 한가롭게 카페에서 자리를 잡고 떠들고 있는

무리들도 간혹 보였고 근처의 공원을 향해 애완견의 목줄을 쥔 채

정신없이 휴대폰을 보며 걸어가고있는 착 달라붙는 청바지 차림의

젊은 여성도 보였다.

저 사거리를 지나는 팔짱 낀 달콤한 커플도 그들과 다름없이 평범한, 하지만

서로가 있기에 특별한 하루를 기대하며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을것임에 틀림없다.

횡단보도의 청신호가 불안하게 깜빡거리자 서로를 마주보며 웃고있던 그들은

당황한듯 하면서도 살짝 웃으며 무어라 몇마디 말을 나누는듯 싶더니

금방 건너편을 향해 걸음을 약간 빨리하기 시작했다.

붉은불이 들어오자, 그들이 건너기를 기다리는듯 일렬로 죽 늘어서있는 차들이 가만히 기다려주는듯 보였으나 그새를 못참겠는지 금방 차 한대가 시동을 걸고 출발했다.

조금도 그 커플을 배려해줄 생각이 없는건지 천천히 속도를 올리는 보통의 차들보다

빠르게 속력을 올렸고 커플도 그에 따라 다급히 달리려하는것 같았지만 남자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 여자가 뒤떨어지는듯 보였다.














아슬아슬하게, 길을 건넜다 - 하는, 한편의 소설같은 이야기가 이루어졌다면 좋았을걸.














쉴새없이 울려대는 주변의 크락션 소리.

머리가 아프다.

아니, 손목이 이상하게 시큰거린다.

덜 반죽된 생크림처럼 머릿속이 쉴새없이 휘저어진다.

눈을 뜨지만 번쩍이는 빛과 햇빛에 가려 제대로 분간할 수가 없다.

아니, 그전에 뿌옇게 안개가 낀듯한 시야를보니 안경도 벗겨진것 같다.

그녀는? 그녀는 어떻게 된거지? 분명히 나랑 같이 길을 건넜는데.

건너편 보도블럭에 왼발이 아슬아슬하게 닿았단말이야.

안경을 찾으려 더듬거리던 오른손을 재차 뻗어

나의 손을 꼭 쥐고 있던 가녀린 손을 찾는다.

아무리 바닥을 더듬어봐도 무엇하나 잡히지 않는다. 아니다. 잡혔다.

하지만 따뜻한 손이 아니라 차가운 무언가, 덩어리같은것 이었다.

그것을 끌어당겨보려하지만 무거워서 잘 당겨지지않는다.

그것을 놓고 다시 안경을 찾아 썼다.

이제야 빛에 익숙해지고 조금 정신이 되돌아오는 기분이다.

이제 다시 내 손에 잡혔던 물체가 무엇이었는지 확인해볼 차례다.

다시 고개를 돌려 그것을 덥석 쥐었다.

덥석.

"...뭐지?"














......

나는, 정신을 차린것을 후회한다. 안경을 찾아 낀것도 또 한 번 후회한다.

후회를 곱씹는다. 일초를 수만번의 조각으로 쪼개어 후회하고 후회한다.

후회화고, 후회하고, 후회하고, 후회하고, 후회하고,

후회하고, 후회하고, 후회하고, 후회하고......

내 손에 쥐어진 도저히 생명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물건을 가슴 깊이 끌어안으며

목울대를 미친듯이 뒤흔들어댔다.

그녀의 차가워진 손과 눈빛이 꺼져버린 동공이 나를 향해 뻗어있었다.

사랑한다 말하던 입에선 으깨진 내장 조각과 선혈이 흘러나오고 있었고,

하얗게 분칠했던 얼굴은 도화지가되어 붉은 자화상을 그렸다.

뒤틀린 입꼬리가 나를 향해 원망하는것 같다.

믿을 수 없는 광경이 눈 앞에 펼쳐져 있었고 또렷해져버린 내 정신은

이게 꿈같은 몽롱한 안개따위가 아니라고 십자가보다 고통스럽게 못질하고 있다.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는 고통이 내 심장을 꿰뚫고 후줄근한 절망을 끄집어내어

나와 함께 진창으로 끌어내린다.




경찰에게 도망치듯 달려가 사죄하던 저 남자에게서 비릿한 미소가 보였다면,

내가 미쳐버린걸까.....


작가의말

12pt로 읽는것을 권장해드립니다.

첫 글입니다. 차갑고 냉정한 비판도 겸허히 받아들이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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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고스트 #1. 붉은 수선화 16.04.25 23 0 14쪽
» 고스트 #0. Prologue 16.04.25 34 0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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