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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코 님의 서재입니다.

MZ 관종 재벌의 빅테크 정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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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야코
작품등록일 :
2024.05.26 10:18
최근연재일 :
2024.05.28 14:21
연재수 :
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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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754

작성
24.05.26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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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재벌집 막내아들이 되었다

DUMMY

믿을 수 있겠나?


'눈 떠보니 다른 사람이 됐다니.'


처음엔 꿈을 꾸는 줄 알았다.

전형욱 팀장과 그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꿈에서 이런 일을 겪는 건 줄 알았다.


내가 재벌이 된 그런 꿈을 말이다.


"야. 이 미친놈아. 너 어머니가 네 소식 듣고 울다가 쓰러진 거 알아? 지금도 너 깨어났다니까 바로 오신다고 하더라."

"어."

"··· 그렇다고 해서 내가 걱정 안 했다는 건 아니고··· 알지? 형이 널 얼마나 생각하는지. 신아도 네 걱정 많이 했어."

"어."

"그러니까 나한테만 살짝 이야기해 봐. 대체 널 괴롭혔다는 그놈들이 누구야?"

"어."

"··· 야. 너 내 말 안 듣고 있지."

"어."

"··· 이 자식이."


내 옆에서 나를 닦달하고 있는 사람은 너무나도 익숙한 얼굴의 남자였다.

강신재 회장.

아니. 아직은 그냥 강신재인가.

내 기억보다 훨씬 젊은 얼굴의 강신재가 내게 자신을 형이라 부르며 타박하고 있었다.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나는 외동아들로 저렇게 생긴 형을 둔 적이 없었으니까.

하지만 무엇보다 놀라운 건 저 강신재가 내가 정신을 차리자마자 내 뒤통수를 후려갈겼다는 것이다.


'아직도 뒤통수가 얼얼하네.'


아무리 재벌이라지만 내 뒤통수를 때리다니.

그래서 나도 한 대 후려갈기려고 했는데 갑자기 그가 나를 껴안고 울기 시작했다.


퍽 서럽게 굴길래 그냥 놔두었더니 울만큼 울었는지 갑자기 내게 훈계를 시작했고 그게 지금의 상태인 것이다.


하지만 앞뒤 다 떼고 말하니 대체 뭐라는 개소리인지 이해할 수 없었고 나는 그의 말을 한 귀로 듣고 한귀로 흘리며 주변을 살폈다.


깔끔한 베이지 톤의 VIP 병실.

아니. 사실 병실이라기보단 병상이 딸린 거실에 가까운 느낌이었다.

웬만한 원룸보다 큰 방에 커다란 브라운관 TV와 더불어 소파까지 구비되어 있었다.

아마 강신재는 그 소파에서 TV를 보고 있었던 듯, 팔걸이에 올려진 간단한 다과와 함께 여전히 틀어져 있는 TV가 눈에 띈다.

거기에 한쪽에 마련된 개인용 화장실까지.

이쯤 되면 병실이 아니라 호텔이 아닐까 싶다.


그럼에도 병실이라 확신할 수 있는 건 내 팔에 달린 링거와 더불어 머리맡에서 삑삑거리고 있는 심전도기계 때문이다.


이런게 평범한 가정이나 호텔에 있을리가.

나는 한 번도 가본적 없지만 VIP병실이 있다면 꼭 이런 모양일 것이다.


'이거, 여기에 하루 묵는데 내 월급은 나오겠는데.'


하지만 그런 걱정을 할 필요는 없다.

지금의 상황에는 짚히는 구석이 하나 있었으니까.


단지 그것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한 가지 물건이 필요할 뿐이다.

마음의 준비를 마친 나는 강신재에게 물었다.


"나 거울 좀."

"거울?"

"어. 거울. 없어?"

"아니. 있기는 한데···. 자.

"··· 뭐해?"

"거울 보고 싶다며. 내가 들어줄게. 넌 보기만 해."

"···."


누굴 손 다친 병신으로 아나.

참고로 내 손은 물론이고 발까지 멀쩡했다.

왜 이런 병실에 누워있는지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걸 따지고 들 계제가 아니었다.


강신재가 내게 거울을 들이민 순간.

나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굳어버릴 수밖에 없었다.

생판 처음 보는 얼굴의 사내가 거울 속에 있다.


믿기 어려운 현실에 나는 내 얼굴을 꼬집어봤다.

거울 안에 있는 남자도 얼굴을 마주 꼬집는다.

조카를 웃길 때나 쓸 법한 해괴한 표정도 지어봤다.

거울 속의 사내 역시 그런 내 얼굴을 따라한다.


이쯤 되면 빼도 박도 못한다.

나는 빙의 당했다.

저 강신재 동생의 몸에 말이다.


'그러고 보니··· 태진가의 자제 중 한 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아마 내가 빙의한 건 그 사람의 몸인 것 같다.

그러지 않고서야 저 강신재가 나에게 자신을 형이라고 지칭하진 않을테니까.


솔직히 이해되지 않는다.

남부러울 것 없을 재벌 집 자제가 스스로 제 목숨을 끊다니.

가세가 기울어졌으면 이해라도 해보겠지만 태진은 IMF와 리먼브라더스 사태를 겪고도 굳건한 대한민국 1위의 기업이다.


나는 그런 가문의 자제가 된 것이다.


여기까지라면 문제가 없지만 사실 지금의 상황에는 아주 심각한 문제가 있다.

그 사실을 아는 나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 모습을 강신재가 걱정스러운 모습으로 바라봤다.


그때였다.

누군가 방문을 노크하더니 의사 가운을 입은 남자가 들어와 강신재에게 고개를 숙이더니 보고했다.


"도련님. 검사 결과 나왔습니다."

"그래요? 우리 신우. 괜찮은 거 맞죠?"

"예. 혈압. 맥박 그 외에 모든 검사 수치가 정상으로 돌아왔습니다. 이건 정말 기적이라고 할 수 밖에···."


기적. 기적이라.

기적처럼 거의 일어나지 않을 확률이기는 하다.


나는 힐끗 틀어져 있던 브라운관 TV를 바라봤다.


-속보입니다. 오늘 새벽 5시 46분. 고베를 비롯한 일본 간사이 지방에서 강력한 지진이 발생했다는 소식입니다. 규모 7.3에 이르는 이번 대지진으로 일본 열도는 지금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


VIP 병실과는 어울리지 않는 구형의 TV.

구질구질한 화질의 영상과 함께 어디서 들은 적 있는 고베 대지진에 대한 뉴스가 아나운서의 목소리를 통해 전달되고 있었다.


그래. 강신우가 죽은 것은 최근이 아니다.

지금. 아니. 내가 살던 시간대에서 30년 전의 이야기.


그러니까 지금은 1995년이라는 뜻이다.

스마트폰은 커녕 SNS조차 없는 그런 시대.


나는 그런 시대의 재벌집 막내아들이 되었다.


***


"시, 신우야."


강신재의 말마따나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한 여자가 병실을 찾아왔다.


최서라.

대 태진가의 안주인.

그녀가 나를 보자마자 눈물을 글썽이는 모습에 나는 내 추측이 사실임을 다시 한번 확신할 수 있었다.


그녀도 강신재처럼 나를 껴안고 한 번 신파극을 찍더니 내게 물어왔다.


"신우야. 정말 아무것도 기억이 안 나는 거니?"

"어. 내가 왜 병원에 있는 거야?"


강신우.

그러니까 내가 빙의한 몸의 기억은 서서히 내게 돌아오고 있었다.

아니. 어쩌면 거의 완전히, 강신우가 기억하는 정도로는 기억하고 있다 할 수 있다.


그래서 강신우의 기억을 통해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어렵지 않았고 그들의 질문에 대해 답하는 것 또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나는 한 가지 사실에 대해서만큼은 모른 척했다.


그러자 내 주치의라는 의사는 즉각 내가 기대했던 진단을 내어놓았다.


"부분 기억상실증입니다."

"기억 상실증이요?"

"네. 물리적,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받게 되었을 때 발생하는 정신 질환 중 하나입니다. 그래도 다행입니다. 다른 기억들은 온전한 듯하니까요. 아마 본능적으로 기억하고 싶지 않은 기억을 지워버린 듯 합니다."


강신우의 사인은 자살이었다.

원인은 학교에서 또래 친구들의 지속적인 괴롭힘.

결국 버티지 못한 그가 수능 전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것이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목숨을 끊기 위해 몸을 던진 곳 바로 아래 창고 같은 건물이 하나 있었고 그 덕분에 그 지붕이 완충장치가 되어 목숨만큼은 부지하는 데 성공했다.


'뭐, 목숨만 붙어있다 뿐이지 반쯤 식물인간 상태가 된 모양이지만.'


어쨌든. 그 뒤 몇 달간 의식을 회복하지 못해 노심초사하던 와중에 내가 들어와 정신을 차리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아는 척해봐야 뭐하겠나.

잔소리만 더 듣지.

모르는 척하는 게 상책이다.


"기억은··· 돌아올까요?"

"확답할 수 없습니다. 어쩌면 영원히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고요."

"··· 그래요?"

"예. ···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어쩌면··· 잘된 걸지도 모르죠."


최서라는 그렇게 말하며 내 손을 꼭 잡았다.

무언가 단단한 결심을 한 그녀의 얼굴에 나는 한 가지 결심을 했다.


내 비밀을 끝까지 밝히지 않기로 말이다.


어쩌면 그녀에게도 다행일지도 모른다.

나라면 절대 그렇고 그런 선택을 하지 않을 테니까.


***


그렇게 집으로 돌아와 강신우로서의 삶을 살기 시작한 지도 며칠이 지났다.

그동안 내가 느낀 감정은 하나였다.


'따분해.'


스마트폰. 유튜브. SNS.

쉴 새 없이 밀려드는 각종 자극에 익숙해진 현대인에게 있어 90년대의 일상이란 따분하기 그지없는 것이었다.


그나마 재밌는 것이라면 저택이었다.

재벌가의 저택이란 일반인의 상식으로 보기엔 충격적인 것들이 많아서 시간을 보내기에 나쁘지 않았다.


'예를 들면··· 백자 방이라던가. 영화방이라던가.'


방 한가득 진열된 백자나 영화 테이프들을 구경하다보면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내 아버지인 강운회 회장의 취미라던가.


덕분에 나는 오늘도 새로운 자극을 찾기 위해 집안을 어슬렁거렸다.


그때였다.

누군가의 목소리가 나를 불러세웠다.


"야. 너 뭐해?"


강신아.

내 누나였다.

그녀는 태진가의 여식임에도 불구하고 평범하게 결혼해 평범한 삶을 살았다.

평범하게 살았다고는 해도 재벌가는 재벌가라서 재계 서열 30위쯤 되는 집안의 후계자와 결혼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것 외에 대외 활동은 전무.

가끔 세련된 옷차림으로 강신재나 박용태 회장과 찍힌 사진이 화제가 되곤 하는 정도가 내가 기억하는 전부였다.


그런 내 이미지로는 조용조용한 사람이었지만 강신우의 기억은 또 달랐다.


괄괄한 여장부 같은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그냥 동생 괴롭히는 걸 즐기는 흔한 누나였다.


나는 그런 그녀에게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뭐하긴. 그냥 돌아다니는 건데?"

"너 또 무슨 이상한 생각 하는 거 아니지?"

"이상한 생각?"

"··· 아냐. 아니면 됐어."


하지만 그렇게 말하면서도 그녀는 미간을 좁히더니 계속 내가 무슨 짓을 하나 살피기 바빴다.


사실 강신아만 저런 건 아니다.

집안 사람들은 물론 사용인들조차도 나만 보면 시선을 떼지 못했다.


'무슨 내가 사고뭉치인 것도 아니고.'


사실 이해하지 못할 일은 아니다.

그런 일을 겪은 이 집안 사람들에게 있어 가장 위험한 인물은 나일 것이다.

아무리 내가 기억을 잃었다고는 해도 언제 기억을 되찾아 돌발 행동을 저지를 지 모르니 말이다.


언제 깨져도 이상하지 않은 유리잔.

그게 지금 내 취급이었다.


"진짜 개노잼."

"뭐?"

"하···."


나는 대답 대신 한숨만 내쉬었다.

그런 나를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강신아가 노려본다.


내 영향력이 극도로 제한되는 상황.

나는 이런 상황 자체가 답답했다.


'인터넷이라도 있으면 좋을 텐데.'


지금은 인터넷도 없다.

사실 PC통신이라는 이름의 통신망이 있긴 하고 이것도 넓은 의미에서 인터넷이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엄밀한 의미에서의 인터넷은 아니다.

인터넷은 WWW(World Wide Web).

즉 전 세계의 모든 컴퓨터가 하나로 연결된 것을 뜻하지만 PC통신은 같은 통신망끼리만 연결된 것이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조금 범위가 넓은 인트라넷이랄까.


'재벌이 된 건 좋은데··· 너무 멀리 왔잖아.'


물론 지금의 모뎀으로도 인터넷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건 아니지만 인터넷의 진정한 위력은 나 혼자 쓸 때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같이 이용할 때 나온다.


특히나 내 글을 본 사람들의 반응을 즐기는 내게 나 혼자 쓰는 인터넷은 그다지 매력적인 인터넷이 아니다.


앞으로 30년.

아니. 스마트폰이 나올 때까지라고 쳐도 20년은 남았으며 제대로 된 인터넷이 보급될 때까지라고 쳐도 5년은 더 남았다.


그때까지 가만히 죽치고 기다리다가는 내가 말라비틀어져 버릴 것이다.


그때였다.

불현듯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잠깐. 왜 가만히 기다릴 생각을 한 거지?'


없으면 만들어 내면 된다.

전생의 나였다면 모르겠지만 지금의 내겐 충분히 그만한 능력과 힘이 있다.


"누나. 아빠 어딨어?"

"아빠? 왜?"

"취직시켜달라고 하게."

"··· 뭐?"


나는 대한민국 재벌 서열 1위.

태진의 막내아들이 된 회귀자였으니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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