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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군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無明에구
작품등록일 :
2013.06.18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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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7.22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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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2.09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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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새로운 세상

DUMMY

2 새로운 세상



“사령관님! 사령관님! 조준옥, 준옥아!”

자신을 부르는 희미한 소리에 눈을 뜬 조준옥 사령관은 머리가 깨지는 것처럼 아팠다.

따가운 햇빛이 창문으로 들어와 하얀색 시트가 하얗게 빛났다. 주위를 둘러보니 장승처럼 서 있는 김영철 단장과 여러 장교들이 눈에 들어왔다.

“어떻게 된 거야, 이거?”

“사령관님이 통제실을 떠나신 직후, 전방에 있던 에너지 막이 갑자기 세력을 팽창하더니 수송 함대를 덮쳤습니다. 다행히 전 함정이 무사하고 소형 함정 몇 척이 경미한 피해를 입었습니다. 현재까지 파악한 바로는 135명 부상에 사상자는 없습니다. 다만… 잠수함은 연락 두절입니다.”

작전참모장이 간략하게 그 동안 일어난 상황을 정리해서 사령관에게 들려주었다.

“해리어는?”

머리가 너무 아파 저절로 손이 올라갔다. 손가락을 통해 전해지는 붕대의 촉감이 낯설었다.

“해리어는 뜨지 못했습니다. 시간이 없었습니다.”

“다행이군. 국방부와는 연락이 되었나?”

모두들 묵묵부답이었다. 수십 개의 눈동자가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지만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모두의 시선이 김영철 단장에게로 돌려 졌다.

“내가 말하지. 잘 듣게나.”

김영철 단장이 심호흡을 크게 한 번 했다.

“자넨 우리가 깨어나고도 이틀 정도 더 혼수 상태에 있었네. 그사이 우린 본국과 연락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네.”

조준옥 사령관의 호흡이 잠깐 멎었던 것 같았다.

“기기 고장이 아닌가?”

“모든 기기는 정상이고 함대 간 통신은 되는데 다른 곳과는 안 되더군. 더 이상한 건 상공이 너무 깨끗하네. 수많은 어선과 비행기, 선박들이 오가고 있을 텐데 말이야. 하다못해 방송 전파도 잡히지 않네. 위성 수신 장치도 먹통이고 GPS 역시 마찬가지네.”

“정찰은?”

“해리어 두 기를 북쪽으로 보냈었네. 그런데 조종사의 말이 가관이더군. 지형은 그대로인데 어디에도 대한민국의 자취는 없고 조선 시대에나 있을 법한 기와집과 초가만 보았다고 했네. 어디에도 현대화된 시설을 발견할 수 없었다고 하더군. 그래서 우린 일단 서귀포 쪽으로 항진을 시작했네.”

“지금 어디까지 와 있는 건가?”

“서귀포에서 30㎞ 떨어진 곳이네. 그리고 어제 한 명의 원주민을 잡아 왔는데 행색이 꼭 민속촌에서 방아 찧다가 나온 사람처럼 생겼더군. 그 사람이 말하길 자신은 제주도에 귀양 온 이항우이며 지금은 조선 시대라고 떠들어 대더군. 그자의 말과 지형, 상황을 토대로 우리가 내린 결론은… 지금이 임진왜란이 잠시 소강 상태인 1594년 4월 28일이라는 것이었네. 어처구니없게도 우린 거의 5백 년이라는 시간을 거꾸로 온 것이지.”

핵심은 헐리우드 영화에서나 볼 법한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졌다는 것이다. 조준옥 사령관은 잠시 현 상황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다가 그보다 시급한 일을 떠올렸다.

“부관, 잠수함과 연락이 끊긴 지 얼마나 됐다고 했지?”

“그러니까 사건 발생 후 2일입니다.”

“수색은 했나?”

“사고 해역으로 해리어를 보내긴 했습니다만, 잠수함 발견에는 실패했습니다.”

“그렇단 말이지. 그래도 다시 한 번 수색해 봐야겠지. 정밀 수색을 하라고 해. 광범위하게 하라고 전하게. 벌써 열흘이 지났다면 사고 해역을 상당히 벗어나 있을지도 모르지. 통신실에 연락해서 계속 신호를 보내고 24시간 당직을 세우도록.”

“예, 사령관님.”

“난 잠시 쉴 테니 나가들 있게. 그리고 그 원주민 좀 데려 올 수 있겠나 ?”

조준옥은 원주민인 이항우를 만나 직접 확인해 보고 싶었다. 그와 대화를 나누면 좀 더 자세히 상황을 파악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부관의 대답에 그것마저도 뜻대로 되지 않았다.

“그게… 그가 감시를 피해 탈출하다가 사살되었습니다.”

“이런 참나. 알았네, 나가들 있게.”

병실에 홀로 남게 된 사령관은 머리를 감싼 채 생각에 잠겨 들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상황에 처하게 되고 보니 이제 어찌해야 좋을지 알 수 없었다.


똑똑똑!

병실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눈길이 문으로 향했다. 안으로 들어오란 소리도 없었는데 문이 열리며 한 사람이 병실 안으로 들어왔다.

“김 단장, 무슨 일인가?”

우물쭈물 거리는 김영철 단장의 모습에 갑갑함이 진득하다. 조준옥 사령관이 먼저 말을 건넸다.

“난 지난 이틀 동안 많은 생각을 했네. 지금이 진짜로 1594년이라면 하늘이 우리에게 준 다시없는 기회가 아닌가 하고 말이야.”

“무슨 말인가?”

“우리가 떠나올 때 만찬에서 했던 맹세 기억하나? 이제 그 맹세를 지킬 때가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 자네의 생각은 어떤지 알고 싶네.”

단장의 목소리에는 잔뜩 힘이 들어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때와 상황이 다르지 않나? 지금이 조선 시대라고 했네. 신분 사회에다 국력도 형편없지 않나.”

“왕이나 제도는 바꾸면 되네. 군사력은 세계 최강이야. 우리가 있으니까. 어떻게 할 텐가? 지금은 왜란 중이니 민심이 흉흉할 거야. 백성들은 이제 더 이상 사대부를 믿지 못할 거란 말이지. 사회 전체가 혼란에 빠져 있으니 새로운 문물이 침투하기엔 아주 좋은 상황이라고 생각하네.”

조준옥 사령관으로서는 더 듣기 힘든 문제였다.

“우선 지금 당장 해결해야 할 문제부터 해결해야겠지. 앞으로가 문제로군. 식량 부족이 코앞까지 닥쳤어. 이걸 어찌 해결해야 하나?”

“여의치 않으면 조선으로 쳐들어가면 되지 않겠는가? 그러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고. 어떤가? 오늘 전체 통신을 열어서 우리의 생각을 투표에 부치도록 하지.”

김영철 단장은 서두르는 기색이 역력했다. 결심이 서면 당장 실행에 옮겨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 그대로였다. 반면에 조준옥 사령관은 모든 일을 심사 숙고 하여 진행시키는 스타일이었다.

“생각해 보겠네. 그런데 지금 몇 시인가?”

“오후 2시군.”

“아이고, 배고파! 밥 좀 먹어야 되겠어.”



1594년 4월 28일 18:00


―나, 사령관이다. 제군들 모두 잘 알고 있겠지만, 지금 우리는 1594년의 조선 시대로 시간을 거슬러 왔다. 아마도 우리를 덮친 에너지 막이 이런 일을 만들어 내지 않았나 생각되는데 확실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우리가 다시 돌아갈 수 있을지도 확신할 수 없다. 지금으로서는 모든 것이 불확실하지만 또한 모든 것이 가능하기도 하다. 지금의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우리가 살아남는 것이고 또 우리의 맹세를 지켜 나가는 것이다. 나는 우리의 맹세를 잊지 않았을 것이다. 선택은 여러분에게 맡긴다.

모든 함선들이 침묵의 공간 속으로 잠든 채 조준옥 사령관의 방송은 계속되었다.

―이에 대해 지휘부의 결정은 다음과 같다. 기존의 명령 체계는 더욱더 확고히 지켜 나갈 것이다. 이에 반하는 자는 엄한 벌로 다스린다. 앞으로 우리는 한반도에 대한제국 건설을 기초로 전 세계를 도모할 것이다. 세부적인 안건은 지휘부에서 마련한다. 앞으로 이틀 후 전 함정 별로 투표를 실시하겠다. 투표 안건은 지휘부 신임 안과 대한제국 건설 안이다. 조직도 및 일반적인 개요는 누구나 열람할 수 있도록 각 함정에 비치할 것이며, 건의 사항이 있으면 통신망에 제보하기 바란다. 한시적으로 누구나 통신망에 접근할 수 있도록 개방하겠다.

잠시 뜸을 들인 조준옥 사령관이 다시 입을 열었다.

―과거의 변동이 우리의 미래를 바꿀지도 모른다고 했다. 우리가 과거를 바꾸면 우리의 존재가 지워 질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왜냐고 묻는다면 난 이렇게 말하고 싶다. ‘정말로 그렇게 된다면 우리가 이곳에 오는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거라고’. 이상이다.


이틀 후 진행된 투표는 만장일치로 현 지휘부 신임과 대한제국 건설이 가결되었다. 새롭게 참모부를 구성한 그들은 세부 사항을 검토해 나가기 시작했다.

참모부는 최우선적인 문제인 식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금의 제주도를 장악하기로 결정하고 함대를 제주도로 이동했다. 제주도를 점령하는 것은 만 명이 넘는 인원의 식량을 해결하려는 것도 있었지만 장병들이 육지에서 휴식을 취하며 이 시대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했다.


1594년 4월 28일 18:30 고구려함 아일랜드


“현재 우리의 인원과 장비 현황입니다.”

군수참모가 두툼한 서류철에서 서류를 꺼내 설명한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육군]

기갑사단을 주축으로 새롭게 편제된 기갑 3개 여단 6,000명

전차 없음. 신형 K―200 300대 보유, K-9 자주포 9문

방공여단 800명, 대공장갑차 20대, 천마발사기 20문, 기타 방공포 다수 보유

공수여단 1,000명, 공격 헬기 10대, 수송 헬기 50대, 지원 헬기 10대

공병여단 1,000명, 건설 장비 다수

기술병과 민간인 1,000명

총 9,800명


[공군]

해리어 15기, 조종사 20명, 정비반 100명

총 135명


[해군]

고구려함 항모 승무원 850명

수송선 15척 450명

카 케리어 2척 60명

상륙함 1척 승무원 45명

지원함 2척 60명

구축함 3척 750명

프리깃 5척 450명

고속정 10척 450명

총 3,115명


총인원:13,050명

보유 식량:약 15일분

보유 에너지:해군용 잔존 약 60일분(미항해 시), 15일분(항해 시)

항공유 15대 기준 150시간

헬기용 70대 기준 50시간

육군용 30,000리터


“문제는 에너지 현황으로, 한시 바삐 에너지원을 찾지 못하면 최소한의 운용을 한다 하더라도 올해 안으로 모든 에너지를 소모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히 육군용 유류는 현재 보유하고 있는 장갑차와 건설 장비 자체에 실려 있는 것이 전부입니다. 필요 시 해군이나 공군용 유류를 육군으로 전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 사료됩니다만, 유류 소모를 최소한으로 줄여야 되며 각 군의 기계 운용을 최소화하여 꼭 필요한 곳에 투입되어야만 할 것으로 보입니다.”

심각한 표정으로 보고를 듣고 있던 조준옥 사령관은 보고가 끝나자 무겁게 입을 열었다.

“한시적인 막강 화력이란 말이지. 올해 안에 한반도를 장악해야 한다는 결론인데… 음… 일단 에너지 관리에 신경 쓰도록 하고 제주 접수 후 극도로 에너지 소비를 줄인다. 제주도 점령은 공수여단에게 맡기도록 하지. 공수여단장?”

“예, 사령관님.”

“세부 계획을 작성해 보라고. 정보 참모장이 제주에 대한 정보를 제공할 거네. 가능하면 사상자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작전 계획을 작성하도록. 비살상 무기를 사용하면 어떨까 하는데… 다 우리들 조상님들 아니겠나?”

“알겠습니다.”


깡마른 체격에 앞머리가 듬성듬성한 김준용 준장은 빠른 걸음으로 아일랜드를 나갔다. 1594년의 조선군과 싸우는 것은 공수여단에게 있어 10살 먹은 꼬마와 싸우는 것보다 쉬운 임무지만, 사상자를 최소화하는 것은 만만치 않은 일이다. 미지의 세계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을 느끼고 있을 병사들의 통제가 제대로 될 지부터가 문제였다. 자칫 잘못하면 대량 학살로 이어질지도 몰랐다. 대량 학살을 막기 위해서는 병력의 신속한 전개와 범접할 수 없는 화력 투사 밖에는 없었다.


정보 참모장이 넘겨준 정보를 바탕으로 공수여단 작전 참모장은 마치 시위 진압 계획을 짜는 기분으로 이번 작전 계획을 만들어 갔다. 각 소대의 진입 경로와 접수 시간을 정하여 자료를 컴퓨터에 입력한 후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돌려 결과지를 뽑았다. 작전 개시 후 30분 안에 주요 목표 지점 침투 완료, 1시간 안에 점령 종료, 2시간 안에 상황 종료라는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가 나왔다. 사상자가 100여 명 이상 나올 것으로 예측되었다.


제주도 접수에 대한 작전 브리핑 후 사령관의 최종 작전 수행 지시를 받은 공수여단 참모부는 각 소대 별로 작전 개요를 내려 보냈다.


오늘 24시를 기해 작전 개시. 오전 3시에 작전 완료. 오전 6시에 주요 인사 연행 완료. 10시 제주도에 공병 2개 대대와 기갑 1개 여단의 상륙 완료. 육군 병력의 상륙을 끝으로 종료.



1594년 4월 28일 자정


각 헬기에 분승한 500여 명의 1차 강습 병력이 항모 갑판과 수송선 갑판을 떠나기 시작했다. 그들은 우선적으로 제주읍성, 정의현성, 대정현성을 점령하고 주요 해안 요충지인 화북진, 조천진, 별방진 등 9개 진을 점령하는 1차 작전에 투입되었다.

각 함정의 갑판에는 이번 작전에 참가하지 않은 많은 사람들이 나와 항공등을 깜박이며 날아가는 헬기를 향해 손을 흔들며 작전의 성공을 빌어 주고 있었다.

“첫 단추가 잘 꿰어 져야 할 텐데…….”

어디선가 우려 섞인 목소리가 들려 왔지만 헬기 로터가 일으키는 바람과 함께 흩날렸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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