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에구에구 님의 서재입니다.

천군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無明에구
작품등록일 :
2013.06.18 10:38
최근연재일 :
2015.07.22 20:59
연재수 :
153 회
조회수 :
1,183,635
추천수 :
28,361
글자수 :
1,225,279

작성
14.12.09 09:49
조회
33,606
추천
494
글자
41쪽

알수없는힘

DUMMY

1 알 수 없는 힘


20××년 2월 4일 청와대

청와대가 인왕산에서 성재산 밑 자락으로 자리를 옮긴 이래, 미국의 대사는 서울에서 대전으로 뻔질나게 드나들었다. 미국 대사관을 아직 대전으로 이전시키지 못하고 있던 탓이다.

미국 대사관 위치 선정과 기존의 대사관저 및 공관의 반환 문제로 인해 대사관 이전이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었다.

미국 대사는 거의 매일 대전과 서울을 들락거리느라 다른 업무를 못 볼 지경이었다. 미국 대사관에서 불과 5분 거리에 청와대가 있었던 과거에 비하면 지금 양국의 거리는 대사관과 청와대 거리만큼이나 멀어져 있었다.

대한민국 대통령 노상민은 국방부 장관과 외교통상부 장관이 배석한 가운데 그레이스 미국 대사를 맞아 귀빈실에서 면담 중에 있었다.

그레이스 대사가 말문을 열었다.

“귀국 역시 이번 중동 사태의 조기 수습을 바라고 있으리라 믿습니다. 중동 사태는 미국만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세계 평화와 안녕을 위한 미국의 적극적인 노력입니다. 귀국도 국제 사회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그에 걸 맞는 역할을 해주셨으면 하는 것이 본국의 입장입니다.”

자신들이 벌려놓은 도박판에 판돈을 걸라는 도박꾼의 사기성 발언을 듣고도 노상민의 표정에는 변화가 없었다.

“요즘 러시아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죠? 귀국이 꽤 곤란한 처지에 놓여진 것 같습니다.”

노상민은 쓸데없는 서론을 빼고 본론으로 들어가길 원했다.

당황할 법도 한데, 그레이스 대사는 노련하게 말을 이어 나갔다.

“그렇습니다. 귀국에서도 이미 인지하셨다시피 본국은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해서 대 이슬람 국가와의 전쟁에 더 이상의 병력 투입은 어렵습니다. 유럽도 비슷한 상황입니다. 석유 공급 불안으로 인한 유가 급등으로 세계 경제는 얼어붙어 있습니다. 이러한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귀국의 도움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습니다.”

그레이스 대사의 언행에서 정중함이 묻어 나왔다. 그의 설명이 없더라도 방문 의도는 대통령이나 장관들 모두 짐작하고 있었다. 미국 대사의 솔직한 부탁은 뜻밖이었다. 과거부터 그들의 오만불손한 언행을 묵묵히 참아 와야 했던 입장이 이렇게 바뀌었다. 덕분에 이전의 대통령에 비하면 노상민은 한결 편하게 미국 대사를 상대할 수 있었다. 작금의 사태로 인해 미국이 얼마나 난처한 상황에 처했는지를 반증하는 상황이었다.

이번 중동 전쟁은 미국의 분명한 실패작이었다. 군수업자와 석유 메이저들에게 막대한 이익을 안겨준 반면 유가 급등을 야기하여 미국과 유럽, 아시아의 경기 악화를 불러왔다. 게다가 아이러니하게도 산유국인 러시아와 남미의 경제 회생을 도와주고 아랍권의 단결을 이끌어냈다. 작은 적을 잡으려다 큰 적을 키워준 셈이었다.

“귀국에서는 어느 정도의 도움을 필요로 하십니까? 그리고 우리에게 무엇을 주실 것입니까?”

‘무얼 달라니… 이런, 제기랄! 예전이라면 상상할 수 있던 일인가! 어쩌다 미국이 이렇게 되었단 말인가!’

그레이스 대사는 분노했지만 불쾌한 마음을 안으로 삭여야 했다.

얼굴을 붉히고 있는 미국 대사를 보면서 노상민은 미소를 지으며 말을 계속했다.

“대사, 귀국에서도 잘 아시다시피 우리는 반도의 분단 국가로 동서남북 사방을 방어해야만 하기 때문에 그리 많은 도움을 주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아울러 대한민국 헌법 제1장 5조 1항 -대한민국은 국제 평화의 유지에 노력하고 침략적 전쟁을 부인한다-의 의미를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헌법에 위배되는 일을 대통령이 할 수 없지 않겠습니까? 누구처럼 탄핵이라도 당하면 어찌합니까 ?”

“노상민 대통령님, 만약 미국이 여기서 발을 뺀다면 중동의 유가 조절 능력 상실은 기정사실입니다. 그렇게 된다면 귀국의 경제도 심각한 타격을 입지 않겠습니까 ? 미국의 도움없는 귀국의 발전도 기대하기 힘들다는 것을 상기시키고 싶습니다. 무엇보다도 이번 일은 국제 평화의 유지에 큰 도움이 됩니다.”

“국제 평화라… 글쎄요.”

묵묵히 두 사람의 대화를 지켜보던 외교통상부 장관이 뭔가 불만에 가득 찬 표정으로 한마디 하려 했다. 그러자 대통령이 그를 눈짓으로 제지하며 앞서 말했다.

“대사, 귀국의 요구 사항을 들어봅시다.”

“예, 대통령님. 본국에서 전해온 서신에 따른 요청 사항은 1차로 육군 2개 보병사단, 1개 기계화사단, 항공수송단, 해상수송단, 의료단, 1개 헬리본여단입니다.”

그레이스 대사의 말을 들은 모두는 놀라서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흠!”

그레이스 대사의 헛기침에 정신을 차린 노상민 대통령은 얼굴 가득 노기를 띠며 말했다.

“귀국은 대한민국의 젊은 피를 너무 요구하는 것 아니오? 그 병력이면 인원이 얼마나 되는지 아시냔 말이오! 자그마치 4만 명이오, 4만 명! 아시겠소, 대사?”

“예, 대통령님.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귀국의 협조를 부탁드리는 겁니다. 귀국에서 동맹국인 미국을 도와주지 않으면 주한미군이라도 빼내가야 할 형편입니다.”

“대사는 귀국의 문건을 놓고 가시오. 내 검토한 뒤 연락드리리다.”

“예, 대통령님. 귀국의 긴밀한 협조를 부탁드립니다. 거듭 말씀드리지만 미국과 대한민국은 한 배를 타고 있음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그레이스 대사가 가면서 남기고 간 한마디가 대통령의 뇌리를 떠나지 않았다. 그 옛날 조선 시대부터 시작된 소국의 비애가 5백 년이란 시공을 초월하여 현대에까지 이르고 있었던 것이다.

며칠 후, 국무회의에서는 이번 파병에 대해 거의 찬성하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었다. 친미파들로 가득 찬 국무위원들과 국회의원들은 마치 자신의 모국을 돕는 듯 적극적이었다. 워싱턴 발 주한미군 이동 명령의 우려가 터져 나오면서 대한민국 국민이 회원으로 있는지 의심스럽기까지 한 단체들의 주한미군 반대 행진이 연이어 벌어지기까지 했다. 주한미군의 상징성은 대한민국의 뇌리에 너무도 깊게 박혀 있었다.

‘어차피 일이 이렇게 되었다면 최대한 얻어낼 수 있는 것을 얻어내야 되겠지.’

생각을 정리한 노상민 대통령은 비서실장에게 미 대사와의 약속을 잡도록 지시했다. 사지에 미래의 역군들을 보내야만 한다는 사실에 영 마음이 개운치 않았다.


20××년 2월 10일 청와대

“어서 오시오, 대사.”

“안녕하셨습니까, 대통령님. 긍정적인 결정을 내리셨으리라 생각됩니다만.”

“뭐가 그리 급하시오. 일단 차나 한잔합시다.”

“본국에서 매시간 대답을 독촉하기에…….”

설명을 계속하려던 그레이스 대사는 대통령이 홍차 두 잔을 가져오라는 지시에 말문을 닫았다.

‘건방진 놈 같으니라고. 그러게 친미주의자를 대통령으로 밀었으면 얼마나 편했을까.’

홍차 한 모금을 목구멍으로 넘기고서야 노상민이 입을 열었다.

“귀국의 정중한 요청에 대해 귀국의 어려운 사정을 감안하여 대한민국 정부는 응할 용의가 있음을 전하는 바입니다. 하지만 그에 앞서 귀국이 우리를 좀 도와주어야 되겠소이다, 대사.”

“무엇을 말입니까, 대통령님?”

내심 그러면 그렇지 하면서도 뒷말이 주는 여운을 곱씹었다.

“파병은 어렵지 않습니다. 전투병 파병은 물론 예전 전투병 파병 이후 발생한 문제들을 거울 삼아 아랍권과의 우호적 관계 유지를 위해 여러 분야의 기술관과 민간 기술자, 의료 자원 봉사자들을 함께 지원할 예정입니다. 문제는 파병된 전력이 한반도를 빠져나감으로써 발생될 힘의 공백입니다. 이 점을 보완하기 위한 조치가 필요한데 미국에서는 어떻게 해결해 주실 생각인지 듣고 싶습니다. 이 선결 과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파병은 불가능합니다. 이 문제가 해결되면 본국의 병력을 우리가 수송까지 해 드리겠습니다. 다만 원양 함대가 없는 우리로서는 페르시아만까지의 호위가 불가능하므로 귀국에서 담당해 주시기 바랍니다. 여기까지는 군사적 문제이고, 경제적 문제 또한 해결해 주시기 바랍니다. 우리가 파병하면 중동에서 수입하는 석유 루트를 잃을 것이 분명하니 당분간 귀국에서 태평양을 통해 석유를 제공해 주셨으면 합니다. 물론 저렴한 가격으로 말입니다. 또한 본국의 파병 대가로 우리 병사들에 대해 귀국 병사와 동일한 급료 지급과 중동에 있는 유전에 대한 약간의 지분을 원합니다. 어떻습니까, 대사?”

노상민은 찻잔을 들어 올렸다.

노상민 대통령의 요구는 그레이스 대사가 답변할 만한 사항이 아니었다. 특히 전력 보완을 위한 대책은 본국의 훈령에서는 전혀 언급되지 않은 부분이었다.과거의 전례로 보면 대충 주한 미 공군을 늘리거나 신형 병기를 이동 배치하거나, 미 태평양 함대의 이동 배치로 전력 공백을 메우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작금에 이르러서는 어느 것 하나 가능하지 않았다.

미국 본토의 공군은 러시아의 위협으로부터 본토 방위를 위해 움직일 수 없었고, 해상 전력 또한 본토와 알래스카, 하와이를 방어해야 했기에 마찬가지였다. 일본 자위대는 러시아 태평양 함대와 극동사령부를 견제해야 했고, 태평양 함대의 잔여 함정은 중국을 견제하면서 인도네시아와 필리핀을 방어하기 위해 동남아에서 움직일 수 없었다.

“대부분 고려할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귀국의 협조에 미합중국 국민과 대통령을 대신해서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대사. 하지만 우리의 요구는 협상의 여지가 많지 않음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우리 생각입니다만, 경항모 하나를 만들어두면 전력 공백을 메우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만.”

“그건… 일단 본국과 연락해 보겠습니다, 대통령님.”

“그러시지요, 대사. 멀리 나가지는 않겠습니다.”

노상민은 대사가 귀빈실을 나가자 쓴 웃음이 저절로 나왔나.

청와대 정문을 나서는 차 안에서 그레이스 대사는 노상민 대통령이 마지막에 던진 말이 계속 귓가에 맴돌았다.

‘그래서 그 노란 원숭이가 파병에 적극적으로 반대하지 않은 건가? 제기랄! 빨리 가자. 갓뎀.’

종로 미국 대사관

―노상민이가 미쳤구만. 유전 지분도 모자라 경항모를 달라니!

―각하! 지금의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한국 육군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지금 당장 그만한 지상군 병력을 파견할 만한 나라는 한국밖에 없습니다. 그들이 이란을 공격하지 않으면 파키스탄으로 밀려난 미군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습니다. 지금 파키스탄과 인도가 이상하다는 풍문이 외교가에 파다한 상황입니다.

―대사, 그건 알고 있소. 하지만 그 둘은 결코 미국을 배신하지 못 합니다. 중국과 러시아라는 무서운 적이 붙어 있으니 말이오. 내 다시 연락하리다.

―예, 각하.

비상회선을 끊은 그레이스 대사는 생각에 잠겼다.

‘도대체 한국이라는 조그만 나라가 왜 항모에 집착하는 것인가?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다고는 하지만 대한민국은 항모를 유지할 만한 대양이 없다. 대양으로 가는 모든 길목은 중국과 일본, 러시아에게 가로막혀 있어서 설사 항모를 보유한다 하더라도 엄청난 주변국의 압력에 시달려 운항조차 힘들다.’

항모에 대해 생각하던 그레이스는 갑자기 대한민국이 변변한 구축함도 몇 척 없다는 사실을 상기해 내곤 실실 웃음이 나왔다. 움직이지 못할 항모라면 별문제가 없어 보였다.

양국의 이해가 맞물리면서 미국과 한국은 서로의 요구 사항을 조율해 나가기 시작했다. 서로에게 좋은 쪽으로 결론을 만들어가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었지만 다급한 쪽은 미국이었으므로 한국의 입장이 많이 반영되고 있었다.

“경항모 도입 건만 해결하면 될 것 같습니다. 대한민국은 최소한 영국의 인빈시블급 항모를 도입하고자 합니다. 영국에서도 1980년에 취역하여 은퇴한 함을 넘길 의사가 있다는 것을 알려왔습니다.”

“영국이 인빈시블급을 넘길지 의문이지만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영국에 있는 그 함이 오려면 최소한 두 달이 걸립니다. 그때까지 파병이 미뤄진다면 이번 파병의 의미가 없어질 정도로 너무 늦습니다.”

협상을 책임진 그레이스 대사는 무관의 보충 설명을 들으며 대한민국의 집요한 항모 구입 의지를 어떻게든 꺾기 위해 노력 중이었다. 그러나 항모에 관해서는 요지부동이었다. 그레이스 대사로서는 이제 마지막 수를 꺼내는 수밖에 없었다.

“귀국에서 대형 상륙함 한 척을 건조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일본의 오오스미급을 모델로 하고 있다는 그 함을 항모로 개조해서 사용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저희 쪽에서 기술 지원을 해드리겠습니다.”

협상단 한국 측 대표는 어리둥절한 얼굴이었으나 뒤에 자리해 있던 합참에서 파견된 장성들은 속으로 깜짝 놀라고 있었다.

극비리에 건조 중인 함명 미정의 상륙함을 미국에서는 이미 알고 있는 것이다.

현재 95퍼센트의 공정을 마친 상륙함은 만재배수량이 1만 3천 톤인 일본의 오오스미급 상륙함보다 배나 큰 2만 5천 톤으로 영국의 인빈시블급 항모와 외형이 유사했다. 유사시 영국제 SCIDS(Shipborne Container Air Defense System)를 이용하면 인빈시블과 흡사한 경항모로 긴급 개조 가능한 상륙함이었다. 대한민국 해군은 오래전부터 경항모 운용을 목표로 이 선박의 건조를 추진해 왔었다.

“안 됩니다! 그 함은 상륙함이지 경항모가 아니지 않습니까? 주변국은 이미 항모로 도배를 하고 있습니다. 가까운 일본만 해도 이탈리아 항모를 실전 배치하기 직전 아닙니까?”

한국 측의 격렬한 반대가 있었으나 결국 항모에 관한 건은 미국의 입장이 대폭 반영되어 앞으로 고구려함이라고 명명될 상륙함을 경항모로 개조하는 것으로 일단락지어졌다. 거기에 항모에 탑재할 AV―8B 시 해리어 15대를 미국에서 무상 제공하는 것과 함께 전폭적인 항모 개조 기술 지원 조건이 곁들여져 협상을 매듭 짓게 했다.

미국은 미국대로 대한민국은 대한민국대로 명분과 실리를 획득한 협상이었지만 최후 재가를 위한 보고를 받은 미국 대통령은 이번 전쟁이 끝나면 기필코 대한민국이라는 조그맣고 버르장머리없는 나라를 어떤 식으로든 응징하겠다는 다짐을 했다.


파병 준비단 단장실

표면상의 주적인 북한을 의식하여 전투병의 파병 수를 최대한 줄이고, 기타 지원병과를 늘리며, 민간 지원단을 구성하는 중동 파병단 조직을 짜는 일은 만만치 않았다.

우선 사령관 직을 누구에게 맡기는 것이 좋은가에서부터 보급 및 수송 안전 등 산적한 문제를 처리하기 위해 국방부와 청와대 비서실은 24시간 풀 가동되고 있었다.

무엇보다 민간인 지원을 위해 기술자들을 모집하는 일이 만만치 않았다. 언제 죽을지 모를 열사의 지역에 가고 싶어하는 사람은 드물었다. 아무리 돈을 많이 준다 해도 마찬가지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병 준비단 단장을 맡고 있는 정희중 단장은 이런저런 문제를 책상에 가득 쌓아둔 채 머리를 무릎에 파묻고 오수를 즐기고 있었다.

똑똑똑!

갑자기 들려온 노크 소리에 고개를 번쩍 쳐든 정 단장은 혹시 침이라도 흘리지 않았나 거울을 살짝 보고는 자세를 고친 다음 말했다.

“들어와.”

목이 잠겨서 하마터면 째지는 소리가 날 뻔했다.

“허험, 허험!”

민간인 모집의 책임을 지고 있던 안 실장의 얼굴이 어두운 걸 보니 일이 잘 되질 않는 모양이었다.

“안 실장, 무슨 일인가?”

“신문에 광고를 내볼까 합니다.”

“그래? 내봐야지. 할 수 있는 건 다 동원하라고. 시간이 별로 없으니까 빨리빨리 모아야지. 교육도 못 시킨 채 보낼 순 없잖나?”

어려운 경제 여건 속에 실업자들이 넘쳐 나고 있는데도 천 명의 민간 지원단을 모집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외국에 파견될 기술 지원단인 만큼 막노동꾼이 아닌 전문적인 기술을 갖춘 이들이 필요했기에 안 실장은 발에 불이 나도록 전국을 누비며 뛰어다녀야 했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목표치를 채우지 못하고 있었다.

모악산 자락에 자리 잡은 민박촌 비슷한 고시원에는 고시나 자격증 시험 준비에 열심인 유준희 같은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유준희는 어려운 가정 형편을 비관하다가 그 울분을 학생 운동으로 풀었다. 그러나 운동이 조금 지나쳐 경찰의 블랙 리스트에 올라 버렸고,남들보다 대학을 2년 더 다녀 졸업하고도 취업을 할 수 없게 되었다.

위험물 취급 관리사 1급 자격증을 취득해 한때 공사장 폭파 기술자로 일하기도 했다. 하지만 IMF의 여파로 건설 회사의 부도가 연이어 발생하고 폭파 기술자에 대한 수요가 급감하자 그마저도 일거리가 없었다.

상황은 더욱 악화되어 1년 동안 생활하던 고시원의 하숙비도 내기 힘겨워졌다. 다음 달 하숙비를 벌기 위해서는 막노동판이라도 나가야 할 형편인 유준희는 마음이 싱숭생숭해져 있다가 바깥으로 나왔다. 차가운 공기라도 마셔야 할 것 같았다.

전주 시내로 들어가는 버스를 타고 가다가 무작정 내렸다. 언제나 그렇듯 길거리에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한숨이 절로 나왔다. 올해로 서른다섯이 된 데다 실직자 신세인 그였기에 애인도 없고 결혼은 더욱 꿈도 꾸지 못하고 있었다. 터벅터벅 발 밑을 보며 걷던 유준희는 신문 가판대에 삐져 나온 신문 일면 하단 광고에 눈길이 쏠렸다.

기술이 있어도 일자리가 없으십니까? 지금 전화 주십시오. 의무 기간이 지나면 9급 군무관으로 일할 수 있는 특전이 주어집니다.

큰 문구 아래 깨알 같은 글씨로 채워진 광고는 중동 파병 지원단의 모집 광고였다.

주머니를 뒤져 나온 천 원으로 신문을 사던 그는 자신이 돈을 주고 신문을 산 게 언제였던가를 기억해 내려 했다. 적어도 몇 년은 지난 것 같았다.


공주 교도소를 방문한 안 실장은 재소자들의 신상명세가 적인 서류철을 한 장씩 넘겨 나갔다. 재활 훈련을 충실히 받았거나 경미한 범죄자 또는 이번 파병에 적합하다고 판단되는 재소자들을 상대로 파병 지원서를 받기 위해 이곳까지 온 안 실장은 몹시 초췌해져 안색이 말이 아니었다.

똑똑똑!

“들어오세요.”

단발 머리에 죄수번호 1678번을 달고 있는 청년이 들어와 의자에 앉았다.

“얘기를 들어 알고 있으리라 생각하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저는 중동 파병 지원단에서 나왔습니다. 건설 회사를 운영하다가 부도를 맞으셨군요. 앞으로 7개월 정도 복역 기간이 남으셨는데… 어떻습니까? 이번 기회에 저희와 합류하시면 여러 가지 특전이 있습니다만.”

오늘만 교도소를 두 군데 돌아다닌 안 실장은 오늘 중으로 천안 교도소에도 가봐야 했다. 시간이 별로 없고 죄수들을 이런 일에 끌어들인다는 것이 내키지 않아 대충대충 건성으로 그 특전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해 주었다.

“지금 지원서를 작성하셔도 교육소에 입소하기 전까지는 언제든지 취소할 수 있으니까 먼저 지원서를 작성한 이후에 생각하셔도 됩니다.”

그러면서 안 실장은 1678번에게 펜과 지원서를 내밀었다. 1678번은 멈칫멈칫하다가 결국 펜을 집어 들었다.

1678번처럼 지원서를 작성한 죄수는 대략 백여 명이 넘었지만 안 실장은 달갑지 않았다. 아무리 선별한다고 해도 범법자는 엄연한 범법자였다.

공주 교도소를 나오면서 안 실장은 자기가 왜 이런 말도 안 되는 아이디어를 냈는지 자책했지만 소용없는 일이었다. 지금도 전국에서 온갖 희한한 아이디어로 사람들을 모으고 있을 직원들을 생각하면 자신은 그나마 편했다. 군 제대를 얼마 남기지 않은 기술병과 사병이나 하사관들을 협박해서 모집하기도 했지만 온전한 몸과 정신을 가진 사람치고 선뜻 지원하는 자가 없었다.

안 실장을 비롯한 그의 직원들이 사람을 찾아다니는 동안 옥포에 있는 대우조선소 특수 독에 있는 거대한 고구려함은 내외장 개수 공사를 받고 있었다.

선수 갑판이 완전히 제거되고 그 위에 스키 점프대가 들어앉았다. 12도 경사진 이륙갑판은 단거리 이착륙기의 항공 작전 시간을 늘려주기 위해 도입되었다.

연일 밤샘 강행군으로 항공기 격납고와 엘리베이터, 무기 통제 시스템을 장착해 나갔지만 시간이 너무 촉박했다. 레이더의 경우 파병 일자와 맞지 않아 새롭게 장착하지 못하고 겨우 추가 탑재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기기에 대해 점검할 시간도 없어 곧장 바다로 나가 기동 훈련을 해가면서 문제점을 파악하고 차근차근 고쳐 나가기로 한 급조된 고구려함은 마지막 출항 점검을 마치고 남해 해상으로 빠져나갔다.

옥포조선소를 빠져나온 고구려함은 옥포 앞바다에서 시운전을 하면서 동시에 시 해리어의 이착륙 훈련을 실시했다.

대구 미 공군 기지에서 이륙한 시 해리어 편대가 옥포 앞바다를 선회하기 시작했다.

“갈가마귀?”

박진우 소령은 공사 후배인 오상구 대위를 불렀다. 대구에서 수직 이착륙 교육만 중점적으로 받은 그들로서는 시 해리어를 다루는 데는 어려움이 없었지만 그래도 항모상에서의 첫경험이라 모두들 긴장하고 있었다.

“네, 편대장님.”

“내가 먼저 내려갈 테니 잘 보고 그대로 따라해. 알겠냐?”

“딱따구리님, 잘하십시오. 위에서 지켜보고 있겠습니다.”

수직 이착륙기인 해리어에는 양쪽에 두 개씩의 노즐을 가지고 있지만 실제 엔진은 싱글 터보팬으로 롤스로이스사가 생산한 페가수스 엔진을 사용한다. 단거리 이륙 시에는 노즐들을 완전히 뒤쪽을 향하다가 위치를 지상 쪽으로 변경함으로써 매우 짧은 활주 거리로 기체를 이륙시킬 수 있었다. 착륙 시에는 뒤쪽을 향해 있던 노즐을 땅 쪽으로 급격하게 움직여 수직 착륙을 시켰다.

오상구 대위에게 있어 시 해리어의 항모 착륙은 쉬웠다. 하지만 이륙은 훨씬 어려웠다. 공군 기지에서의 이륙은 활주 거리 면에서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비행 갑판이 200m가 넘을까 말까 한 경항모에서 이륙하는 것은 만만치 않았다. 자신이 생각하기에도 좀 더 지상 훈련이 필요했지만 항공대에서는 1차로 인도된 8대의 해리어 중 5대를 한시라도 빨리 고구려함에 올려놓고 싶어했다.

쿵!

고구려함 갑판에 대기 중이던 갑판원들은 요란한 소리를 내며 갑판에 무사히 내려앉은 딱따구리를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박 소령이 기체를 지정 장소에 옮겨놓고 내려오자 갑판원들이 달려나와 샴페인을 터뜨리며 처음으로 항모로 내려온 박 소령을 놀려댔다.

“생생한 처녀 배에 내려앉으셨으니 책임지십시오, 소령님.”

박 소령은 옆에서 떠들어대는 말에 가볍게 답례하고는 오 대위가 착륙하는 광경을 지켜보았다. 선천적으로 기계와 친숙한 오 대위는 족히 10년은 조종한 베테랑처럼 가뿐하게 착륙했다.

평택 어느 산골 새마을 연수원

시커먼 방탄 자동차 세 대가 앞뒤로 경찰차의 호위를 받으며 한적한 시골길을 달려갔다. 차들이 향하는 산등성이로는 중무장 공격 헬기가 보였다 사라지곤 하면서 자동차 행렬을 공중 엄호하고 있었다. 다섯 대의 차량은 새마을 연수원 정문에 이르자 경비병들의 거수경례를 받으며 통과했다.

“지금 들어갑니다.”

다섯 대의 차를 보낸 경비원이 서둘러 안쪽과 연결된 전화기를 들고 소리쳤다. 그러자 연수원 건물 앞으로 사람들이 몰려나와 차량이 도착하기를 기다렸다.

이윽고 경찰차가 지나가고 검정색 자동차가 정문 앞에 서자 맨 마지막 차량에서 중년인이 내려 사람들과 짧은 악수를 나누고는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건물 지하에 마련된 대강당에는 3백여 명의 사람들이 자리해 있다가 중년인이 경호원들의 경호 아래 들어서자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힘차게 연단 위로 올라간 중년인이 사람들을 진정시키려는 듯 마이크를 톡톡 두드리다가 입을 열었다.

“노상민입니다.”

강당 안이 쥐죽은 듯 조용해졌다. 이 나라 대통령의 등장이 놀랍지 않을 수 없었다.

노상민은 고개를 들어 주위를 둘러보았다. 단상에서 오른쪽으로 한 발 옮기고는 자세를 가다듬었다. 그리고는 그 자리에서 큰절을 올렸다. 주변을 둘러싼 웅성거림이 급격히 커졌다.

“죄송합니다. 국력이 미약하고 제가 못나 여러분을 사지에 몰아넣습니다. 미안하고 죄송스럽습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며칠 있으면 여러분은 수송선에 오르게 될 것입니다. 여기 계신 분들 중에는 중동에서 생활하셨던 분도 있다고 들었지만 대부분 초행이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주 임무가 대민 지원이기에 큰 위험은 없을 것이라 생각됩니다만 그래도 안전하지만은 않습니다. 서로 도와주십시오. 그리고 부디 몸 건강히 돌아와 주십시오. 여러분이 돌아오시는 날, 제가 고마움의 표시로 큰절 한 번 더 올리겠습니다. 대통령에게 큰절 받고 싶으시면 꼭 여기 있는 분들 모두 그대로 돌아와 주십시오.”

노상민은 잠시 뜸을 들이다가 수행한 비서관에게 손짓했다. 비서관이 관용 여권을 박스에 담은 채 들고 왔다.

“유준희 씨, 앞으로 나오세요.”

노상민이 직접 여권을 펼쳐 들고 한 사람씩 호명해 나갔다.

호명된 유준희가 엉거주춤 일어나 계단을 통해 단상으로 올라왔다. 노상민에게 여권을 받아 든 유준희는 노상민의 악수에 응했다. 유준희가 내려가자 다른 사람이 올라왔다.

20××년 3월 15일 인천항

수송함 다섯 척으로 꾸역꾸역 보병들이 열을 맞추어 승선하고 있었고 한편에서는 개량형 K―200 장갑차들이 민간에서 징발된 카 케리어에 조심조심 올라갔다. 간간이 공병대 장비들이 올라가고 있었는데 건설 장비들이 많아 꼭 지난 중동 건설 붐을 연상시킬 정도였다. 기실 그것들을 운전하고 있는 사람은 군인이 아닌 지원된 민간인들로 한때 공병대에서 뺑이 치다가 민간 건설 회사에 입사하였으나 IMF로 실직하고는 실직자로 생활하던 자들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약 3천 명 이상을 태운 수송선들이 마침내 인천항을 빠져나갔다. 지금쯤 목포와 여수에서도 인천에서 출항하는 선단과 비슷한 수의 수송선들이 출항 준비로 바삐 움직이고 있을 것이다.

수송선 갑판 위

“거참, 희한하군. 왜 전차를 가져가지 않는 거지? 야, 박 상병! 이리 와봐.”

‘저 새끼가 끝까지 따라와서 지랄이네, 시팔! 제대도 얼마 남지 않은 놈이 뭐 하러 이런 데 지원해 가지고 이 하늘 같은 박 상병을 부르나, 젠장!’

욕이 목구멍까지 나왔지만 어쩔 수 없었다. 계급이 깡패인 곳이 군대였다.

“왜 그러십니까, 이 병장님?”

마음과는 다르게 실실 웃음을 흘리며 고개를 들었다.

“왜 전차는 없냐? 전차병은 있는데.”

‘이런 씨발! 교육 중에 또 땡땡이쳤나.’

“교육 시간에 알려줬는데 못 들으셨습니까? 저희들이 몰 전차는 미국이 수송해 준답니다. 아마 M―1A1을 몰겠죠. 나머진 우리 거 쓰고 전차만 미국 거 쓴다는데요. 미국 놈들은 전차가 남아도나 보죠, 뭐.”

‘이런 시방새가 지금 날 깔아뭉개고 있어? 넌 죽었다, 임마. 이란에 가기만 해봐라. 흐흐흐.’

이 병장은 새까만 박 상병이 자신을 깔보는 듯한 말투로 대답하자 군기를 확 잡을까 하다가 뒤로 미뤄두었다. 훗날의 즐거움을 위해 오늘의 원한을 길이길이 남겨둘 생각이었다.

사실 이 병장은 제대를 꼭 6개월 남겨두고 있어 지원병에서 제외될 수 있었지만 본인이 중대장과 선임하사에게 박박 우겨서 합류하게 되었다. 제대해 보았자 별 뾰족한 살길을 찾을 수 없었던 그는 몇 달 고생하고 받을 큰 수당에 마음이 동했던 것이다.

“그런데 아랍 애들이 죽인다며?”

거기에 이란 여자에 대한 막연한 호기심까지 합쳐졌다.

“네?”

“얘네들 말야.”

새끼손가락을 들어 보이는 이 병장의 말에 박 상병은 어이가 없었다.

‘벌써부터 지랄이군.’

부대 인근 다방에서 모르는 이가 없는 오입쟁이로 소문난 이 병장이었다.

“그럼요, 끝내준답니다. 가실 때 저도 같이 가는 거죠, 이 병장님?”

“넌 국물도 없어, 임마!”

그때 함 내 스피커에서 정훈장교의 방송이 흘러나왔다.

―갑판에 있는 사람은 선실로 들어가기 바란다. 파도가 높아진다는 예보다. 지금 당장 갑판으로 철수하도록!

“정훈장교의 소리는 언제 들어도 엿 같네. 안 그러냐?”

이 병장은 박 상병의 대답을 들을 생각은 없는지 곧장 갑판에서 선실로 들어가는 문을 열어젖혔다.

약 십여 척으로 구성된 수송 함대는 팔미도를 뒤로하고 1차 합류 지점인 목포를 향해 서서히 움직였다. 목포에 도착하여 제2함대와 합류하고 제주에서 제3함대와 합류함으로써 모두 집결되는 약 30여 척으로 구성되는 대규모 수송 함대는 한국 최초의 소형 항모 전단의 호위를 받으며 제주도 남단까지 움직인다.

그 뒤 미국 태평양 함대의 호위를 받으며 동지나해를 지나 순다해협을 빠져나와 인도양으로 진입해 들어갈 예정이다.

보급품을 충분히 채워 넣은 터라 쾌속 항진한다면 재보급 없이도 함대의 최종 목적지인 두바이까지는 15일이면 도착할 수 있었다.

제1수송선 단장인 김지영 소장은 광개토대왕함 선교에서 점점 거세어지는 바다를 바라 보았다. 그의 임무는 수송 선단을 제주 남단까지 호위하고 귀환하면 되는 것으로 이번 파병에 참여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남의 전쟁에 피를 흘리기 위해 팔려가는 병사들이 못내 불쌍하고 애처롭기만 했다.

‘이번 파병군 사령관으로 임명된 조준옥 대장의 역량과 김영철 민간지원 단장의 능력을 믿어보는 수밖에…….’

이런 상황을 만들어낸 정치인들에 대해 욕설이 튀어나왔다.

“개새끼들.”


20××년 4월 16일 늦은 오후

제주 서쪽 20㎞ 경항모 고구려함

대한민국 최초의 항모 고구려함은 호위함을 거느리고 영해 내를 당당히 항주하고 있었다. 소형 항모인데다 핵추진 방식이 아닌 것이 흠이었지만 대양 해군 건설의 시금석이 될 중요한 해군 함정. 고구려함 아일랜드에는 파병군 사령관 조준옥 대장과 민간 지원단 김영철 단장, 고구려함 함장인 이소만 준장 등 이번 파병단의 주요 지휘관들이 모여 있었다.

“무기 탑재는 언제쯤이면 가능할 것 같은가?”

이소만 준장은 대한민국 최초의 항모 함장이 된다는 사실에 몹시 흥분했었지만 항모가 불완전한 상태로 바다에 나오게 되자 흥분과 기대가 반감되어 있었다. 아직도 고구려함 이곳저곳에서는 기술자들이 들쑤시고 다니며 장비 설치와 점검으로 난장판을 이루고 있었다.

“이제 겨우 골키퍼 3문이 시험 중에 있고 이번 주 중으로 일부 시스템을 연동시키고 발사체 공간을 확보하면 다음 달에는 샘 미사일을 장착할 수 있겠습니다.”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내기 위한 해군의 노력은 처절하기까지 했다. 고가의 무기를 줄이고 효율적인 배치와 운영이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 온갖 종류의 기술자들이 설치와 재배치, 개조에 밤낮으로 매달리고 있었다.

그 결과로 대유도탄 대응체인 채프 8문의 숫자를 줄이고 대잠 어뢰를 장착하게끔 무기 체계가 변경되었으며 더 많은 항공기를 싣기 위한 설계 변경이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중공업에서 나온 사람들에게 그만 쉬라고 하게. 오늘은 아무래도 그만 마치는 게 좋겠어.”

조준옥이 지시했다. 조금 있으면 다른 수송 선단과 합류할 시간이었다. 고구려함에 있는 원정단 지휘관들은 모두 수송선으로 옮겨 타야 했기에 작별의 시간에는 이곳에 있는 민간인들도 참석해 주는 것이 좋았다.

“그래, 1함대와 2함대는 언제쯤 합류할 것 같은가? 그리고 일본 자위 함대와 중국의 기동 함대는 어디쯤 있지?”

황혼의 아름다음을 만끽하다가 사령관의 질문에 번뜩 정신을 차린 오퍼레이터가 자판을 두드리며 적당한 어휘를 머리 속에서 찾느라 눈동자를 굴렸다.

“네. 1, 2함대는 앞으로 30분 안에 합류한다고 합니다. 1함대를 측방에서 따라온 중국 기동 함대는 본대가 남지나해를 지날 때까지 따라올 것 같습니다. 일본 자위 함대는 제주도 동쪽 200㎞ 지점에서 남진하고 있으며 오키나와 제도까지 초계할 것으로 보입니다. 상공엔 중국과 일본의 대잠 초계기와 조기경보기가 떠 있습니다.”

“뭐 먹을 게 있다고, 짜식들. 아무튼 양쪽에서 경호해 주니 기분은 좋군. 하하하!”

중국과 일본은 감시의 눈을 멈추지 않고 이 수송 함대를 지켜보고 있었다. 중국이나 일본은 대한민국의 신형 항모 고구려함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주시하고 있었다. 좁은 해역에 항모가 존재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거대한 위협이 되었다.

중국과 일본의 밀착 감시도 오키나와까지가 한계였다. 오키나와 근처까지 내려가면 수송 함대의 호위는 미국 태평양 함대가 맡을 것이고 고구려함을 포함한 대부분의 전투함들은 각자의 기지로 귀항하도록 되어 있었다.

“지금 1, 2함대 사령관이 헬기로 오고 있다는 전문입니다!”

통신사관이 외쳤다.

“음, 작별은 작별이고 배고프니 모두 저녁이나 먹으러 가자고!”

조준옥 사령관이 활기 차게 소리쳤지만 모두의 얼굴이 무거웠다. 이번 파병에 참가한 고위 장교 가운데 누구도 이번 파병을 적극적으로 지지하지 않았다. 다만 해군 장교들의 경우에는 육군의 희생으로 해군 전력이 크게 강화되어 대양 해군, 해양 강국을 이룰 수 있다는 꿈을 꿀 수 있게 된 것을 기뻐하고 있을 뿐이었다.

사령부 인원이 빠져나가 텅빈 아일랜드에 남아 있던 당직사관과 몇몇 오퍼레이터들은 이미 사라져 버린 태양과 성대할 것이 분명한 저녁식사를 아쉬워하며 멍하니 바다를 바라보았다.

오늘의 저녁은 조준옥 사령관이 좋아하는 소고기 갈비찜에 맛깔스런 고추 범벅 반찬을 곁들인 전형적인 한정식이 준비되었다. 장성들은 가운데 식탁에 모이고 장교 식탁에는 위관 급까지 모두 모여 소갈비를 뜯었다.

즐거워야 할 식사 시간인데도 누구 하나 웃는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기이한 식사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조준옥 사령관은 앞에 놓인 포도주 잔을 들어 올렸다.

“우리 대한민국이 힘만 있었어도 우리가 이런 개 같은 꼴을 당하진 않았을 텐데. 꼭 용병이 된 기분이구만! 제군들, 잔을 들게. 그리고 맹세를 하세나! 우리가 다시 살아서 조국에 돌아온다면 다시는 우리의 아들들에게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자고!”

“어이, 모두 술을 따르라고! 전 함대에도 통신 연결해서 함께 건배하도록!”

사령관의 지시는 빠르게 이행되어졌다.

“자, 건배하세. 우리 후손을 위하여!”

―위하여!

우렁찬 합창이 스피커를 통해 터져 나왔다.

“제군들! 우리는 이렇게 싸우러 가지만 한 사람이라도 더 살아 돌아올 수 있도록 해야 하지 않겠나. 제발 죽지 말도록! 이건 명령이다! 찬란한 미래를 위하여!”

―위하여! 위하여! 위하여!

만여 명의 인원들이 ‘위하여’를 외쳤다. 누군가가 한일 월드컵에서 유래된 대한민국 구호를 연호하자 함대 통신망은 ‘대한민국’의 구호로 가득 찼다. 몇몇 장성들과 사병들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20××년 3월 17일 오전 1시

운항에 필요한 당직 인원을 제외한 대부분의 인원이 곤히 잠들었다. 함대는 조용하게 정해진 항로를 따라가고 있었다. 해상과 수중, 공중에서 입체적인 방어 진형을 구축한 채 언제라도 깨어날 준비를 갖추고 있었다.

30척으로 구성된 대함대는 고구려함을 중심으로 주위에 1만여 명의 군인과 민간인들, 온갖 장비들을 가득 실은 수송선 15척, 병사들이 앞으로 한 달간 소비할 물품이 가득 찬 두 척의 컨테이너선이 빙 둘러치고 있었다. 그 외곽에는 구축함과 프리깃함, 지원함들이 대함 대공 방어를 담당했다. 수중에서는 장보고 급 잠수함 3척이 후방과 전방의 위험을 탐지하고 있었다. 공중에서는 제주도에서 발진한 조기경보기가 떠 있었다.

문제는 오키나와에서 발진한 미국의 조기경보기가 임무를 인계받기 위해 지금쯤은 날아와야 했지만 어찌 된 일인지 아직 연락이 없었다. 한 시간 후에는 조기경보기의 연료가 위험 수준에 이르기에 복귀해야만 하는 것이다.

중국이나 일본이 이 수송 함대를 공격할 리는 없을 것이고, 중동 친구들은 이곳까지 올 능력이 없으니 위험은 없으리라 판단되긴 하지만 제때 미군의 조기경보기가 오지 않으면 잠시나마 함대가 장거리 공격의 위험에 노출되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 때문에 사령관은 잠들지 못한 채 초조하게 오퍼레이터를 응시하고 있었다. 오퍼레이터는 계속해서 오키나와를 호출하고 있었지만 응답이 없었다. 지금 함대 전방에는 계절에 걸맞지 않게 태풍이 올라오고 있어서 항해 장교들을 초긴장 상태로 몰아넣고 있었다. 남중국 하이난섬과 배트남 하이퐁 사이로 진행할 것으로 예상되던 일호 태풍 기러기는 갑작스레 방향을 틀어 대만쪽으로 올라오고 있었다.

타타타타타―

시시각각으로 태풍의 경로를 알리는 전문이 타자식 프린터에 경쾌하게 찍혀 나왔다.

“사령관님, 긴급 통신입니다. 함대 전방에 정체 미상의 에너지 막이 형성되어 있으니 우회해서 항진하라는 조기경보기의 보고입니다. 그 에너지 막 때문에 필리핀에서 북상하고 있는 태풍 기러기가 올라오지 못하고 방향을 서쪽으로 틀었다고 합니다.”

“정체 미상의 에너지 막이라니? 무슨 소리야!”

사령관은 뜻밖의 상황에 어리둥절했지만 일단은 함대의 진행을 우회하도록 지시했다.

“함대 항로 변경. 침로 050. 속도는 유지한다.”

“항로 변경. 침로 050. 속도 유지.”

복명 복창 뒤에 명령이 신속하게 각 함정으로 전파되었다. 최전방에 나가 있는 함을 시작으로 모든 함이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에너지 막에 대한 조사 결과는 나왔나?”

“아직 모르겠답니다. 에너지 막 때문에 중국 함대가 항로를 바꿔 상해로 가고 있답니다. 이러다가는 일본 함대와 지나치게 가까워질 수 있습니다. 현재 함대 간 거리 우현 250㎞.”

“조기경보기에 더 정확한 정보 요청하고 오키나와 기지와 연락 가능한지 다시 시도해 봐.”

“미군과는 교신이 안 되고 있습니다.”

“앗! 긴급 전문입니다. 태풍 기러기 움직임이 비 정상적입니다. 십분단위로 동서를 왔다 갔다 하며 북상하고 있습니다. 이러다 수송 함대 전방에서 태풍을 만날 수도 있습니다. 태풍이 지나갈 때까지 이곳에서 대기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항해 기상 정보를 담당하는 장교가 사령관을 바라보았다. 대부분의 함정이 대형이어서 어지간한 태풍은 견딜 수 있었다. 하지만 태풍은 태풍이었다. 1만의 인원을 태우고 있는 함대는 만에 하나의 위험도 피해가야만 했다. 그리고 태풍에 치명적인 고속정 몇 정이 먼바다까지 따라왔다는 것이 더 큰 문제였다. 해

“청와대와 국방부 연결하고 조기경보기와 실시간 통신 유지. 조기경보기 귀환 시간이 얼마 남았나?”

“15분 남았습니다. 청와대와 국방부 상황실 연결되었습니다.”

화상 화면에 부스스한 모습의 노상민 대통령이 나타났다. 잠자리에서 일어나자마자 전화를 받은 모습이었다.

“지금 전방에 정체 미상의 에너지 막이 나타나 우회 중이나 우회 전방에 태풍이 북상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제주도로 피항해야 할 것 같습니다.”

―에너지 막이라니? 그건 언제 발견된 겁니까?

국방부 상황실장이 대통령을 대신하여 상황 정보를 요구했다. 노상민은 아직 머리가 맑지 않은지 연신 찬물을 들이켜 댔다.

때마침 들어온 보고 자료를 조준옥 사령관이 읽었다.

“약 20분 전에 발견되었습니다. 갑자기 생겨난 것이라 그 실체를 알 수 없지만 일종의 자연 현상 같습니다. 상공엔 고속의 공기 흐름이 포착되어 태풍 발생 때와 비슷한 징후를 보이고 있다고 합니다. 긴급 피항을 건의합니다.”

―알겠소. 일단 피항하시오. 미국엔 내가 직접 통보하리다.

하루라도 늦추면 그만큼 대한민국의 장병들에게는 이익이었다. 핑계거리가 생기자 노상민은 주저없이 회항을 명령했다.

“네, 대통령님.”

통신을 마친 사령관은 전 함대 통신망과 연결된 마이크를 잡았다.

“나, 사령관이다. 지금 함대 전방에서 태풍이 북상 중이다. 이로 인해 함대의 안전이 심각히 위협받고 있다. 태풍에 대한 위험이 소멸될 때까지 제주도로 피항한다. 항해 속도는 수송선의 최고 속도에 맞춘다.”

조준옥 사령관은 잠수함은 귀항하지 말고 예정대로 항진하여 에너지 막의 정체를 밝히라는 명령을 따로 내렸다. 사령관의 명령에 따라 전 함대가 선수를 돌리기 시작했다. 사령관의 얼굴에는 안도와 불안감이 교차했다. 장병들의 불안을 생각해 에너지 막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지만 꼭 무슨 일이 벌어질 것만 같았다.

아무래도 민간의 자동차선과 로로선을 징발한 관계로 선단의 항해 속도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대로라면 북상하는 태풍이 함대를 따라 잡을 수도 있다. 미군이 보유한 고속 수송 선단이 없는 한국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사령관님, 조기경보기가 지금 돌아갑니다. 더 이상 공역에 머물 수 없다고 합니다. 제주에서 긴급 발진한 초계기가 오고 있습니다만 앞으로 20분 후에 도착한다는 통신입니다.”

조준옥 사령관의 불안이 심화되었다. 이런 긴급한 때에 조기경보기마저 돌아가게 되면 함대에 닥칠 위험을 조기에 감지하기 힘들어진다.

“지금 해리어 뜰 수 있나?”

“예, 가능합니다.”

“두 기만 띄워 초계하라고 해. 난 아일랜드로 올라가겠다.”

“예, 알겠습니다.”

없는 것보다는 낫겠거니 하는 생각에 사령관은 우선 해리어를 띄워 주변을 감시하게 했다.

“이번 파병은 처음부터 잘못된 것이었어. 아일랜드에서 쌍안경으로라도 좀 봐야 되겠군, 젠장.”

전투 통제실에서 나온 조준옥 사령관은 함교로 이어지는 계단을 따라 힘차게 뛰어올라 갔다. 막 함교 문에 달린 손잡이를 돌리는 순간 몸이 균형을 잃고 기우뚱거렸다. 선체가 우현 쪽으로 심하게 기우는 느낌을 받음과 동시에 문고리를 잡은 손이 밀려 나가며 몸이 계단 밑으로 굴러 떨어지는 것을 마지막으로 조준옥 사령관은 의식을 잃고 말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4

  • 작성자
    Lv.62 마지막항해
    작성일
    14.12.09 12:40
    No. 1

    천군...ㅎㅎㅎ
    재연재 하시는건가요?

    선작하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3 無明에구
    작성일
    14.12.10 12:11
    No. 2

    재연재긴한데요 옮겨놓는 수준입니다. 오래된 컴퓨터에 있던 화일 정리하다 발견해서 삭제하기도 뭐하고 해서 그냥 문피아에 올려놓으려고 합니다.. 십년전이나 지금이나 세상은 변한게 없구. 나도 변한게 없구. 나이만 먹구. 재미도 없고. 비관일인 그냥저냥 살고 있습니당... 꾸벅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47 ma******
    작성일
    14.12.15 08:07
    No. 3

    천군이네요^^
    재연재 아니면 조금 수정하실 생각은 없으신가요?

    일단 선작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3 루플
    작성일
    15.01.04 21:14
    No. 4

    출판했던건가요?
    먼가 익숙한대...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93 無明에구
    작성일
    15.01.05 10:01
    No. 5

    네 10년전에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마녀의솥
    작성일
    15.02.19 19:45
    No. 6

    잘 읽었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노인월하
    작성일
    15.03.28 11:24
    No. 7

    글쎄요. 무기체계가 원체 빨리 발전을하는 시대를 걷고 있는 2015년 이때 이 소설은 구닥다리 소설이죠.

    경항모는 북한이 날린 미사일 한 방에 날아가는 게 현실인 세상입니다. 미국이 차 떼고, 포 떼고 넘긴 경항모는 말입니다. 북한의 핵에 의한 emp에도 항모의 무력화내지, 침몰끼지도 가능한 마당에...

    찬성: 0 | 반대: 1

  • 작성자
    Lv.99 풍뇌설
    작성일
    15.03.28 14:28
    No. 8

    소설배경이 꼭지금 일필욘 없지요. 그리고 그런거 걱정하면 항모운용도 몼합니다. 한방 제대로 쳐맞음 무력화(비행못뜨는 상황) 되는건 마찬가지고. 핵쳐맞으면 대형항모는 멀쩡할까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풍뇌설
    작성일
    15.03.28 14:29
    No. 9

    2xxx년이 2001년일수도 있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3 클라우드스
    작성일
    15.04.26 00:26
    No. 10

    무기체계따져서 뭐하려고
    경항모든 중항모든 재밋으면 장땡이지. 나 원참.
    뭐 하나 쥐똥만한 거 안다고 그거 자랑하고싶은 인간들이 어찌나 많은지 꼴불견이 하늘을 찔러요.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99 과객임당
    작성일
    15.06.01 18:30
    No. 11

    20대 시절에 재미있게 읽은 대체역사소설중의 하나군요
    덕분에 예전 생각하면서 재미있게 읽겠습니다

    무기체계같은건 잘 모르겠고 진행되어 가다가 그 당시 인물들이 어느순간
    사라지고 새로운 인물들이 나타나는 그 갭이 커서 좀 힘들었어요 ㅎㅎ

    뭐 죽었다던지 뭐 그런 언급이라도 있으면 괜찮았을건데 말이죠

    마지막에 그 인물에 대한 언급이 너무 작아져서 불만이 있었는데
    혹시 새로 옮긴 이 작품에선 어느정도 설명을 좀 넣어주실수는 없을런지
    부탁드려봅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2 남도풍운아
    작성일
    15.07.22 14:55
    No. 12

    다시 읽으니 기분 좋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6 팬저킬러
    작성일
    18.06.15 18:34
    No. 13

    천군급 사태... ㄷㄷㄷ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2 다기(多奇)
    작성일
    19.06.06 02:48
    No. 14

    416 다음날이 왜 317이죠?

    찬성: 0 | 반대: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천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 2 새로운 세상 +9 14.12.09 23,018 402 13쪽
» 알수없는힘 +14 14.12.09 33,607 494 41쪽
1 프롤로그 +7 14.12.08 33,398 605 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