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조별과제 [조별과제]
組別課題 1
(명사) 조원 한 명에게 몰아준 채 나머지 사람들은 나몰라라 하는 과제.
“썅.”
항상 그래왔지만.
오늘만큼은 좃같음을 참을 수 없었다.
‘증조할머니 제사지내는 날인데.’
과제는 내일까지.
하지만 조원들은 내게 맡기겠다는 말을 마지막으로 연락 두절된 상태였다.
엿 같은 상황.
혹시 몰라 다시 한 번 걸어봤지만.
-뚜루루루.
“제발, 제발 쳐 받아봐요.”
-뚜루루루······ 뚝.
그러면 그렇지.
발신음은 목소리로 바뀌지 않고 끊어진다.
어쩔 수 없이 키보드 위에 다시 손을 올렸다.
······.
맥주나 한 캔 따고 시작할까.
얼마 못 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켓을 걸친 뒤, 자켓 주머니에 담배갑과 지갑을 욱여넣었다.
바지가 잠옷이었지만······ 뭐 어때.
집 앞 편의점 가는데도 남 눈치 보고 싶진 않았다. 눈치 보는 건 대학 생활만으로도 족하니까.
좁아 터진 원룸을 빠져나오면, 길 건너편에 편의점이 있다.
원래는 술을 잘 마시지 않는 터라, 담배가 떨어지는 게 아닌 이상 편의점에 가는 일은 극히 드물었다.
하지만 오늘 같은 날은 술을 안 마시곤 배길 수가 없다.
이대로 과제를 나 혼자 한다 치면 밤샘 각이기 때문.
밤 샐 생각하니 너무 설렌당.
‘으, 시펄 진짜······ 아. 뒷골.’
사실 졸라 억울하다.
왜 항상 교수님은 조를 베짱이와 잠수부 새끼들과 짜주는 걸까. 조까라는 건가.
내 일평생 정상적인 조원이랑 과제를 해본 적이 없다.
하다못해 한 명이라도 정상인이 있는 게 소원이었다.
‘하, 아니다, 어휴······.’
이렇게 속앓이하다가 제 명에 못 사는 건 나겠지.
그래, 잊어버리자.
원래부터 나 혼자 했던 걸로.
나는 이제부터 키보드 두들기는 기계가 될 테다.
이미 지난 일. 좃같은 생각 따윈 하지 않으리라.
본래 사람은 마음가짐에 따라 달라진다 했다. 참고 열심히 해서 완성본에 내 이름만 올릴 것이다.
반드시.
그렇게 다짐하니 기분이 한결 나아졌다.
이제 맥주캔 따고 밤새 모니터 들여다볼 준비만 하면 완벽.
그런데······.
“어?”
왜 빨간 불에 자동차가 달려오지?
“어어?”
멍청하게 코앞까지 차가 와서야 알았다.
운전자가 졸고 있다는 것을.
‘아, 시발 진짜 가지가지하네.’
그날.
조원들은 조장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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