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 마왕이 되었다.

19. 마왕은 식물원을 만듭니다.

▶키스킴

육식식물이다. 겉보기에는 그냥 나무같지만 먹잇감이 다가오면 순식간에 뱀처럼 움직여 먹기를 감아버린다. 그리고 가지 끝에 달린 꽃으로 먹이를 뜯어 먹는다. 꽃은 마치 맹수의 주둥이처럼 생겼다. 이 때문에 처음에는 동물 몬스터로 분류되었지만 연구 끝에 식물임이 밝혀졌다. 중기가 고무와같은 수액으로 가득차있어 탄성이 좋은 키스킴은 거미줄같은 무척 가늘고 긴 줄을 사방팔방으로 쳐 놓는데 동물이 모르고 가다 건드리면 그것에 반응에 휘감고 꽃 부분으로 뜯어 먹는 것이다. 동물처럼 뇌가 있어 사냥해 잡아먹는 것이 아닌 자극에 따른 반사적인 반응일 뿐인 것이다.

“아악! 살려줘!”

키스킴의 가지가 티보리안을 감았다.

“창피하다. 명색이 마왕이... 모두 외면.”

세시나의 말에 프리즘 멤버들 모두 외면...

▶코잘리안

둥근 몸체에 공기보가 가벼운 가스를 가득 채운 식물이다. 그 덕에 둥둥 부유하는 식물이다. 마치 예쁜 공이 둥실둥실 떠다니는 듯한 것이 귀엽기도 하지만 이건 식충식물이다. 꼭대기에 있는 꽃으로 곤충을 유혹하는 향을 내보내고 거기에 끌려온 곤충이 있다면 재빨리 끈끈한 줄을 뿜어 곤충을 잡아서 끌고 와 삼켜버린다. 그리고는 곤충의 체액을 빨아 먹는데 이때 남은 곤충의 몸뚱이가 코잘리안의 내부의 미생물에 부패되어 코잘리안의 몸을 공중에 뜨게 하는 가스가 되는 것이다. 참고로 코잘리안에게 불을 대는 것은 위험한 짓이다. 왜냐하면 그 부유가스라는 것이 메탄가스의 일종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불을 가져다 대면...

콰앙!

“바보 사장님!”

-바보 고객님!

“이, 이렇게 된다. 쿨럭...”

“대체 누구에게 말하는 거예요?”

-누구에게 말하는 거예요? 대체.

“이, 있어... 쿨럭!”

▶테페스트라

생긴 것은 영락없이 진흙처럼 생긴 식물이다. 그래서 동물이건 사람이건 무심코 밟고 지나간다. 이때 사람이나 동물의 발에 달라붙어 여러 지역으로 퍼지게 된다. 만약 동물의 대변처럼 생겼다면 사람들이 피할 것이고, 동물은 먹을 것이기에 진흙처럼 보이게 진화한 것으로 보이는데... 아무튼 그렇게 사람이나 동물이 밝고 여기저기 다니면 그대로 자연스럽게 다른 지역으로 퍼지게 되는 것이다. 다만 이 테페스트라는 생존조건이 까다로워서 그런 쉽고 편리한 번식법에도 불구하고 별로 없다.

“사장님. 그 진흙 뭔가요? 혹시... 오늘 저녁은 진흙구이? 무슨 진흙구이일까? 닭? 오리?”

아... 테페스트라는 열에도 약한데... 만약 지구로 돌아가게 되면 세란은 먹보다! 라고 소문을 내버릴 거야. 라고 마음먹는 티보리안이었다.

“그런데 왜 자꾸만 사장님을 죽여야 한다는 기분이 들죠? 음... 뭔가 입막음을 해야 한다는 그런 압박감? 제가 이런 애가 아닌데...”

여자의 촉은 정말 무섭다.

▶벨토란

아무리 크게 자라야 2미터 정도 즉 성인 정도의 크기로 자라는 작은 나무다. 보기에는 평범한 나무다. 다만 열매가 마리 지구의 토란처럼 생겼다. 맛도 토란과 같다. 토란처럼 생기고 맛도 토란과 같은 열매가 열리는데 이름이 벨토란이라니 참으로 기묘한 우연이 아닐 수 없다. 토란과 다른 점이라면 역시 과일이고 영양가는 더 풍부하다는 것? 그리고 뱃속에서 싹을 틔운다.

열매 자체가 씨앗인데 이게 짓이겨져도 어떻게 돼도 조금만 남아있다면 싹을 틔운다는 것이다. 당연히 먹은 사람은 벨토란의 한줌 거름이 되는 것이다. 이 벨토란 열매는 끓는 물에 하루를 끓여도 안 죽는다. 불에 직접 구워도, 심지어 철을 녹이는 고온에서도 안 죽는다. 그러니 뱃속의 36.5도의 온도와 위산 정도야 뭐... 벨토란을 안전하게 익혀 먹으려면 미스릴을 녹일 정도의 온도에서 구워야 한다. 그래도 일단 익히면 맛있다고는 한다. 그래봐야 토란 맛이지만.

“음. 그런데 이게 뭐라고요? 맛있어요.”x7

“벨토란. 열매.”

흥! 벨토란 열매 너 잘 못 걸렸다. 마왕과 용사들이다. 뱃속에서 싹 틔울 수 있으면 틔워봐! 으하하하하.

“사장님. 사장님 목구멍에서 싹 같은 게 나와요.”

“아... 그래... 어쩐지 목구멍이 간질간질하더라. 응? 세일라 너도...”

그러고 보니 다른 프리즘 멤버들 입으로도 싹이 나오고 있었다. 그래도 다행인 점은 마왕과 용사들이라 위장은 못 뚫으니... 거름으로 전락할 일은 없다는 것이다. 싹? 당연히 싹 빼내야지. 프리즘 저 모습 보여주면 팬들 도망가.

▶샨리즈

사람처럼 생긴 풀이다. 처음에는 나무로 여겼지만 풀인 것이 밝혀졌다. 즉 사람 형태의 나무같은 풀이라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이 그 형태는 아름다운 자태의 여자 형태이다. 그것도 나신의... 험. 험. 어허험. 단순히 형태만이 아니라 색이나 보이는 질감도 사람의 피부와 흡사했다. 또한 여자의 페로몬과 같은 향을 발산한다. 그 향을 맡은 남자는 자신도 모르게 샨리즈에 다가가게 되고 단백질을 바치게 되는 것이다. 사람의 근육은 단백질로 되어 있으니... 그렇다. 남자가 자신도 모르게 다가가 부둥켜안게 되면 아주 끈끈한 진액이 나와 남자를 완전히 붙여버린다. 이 진액은 소화액 역할도 한다. 결국 남자는 그 상태에서 천천히 소화되는 것이다. 전형적인 식인 식물. 그것도 남자만 공략하는... 그래서 전생이 남자에게 깊은 원한과 증오가 쌓이면 샨리즈로 환생한다는 전설도 있다나 없다나 어쨌다나.

“사장님. 저런 나무를 모으시다니...”

“사상님 취미가 참...”

“뭐라고 해야 할지...”

“많이 민망한 취미인데...”

“뭐 취미야 자기 개성이기는 해도...”

“저걸 저렇게 대놓고 보이는 건...”

“변태!”

-변태!

“어이! 얘들아. 저건 그게 아니라... 저건 내가 모은 것이 아니라... 알페이온 이놈은 어디서 저딴 것을 주워 와서 어? 지금 없는 것 이런 일 생길 것 알고 미리 도망간 거지? 너 만나면 죽었어!”

그날 알페이온은 이상하게 몸에 소름이 돋고 으슬으슬하여 몸살기가 있는 줄 알고 약을 먹었다고 한다.

▶파츠라리라시온

이 식물은 하나의 뿌리에서 땅으로 줄기가 뻗어 다시 땅 위로 가지를 뻗는 식물이다. 넓은 면적에 여러 그루의 작은 나무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게 모두 하나라는 것이다. 이 식물은 다른 풀이나 작은 나무 등이 잘 자랄 수 있는 성분을 내놓는다. 그 때문에 파츠라리라시온의 지대에는 여러 식물들이 잘 자란다. 그래서 그 식물을 먹으러 초식동물이 오면 파츠라리라시온은 독가시를 쏜다. 독가시를 맞은 동물은 쓰러져 죽게 된다.

파츠라리라시온의 독에는 효모가 들어있어서 독가시를 맞은 부분은 빠르게 썩어들어간다. 그러면 냄새가 풍기고 육식동물이 뜯어 먹으러 오는데 죽은 초식동물을 먹으면 독가시로 들어간 독성분으로 인해 실시간으로 배탈이 난다. 그 때문에 아주 빠르게. 결국 그 자리에서 설사를 하게 되고... 그것이 파츠라리라시온의 거름이 된다. 이때 육식동물이 초식동물의 사체를 다른 곳으로 물고 가는 일이 생기면 안 되기 때문에 식욕을 자극하는 향도 내보내는데 그 때문에 허겁지겁 그 자리에서 뜯어먹게 되는 것이다. 조심해야 할 것은 사람이 그 상황에서 지나가다가는 썩은 고기를 날 것 채 뜯어먹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

“참 복잡하게도 번식한다. 어떻게 저런 식으로 제대로 번식이 가능한 거야?”

-마왕 주제에 지구인의 잣대로 보시면 안 됩니다. 칼디아는 마왕도 있고 드래곤도 있는 세상입니다.

“그건 그렇지만 그래도 너무 쓸데없이 복잡하잖아. 근데 들어서는 안 되는 말을 들은 기분이야.”

-기분탓입니다.

“정말?”

-예. 피라나에게 물어보세요.

“네가 피라나잖아.”

-전 뽀작뽀작 귀욤귀욤 깜찍하고 귀엽고 사랑스럽고 예쁘고...

“믿을게. 기분 탓.”

-랍니다.

“근데 말이지... 파츠라리라시온? 얘네들 왜 다들 시들시들하지?”

-걔네들 살리고 싶으면 거기서 설사하면 됩니다! 설사유도제 저렴하게 판매합니다!

“피라나야. 너... 사장 할인 없니?”

티보리안은... 짠돌이다...

▶포슈나.

거대한 버섯이다. 어지간히 큰 집 한 채의 크기. 딱 그거다. 별 것 없다. 나머지는 다른 버섯과 똑같아다. 그냥 큰 버섯이다.

“가져가! 이거 둘 곳 없어!”

당연히 알페이온은 혼이 났다.

▶크로킨

일명 새잡이 풀. 넓적한 잎사귀에 애벌레 모양의 촉수가 나 있다. 새가 이것을 애벌레로 착각해 먹으려고 내려와 앉으면 순간적인 전기충격을 준다. 땅으로 떨어지면 땅 위에 나와 있는 뿌리가 새의 몸을 뚫고 들어가 소화액을 뿜는다. 소화액은 꽤 강력해 하루 정도면 새의 근육과 내장을 다 녹여버린다. 나무 주변에는 크로킨 개미들이 있어 먹고 남은 찌꺼기들을 다 처리한다. 뼈는 물론 심지어 새의 부리와 깃털까지 다 먹이로 삼을 수 있는 개미인데 이 개미가 그게 가능한 것은 배에서 나오는 강력한 산성의 소화액 때문이다. 크로킨 개미는 먹이가 생겨 좋고, 크로킨은 찌꺼기를 처리해서 좋은 공생관계다. 주의할 것은 전기충격은 사람 정도는 죽일 정도로 강력하니 조심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 사장님? 머리카락이 왜 그렇게 섰어요?”

“그냥... 잎사귀 좀 만졌을 뿐인데...”

그래도 마왕은 예외다. 명색이 마왕인데 이 정도 전기충격에 죽을 일은 없지. 다만... 짜릿할 뿐.

▶타툼타툴

고기나무란 별명을 가진 나무다. 가을에 열매가 열리는데 이 열매를 다서 자르면 마치 고기와 같다. 실제 맛도, 냄새도 고기와 같다. 심지어 성분도 고기와 거의 비슷하다. 타툼타툴은 여러 종류가 있는데 하늘 땅 물 각종 고기 맛을 시작으로 지방이 없는 순수한 고기열매에서부터 마블링이 아주 좋은 것, 그리고 아예 지방으로 이루어진 것까지 다양하다. 재미있는 점은 칼로 줄기나 가지를 베면 붉은 색의 진액이 나오는데 피 냄새가 난다는 것이다. 성분도 피와 거의 같다고 한다.

타툼타툴에서 더 재미있는 점은 봄에 꽃이 피는데 이 꽃에서 나오는 꿀은 달지 않고 짜다는 것이다. 타툼타툴 꿀을 물에 넣고 끓이면 소금이 남는데 최상급의 소금이다. 정말 이건 사람에게 아주 아주 이로운 나무다. 사람만 아니라 마족에게도, 또 여러 동물들에게도. 그런데 왜 이런 나무가 사람들에게 재배가 되지 않느냐! 재배하기가 상당히 까다롭고 힘들다는 것이다. 자생지 벗어나면 죽는 것도 다반사고, 멸종이 안 된 것이 기적인 나무랄까... 오죽하면 파괴를 입삼는 마왕들조차 신계와 손잡고 멸종위기종으로 보호를 하겠는가!

“어머! 사장님 이 죽은 나무는 뭔가요?”

벌써 죽었다... 아씨! 벌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