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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ydemon 님의 서재입니다.

아포칼립스의 올힘캐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몰락귀족
작품등록일 :
2023.01.14 04:23
최근연재일 :
2023.01.26 00:34
연재수 :
15 회
조회수 :
2,816
추천수 :
74
글자수 :
73,141

작성
23.01.22 00:08
조회
124
추천
2
글자
11쪽

10.

DUMMY

저녁이 지나고, 새벽이 도래했다.


하늘은 역설적이게도 어두웠지만 밝았다. 검은 도화지에 야광물감을 칠한 것처럼 별들과 달이 지상을 비췄다.

세상이 멸망하고 나서 생긴 몇 되지 않는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후우...”


강식이 차가운 밤공기를 들이쉬며 라이칸을 쳐다봤다. 놈은 혀를 내밀고, 헉헉거리면서 떨고 있었다. 난로를 대여섯개나 가져와서 공기를 데우고 있는데도 놈은 몸을 벌벌 떨며 추워했다.


아무래도 오늘을 넘기지 못할 것 같았다.


봐라, 벌써 살점이 썩어가고 있지 않은가. 강식이 붕대를 갈아주기 위해 붕대를 벗겼더니, 그 속에는 썩은 내가 진동을 하며 구더기가 살을 파먹고 있었다.

하얀 점 같이 생긴 것들이 꾸물거리며, 죽어가는 놈을 먹어치우고 있었다. 떼어내도, 떼어내도 어디선가 자꾸 튀어나왔다.


‘안 되는 건가.’


애초에 너무 많이 다치기도 했고, 이리저리 빙빙 돌면서 치료도 지체되기도 했다. 가만히 있었어도 죽었을 놈이긴 했다.


‘씨발, 괜히 불쌍하네.’


그러나 기분이 거지같은 건 거지 같은 거였다. 이미 상상 속에서는 같이 전장을 누볐는데, 시작도 못해보고 실패하다니.

좆같았다. 그것도 아주 많이.


-케에엥...


라이칸이 숨을 빠르게 헐떡이며 먹었던 걸 토해냈다. 죽을 때가 임박했음을 알렸다. 생각보다 더 이른 시간이었다.

그래도 두 시간은 더 버텨줄 줄 알았는데.


“야, 임마, 힘내! 죽으면 죽인다?”


라이칸의 몸이 식어갔다. 눈에 띄게 생기가 빠져나가는 게 보였다. 이대로 죽는 건가? 진짜?


강식은 믿고 싶지 않았다. 모든 노력이 허상으로 돌아가는 듯했다. 욕지거리가 목 끝까지 올라왔다.

그 순간, 시스템의 메시지가 떠올랐다. 희망이 찾아왔다.


[당신의 [용사]의 하위 특성 [온 기수들의 군주]가 활성화되었다.]

[당신은 ‘Lv.8/20 워울프(에픽 보스 몬스터)’을 권속으로 들일 수 있다. 하겠는가?]


살릴 수 있을지 확률은 반반이다. 죽거나 살거나 간단했다. 밑져봐야 본전일 테지. 강식이 외쳤다.


“하겠어!”


[Lv/8/20 워울프(에픽 보스 몬스터)가 당신의 권속이 되었다.]



라이칸의 몸이 광휘에 휩쌓였다. 주변이 밝아지고, 상처가 빠르게 수복됐다. 털도 짐승의 것에서 새로운 존재로 탈각脫殼한 것을 백색 불꽃을 온 몸에 둘렀다.


그야말로 성수聖獸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 강식은 녀석을 보면서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진짜 용사긴 한데 본데.’


강식은 죽음의 문턱에서 되살아난 라이칸을 보며 새삼 느꼈다. [용사] 특성이 괜히 [용사] 특성이 아니구나 하며.그가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타오르는 불꽃으로 이뤄진 털은 오묘한 느낌이 들었다. 이걸 털이라고 불러야 할지, 불이라 불러야 할지 칭하기 어려운 느낌.

강식은 그런 별 시덥잖은 생각을 했다.


“이제 어떡해야 할까. 급한 불도 다 꺼졌는데.”


강식도, 라이칸도 상처가 모두 나았다. 방금까지 신경이 곤두선터라, 각성 상태인지 그다지 졸리지도 않았고, 마땅히 할 것도 없었다.

그는 라이칸을 멍하니 쳐다봤다. 보기만 해도 배가 불러오는 듯했다. 이게 부모가 자식을 보는 기분일까?


-컹!


라이칸이 고개를 숙였다. 올라타라는 뜻인가? 강식은 라이칸의 목 위로 올라탔다. 마치 움직이는 건물을 탄 기분이었다.

떨어질까 겁이 났지만, 라이칸이 쏜살 같이 바람을 가르며 질주하자 공포는 사라지고 시야가 좁아지며 앞만 보였다. 즐겁기도 하고, 어디로 가는 지도 궁금하여 호기심도 들었다.


점차 풍경이 밝아져왔다. 연기가 피어오르고, 썩는 냄새가 적나라하게 풍겼다. 분명 괴물이 있는 게 분명했다. 그것도 이족보행하며 지성이 어느 정도 갖춰진.


콰직!


라이칸이 도약하며 괴물을 앞 발로 깔아뭉갰다. 보고 말고 할 것 없이 즉사였다. 이런 커다란 몸뚱이는 그 자체로 압도적인 물리력을 갖는 법이었다.

마치 트럭처럼.


‘오크 기수들이군.’


정체는 오크 기수들이었다. 라이칸이 복수를 위해 찾아온 것이다.


늑대들과 오크들이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분명 죽었다고 생각한 라이칸이 돌아왔으니 놀랐겠지.


강식은 할버드를 휘둘렀다. 기습을 할거면 제대로 해야지. 오크의 복부가 그대로 갈라졌다. 반으로 쪼개버릴 심산이었는데, 기본적으로 레벨이 높은 오크라 그런지 내장을 쏟아내며 죽는 선에서 그쳤다.


‘거기에 늑대들이 겁을 먹어서 움직일 생각조차 않는군. 아니, 왕을 맞이하는 건가?’


늑대들은 고개를 숙이며 낑낑거린채 움직이지 않았다. 오크가 발로 차고, 고함을 쳐도 놈들은 미동조차 없었다. 참 호재였다.


강식과 라이칸은 그대로 날뛰었다. 탈 것에 타지 못한 기수의 공격력은 절반이나 그보다 못했다. 더군다나 위치의 우위도 강식이 점하고 있었고, 탈것조차 8레벨의 보스 몬스터로 혼자서도 일반 오크 기수 열은 잡아먹을 수 있는 괴물 중의 괴물이었다.


이것들이 합처져서 놈들의 파멸이 만들어졌다. 어제의 피식자가 오늘의 포식자로, 어제의 포식자가 오늘의 피식자로. 세상이란 그런 게 아니겠는가.


강식은 오크들을 모조리 썰어제꼈다. 도망치는 놈도 놓치지 않고, 죽였다. 놈들이 스무 걸음을 걸어야 도착할 수 있는 곳은, 라이칸이 한 번의 도약으로 뛰어넘을 수 있었기에 도망은 불가능했다.


라이칸은 만족한다는 듯이 오크들의 몸뚱어들을 개껌 씹듯이 씹었다. 잘근잘근 온 몸의 뼈가 으스러질 때까지 꼭꼭.


강식은 드디어 3레벨로 올라섰다. 스킬을 쓸 수 있는 날이 머지 않았다.


[당신은 영혼이 한층 더 강해짐을 느꼈다. 레벨이 올랐다. Lv.2/20→Lv.3/20]

[당신의 육체의 힘은 한층 진일보하였다. 당신의 육체는 괴물들의 공포를 먹고 성장했다. 힘13→17 체력5→8]


강식은 저번보다 성장의 폭이 커졌음을 알았다. 좋기도 했지만, 불안하기도 했다. 이번에는 얼마나 큰 경험치 통으로 찾아올까.

그래도 남들이 여러 번 레벨 업을 하는 만큼 스텟을 쥐여주니 별 불만은 없었다.


이번에는 전보다 스텟 증가량이 더 커져서 그런지 스스로가 괴물이 된 기분이 들었다. 원한다면 완력으로만 바닥에 박힌 전봇대를 뽑을 수 있게 됐고, 체력은 끝없이 샘솟는 듯 지치지도 않았다.


그러나 아직도 ‘쇠약해짐’은 남아 있었다. 이건 대체 언제 사라지는 거지? 강식은 알쏭달쏭한 표정을 지었다. 재생력이나 힘과 별개의 문제로 신체자체의 회복이 덜 된 듯했다.

하지만 그것도 머지 않았음을 알았다. 조만간 그 상태이상이 없어지리라는 확신을 했다.


그 순간, 강식은 더욱 강해지리라.


여하튼 강식은 남은 문제들에 당면해야 했다. 위험한 건 아니었지만, 어쨌든 문제긴 했다.


“늑대들 처리가 문젠데...”


그 첫번 째가 늑대였다.


죽이기엔 순종적이라 그렇고, 풀어주기엔 오크들이 다시 기수들을 재탄생시킬 테니 방생하기도 그랬다. 일단 거두기로 했다. 어딘가 쓸 데가 있겠지.

레벨 7이나 되는 놈이 스무 마리가 넘었으니, 길드의 전력 외로 척후대나 타격대로 운용해도 좋을 터였다.


그리고 오크 시체들의 처리였다. 괜히 오크들에게 경각심을 심어줄 수 있는 문제였다. 아무리 오크들이 낮은 지능과 호승심이 넘치는 종족이라도 최소한의 조심성과 공포라는 것은 있는 종족이었다.

이 광경을 본다면 둘 중 하나의 조치를 취할 터였다.


총 공격을 감행하하거나 아니면 조심스럽게 병력을 더 모으거나. 강식은 그들이 병력을 더 모으는 게 문제라고 생각했다.

오크들이 어디까지 불어날지 예측이 가지 않았다. 왜 있지 않은가, 오크에 대한 고정관념. 개체수의 증식이 빠르다는 거.


그렇게 된다면, 참사가 일어날 수도 있었다. 어쩌면 인간의 패배도 염두에 넣어야 할 정도로. 그는 고개를 저었다.


‘이 새끼들이 해놓은 대로 해놓자.’


강식은 결정을 내렸다. 놈들을 도발하기로. 강식은 오크들의 방식대로 오크들의 머리통을 장대에 꽂아 대로변에 장식해주기로 했다.

놈들이 분개할 수 있도록.


도화선을 태울 것이다. 인간과 오크의 전쟁의.


피가 흐를 것이고, 패권자가 결정날 것이다. 강식이 하려는 건, 그것을 앞당기려는 것.


어쩌면, 행인 길드가 패권자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았기에. 라이칸과 한층 강해진 자신의 힘이라면 가능했다. 은혜를 왕으로 세울 수도 있을 것이다.


갑자기 강식이 패권에 욕심을 내는 이유는 단순했다. 자신의 강함이 비정상적이었기 때문이었다. 힘에 취했다는 말은 아니고, 너무 강한 힘은 남들에게 배척받기 마련이었다.


라이칸을 다룰 수 있고, 무력도 남들보다 압도적으로 강했다. 혼자서 단체를 상대할 수 있을 정더로. 만약 강식이 왕이었어도 견제를 안할래야 안할 수가 없는 상대였다.

제갈량이 관우를 사지로 몰아넣은 것처럼.


그렇기에 선택지가 없어졌다. 킹 메이커, 왕을 강식의 손으로 만들지 않는 이상 서울에서 살아남기가 고단해질 것이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했다.


‘빠르면 빠를 수록 좋다.’


무고한 자들의 피가 흐를 수도 있다. 많은 이들이 죽어나갈 거다. 그리고 죽일 수도 있다. 근미래에 일어날 상상을 했다. 강식은 문득 스스로에게 어쩌면 혐오감을 느꼈다.


과거의 감정에 대해 재발견을 하게 된 것이다. 과거의 지키지 못했던 무력감은, 진실로 그것이 아니라 가짜였기 때문이었다.

그냥 ‘내가 약한 게’, ‘이 상황을 통제할 수 없다’라는 사실이 좆같았을 뿐이라는 것을.


강식은 할버드로 오크들의 목을 하나하나 분리했다. 그리고 장대에 꽂아, 얼굴에 유치한 그림들을 그렸다. 놈들에게 대놓고 도발을 하는.


‘이 새끼는 특이하게 생겼네.’


개중에는 뿔이 난 오크도 한 마리가 있었다. 다른 놈보다 덩치가 크고, 험악하게 생긴데다가 대머리였다. 오크의 상위 개체인 듯했다.

그는 놈의 뿔을 잘라내어 습득했다. 이런 건 보통 장비 재료로 필요하던데. 게임처럼 변해버린 세상이니 챙겨서 나쁠 건 없지 않은가.


‘이것 저것 나쁘지 않네.’


강식은 오크들의 머리를 장대에 모두 걸어둔 뒤, 강도짓을 했다. 놈들의 시체에서 쓸만한 것을 턴 것이다. 소위 파밍이라고도 하지.

그게 자동에서 수동으로 바뀌었을 뿐. 딱히 특별한 건 아니었다.


“가자, 라이칸!”


강식이 줄로 장대들을 한 데 묶으며 말했다. 오크 머리 꽃다발이라 부를 수 있는 흉물이 탄생했다. 강식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도끼랑 교차하여 등에 맸다.


라이칸이 달렸다. 담벽을 이곳저곳 넘어다니며 질주하자, 늑대들도 우두머리인 라이칸을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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