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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ydemon 님의 서재입니다.

아포칼립스의 올힘캐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몰락귀족
작품등록일 :
2023.01.14 04:23
최근연재일 :
2023.01.26 00:34
연재수 :
15 회
조회수 :
2,815
추천수 :
74
글자수 :
73,141

작성
23.01.14 04:24
조회
305
추천
10
글자
11쪽

2.

DUMMY

강식은 얼떨떨함을 느꼈다. 뭔가를 죽인다는 것은 생각했던 것보다 가벼웠다. 무겁고, 엄중하고, 끔찍할 줄 알았지만, 무덤덤했다.


‘가까운 사람이 죽는 것과는 다르니까.’


그는 그 차이를 알았다. 일단 좀비로 분류하며 사람으로 생각하지 않았고, 인간은 애초에 내적으로 가까운 사람이 아니면 죽든 말던 무신경한 특성을 가졌다.

일반인 A씨가 죽으면 아무렇지도 않아 하는데, 연예인이 죽으면 단체로 슬퍼하는 것과 비슷한 원리였다.


‘그리고 경험치 때문에 더욱 그렇지.’


시스템 메시지라던가 경험치라던가, 게임적인 요소 때문에 현실감이 떨어진 것도 한 몫 하기도 했다. 현실이 아니라 게임과 같다...

어쩌면 어떤 과학자의 말대로 우린 인간이 아니라, 프로그래밍 된 데이터 쪼가리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러한 들 어쩌고, 저러한들 어쩌리. 당장을 살 뿐이다.


여하튼 강식은 경험치 바를 볼 수 없었지만, 대략적인 척도가 머릿속에서 그려짐을 느꼈다. 대충 10분의 1.

그러나 많은건지 적은건지 알 수 없었다.


그가 어릴 때 하던 게임은 1레벨이 3레벨을 잡는 건 당연했고, 그런 몬스터를 꽤 잡아야 레벨업을 할 수 있었다.


‘뭐, 많이 찬 거겠지.’


강식은 유미가 좀비를 공격한 걸 봤다. 그녀의 레벨은 2. 그럼에도 좀비를 상대함에 있어서 벅찼다. 게다가 한 대 맞으니 공중으로 붕 떴으니 좀비도 상당히 강했다.


‘어릴 때보다 더 쌔졌네.’


굳이 힘쓰는 일을 하지 않았더니, 힘을 체감하기 어려웠다. 좀비의 머리통을 박살내는 걸 보니 생각보다 더 강한듯했다.

스텟이 어떤 방식으로 정해지는 건진 모르겠지만, 아무튼 10이면 높다는 걸 깨달았다.


강식은 빠루를 갈무리했다. 좀비의 옷에 빠루에 묻은 피와 살점을 닦고, 유미에게 다가갔다.


“괜찮으세요?”

“속이 좀 울렁거리는 것 말고는 다 괜찮아요.”


그녀는 바닥에 손을 짚고 일어섰다. 잠시 비틀거리긴 했지만, 익숙한 일인 듯 굳건했다. 그녀는 손가락으로 저 멀리 있는, 마트를 가리켰다.

거대한 마트는 척 보기에도 여러 물품이 많아보였다. 진열되어 있는 것 뿐만 아니라, 재고까지 합치면 더 많겠지.


‘1레벨 좀비도 많네.’


생각보다 좀비의 종류는 각양각색이었다. 보존의 상태가 좋을수록 레벨이 높은 좀비고, 아무리 높아도 3~4레벨 선은 유지됐다. 그러나 숫자가 문제였는데, 거리를 바득바득 메운 좀비의 숫자는 척 보기에도 숨이 막혔다.


“이쪽이에요.”


그러나 전문가는 달랐다. 그녀는 맨홀의 뚜껑을 열고, 그 속으로 들어갔다. 강식도 찝찝한 표정으로 그 속으로 들어갔다.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고 하지 않은가, 살고자하면 못할 일이 없었다.


“윽...”


하수도의 퀴퀴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덩치가 3배쯤 불어난 쥐들도 찍찍거리며 움직이고, 하수도물에 몸이 잔뜩 불어 얼굴조차 알아보기 힘든 시체들이 둥둥 떠다니기도 했다.

거기에 가관인 것은 몬스터들도 거주했는데, 지성이 있는 모양인지 덩치 큰 그들을 피해다니기도 했다.


“확실히 안전하긴 하네요.”


풍경이 별로인 것만 빼면 확실히 안전해보였다. 그녀는 허리춤에 묶은 손전등을 빼내 불을 키며 말했다.


“사람만 조심하면 안전해요. 그래도 그쪽에서도 비슷한 생각을 가질 테니까 괜찮긴 할 텐데, 간혹 가다 인간 사냥꾼도 있거든요. 저희같이 레벨 낮은 사람들 노리는. 같은 인간이 경험치가 제일 잘 오른다고. 씹새끼들이죠.”

“그렇군요.”


그녀가 인상을 찌푸렸다. 강식도 그녀의 마음이 이해됐다. 악의적으로 인간만 노리는 놈들이라니. 악질 중에 악질이었다.

상종 못할 더러운 작자들.


“20분은 걸어야 해요.”

“생각보다 오래 걸리진 않네요?”

“아무래도 많이 오갔으니, 노하우가 쌓은 덕이죠. 조금만 더 있으면 눈 감고도 잘지도?”


그녀가 피식 미소를 지었다. 굉장히 어색했다. 웃는 안면근육을 오랜만에 쓴 듯, 뻑뻑한 미소였다. 하긴, 이런 세상에서 웃을 일이 얼마나 된다고.


“아이씨, 환각 버섯 먹은 코볼트에요. 죽이죠!”

“알겠습니다.”


코볼트는 130cm정도 되는 괴물이었다. 인간과 쥐를 합친 형태로 본능적 거부감을 일으켰다. 더군다나 놈들은 입가에 거품이 있었는데, 버섯을 먹고 정신이 어떻게 됐다는 의미했다.


강식은 빠루를 집었다. 하늘 높이 빠루를 들고, 호흡을 크게 들이 마시고, 꿍 내리쳤다.


찌찌찍!


그것은 무언가를 내리친 소리라기 보단 북 찢긴 소리에 가까웠다. 코볼트의 머리뼈가 내리친 결대로 함몰 당하고, 몸을 지탱하고 있던 다리가 머리에 가해진 충격을 이겨내지 못해, 자세가 무너지면서 다리가 이리저리 꺾였다.


보나마나 할 것 없이 즉사였다.


“와우, 미친.”


유미가 강식의 힘을 실감했다. 좀비 때는 살아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어 제대로 생각하질 못했는데, 강식의 힘은 상상 이상으로 강했다.

어쩌면 아인종 중, 힘의 대명사라 불리는 오크보다 더 강한 근력을 가지고 있을 지도 몰랐다.


“이쪽도 끝났어요.”


유미도 생존 짬을 그냥 먹은 것은 아니었다. 레벨이 2라는 것은 최소한 약한 괴물들이라도 죽이면서 살아남았다는 것이다.


코볼트는 약한 축에 속했다. 유미도 혼자서 이길 정도로. 그녀는 코볼트의 다리를 발로 차서 넘어뜨리고, 무력화된 놈의 머리통을 빠루로 여러 번 내리쳐 곤죽을 냈다.


[당신은 30의 경험치를 얻었다.]


경험치가 상당히 짰다. 아무래도 레벨 업을 하려면 시간이 꽤 걸릴 듯했다. 강식은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는 유미를 보며 대형 마트에 임박했음을 알았다. 그녀를 따라 사다리를 오르고, 밝은 빛을 맞이했다. 물론, 괴물도.


그들이 올라온 곳은 대형 마트의 주차장 인근이었다. 좀비들이 꽤 있었지만, 사실 밖에 비하면 거의 없는 편이었다.

게다가 레벨이 낮아서, 처리하고자 하면 쉽게 처리할 수 있을 법 했지만, 유미의 생각은 달랐다.


“저희는 피해야 해요. 저희 레벨이 높으면 무쌍이 돼도, 낮으면 숫자가 장땡이거든요.”


그랬다. 원래 전쟁이든, 싸움이든 물량빨은 절대적이었다. 강식은 자신의 생각이 잘못됐음을 인정했다.

아드레날린에 지배되어 흥분상태임을.


“그러면 레벨 높아지면 힘이 쌔지는 것 말고 특이한 게 있습니까?”

“그럼요. 스킬도 쓸 수 있고, 좋은 장비도 낄 수 있고, 여러 메리트가 있죠.”

“진짜 게임이네요.”


강식은 레벨이 높여야 함을 깨달았다. 스킬을 쓸 수 있다는 건, 그만큼 쉽게 생존할 수 있고, 더 강한 자기보호수단을 얻는 것이다.

이런 세상에선 힘이 곧 돈이자 권력이었다. 마치 세상이 이렇게 되기 전, 돈이 힘을 밀어냈듯, 다시금 힘이 돈의 자리를 밀어낸 것이다.


강식은 천천히 유미를 따라, 마트 내부로 진입했다. 마트 내부에서는 사람들이 전투를 회피하지 못해, 어쩔 수 없이 전투를 치룬 듯했다.

이곳저곳이 피범벅이 되어있고, 송장에서는 파리가 윙윙 날렸다.


보기에 역겨운 광경이었으나, 덕분에 마트 내부에는 좀비가 적었다.


“일단 통조림 위주로 챙기되, 유통기한 얼마 남지 않은 것도 유의해서 봐야 해요. 썩으면 나중에 못 먹잖아요.”

“알겠습니다.”


유미가 가방 안에서 작은 가방을 꺼내어 내밀었다. 강식은 그걸 받고, 유미와 함께 통조림을 마구잡이로 가방 속으로 집어넣었다.

점차 가방이 부풀고, 마음도 부풀었다.


그들은 식량을 챙길 만큼 챙긴 뒤, 마트를 나서야 했다.


“그나저나 담배는 왜 챙긴 겁니까?”


하수도를 걸어가다, 문득 궁금해져서 물었다. 굳이 담배를 이렇게 많이 챙길 이유가 필요한가? 체취를 맡으니 흡연자도 아니었다.

괜히 식량을 넣을 공간에 쓰레기를 넣은 게 아닌가하는 걱정이다.


“그냥 보호비 비슷한 개념으로 챙겨온 거에요. 저희가 어디 사는 지 아는 집단이 있거든요. 그쪽에 상납할 물건이죠. 세상이 이렇게 돼도, 흡연자는 여전히 있고, 담배는 점점 없어지는 추세니까요. 휴짓조각이 된 돈을 대신한다고나 할까요.”

“그렇군요.”


강식은 조금 더 물었다.


“그러면 그 집단은 레벨이 몇이나 됩니까? 말하시는 거 보니 꽤 높아 보이는데.”

“5레벨이요. 제가 본 사람들 중에 제일 강했어요. 고작 7명밖에 안 되는데, 좀비 50마리는 너끈히 상대하죠. 그래서, 그 사람들은 괴물들을 사냥하면서 사람들한테 보호비를 뜯죠. 그래도 아직까지는 상식적인 수준이라 괜찮아요. 이 정도면 못해도 3주는 낼 수 있어서, 나쁘지 않아요. 그리고 가끔 인간 사냥꾼 토벌도 진행해서 나쁘지 않은 편이죠.”


겉으로는 합리적인 척을 하는 집단이다.


하지만 불합리하긴 했다. 그러나 강식에게는 개혁하고자 하는 정의심, 능력도 없었다. 뿌리 뽑아봐야 다른 이들이 그 자리를 대체할 것이 눈에 훤했다.

그냥 자기 앞가림만 잘 하면 될 문제였다.


‘그래도 경계는 해야지.’


하나를 가지면 둘을 가지고 싶은 게 사람 마음이었다. 그들의 변심도 염두에 넣어야 했다. 강식은 이런 사람의 특성을 인지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적어도 하루에 괴물 몇 마리씩은 레벨 업을 위해 추가로 잡아야 함을 알았다.


강하면 먹고, 약하면 먹힌다. 자연의 절대적인 명제였다. 지금은 그 명제가 큰 범위로 이뤄졌을 뿐이다.


‘단순하게.’


어려울수록 단순하게 생각하라는 말이 있었다. 그냥 살아남으면 된다. 강해지면 된다. 그러면 길이 열릴 테지.


강식은 마침내 원래 있던 곳으로 복귀했다. 그는 처음으로 자신이 거의 한달 동안 머무르고 있던 곳을 바라봤다.


‘이렇게 생겼구나.’


[영진 철물점]


생각보다 멀쩡한 곳이었다. 무슨 음침한 곳일 줄 알았는데, 꽤 번듯한 건물이었다. 내부는 개조되어서 몰라봤는데 빠루라던지, 손전등 같은 것과 기계부품들이 널려 있을 법했다.


‘무덤도 많고.’


철물점 옆에는 얼기설기 조잡하게 쇠막대기 2개를 엮은 무덤들이 많았다. 사람들이 꽤 죽어나간 듯했다.

그는 짧게 고인에 대한 명복을 빌고, 가방에서 얻은 것들을 쏟아내 정리했다.


그 순간, 인기척이 느껴졌다. 뒷목이 서늘한 감각. 확실히 유미는 아니었다. 강식은 빠루를 집고, 인기척이 느껴진 곳으로 다가갔다.


샥!


문을 넘자, 식칼이 옆에서 솟아나듯 찔러왔다. 강식은 뒤로 한 발자국 물러서며 피했다. 대체 누구지?


“누구냐!”

“내가 할 말이다. 여기엔 여자 한 명밖에 살고 있지 않은데, 넌 뭐지? 그녀를 죽였나?”


애꾸눈의 사내가 식칼을 강식에게 겨냥했다. 그는 상대가 대화로 해결할 마음이 없음을 인지했다. 죽거나 죽이거나.

그런 추잡한 싸움이 될 터였다.


‘레벨이 5라. 아마 유미씨가 말한 그쪽 사람이겠지.’


이겨도 손해, 지면 더 손해다. 그래도 손해를 덜 보는 쪽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 판단은 빠르고, 움직임은 더 빨랐다.


강식이 팔을 내뻗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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