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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ydemon 님의 서재입니다.

아포칼립스의 올힘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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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락귀족
작품등록일 :
2023.01.14 04:23
최근연재일 :
2023.01.26 00:34
연재수 :
15 회
조회수 :
2,821
추천수 :
74
글자수 :
73,141

작성
23.01.16 02:13
조회
201
추천
6
글자
11쪽

4.

DUMMY

“어, 안녕하십니까. 저는 김강식이라고 합니다. 우선 한 달 동안 기절해있었고, 유미씨의 보호 덕에 살아남을 수 있었습니다. 깨어난 지 1일차고, 부족한 게 많지만, 그래도 힘은 쌥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강식의 소개에 사람들이 수군댔다. 기절한 지 한 달이면 종말 사태때부터 기절했다는 뜻인가? 아무것도 모른다는 뜻이잖아. 근데 정말 믿어도 되는 거 맞아?

그래도 그들은 그러려니 했다.


민철의 성격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인물에 대해서 쉽사리 판단하지 않는 짬이 찬 회사원. 길드의 최 연장자. 그러니까 1레벨임에도, 강식의 미덥지 못한 말에도 일단 믿어보는 것이다.


“안녕하세요. 전 다들 아실 거라 믿어요. 진유미라고 하고, 싸움은 잘 못해도 살아남는 거랑 보급에는 자신이 있다고 생각해요.”


유미랑 그들은 안면이 꽤 있었다. 몇 번 보호비를 상납하며 보기도 했고, 고작 한 명인 주제에 다른 집단이랑 비슷하게 상납해 얼굴을 기억했다.

레벨이 2인게 흠이지만, 레벨이야 뭐 키워주면 되는거고, 괴물을 쳐죽이면 오르는 레벨보다야 사람 본연의 능력을 더 중시해야 하는 것을 고려했을때, 그녀정도면 괜찮은 편이었다.


“이제 저희가 소개할 차롄가요. 저는 차은혜라고 합니다. 길드 ‘행인’의 길드장을 맡고 있죠. 건의가 필요하다거나, 의견을 제출해주실 때는 저에게 말해주시길 바랍니다.”


은혜는 차례차례 길드원들을 소개시켰다. 다들 사회성은 떨어지는 지, 민철을 제외하곤 본인들이 직접 자기 소개를 하질 않았다.

어쩌면 강식을 별로 믿고 있지 않을 수도 있고, 조만간 뒈질 수도 있다고 생각해서 일부로 정을 붙이지 않는 걸 수도 있었다.


그래도 나뿐 사람들은 아니이었다. 민철이 말했던 것처럼 개성이... 과하게 넘쳐서 그렇지.


여하튼 시간은 빠르게 흘렀고, 여명이 밝아왔다. 아직 방을 배정받지 못한 강식과 유미는 뻥 뚫린 초대형 거실의 소파에서 잠을 청했었다.


잠을 하도 자서 그런지 강식은 아침이 밝아오자 눈이 번쩍 떠졌다. 태양의 서광이 세상을 밝혔고, 경찰서의 창문은 좆돼버린 세상의 풍경을 적나라하게 비췄다.


괴물, 괴물, 좀비, 그리고 끝없는 좀비들과 멀리서도 터무니없이 커보이는 대형 괴수들. 숨이 턱 막히는 광경이었다. 지구에 인류의 미래란 있느냐 하는 문답을 던진 자신이 멍청해보였다.


저것들을 다 죽이지 않는 한, 인류 재건은 요원할 것이다. 인간은 쥐가 그러했듯 숨어살아야 할 터였다.


‘레벨을 올리면 달라질까?’


그런 생각은 특별히 들지 않았다. 민철에게 레벨 업에 대한 설명을 들은 탓이다.


레벨업을 하면 종말 이후에 자신이 노력한 방향으로 1의 스탯이 올랐다. 고작 1의 스탯이다. 역으로 생각한다면 사람 한 명분의 스탯이 더해지는 것이긴 했다.


그러나 의문이 들었다. 레벨이 오른다고 해서 저런 괴물들을 죽일 수 있을까하는.


물론 자신의 기초 스텟도 말이 안 되긴 했다. 힘 10이라 함은 대부분의 범부들이 최소 10레벨이 모조리 힘을 투자해야 달성할 수 있는 수치였다. 그마저도 쇠약 상태때문에 낮아져 있는 걸 고려하면 더욱 그랬고.


그러나 저 거대 괴수들은 어떻게 상대해야 할지 감도 안잡혔다. 인간의 스텟으로 환산한다면 아무리 과소평가를 한다고 해도 힘스텟 100은 될 터였다.


총도, 미사일도, 현대 문명의 무기가 모조리 무력화된 상황에, 괴물들은 허공에서 자연적으로 생성되니 인류가 멸망하는 것은 시간 문제처럼 보였다.


‘그래도 스킬을 얻으면 뭔가 달라질까?’


스킬은 4레벨부터 해금됐다. 그때부터 스킬을 만들거나, 원래 있던 스킬을 사용할 수 있었다. 게임에서도 레이드 보스들은 사람들이 모여서 잡는 게 아니던가.


강식은 마음을 다잡았다. 마음이 걲여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사람은 곧 죽더라도 희망을 가져야 살아갈 수 있는 족속들이었다.


‘내가 받은 무기...’


강식은 ‘행인’ 길드에서 받은 대형 도끼를 쳐다봤다. 놀랍게도 진짜 게임 아이템처럼 설명과 공격력이 달려 있었다. 게다가 힘을 0.1을 더 올려줬다. 괴물을 잡고 나온 무기의 특별함이나 뭐라나.

여하튼 공짜로 받은 무기니 감사한 일이다. 강식은 도끼의 꺼끌꺼글한 손잡이를 엄지 손가락으로 문질렀다.


생각없이 도끼로 괴물의 머리나 쪼개고 싶었다. 원래 머리가 복잡할 때는 몸을 써야 했다. 괜히 잡생각이 들 바에야 좀비들을 처치하기로 마음 먹었다. 경험치도 얻고 일석이조 아닌가.


‘좀비들이 꽤 쌓였네.’


경찰서 주차장에 좀비 스무 마리 정도가 나타나있었다. 길드원들한테 듣기로는 보통, 좀비는 사람의 눈길이 닿지 않는 곳에서 스폰된다고 했다.

그러므로 가을에 떨어진 낙엽처럼, 겨울에 떨어지는 눈처럼 매일매일 치워야 했다.


강식은 도끼를 들었다. 좀비들이 강식을 주목했다. 그의 살점을 뜯기 위해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그러나 놈들의 레벨은 1, 혹은 2. 부패의 정도가 심한 녀석들이다.

말은 달린다고 했으나, 실질적으론 허우적거리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


“흡!”


강식이 허리의 탄력을 받으며 도끼를 종으로 휘둘렀다. 좀비 두 마리가 그대로 장작이 쪼개지듯이 어깨 위 부분이랑 아닌 부분들로 분리됐다.

그러면서 회전하며 위에서 아래로. 2레벨 짜리 좀비를 퍽! 하는 소리와 함게 반으로 갈랐다. 썩은 내장이 후두둑 쏟아지며 바닥을 더럽혔다.


“으아악, 뭐하는 짓입니까!”


민철이 비명을 지르며 허겁지겁 나왔다. 대체 뭐에 놀란 거자? 힘이라고 하기엔 민철은 직접 겪었지 않은가.


“이렇게 죽으면 냄새 뱁니다. 냄새! 으...어떻게 치우냐...”


그랬다. 강식이 간과한 게 있었다. 좀비들은 자연적으로 생성이 되나, 시체는 자연적으로 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기 눌러잡고 살아야 할탄데, 이런 시체나 내장조각들이 바닥에서 썩어가면 냄새는 어쩔 텐가.


냄새 중에서도 가장 구역질나는 냄새가 시취라 했다. 민철은 강식에게 조언했다.


“그냥 팔 다리 짤라다가 아무것도 못하는 몸뚱이 봉투에 넣고 밟아요. 그 다음 시체는 경찰서 밖으로 던지면 알아서 다른 괴물들이 와서 먹으니까 일차적인 처리만 신경쓰면 돼요.”

“알겠습니다.”


강식은 음식을 조리하듯 좀비들을 토막쳤다. 싸움이라기보다는 요리랑 비슷했다. 요리사가 식재료를 손질하는 것처럼 말이다.

일방적인 전투였다. 강식은 민철에게 받은 커다란 쓰레기 봉투에 좀비들을 넣고, 머리통을 밟으며 놈들을 처리했다.


[당신은 37의 경험치를 얻었다.]


얼추 경험치 통의 반 정도는 찬 듯했다. 확실히 1레벨 부터 이런데 나중에 레벨은 어떻게 올리나 벌써 걱정이 됐다. 한달이나 됐는데, 이들의 레벨이 5밖에 안되는 것도 이런 살인적인 경험치통때문일 것이다.


‘더군다나 만렙이 20이기도 하고.’


만렙이 20밖에 안 되니까 레벨 한 단계마나 경험치량이 많이 필요한 것이리라. 갈 길이 멀었다.


강식은 좀비 시체들을 대충 처리하고는 다시 경찰서 안으로 들어갔다. 당황스럽게도 길드원 전원이 중앙 탁자에 모여있었다.


은혜가 깜짝 놀라며 말했다.


“말하는 걸 깜빡했네. 우리 오전 8시마다 아침회의야.”


은혜는 합의 하에 유미와 강식에게 말을 놓았다. 거리감을 없애고, 소속감을 더하며 리더의 권위를 지키기 위함이었다.


불만은 없다. 애초에 이런 세상에서는 리더는 권위적이여야 했다. 오히려 유약한 리더는 이런 세상에서는 뜻을 펼 수 없는 법이다.


‘난 그런 일에 잼병이니.’


강식은 자신의 한계를 명확히 알았다. 힘이 세고 잘 싸울 줄 알았으나, 그뿐이었다. 통솔력과 카리스마가 높지 않았다.

남에게 명령하는 것도, 주도적으로 계획을 짜는 것도 잘 하지 못했다.


그렇다면 남이 짠 그림에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활약을 하는 것이 최선이다. 강식은 집중해서 회의를 들었다.


“오늘은 청소의 날이야. 모르는 두 사람을 위해서 설명하자면, 보호비를 걷은 곳의 괴물들을 처리해줘야 하지. 우리가 양아치는 아니니까, 가끔은 받은 만큼은 해줘야지 안 그래?”

“그러면 언제 갑니까? 평소처럼 10시에 갑니까?”


총기 성애자 민석이 총기를 분해하며 은혜에게 물었다. 그녀는 간단하게 대답했다.


“바로 지금. 경험치 먹을 사람이 늘었잖아. 그러면 더 영향력을 확보해도 되겠지.”

“다른 길드랑 마주치지 않겠습니까? 듣기로는 다른 곳도 꽤 세력을 불리고 있다던데.”


은혜가 가소롭다는 듯 피식 웃었다. 그러곤 그녀의 무기인 뱀채찍을 꺼냈다.


“어차피 그래봐야 허접들이야. 3레벨도 못되고 우루루 몰려다녀서 잘 싸우지도 못하는 것들. 어차피 총도 못 쓰는데 거리낄 게 없지. 게다가 누가 믿겠어. 그런 쓰레기 무리를. 보호비만 걷고, 보호해주질 않는데 말이야.”

“그게 참 아쉬운 부분이지만, 맞는 말이죠.”


민석이 총기 조립을 마쳤다. 수가 많아 봐야 질적으로 딸리면 아무 소용이 없는 법이었다. 그 수가 수백이 되지 않는 이상, 전투의 스페셜리스트로 거듭난 그들에게 상대가 될 턱이 없었다.


“다른 사람들, 이의 없지?”

“늘 따를 뿐이죠. 늘 최선을 다하지 않습니까.”


안경을 끼고, 셔츠 주머니에 미쿠 피규어를 넣은 영환이 진지한 어투로 답했다. 이제 길드 전체가 밖으로 나가 괴물이건, 좀비건 구역 소탕을 나설 차례였다.


“강식씨, 괜찮으시겠습니까?”

“뭘 말입니까?”

“사람을 죽여야 할 수도 있습니다.”


민철이 강식에게 물었다. 강식은 조금 긴장했다. 어쩌면 괴물을 죽이는 것과 다른 감정이 들 수도 있었다. 그래도 그건 그때가서 생각해볼 일이었다.


“어차피 해야 할 일 아닙니까? 그냥 해야죠. 세상이 이렇게 됐는데, 못 할일이 뭐가 있나요. 그 사람들도 사람을 죽여먹고 살잖습니까. 저라고 못할 게 없죠.”


강식은 도끼를 들어보였다. 민철은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을 죽일 뻔했던 사람한테 각오니 뭐니 떠드는 게 의미없다고 느낀 것이다.

어차피 이미 각오가 된 사람한테는 참견에 불과했다.


“그러면 어디부터 가실 겁니까?”

“일단 노인정부터 가자고.”

“혹시 노인들한테도 보호비를 걷습니까?”


강식이 은혜에게 말했다. 그녀는 고개를 내저었다.


“노인들은 이미 다 죽었어. 그냥 건물 이름이지.”

“그렇습니까?”


하기야 나이 지긋한 노인들이 이 세상을 헤쳐나갈 수 있을리가 없었다. 있었어도 이미 미끼로 써서 다 죽었을 테지.


그들이 무기를 갈무리하고 출발했다. 세상이 이렇게 변했어도 일은 해야 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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