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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식은 태생적으로 힘이 셌다. 유년기부터 자기보다 나이 많은 형들조차 감히 힘 싸움을 걸지 못할 정도였다.
그러나 그 뿐이었다. 인간은 발전을 거듭했고, 개인의 힘으로 판도를 뒤집는 시대는 오래전 막을 내렸다. 총 한발이면 사람이 간단하게 죽고, 포격 한 번이면 무더기로 죽었다.
단순한 근력의 시대는 낡아빠진 구닥다리보다 못했다. 강식도 그걸 뼈저리게 알았다. 그의 가정은 소위 ‘기생수’라고 불리는 취약 계층이었기 때문이었다.
언제나 무시당하고, 은근한 괄시를 당했다. 어리다고 그런 낌새를 눈치 채지 못하는 건 아니었다. 오히려 더 신경을 곤두세우곤 했다.
“드디어, 드디어...”
강식은 분골쇄신하는 노력을 했다. 서울권 의대를 목표로 하여, 공부했다. 피부과 의사가 그렇게 돈을 잘 번다기에 선택했다.
너무나 고도화되어버린 사회에선 육체적 힘이 진정한 힘이 아닌, 경제적, 정치적 힘이 진리였다.
강식이 바라고 마지 않던 ‘행복’이라는 놈이 찾아올 것만 같았다. 10년, 10년만 버티면 돈방석에 앉는 미래가 눈에 선했다.
벌써 돈 특유의 냄새가 코 끝에 맴도는 듯했다. 강식은 손에 힘이 불끈 들어갔다. 드디어 인생 역전의 시발점에 섰다.
강식은 부푼 마음을 품고, 공항 밖으로 나섰다.
그 순간, 하늘에서 한 줄기 섬광이 지면으로 꽂히는 걸 똑똑히 목격할 수 있었다.
작은 점에서 시작한 섬광은, 막대가 되더니 꼬리를 쭈욱 늘어뜨리며 바닥으로 돌진했다.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종말의 효시를 알리는 빛이 세상천지를 가득 메웠다.
고통에 찬 비명이 사방에서 들려오고, 마침내 도망치던 강식에게까지 도래했다.
그는 생각했다.
‘이렇게 죽는다고? 말도 안 돼.’
삶이란 놈이 언제 끝나도 이상하지 않다고는 생각했지만, 이런 방식은 생각지도 못했다. 이상한 섬광에 휩쓸려 죽다니? 억울하지 않은가.
그렇게 그는 의식을 잃었다.
- 작가의말
잘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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