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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ydemon 님의 서재입니다.

귀환한 네크로맨서는 평범히 살고 싶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몰락귀족
작품등록일 :
2019.07.22 23:31
최근연재일 :
2019.08.15 00:02
연재수 :
22 회
조회수 :
19,699
추천수 :
323
글자수 :
95,740

작성
19.08.05 23:28
조회
528
추천
16
글자
10쪽

13- 기만의 마녀 아녜스

DUMMY

“형, 레이드 갈 시간이야. 어서 챙겨.”

“알았어.”


이현우는 늘 그렇듯 얼마간의 휴식 뒤 레이드 일정을 잡는다. 그리고 그 날이 오늘이다.


“이번이면 2번 째 레이드네?”

“그래. 그런데 왜?”

“아니, 잘 적응하는 것 같아서. 구지현 랭커의 스승님과 친구인 사이인데, 뭐. 역시 그럴 만 하려나.”

“그 얘기는 또 왜?”


이현우는 약간 존경스러운 눈빛으로 이철호를 바라봤다. 구지현을 S급으로 키워낸 스승의 친구가 자신의 형이다.

그런 만큼 자신의 형은 능력 있다. 지켜주지 않아도 알아서 살아남을 수 있을 거다. 현우는 이철호에게 근거 없는 신뢰를 주었으나, 사실이긴 했다.

지구의 헌터들 모두를 합친 것보다 강하니까.


“여하튼 빨리 챙겨."

“아니, 생각 좀 해. 난 중갑을 입잖아. 당연히 오래 걸리지.”

“무식한 놈. 이거랑 그거랑 다른 거잖아. 말이 그렇다는 거지.”

“에휴.”


현우는 중갑을 빠르게 입었다. 뒤뚱거리며 갑옷을 착용하는 게, 웃기기 그지없었다. 이철호는 새로 개통한 휴대폰으로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찍어, 가족 단톡방에 올렸다.

이철환, 신유연, 이유나, 이철호.


네 명이 그것을 보며 웃었다. 이현우는 그걸 보며 발광을 해댔다. 평소에 자주 보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현우가 반응을 크게 하니 그것이 재밌었다.


이윽고 그들은 차에 탔다.

게이트로 출발했다. 1시간 정도가 지나자 도착했다. 이번엔 시간보다 이르게 도착했다. 아직 모두 모이지 않았다.


“그나저나 이번엔 저번보다 숫자가 적네?”

“그거야 당연히 그렇지. 이번엔 B급 게이트잖아. 3공대 단독으로 레이드 뛰는 거라고.”

“짐꾼도 그래?”

“그렇지. 보통 속한 공대가 쉬면 쉬는 게 보통인데, 가끔 돈이 궁한 경우는 다른 공대가서 일하는 사람도 있더라고.”

“그러냐. 그럼 짐꾼 복지는 어때?”


이현우는 말을 아꼈다. 이철호는 그것이 별로 좋지 않다는 것으로 이해했다. 현실도 그러했다.

아무도 슬퍼해주지 않는다.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 죽으면 헌터들은 귀찮다고 구시렁댈 뿐이다. 냉혹한 세계다.


“나는 먼저 짐꾼 쪽으로 가 있을 게.”

“알겠어, 형.”


그는 짐꾼들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여전히 꼰대 파벌과 그 소외된 사람들 파벌로 나뉘어 있다.


그러나 그에겐 해당되지 않는 말이다. 고작 한 번의 레이드였지만, 그는 랭커 구지현으로 인해 짐꾼들과 헌터들 사이에서 입지전지적 인물이 되었다.

닭들 사이에 있는 백조다. 그는 고고한 위치에 있다.


“안녕하십니까.”

“아, 안녕하십니까······.”


꼰대 파벌은 그에게 눈치가 보였는지 조심스럽게 인사했다. 꼰대 본인의 경우는 더했다. 그는 그들의 인사를 씹고는 김윤희의 옆으로 다가가 앉았다.

그들은 불만이 많아 보였다. 그들도 대놓고 말할 정도로 생각이 없지는 않다. 조용히 뒤로 빠졌다.


“짐꾼 안하시는 거 아니었어요?”

“내가 왜?”

“보통 짐꾼 하는 사람들은 하루에 한탕씩은 꼭 하거든요. 사정이 있거나 마력에 노출 되서 헌터를 하려는 사람이니까요.”

“너는 헌터가 되고 싶어 했지?”

“그럼요. 전에도 말했잖아요?”

“그럼 손을 줘봐.”


김윤희는 이상한 사람을 쳐다보듯 바라봤다. 당연한 결과다. 보면 얼마나 봤다고 손을 달라는 사람이 어디 있는가.

그러나 김윤희는 정체되어 있었던 기간이 꽤 길었는지, 의심을 하면서도 내밀었다.


이철호는 마력을 주입했다. 살아 움직이는 마력. 이것이 그녀의 혈관의 마나 로드를 뚫으며, 헌터가 되는 것을 도와줄 거다.

마법을 직접 가르쳐줄 마음은 없다. 그건 분수에 맞지 않는 기연이기 때문이다.


이내 헌터들과 짐꾼들이 몰려왔다. 레이드 할 시간이 되었다. 김윤희는 뭔가 오묘한 표정으로 이철호를 직시했다.

그녀는 자신의 몸에 일어나는 변화를 느끼며 게이트로 들어갔다.


“으으, 불길해.”


그들이 들어온 게이트의 풍경은 살벌했다.

어둑어둑한 밤. 길게 솟은 나무들. 사람의 팔처럼 뻗은 나뭇가지들. 불길하게 우짖는 까마귀들과 붉은 빛으로 번뜩이는 눈빛.

어디선가 지켜보는 불길한 시선들. 작게 속삭이며 볼을 핥는 바람.


헌터들과 짐꾼들은 침을 삼키며 긴장했다. 개중에는 전에 공략했던 A급 게이트보다 이곳을 더 두려워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곳은 눈에 보이는 위협이 대다수였지만, 이곳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 대다수. 인간들은 미지의 것들을 두려워하기 마련이다.


‘이곳은 기만의 숲인가.’


이철호는 다시 과거를 회상했다. 이곳은 그에게 한 번 개박살나 본 적이 있는 곳이다. 단지 이곳의 주인의 말 한 마디와 위협 때문에.

복수하지 말라는.


그는 그것을 듣고, 기만의 숲을 때려 부쉈다. 그때 풍비박산이 나 다시 재기하는 것조차 힘들어보였다.

그런데 그 숲이 게이트로 나타난 걸 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문득, 어떤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기만의 마녀 아녜스도 있을까? 있다면 게이트가 아틀라스 대륙과 이어져 있는 걸까?’


복합적인 생각이 들었다. 이놈의 아틀라스 대륙. 탈출하고 나서도 자꾸 질척거리다니. 이철호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전호연은 리더로서 헌터들을 다독였다. 그들은 소극적으로 움직였다. B급 게이트라는 명칭을 달고 있지만, 그들은 동물적인 감각으로 몸을 사렸다.

사제인 헌터들도 있지만, 한 번에 죽으면 살리지 못하기에.


“한 번 불로 지져볼까요?”


마법사들 중 하나가 말했다. 헌터들은 좋은 생각이라며 마법사를 칭찬했고, 마법사들은 그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주문을 외웠다.

결과는 실패였다. 불이 나무에 붙었다. 이내 푸쉬쉭, 하는 소리와 함께 꺼졌다. 냄새만 지독히 풍길 뿐 성과는 없었다.


그 순간, 그 나무들 및에 있던 넝쿨이 움찔했다. 헌터들은 넝쿨을 노려봤다. 넝쿨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고요했다.

그들은 신경과민이라며 지나쳤다. 그때 넝쿨이 크게 치솟았다. 그리곤 그들을 감쌌다. 허리를 부러뜨려 죽였다. 피가 죽은 헌터들의 몸을 뜨뜻이 적셨다.

나무들이 뿌리를 뽑아 일어섰다. 주위에 있던 나뭇가지들은 그들을 옥좼다. 나무들은 그들을 깔아뭉개고 피를 흠뻑 머금었다. 인간이었던 고깃조각들이 땅바닥에 마구 흩뿌려졌다.

짐꾼들이 비명을 지르며 도망쳤다. 얼마가지 않아, 그들은 까마귀들에게 사지가 찢겨 죽었다. 까마귀들은 그들의 내장과 눈알을 파먹었다. 피가 달빛을 반사하며 번뜩였다. 흉포한 울음소리가 길게 퍼졌다.

결국, 이철호 혼자만 남았다.


‘또 이 패턴.’


그는 아녜스가 살생을 싫어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아녜스가 기만의 마녀라는 별칭을 얻은 것도 이 때문이었다.

그들이 죽은 것은 모두 환상이자 기만. 그들의 상상 속에서 일어났던 일. 이철호의 눈에는 모두가 갑자기 쓰러져 버둥거리며 고통스러워하는 걸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나가라는 경고겠지.’


아마 게이트 등급을 B급으로 속인 것도 아녜스가 한 짓거릴 거다. 그녀의 위험등급은 헌터들이 감당해낼 수 없다.

괜히 몰려들지 말라고 속인 거나 다름없다. 아마 오버플로우도 하지 않을 테니, 버려진 게이트가 될 테지.

하지만 그러지 않을 경우엔 아녜스는 자신을 도려내며 헌터들을 가둬서 아예 게이트를 잠그겠지.


그는 마력으로 주위 나무를 깎았다. 의자와 테이블을 만들었다. 집사 스켈레톤을 소환해서 차를 끓이게 했다.

기만의 마녀 아녜스를 찻향으로 유혹했다. 그녀는 차를 광적으로 좋아했다. 더군다나 그것이 잘 끓인 차라면 더더욱.


이내 아녜스가 나타났다. 그녀는 그를 보고 흠칫 당황한 듯하더니, 천연덕스럽게 테이블에 앉았다.

집사 스켈레톤을 보며 고맙다는 인사를 하더니 차를 들이켰다. 처음 볼 때부터 느꼈던 거지만······이 여자, 철판이 대단하다!


이철호는 차를 천천히 음미하며 말했다.


“참 오랜만이군.”

“네, 오랜만이네요. 결국 복수는 성공하셨나요? 당연히 성공하셨겠지요. 제 집을 그렇게 파괴하고 가셨는데.”

“성공은 했지. 정말 허무할 정도로 쉬웠어.”

“그런가요.”


그녀는 차를 물마시듯 들이켰다. 뼈밖에 없어서 표정이 거의 없다시피 한, 집사 스켈레톤의 얼굴에 당황이 나타날 정도로.


“그나저나 대체 무슨 일로 오늘은 나타나신 건가요?”

“내가 나타난 게 아니라, 네가 나타난 거지.”

“아, 그 게이트라 불리는 거 때문이죠?”

“그래. 어떻게 너와 네 숲이 게이트화되어 지구에 나타난 거지?”

그녀가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그녀가 대답했다.


“그냥 어느 순간부터 이곳으로 옮겨져 있더라구요.”

“어느 순간부터?”

“네. 저도 모르는 사이에 이곳으로 왔어요.”

“네 마법적 능력으로도 알아내는 게 불가능했나?”

“그거야 당연하죠. 심지어 마법적 능력도 본인이 더 높으시면서 너무 하시는 거 아니에요? 사람을 무시하는 것도 아니고.”


그녀는 항의하듯 말했다. 그건 그렇다. 알아챘다면 자신이 먼저 알아챘어야 했다. 짐작이 가는 거라곤 성좌들.

이 성좌란 놈들은 만악의 근원이다.


“그래서 이제 어떻게 할 거지?”

“어떻게 하다뇨?”

“여기서 계속 살 거야?”

“그러면 되죠.”

“헌터란 놈들이 여기 계속 들어올 거다. 저런 놈들.”

“그러면 다시 돌려보내면 되죠. 뭐가 걱정이에요.”


그녀의 말에 그는 의문을 표했다.


“참을 수 있겠어?”

“물론이죠.”

“아니. 너 사람들에게 버려졌지만, 사람들을 좋아하잖아. 그들을 죽일 각오가 되어 있어?”

“······.”

“놈들은 널 죽이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거다. 넌 그걸 보며 슬프지 않을 각오가 되어 있나?”


아녜스는 무르다. 강하다. 하지만 약하다. 때문에 숲에 숨어들었다.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서.

그녀는 침묵했다. 답을 하지 않았다.


이철호는 그녀에게 제안했다.


“숲을 넘겨. 그러면 내가 네게 사람들과 친분을 쌓게 해주지.”


작가의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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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 기만의 마녀 아녜스 19.08.05 529 16 10쪽
13 12- 격류의 탑 19.08.04 592 16 10쪽
12 11- 신한준. +2 19.08.03 684 13 9쪽
11 10- 한국 헌터 협회장 +1 19.08.02 770 1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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