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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ydemon 님의 서재입니다.

귀환한 네크로맨서는 평범히 살고 싶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몰락귀족
작품등록일 :
2019.07.22 23:31
최근연재일 :
2019.08.15 00:02
연재수 :
22 회
조회수 :
19,700
추천수 :
323
글자수 :
95,740

작성
19.07.27 23:08
조회
1,107
추천
15
글자
10쪽

5- 짐꾼(2)

DUMMY

“아깐 정말 통쾌했어요.”


한 소녀가 이철호에게 다가와 말했다.

처음엔 아는 사람인 줄 알았으나, 얼굴을 아무리 봐도 모르는 사람이다.


“누구?”

“아······. 맞아, 저희가 만난 건 처음이네요. 저는 김윤희라고 해요.”

“그래서?”

“그래서라뇨. 그냥 그런 말을 하고 싶어서 왔어요.”

“저 꼰대, 다른 사람에게도 막 그러는 편인 모양이지?”

“보통 나이 어리거나, 자기보다 약해보이는 사람한테 막 대하긴 하죠.”

“그래서 뒷담 까러 온 건가?”

“네, 뭐, 그렇네요.”


그녀는 긍정했다. 놈에게 당한 것이 꽤 많았는지 뒷담을 까면서 아주 신난 얼굴을 했다.

이래서 사람이 착하게 살아야 한다는 말이 있는 거다.


“웃기는 녀석이군. 처음 만난 사람한테 그런 말을 막 해도 되는 거냐?”

“아저씨라면 안 꼰지를 거 같아서요. 게다가 그 꼰대랑도 싸웠으니, 상관이 없죠.”

“혹시 친구 없다는 소리 많이 듣지?”


그녀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정곡을 찔린 듯, 그의 눈치를 살폈다.


“어떻게 알았어요?”

“딱 봐도 고등학생처럼 보이잖냐. 그런데 그런 녀석이 짐꾼 같은 거나 하니까 친구가 있을 리가 없지.”


그녀의 얼굴은 객관적으로 예쁜 편이었다. 그러나 평범한 고등학생이 짐꾼을 하고 있을 리가 없다.

그런 경우는 집안 사정이 좋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무리 주입된 지식이라도 응용을 못했으면 그가 높은 경지에 이르렀을 리가 없지 않은가.


“대충 네 상황을 알겠는데, 나는 내 품 안의 것들을 챙기는 것으로도 벅차.”

“누가 절 챙겨달라고 했나요. 별꼴이야.”


그녀는 우울한 표정으로 그에게서 멀어졌다. 대충 삼십 분 동안 걸었다. 풀숲은 울창했고, 불길한 울음소리가 계속됐다. 이윽고 들린 괴생명체의 단말마.


뒤이어 전호연의 외침이 들렸다. 몬스터를 발견한 듯했다.


“적은 트롤 워리어 떼! 진형을 갖춰라!”

“알겠습니다!”


랭커를 제외한 헌터들은 진형을 갖췄다. 길게 형성된 방패라인에 그 뒤에 창과 검을 든 헌터들이 포진했다.

그 뒤로 주르륵 궁사와 마법사들, 힐러들이 뭉쳐 있다.


이내 두 무리는 맞부딪혔다.


트롤들의 몽둥이와 방패가 부딪혔다. 방패가 우그러졌다. 트롤의 몽둥이가 깎여나갔다. 파편이 튀어 자신들을 비롯해 헌터들의 몸뚱어리를 스쳐지나갔다.

피가 흐르고, 비명이 난자했다. 거친 숨소리와 함께 전장의 고동이 들렸다. 아직까진 대부분 트롤의 피였다.

그러나 트롤들의 기세가 흉흉해졌다. 처음 수의 반절밖에 되지 않은 수였지만, 그들이 광포화 상태에 빠진다면 수세에 몰릴 것은 자명했다.


그때 전장에 변화가 필요하다 느낀 전효연이 크게 외쳤다.


“현우야, 가라!”

“넵!”


그때 동안 뒤에서 잠시 때를 기다리고 있던 이현우가 출격했다. 그가 전장에 투입되자마자, 트롤의 대가리가 일격에 두 동강났다.


이후 귀신같이 빠른 속도로 회전하며 날아 트롤 셋의 목을 잘랐다. 앞에서 맞닥뜨렸다. 놈의 팔을 난도질해 못쓰게 만들었다. 재생을 하며 고통스런 비명을 내지를 즈음, 검을 심장에 꽂아 터뜨렸다. 그는 전장의 지배자다. 그의 검 앞에 트롤들은 살아있는 육편덩어리나 마찬가지.


그러나 그도 못지않게 지친 표정이었다. 온 몸에 땀이 흥건했고, 크게 팽창된 근육이 푸들푸들 떨렸다.

일순간 크게 능력치를 증가시키고, 그 부하를 온 몸에 받아들이는 식인 것 같다.


“빠져!”


현우가 빠져나갔다. 남아있는 수가 다시 반절이 줄었다. 4분의 1. 이 정도면 충분히 그들이 인명피해를 보지 않고, 잡을 수 있는 적정 수준이었다.

헌터들은 검과 창, 방패로 트롤들을 박살내기 시작했다. 모든 헌터들의 옷이 피로 짙게 물든 순간 전투는 끝났다.


이제 짐꾼의 시간이었다. 짐꾼들은 후다닥 달려갔다. 공교롭게도 양 옆에 있는 것은 처음에 그에게 아니꼽게 나온 사내와 사내를 깐 김윤희였다.


“이야, A급 헌터랑은 무슨 관계인지 몰라도, 참 좋겠네 좋겠어. 저 강한 것 좀 봐봐. 듣기로는 랭커도 찍을 수 있는 재능이라던데. 참 부럽네.”


그는 비꼬듯 말했다.

그에 김윤희는 콧방귀를 뀌며 대꾸했다.


“그럴 수도 있죠, 왜 그래요? 혹시 모르죠. 진짜 능력 있어서 데리고 온 걸지.”

“뭐라는 거야. 이 년은? 이딴 새끼가 그럴 리가 없잖아.”

그는 둘의 싸움을 지켜보다 나직이 한 마디 했다.


“둘 다 도축이나 해라. 싸울 시간에.”

“이 새끼가?”

“쉴드 쳐주고 있는데 그러기에요?”


그는 묵묵히 도축용 칼을 들었다. 눈에 어떻게 분리할지 선하게 보였다. 인체를 수천, 수만 구 이상을 분리하고 조립해봤다.

그의 숙련치는 온 몸이 토막 난 사람도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끼워 맞추는 게 가능했다. 물론 그런 상황이 온다면 살려버리고 말겠지만.


그가 칼놀림을 시작했다. 칼이 지나가는 순간 가죽이 매끄럽게 잘렸다. 이내 화려한 기술들이 펼쳐지더니, 가죽과 살덩어리가 깔끔하게 분리됐다.

이윽고 트롤처럼 생긴 가죽과 과학실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인체인형의 트롤판이 완성됐다.


그러나 그의 손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온 몸을 분리했다. 자르고 토막 내고 뼈를 바르고. 곧 그것은 부위별로 깔끔하게 정리됐다.

도축 업계 종사자가 이 모습을 봤다면, 이철호를 도축의 마법사라고 불렀을 거다.


“와, 쩐다.”

“흠흠······.”


그들은 그들이 맡은 것들을 바라봤다. 그의 것에 비하면 마구잡이로 난도질을 해 놓은 것과 다름없다.

그의 것을 S급이라 친다면, 그들의 것은 D급 남짓할 정도로 차이 났다.


“오오······.”

“이런······!”


헌터들이 그의 솜씨에 놀랐다. 그는 볼을 긁적였다.

아틀라스 대륙에 있을 때, 그의 유일한 취미는 해체였다. 당연히 주위에 있던 게 뼈와 시체밖에 없었으니 그럴 만 했다.

하지만 요즘은 쓸모 있는 시체가 없고, 자동으로 언데드화시켜 제대로된 언데드를 만들지 못해 욕구불만인 상태였다.

오랜만에 그 욕구를 부족한 녀석이지만 풀었다.


‘가끔은 언데드가 아니어도 좋구만.’


그럴 기회가 자주 있을 거다. 주위를 둘러보니 헌터들이 가득 포진해있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띈 건 이름 모를 랭커놈.

이제 놈이 마무리를 해주면 된다. 두려움이 아닌 존경이기를 기도하며. 손을 뻗었다.


“아······.”


랭커가 상기된 표정을 했다. 헌터들이 혹시 랭커, 구지현이 약이라도 먹지 않았냐며 서로 수군댔다.

그도 그럴 것이 구지현은 매우 잘생겼지만 성격이 싸가지 없기로 유명한 사람이었다. 대표적으로 호텔에 예약을 잡았다가 카운터 직원의 얼굴이 기분 나쁘다며, 한 명을 실직시킨 전적도 있는 사람이다.

그런 작자가 손 한 번 맞잡은 걸로 오랜 짝사랑을 했던 수줍은 팬 행세를 하고 있다. 과연 다른 사람들 눈엔 그 광경이 어떻게 보일까?


“안녕.”


그의 말에 모든 사람들이 경악했다. 일개 짐꾼이 랭커에게 반말을 하고 있다. 이건 상식을 벗어난 행동이었다. 그들은 구지현이 리치 사건 이후, 부활사건 때 부활한 이후

그러나 구지현은 당연하다는 듯, 밝게 웃으며 손을 꽉 잡았다.


“안녕하세요. 진짜, 너무 감격스럽네요. 가까이서 보니까요.”

“뭐, 그럴 수 있지.”

“그렇죠. 그나저나 나중에 개인적으로 술 한 잔 사드리고 싶은데 그래도 돼요?”


그는 잠시 고민했다. 의지투영 부활의 부작용을 심연의 혼에서만 들었지, 실제로 경험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솔직히 당황스러울 정도로 부담스런 관심이었다. 두려움과 분노, 증오라면 얼마든지 감당할 수 있거늘. 어떻게 대처할지 난감했다.

마치 꼬리를 살랑살랑 흔드는 낯선 강아지를 보는 기분이다.


“어, 어······. 그래라.”

“나이스!”

“하지만 일단 공략이 우선이니, 끝나고 마시자.”

“넵! 그때 진득하게 대화 좀 해봐요.”


그는 행복하단 표정으로 말했다. 그리고 고개를 돌리며 자꾸 이철호에게 뭐라하던 사내에게 한 마디 했다.


“제발 저분한테 나대지 마세요. 다시는 짐꾼 일을 하지 못하게 하는 수가 있어요?”


칼날과 같은 기세였다. 사내는 숨을 못 쉬겠다는 듯 목을 부여잡으며 고통을 호소했다. 핏줄이 줄기줄기 서고, 붉은 목은 당장이라도 터질 것 같았다.


“그쯤 해둬. 잘 알아뒀을 거야.”


그는 승리자의 미소를 지었다. 사내는 콜록대며 숨을 크게 들이켰다. 여러 가지 감정들로 얼굴이 얼룩져 있었다.

가장 큰 감정은 분노였다. 그러나 감히 덤벼들 기색을 보이지 못했다.


영역싸움에서 패배한 개가 감히 덤벼들지 못하듯이. 이내 그들은 전진했다. 랭커인 구지현이 전장에 크게 관여했기에 생각보다 일정이 빨라졌다.

이틀 정도 노숙할 줄 알았으나, 구지현의 활약으로 인해 보스룸 앞으로 도착했다. 그러나 시간이 크게 늦었다.


“다들 진지(陣地)를 펼쳐라!”


짐꾼들과 헌터들이 텐트를 펼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철호는 현대의 이기를 잘 사용하지 못했다. 그러자 호다닥 구지현이 달려가 도와줬다. 그걸 보며 이현우는 중얼거렸다.


“대체 뭔 개짓거리를 하고 다닌 거야, 형은.”


분명히 돌아온 게 어제다. 그러나 유명한 랭커인 구지현과도 친해보였고, 한국의 상황에 대해서도 어렴풋이 다 안다.

현우의 상식으로선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나 때가 되면 설명해주겠지 라며 일단은 넘겼다.


밤이 깊었다. 어둔 하늘에서 작게 누군가가 속살거렸다. 귀를 간질이는 주문과 같은 속삭임. 그것이 기괴한 기운을 모았고, 이내 벼락처럼 보스룸을 강타했다.

무언가의 뼈가 뒤틀리며 진화하는 소리가 보스룸 내에 크게 울려 퍼졌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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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19- 로그 오브 라이잔도 +1 19.08.13 315 13 9쪽
19 18- 이현우의 패배. 19.08.12 386 13 7쪽
18 17- 하렌. 19.08.10 383 13 9쪽
17 16- 전투짐꾼 19.08.08 435 13 11쪽
16 15- 토벌 19.08.07 425 11 11쪽
15 14- 회유하다 19.08.06 488 16 11쪽
14 13- 기만의 마녀 아녜스 19.08.05 529 16 10쪽
13 12- 격류의 탑 19.08.04 592 16 10쪽
12 11- 신한준. +2 19.08.03 684 13 9쪽
11 10- 한국 헌터 협회장 +1 19.08.02 770 14 12쪽
10 9- 리치 19.08.01 832 12 9쪽
9 8- 경매 19.07.31 861 17 11쪽
8 7- 보상 19.07.30 1,004 13 11쪽
7 6- 트롤 킹 +1 19.07.29 1,053 16 11쪽
» 5- 짐꾼(2) 19.07.27 1,108 15 10쪽
5 4- 짐꾼(1) +1 19.07.26 1,364 14 11쪽
4 3- 대화하다. 19.07.25 1,558 16 9쪽
3 2-성좌 +1 19.07.24 1,819 19 10쪽
2 1-귀환하다. +2 19.07.23 2,115 21 11쪽
1 0-프롤로그 +3 19.07.22 2,399 26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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