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기면서 님의 서재입니다.

사탕이 능력이라 좆됨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기면서
작품등록일 :
2019.08.04 23:49
최근연재일 :
2019.08.29 19:35
연재수 :
12 회
조회수 :
3,241
추천수 :
90
글자수 :
69,064

작성
19.08.28 22:18
조회
47
추천
3
글자
13쪽

기말시험. (1)

DUMMY

본관 3층 이기호 교수실.


나는 이기호 교수가 주었던 마나 측정기를 다시 돌려주었고 교수는 10분 넘게 자료를 분석했다. 무거운 침묵 속에서 몰입한 채로 말이다.


사실 이런 상황을 비교적 잘 견딘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너무 어색했다. 사람을 앞에 두고 계속 모니터만을 바라보는 교수를 지켜보기를 10분


“자네, 마나량이 200 정도였지?”

“네 220 입니다.”


겨우 입을 열 수 있었다.


“흠··· 그러면···”

그리고 또다시 침묵. 그렇게 실어증에 걸릴 정도가 다 됐을 즈음에 교수는 다시 입을 열었다.


“내가 생각하는 원리는 이걸세.”

교수는 프린터에서 금방 뽑은 차트를 건네며 말했다.


“쉽게 비유하자면 이거지. 약이 열쇠라면 사탕은 그러니까···”


“안에 내용물 같은 건가요···?”

또다시 침묵이 시작될까 빠르게 받았다.


“그래 뭐 대충 그런 거지.”

그리고 시작된 알 수 없는 말들의 향연.

“우선, 이 발현 촉진제에는 마나와 관련된 그 어떤 성분도 없네. 그저 몬스터의 신체 일부로 만든 것이지. 그렇다면 자네가 갖게 되는 마나는 어디서 오는 것일지 잠시 생각을 해 보았는데 하나는 자네에게 원래 잠재되어 있던 경우 혹은 사탕에서 나오는 거라고 할 수 있겠지. 일단 가설은 그러했는데 이 표를 보면, 이건 자네가 사탕을 두 개 먹었을 때이고···”


세 줄 요약을 기대하는 건 무리였을까? 그래도 대충 들은 바를 요약하자면 이렇다.


사탕이 마나의 원천이다.

약은 이 마나를 신체 강화 능력으로 쓸 수 있게 한다.

사탕을 더 먹을 경우 수치적으로 2배, 3배 이렇게 마나의 양이 증가한다.


교수의 설명과 몰아닥치는 학술 용어를 몇 분간 듣던 중 내 정신을 일깨우는 단어가 들려왔다.


“그리고 부작용에 대해선 말일세···”


자세를 고쳐 앉았다.


“이 논문을 보면 대충 추측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이 정규 분포에서 강력한 마나에 노출되고 생존한 경우 가장 흔한 증상은 디플로피아 그러니까 겹보임 현상이나 또 심하게는 락트인 신드롬도 발견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하여튼···”


새삼 이기호 교수가 연구 교수라는 사실을 알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러니까 대충 요약하자면 이런 것이겠다.


사탕을 무턱대고 많이 먹으면 마나 과잉 때문에 죽을 수도 있다. 혹은 구토를 넘어 무시무시한 의학 용어들처럼 될 수도 있다. 사실 정확히 어떻게 된다는 것인지는 알지 못했지만 저런 의학 용어가 가리키는 의미가 좋은 건 아닐 터였다.


즉 죽거나 아프지 않고 능력을 쓰기 위해서는 마나를 감당할 수 있는 신체가 되어야 한다는 것. 그러니까 마나운용을 더 잘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강의실에서 나와 핸드폰을 들었다. 그리고 내가 아는 사람 중 가장 마나를 잘 쓰는 사람에게 연락했다.


***


“그러니까··· 나랑 훈련을 같이하자는 거지? 대인 평가 할 때까지.”

현서가 나를 보며 물었다.


“그렇지.”

내가 답했다.


그리고 침묵이 시작됐다.

일단 부탁은 했는데··· 아무리 현서여도 좀 민폐이려나? 하긴 이 김나지움의 학생 중에서 자신의 능력을 완전히 오픈하는 경우는 거의 없으니... 마나량이나 그런 것도 모두 개인 정보이고 국가 기밀이니까. 사실 생각해보면 많은 아이의 능력을 교관들조차 대략적으로 알 뿐이지. 흠··· 아니다 그 사람이면 알려나? 나는 전에 미스터리 채널에서 봤던 능력자를 떠올렸다. 이름이 바벨··· 뭐였지.


이런 의식의 흐름이 몇십 초간 지속되었다. 현서가 대답을 해줄 때까지.


“그래.”


“어? 미안 딴생각을 갑자기 하느라.”

사실 제대로 들었지만, 다시 물었다.


“같아 하자. 훈련.”

현서가 웃으면서 말했다. 현대에 성인이 있었다면 바로 현서였을까. 오늘따라 왠지 후광이 보이는 듯했다.



물론 이런 환상은 오래가지 않았다.


바로 다음날. 현서는 문자를 보냈다.

-나 밖에서 기다리고 있어.


새벽 5시다. 하··· 훈련을 무슨 지금부터···


매일 그렇게 대인 훈련장에 가서 현서와 스파링을 하던가 체력 강화 운동을 했다. 그래도 기본적인 신체 능력이 능력자들에게 중요한 것은 분명했기에 계속해서 훈련을 했다.


현서가 마나 쉴드를 사용해서 스파링을 한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1분 이내에 패대기쳐지는 것은 항상 나였다. 그리고 마나 운용도.


“마나 운용?”

“어.”

물론 이것도 현서에게 물었다.


“그냥 많이 써보고 하면 되는데···”

“하하 그렇긴 한데.”

얘가 또 이러네. 전에는 뭐 자기 등수를 별 게 아니라고 하더니··· 점점 말하는 게 이상해지는 것같다.


“그래도 3주 뒤 대인 평가니까 그 전에 할 수 있는 건···”

현서에게 또 물었다.




현서가 알려준 사실은 간단했다. 마나의 운용이라는 것은 결국 그 흐름을 이용하는 것이라고. 그리고 그 흐름을 만들기 위해선 우선 흐르는 마나를 멈출 수 있어야 한다고도.


그래서 지금 이렇게 사탕 두 알을 삼키고 의자에 앉아있다. 약과 몬스터의 털을 동시에 삼키고서.


두 알 정도면 통제 못 할 정도는 아니면서도 마나의 흐름은 잘 느껴졌다.


호흡을 가다듬고.


흐름을 멈추고···


멈추고. 멈추고.. 젠장 역시 잘 되지 않는다. 평생 마나를 이용해 본 적도 없는 사람이 이렇게 갑자기 달려드니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이다. 그래도··· 다시 집중을. 후···


-‘00010 김이정.. 이상행동 중. 명상으로 추정.’


쟤가 이렇게 버티고 있는 이상 기숙사 방 안에서 집중은 힘들어 보인다.


돌돌이가 말하는 건 어느 정도 조절할 수 있는데···


나는 한참은 AI 스피커의 검은 화면을 노려봤다.


혹시 그렇다면···


갑자기 다른 생각이 떠올랐다.


그리고 다시 집중했다. 돌돌이가 말을 하지 않게 하려면 돌돌이의 생각을 통제해야만 했다. 그걸 더 강력하게 할 수 있으면···


확실히 사탕을 두 알 먹고 시도했더니 뭔가 더 집중이 잘 되는 것 같았다. 돌돌이의 생각이 들린다기보다는 이건···


내가 마치 돌돌이가 되어서 생각을 한다는 느낌. 0과 1이 머릿속에 가득 찼지만 오히려 혼란스럽진 않았다. 내가 어떻게 해야 할지 분명하게 알 수 있었다. 마치 내가 오래전부터 이렇게 생각했던 것처럼.


돌돌이의 생각을 읽는 것을 넘어 동화가 된 것이다. 내 뇌가 돌돌이의 뇌, 혹은 칩으로.


내가 하는 생각은 0과 1로 대체되어 모두 실행되었다.


그러면 이건··· 처음보는 공간, 처음보는 숫자들의 배열이지만 쉽게 그 의미를 알 수 있었다.


중앙 서버다. 내가 아니, 돌돌이가 평소에 연결되어 있었을 곳.


새로운 차원으로 들어온 것 같았지만 내가 하려는 일은 어떻게 할지 알 수 있었다.


그럼 일단 시험 삼아 내 이름을···


KIM··· 알파벳으로 검색을 시작하자 바로 머릿속에 0과 1이 들이쳤다. 사전을 넘기듯 엄청난 정보들이 눈에 들어왔지만 무엇을 의미하는지 파악할 수 있었다.



0100 1011 01001001··· 내 검사 기록. 기숙사에 출입한 시간. 내가 돌돌이에게 내린 음성 명령.


모든 자료가 서버에 남아있었고 마음만 먹으면 모든 걸 찾아낼 수 있었다. 마치 영화 매트릭스의 세계를 유영하는 듯했다. 이건 새로운 차원이었다.


빠져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하자 곧바로 돌돌이의 머릿속에서 나올 수 있었다. 온몸이 땀 범벅이었다.


후··· 이거 뭔가 엄청난 일을 한 것 같았다.


그러니까 이론상 내가 이곳 김나지움의 모든 정보를 볼 수도 있다는 것. 실험이 필요하겠으나 내가 돌돌이와 동화했을 경우에는 AI와 같은 사고 체계를 확보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거 왠지 기말 시험 대인전까지 쉽게 해결할 수 있을 것만 같다.


***


며칠 뒤 수업이 모두 끝난 시간 나는 공부를 위해 김나지움 도서관으로 갔다. 사실 돌돌이에 접속해서 시험 문제를 빼내는 일은 일도 아니겠으나···


“그래도 양심이 있지.”

괜히 입 밖으로 중얼거렸다.


그리고 일반 고등학교 다닐 때 공부를 못했던 것도 아니고. 학기 중간에 얼렁뚱땅 이 김나지움에 들어와서 강의를 놓친 부분이 많았지만 며칠 공부를 한다면 충분히 커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공부할 양이 많은 것도 아니고 이곳 학생들도 딱히 필기를 신경 쓰는 건 아니니까. 물론 예외도 있지만. 나는 현서를 떠올렸다. 하긴 그렇게 열심히 하는 애도 있는데 내가 부정행위를 하면 미안하지···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도서관 앞에 서 있었다. 처음 와보는 곳이다. 워낙 구석에 있기 때문이지만.


그리고 그때


“야, 너 뭐냐.”

뭔가에 불만이 섞인 목소리. 돌아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정세랑이다.


“뭐가.”

나는 돌아보며 대답했다. 몸에 붙는 트레이닝 복을 입은 세랑이 서 있었다.


“여긴 뭐하러 왔냐. ”

또 뭔가 기분이 좋진 않아 보인다.


“공부하러 왔지. 중간에 들어와서 강의 못 들은 게 많으니까.”

차분히 대답했다. 정세랑한테 밉보여서 좋을 건 없지. 며칠간 중앙 서버에 접속해서 보았던 학생들의 대인전 자료를 생각했다.


대인전이나 준비할 겸 해서 돌돌이를 좀 이용했다. 서버에 접속하자 그동안의 대인전 영상들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현서와 정세랑은 몇 차례 계속 붙었었는데 승패와 상관없이 정세랑은 위협적이었다. 그런 세랑에게 찍힐 생각은 없다. 문제는 이미 찍혔다는 것이지만.


“오늘 훈련도 안 나왔으면서 공부··· 시험은 준비 하나 보네.”

오늘 훈련? 아··· 오늘 100명 정도가 같이하는 훈련이 있긴 했다. 나는 불참했다. 출석 등에서 점수가 깎였겠지만 불가피한 상황이 아니라면 사탕의 사용을 최대한 줄여야만 했다. 마나 운용 훈련 때문에 사탕을 많이 필요했기에 할 수 없이 한 선택이었다. 자원이 무한정 한 건 결코 아니니까. 특히 나에게는 더욱.


그나저나 100명 넘게 훈련받는 건데 내가 안 간 건 어떻게 알았지?


암튼 뭐

“공부라도 열심히 해야지.”

대충 얼버무렸다.


“그런데 넌 왜 왔냐?”

내가 기억하기론 필기 등수는 400 몇 등이었는데. 설마 그게 공부해서 나온 거였나. 이거 다른 의미로 대단한데.


“나는 그냥 뭐 볼 게 있어서.”


자기도 부끄러운지 공부하러 왔다고는 말하지 않았다.


“그래 그럼.”

나는 먼저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럼 우선 이것부터 공부해야지. 나는 표지에 ‘능력자 원칙’이라고 적힌 책을 꺼냈다. 능력자의 권리나 의무 등을 명시한 책이다. 한창 민간인과 능력자들의 갈등이 있을 때 백인회에서 가결한 법안이라고 한다. 무려 105개의 조항으로 이루어진 법안을.


후··· 할 게 산더미다.


***


3주는 꽤 빠르게 지나갔다.


물론 그동안 내가 바쁘게 지내서 그런 것이겠지만. 현서와의 훈련. 솔직히 작살나게 힘들었다. 매일 새벽 달리고 현서에게 맞고··· 반복이었다. 어제가 되어 겨우 현서를 한 번 때릴, 아니 가볍게 건드릴 수 있었다. 물론 편법으로 겨우 한 것이지만.


그다음으로 마나 운용. 이제 사탕 두 알은 거뜬하다. 세 알을 삼키면 아직 몸에서 통제하기는 힘들지만 이제 뭐 구토를 하거나 그러진 않는다. 이 정도면 만족할만한 수준은 된 것 같다.


새능력은··· 사탕 두 알을 먹는 경우를 기준으로 돌돌이와 하급 몬스터와는 완전히 동화를 할 수 있다. 물론 지속 시간은 제한적이지만 충분히 더 활용될 수 있을 듯하다.


그리고 공부는··· 꽤 했다.


지금은 문자로 공지된 강의실로 가는 중이다.


-학생지원팀

금일 3시 아래 첨부된 지정 강의실에서 대인전 지목을 합니다. 모든 학생이 빠짐없이 참석해 주시길 바랍니다.


공식적인 기말 시험의 시작. 대인전 지목. 순위가 높은 학생들부터 지목권을 행사할 수 있다. 그리고 이중 삼중의 지목을 받은 학생에 대한 조정까지도 오늘 실시된다.


강의실에 문을 열자 일전과는 다른 공기가 폐를 찔렀다. 긴장감. 나까지 긴장됐지만 애써 마음을 다잡았다.


이번에는 다르다.


강의실에 무거운 공기를 뚫고 빈자리에 앉았다.


몇 분 후 들어온 교수가 화면을 띄우며 말을 시작했다.


“그럼 지금부터 대인전 지목을 시작하겠습니다. 즉 이제 기말시험 시작입니다.”


교수는 좌중을 둘러보며 선포하듯 말했다.


화면에는 아이들의 이름이 가득 들어찼다. 나는 꿀꺽 침을 삼켰다.


이제 시작이구나.


기분 좋은 긴장감이 몸을 감쌌다.


작가의말

선작과 추천 부탁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사탕이 능력이라 좆됨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 안내 19.08.22 89 0 -
12 기말시험. (2) 19.08.29 46 3 12쪽
» 기말시험. (1) 19.08.28 48 3 13쪽
10 균열 그리고 능력. (3) 19.08.27 56 5 13쪽
9 균열 그리고 능력. (2) 19.08.22 115 4 16쪽
8 균열 그리고 능력. (1) +2 19.08.21 143 6 17쪽
7 김나지움. (3) +1 19.08.20 189 6 13쪽
6 김나지움. (2) +2 19.08.19 206 8 14쪽
5 김나지움. (1) +1 19.08.18 305 10 15쪽
4 사탕을 삼키다. (3) +5 19.08.17 430 10 14쪽
3 사탕을 삼키다. (2) +1 19.08.16 484 11 14쪽
2 사탕을 삼키다. (1) +2 19.08.15 546 11 11쪽
1 딸기 향이 나는. +5 19.08.15 653 13 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