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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요. 님의 서재입니다.

신수들과 무인도에서 힐링합니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하요.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2.14 17:59
최근연재일 :
2024.03.19 23:50
연재수 :
3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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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9,017
추천수 :
4,208
글자수 :
203,718

작성
24.02.25 21:10
조회
4,459
추천
106
글자
12쪽

숟가락 살인(?)마 (1)

DUMMY

시호의 모습이 사람으로 바뀌었으나 우리들의 생활에 별로 달라지는 점은 없었다. 골드를 제외하면 다른 신수들은 그녀의 모습이 변해도 별 신경을 쓰지 않았던 것이다.


“미에에에~!” “켕!” “무에엥!” “뮈와앙!”


새끼 양들은 변함없이 미호랑 잘 어울려 놀았고, 미호도 여우, 아니 구미호일 때와 마찬가지로 그네들과 잘 뛰어놀았다.

모습만 인간이고 행동거지는 여...구미호 그 자체라는 것이 나를 계속 신경쓰게 만들었으나 본인이 행복하다면 일단 오케이다.

인간처럼 행동하는 법은 천천히 가르치면 되겠지.


[이름 : 시호] [종족 : ???]

[능력치 : (알 수 없음)]

[상태 : 즐거움]

[보유 스킬 : 변신]


‘시호가 가진 스킬은 딱히 뭐가 없군.’


계약을 맺었으니 시호의 상태창도 살펴봤으나, 메리나 골드와 달리 시호에게는 별 스킬이 없었다.

하나 있는 변신도 어미에게 받은 것이니 시호 본인에게는 특별한 능력이 없는 셈이다.


“앙!”

“엇차, 왜?”


생각에 빠져있으니 시호가 어느새 내 다리품을 입으로 물고 있었다.


“에헤헤...!”


해맑게 웃으면서 새끼 양들 있는 쪽으로 나를 잡아당기는 그녀. 같이 놀자는 신호다.

여우, 아니아니 자꾸 실수하네. 그러니깐 구미호일 때도 내 바짓가랑이를 물어당기면서 같이 놀자고 졸랐는데, 인간으로 변해도 하는 행동이 똑같다.

몸만 사람이 됐지 소프트웨어는 여전히 구미호 그 자체다. 그리고 어느 쪽이든 그 모습이 아주 귀엽다. 해맑게 웃는 미소와 나를 신뢰하는 행동, 그리고 같이 놀자는 제안까지....


‘그래, 귀여우면 그게 할 일 하는 거지 뭐. 7살짜리한테 뭘 바라냐.’


나는 시호의 머리가 헝클어질 만큼 거칠게 쓰다듬어주었다.


“아하, 우웅, 하하하, 우우우웅!”

“아빠는 좀 있다가 갈게, 알았지?”


구미호일 때도 그랬지만 좀 힘 줘서 빡빡 긁어줘야 애가 만족한다. 신수라 힘이 좋은지 적당히 살살 만져주면 반응이 없어.

한참을 그렇게 손 끝으로 두피 마사지를 해주니 깔깔거리던 시호가 데굴데굴 굴러준 뒤 다시 양들에게 뛰어갔다.


“메에에에?”


이번에는 메리가 다가와서 나에게 같이 안 노냐고 물어보았다. 아니, 베이비 시터 역할까지 나한테 맡기는 거니?


“할 일이 좀 있어.”


그 말과 함께 내 앞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곳에는 열심히 엮어보고 있는 옥수수 줄기들과 예전에 깎아놓은 양털이 있었다.


“메엥?”

“뭐 만드냐고? 이불.”


기왕 생긴 양털, 이불로 만들어서 써먹어야지. 시호가 이제 인간으로 변신했으니 밤에 덮을 것도 필요해졌고 말이야.


‘옥수수 줄기를 격자무늬로 엮은 다음 그 안에 양털을 넣는 아주 허접한 물건이지만 말이지.’


참고로 골드에게 이불을 만들 수 있느냐 물어봤더니 못 한다고 해서 내가 직접 만들고 있다.

골드 왈, 나무라면 자신이 있지만 다른 재료는 잘 못 다루겠다고. 비장의 기술인 골드 왕조의 장손 드립까지 던져봐도 못한다고 하더라.

가지고 있는 스킬이 ‘목재 건축’과 ‘목재 도구 작성’이라서 그런 거겠지. 납득은 충분히 간다.


“좋아, 완성했다!”


한참을 고생한 끝에 옥수수 줄기 이불보 안에 양털을 모두 집어넣는데 성공했다. 이제 한 번 펼쳐서 덮어봐야지.

나는 완성된 이불을 들어올린 다음 마치 먼지 털듯 한 번 크게 털었다.

펄럭-... 파드득!

그리고 이불은 내 눈 앞에서 아주 화려하게 폭발해주었다. 내 손솜씨로 설기설기 엮은 옥수수 줄기는 너무나도 연약했던 것이다.


“아....”


화려하게 흩날리는 양털은 마치 눈폭풍이 불어닥치는 것처럼 보였다.


“캉!” “뮈에!” “무엣!” “미에엥!”


그 양털 폭풍에 새끼들이 신나서 달려왔다. 마치 첫눈을 보는 강아지들처럼, 시호와 새끼 양들은 양털 폭풍 안을 깡충깡충 뛰어다녔다.


“억!”


그 와중에 시호가 네 다리로 뛰고 또 두 다리로 일어서며 난리를 치다가 중심을 잃고는 내 몸에 부딪쳤다.

새끼라고 해도 신수라 그런지 기운이 좋아 그 한 방에 내 몸이 넘어간다. 덕분에 나는 시호를 품에 끌어안고 그대로 뒤로 넘어졌다.

다행히 넘어진 곳에는 아직 남은 양털이 잔뜩 쌓여있었기에 다치는 일은 없었다.


“와!”


다만 쌓여있던 양털도 그대로 허공에 흩날리며 양털 폭풍을 더 격렬하게 만들어줬을 뿐이지.


‘아아... 이거 정리를 언제 다시 하냐....’


흩날린 거 다시 모으기 더럽게 힘든데.


“뮈에에에!” “무에에엥!” “미에엥!”


내가 시호와 노는 걸로 착각했는지 새끼 양들이 내 품으로 뛰어들었다. 덕분에 나는 살아있는 진짜 양털 이불에 파묻히게 되었다.

따뜻한 체온과 푹신한 털, 그리고 말랑말랑한 살까지, 웬만한 이불보다 더 따뜻하고 기분 좋았다.


‘...기왕 이렇게 된 거 조금만 쉴까.’


나는 내 품에 들어온 새끼들을 양손으로 꽈악 끌어안은 다음, 그대로 데굴데굴 굴러주었다.


“아하하하! 아웅!” “뮈에에에!” “메에에에!” “무에엥!”


나라는 생체 놀이기구에 탑승한 새끼들이 옥수수 밭 떠내려가라는 듯 크게 웃었다.

듣는 사람도 같이 행복하게 만드는 밝은 웃음소리였다.



***



이불 만들기를 실패했을 때 나는 깨달았다.


‘내 손솜씨로는 제대로 된 이불을 만들 수 없어.’


누군가의 도움, 아니면 최소한 시행착오와 연습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일단은 잘 하는 거나 하자는 생각에 나는 시호와 로보를 데리고 강가로 갔다.


“우웅~?”

“뭐 할 거냐고? 국을 만들 거야. 국물이 있는 요리.”


그게 뭐냐는 듯 눈을 동그랗게 뜨는 시호.


“먹어보면 알아. 맛있을 거야.”

“마! 마!”


맛있다는 말은 알아들어서 좋다고 따라한다. 인간 변신한 지 얼마나 됐다고 사람 말도 따라하고 애가 참 똑똑해. 천재 아닐까 싶다.

나는 애정 가득 담아 시호의 머리를 쓰다듬어준 뒤, 투박한 돌그릇에 강물을 담고 그 안에 옥수수를 집어넣었다.


“일단 옥수수를 불리고....”


첫 시도하는 국 요리는 바로 옥수수 죽이었다. 소금이나 설탕, 우유도 없지만 이 옥수수라면 아주 맛있으니깐 괜찮지 않을까?

요리 채널의 유명한 요리사 선생님이 듣는다면 ‘그게 무슨 안일한 생각이에유! 소금이나 설탕도 없으면 요리는 안 해야쥬!’ 라고 잔소리할 지도 모르겠지만, 나한테는 지금 둘 다 없단 말이지.


‘뭐 없으면 없는데로 만들 수도 있는 거지, 안 그래?’


그렇게 자기 합리화를 마치며 모닥불 위에 돌그릇을 올려놓았다. 대충 적당해 보이는 돌을 주워서 그릇으로 쓰는 것이었기 때문에, 그릇의 균형을 맞추는 것은 제법 힘든 일이었다.


“내 부왕처럼 돌도 좀 다룰 줄만 알았어도 제대로 된 돌그릇을 만들어 줬을 건데....”


내가 돌그릇을 가지고 용을 쓰고 있으니 골드가 아쉽다는 듯 중얼거렸다.


“아니야, 골드 네가 지금까지 얼마나 잘 해줬는데.”


나는 골드의 턱을 손가락 끝으로 살살 긁어주었다. 내 주먹만한 골든 햄스터가 통나무 하우스까지 만들어줬는데 이 이상 바라면 그건 지나친 욕심이다.

게다가 방금전까지 열심히 옥수수 알 긁어내는데 쓴 이 숟가락만 해도 네가 만들어준 거잖니.


[나무 숟가락(S)] [제작자 : 골드]

[설명 : S급 목재로 만들어낸 나무 숟가락. 급이 높은 덕분에 어떤 먹을 것이든 수월하게 파낼 수 있으며, 여차할 때는 망치 대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


S급이라는 설명에 걸맞게 옥수수 알이 아주 쉽게 떼졌다. 아마 다른 요리를 할 때도 아주 잘 될 것이다.

이것도 밖에 나가서 팔면 엄청 잘 팔리지 않을까. ‘주방의 필수품, 골든-우드 숟가락! 나무 주제에 쇠숟가락보다 더 잘 파집니다!’하고 홍보하면 좋겠네.


“아, 냄새 좋다.”

“우우웅~?”

“킁킁킁!”


돌그릇의 물이 끓고, 곧 옥수수 삶는 고소한 냄새가 강가에 퍼졌다. 마치 캠핑이라도 온 듯한 기분이 든다.


“자 시호야, 이제 손으로 물 마시는 거 연습을 해볼까?”

“우웅?”


옥수수 삶는 냄새를 뒤로 하고 나는 시호를 데리고 강가에서 손바닥으로 물을 떠는 모습을 시범으로 보여주었다.

시호는 열심히 나를 따라해봤으나, 손을 오밀조밀하게 모으지 못해 자꾸 물을 바닥에 흘렸다. 그럴 때마다 나는 손을 제대로 모아 흘리지 않고 물을 떠는 모습을 반복했다.

계속 따라하던 시호는 경쟁 욕구가 자극되었는지, 곧 연습에 열중하였다. 두 다리로 걷는 것도 이러다가 곧 익혔으니 아마 물 떠먹는 것도 금세 익힐 거다.


“이보게! 물이 보글보글한다네!”

“어어 갈게. 잠깐만 기다려.”


그렇게 시호가 혼자 놀게 내버려두고 다시 모닥불로 돌아갔을 때였다.

파지직!

갑자기 강가에서 전기가 튀어오르는 소리가 울려퍼졌다.

깜짝 놀라 시선을 돌려보니, 시호가 서 있는 강가에서 전기 스파크가 튀어오르는 것이 보였다.


“캭!?”


시호는 깜짝 놀라며 뒤로 펄쩍 뛰었고, 나는 그런 시호를 향해 반사적으로 스킬을 사용했다.


“신수 소환, 시호!”

“우웅!?”


내 외침과 함께 순식간에 내 손으로 날아오는 시호.


“로보! 시호를 지켜!”

“멍!”


나는 로보에게 시호를 맡기고 강가로 뛰어갔다. 새로운 신수라도 등장한 건가? 그런데 왜 다짜고짜 공격부터 하는 거지?

긴장과 흥분 상태로 강에 도착한 나에게 보인 것은, 껍질을 뻐끔뻐끔 열었다 닫았다 하는 조개였다.


“이건...?”


파지직!

조개는 가까이 가니 바로 또 전기를 쐈다. 갑작스런 공격에 당황했으나 나에게는 아무런 고통도 느껴지질 않았다.

그 대신 눈 앞에는 메시지가 떠올라주었다.


<마법 저항(Lv.10)의 효과로 ‘전기 충격’의 피해를 무효화했습니다.>


눈에 보일 정도로 강렬한 스파크인데 아무런 피해도 입지 않을 줄이야. 역시 나호가 준 스킬은 정말 소중한 선물이었어.


‘그나저나 이 녀석은 몬스터잖아?’


전기 충격을 가하는 조개, 라는 점 때문에 눈 앞의 녀석이 무엇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강물에 숨어있다가 사람을 향해 전기를 쏘는 조개, 스파크 쉘(Spark Shell).

미미의 영상, ‘특집! 동물과 비슷한 아~주 위험한 몬스터들!’에서 본 적이 있는 몬스터다.

C급 헌터도 한 방에 기절시킬 정도로 강한 전기를 뿜기에 아주 위험한 놈인데, 맛있는 조개와 생김새는 똑 닮아 일반인들에게도 피해를 주곤 했다. 헌터들도 깜빡하면 놓치기 쉬운 몬스터라는 거다.


‘그런 주제에 껍질은 너무나도 튼튼해서 B급 이상의 장비, 혹은 강력한 충격을 주는 스킬이 아니면 때려잡을 수도 없댔지.’


즉, 조개 마냥 짱돌로 깨부술 수도 없다. 메리라도 불러와야 하나? 하지만 메리도 전기 맞으면 아플 텐데.

이 조개를 어떻게 해야 하나 잠시 고민하며 팔짱을 낀 순간, 이물감이 팔 사이에 느껴졌다. 그제서야 나는 내 손에 들고 있는 것을 자각했다.


‘S급 숟가락... 여차하면 망치 대용으로도 쓸 수 있는 튼튼한 숟가락.’


나는 잠시 숟가락과 스파크 쉘을 번갈아 처다보았다.

그래, ‘조개’ 때려잡는데 ‘망치’는 아주 적절한 무기지.


“...너, 숟가락 살인마냐고 들어본 적 있냐?”


내 질문에 대답 대신 전기를 쏴주는 스파크 쉘. 아주 날 구워먹을 작정인지 전기를 쉬지않고 계속해서 쏘아대고 있다.

신수도 아닌 데다가 사람 보고 무작정 전기를 쏘는 성질 나쁜 몬스터라니, 봐줄 필요가 없다.

천 보 만 보 양보해서 다 봐준다고 쳐도 시호에게 전기를 쏜 것 만큼은 용서할 수 없지.


“오늘 한 번 직접 겪어봐라.”


나는 숟가락을 들고 스파크 쉘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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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흐르는 강물을 거슬러 오르는 (3) +3 24.03.03 3,446 116 13쪽
19 흐르는 강물을 거슬러 오르는 (2) +3 24.03.02 3,524 107 13쪽
18 흐르는 강물을 거슬러 오르는 (1) +2 24.03.01 3,765 104 12쪽
17 은혜 갚는 학 (3) +2 24.02.29 3,822 114 12쪽
16 은혜 갚는 학 (2) +3 24.02.28 3,985 113 11쪽
15 은혜 갚는 학 (1) +5 24.02.27 4,129 114 13쪽
14 숟가락 살인(?)마 (2) +2 24.02.26 4,172 120 12쪽
» 숟가락 살인(?)마 (1) +3 24.02.25 4,460 106 12쪽
12 I am your father (3) +2 24.02.24 4,778 130 13쪽
11 I am your father (2) +5 24.02.23 4,756 144 14쪽
10 I am your father (1) +3 24.02.22 4,924 139 12쪽
9 데굴데굴 (3) +4 24.02.21 4,988 144 12쪽
8 데굴데굴 (2) +2 24.02.20 5,178 13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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