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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요. 님의 서재입니다.

미래는 당신을 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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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하요.
작품등록일 :
2020.03.10 16:27
최근연재일 :
2020.05.07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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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30,625

작성
20.03.24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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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0화 - 검사의 설명

DUMMY

“그러면... 얘기를 정리해보죠”


서아씨가 팔짱을 끼고는 얘기를 정리한다.


“우리는 지금 미래로 납치당한 상태고, 그러면서 노예가 되었다”


“네, 그리고 이 미래에서 노예는 싸움의 구경거리로 쓰이다가 죽는 역할이라네요”


“스페인의 투우사 같네요. 아니면 싸움닭? 열 받네”


사람을 짐승만도 못한 취급 하고 앉아있네.


“아무튼, 그래서 우리들은 납치당한 다음에 무기를 받고 싸우게 되었는데, 그 무기의 이름이 철핵이라고 하는 거고...”


“철핵을 심장에 끼면 영혼이 가지고 있던 힘이 발휘되면서 고유의 능력을 갖춘다고 하네요”


“그래요... 예를 들면 ‘베다’, ‘잇는다’, ‘마비시킨다’ 등등...”


“힘을 기르면 점점 더 강해지면서 자신의 능력을 확실히 알고 활용할 수 있고요”


“이걸 다 알려준 게 현수씨 안에 있는 또 다른 영혼이라는 거죠”


“네. 제가 검술로 만티코어들을 쉽게 쓰러트린 것도 이 영혼의 힘이었고요”


“...이상하네요”


“역시 믿기 힘드시나요?”


“아뇨, 왜 저한테는 그 영혼이 없는 건지가 궁금해요”


서아씨가 여전히 팔짱을 낀 채 고개를 기울인다.


“현수씨는 철핵을 끼고 영혼을 만났죠? 그런데 저는 그런 게 없었거든요“


“능력이랑 상관있는 것 아닐까요?”


“그러면 저는 왜 현수씨마냥 수월하게 싸워나가지 못했을까요? 더군다나 사람들 중에서 현수씨만이 독보적으로 강했잖아요. 현수씨의 능력이라기보다는 그 영혼의 실력인 거 같은데...”


‘좋아, 설명해주지’


“아, 설명해준대요”


“그래요?”


‘다만 그 전에... 약속이 필요하다’


“그런데 약속이 필요하다네요?”


“약속이요?”


‘영혼의 계약을 맺어라. 그 어떤 경우에도 나를 배신하지 않고, 또 나를 위해 싸우겠다는 맹세를 해라’


“어...”


“왜 그러세요?”


이건 마치 또 다른 노예 계약 같은데.


이걸 서아씨에게 뭐라고 말해야 하나.


‘자, 저 여자에게 전해’


“검사가 뭐라고 하는데요?”


“그게... 영혼의 계약을 맺으라고 하는군요”


“계약이요?”


서아씨가 인상을 찌푸리며 대답한다.


“그게, 자기를 배신하지 않는다고 약속해야 설명해줄 수 있다고 하는데...”


“음...”


그 말에 고민하기 시작하는 서아씨.


설명이 필요하지만 또 계약이라니, 망설여지겠지.


나 같아도 싫다.


‘그냥 말해주면 안 되나?’


‘안 된다’


‘아 왜?’


‘가까이 있는 자야말로 가장 배신하기 쉽지’


‘에라이 째째하긴...’


검사랑 실랑이를 벌이는 사이였다.


“역시 계약은... 거부할래요”


서아씨가 마음을 굳히고 말한다.


“더 이상 이런 계약은 사절이에요”


서아씨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모양이었다.


“역시, 그렇죠? 계약에 속아서 이런 곳에 왔는데...”


“아뇨, 그런 게 아니에요. ‘이런’ 계약은 사절이라고요”


“이런...?”


“한쪽만이 일방적으로 정보를 가지고 하는 계약, 서로 교환하는 것에 대해서 가치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한 채 강요받는 계약. 그런 계약은 언제든지 사양이에요”


그렇게 말하면서 나를 노려보는 서아씨.


“그 영혼, 제 말 그대로 듣고 있죠?”


“네, 저랑 몸을 같이 쓰고 있으니...”


“그러면 협상을 하고 싶어요. 당신에게서 정보를 받고, 그 대신 제가 드릴 수 있는 다른 걸 드리죠”


‘재밌군. 뭘 줄 수 있다는 거지?’


검사가 이죽거린다.


서아씨에 대해서 흥미로워하면서도, 건방지다고 생각하고 있다.


“뭘 줄 수 있냐는 군요...”


“협력”


‘협력?’


“당신이 싸울 일이 생기면, 같이 싸워 주죠. 제가 가능한 선에서 말이죠”


‘필요 없어’


“알겠습니다”


‘야!’


‘어차피 나한테는 사정 설명해줄 거지?’


나는 검사를 협박하기로 결심했다.


‘그렇다면 나는 서아씨한테 그대로 말해줄 거야’


‘이 새끼가...’


‘협력을 받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아?’


‘저 여자가 뭘 할 수 있다고!‘


“그리고 말이죠”


서아씨가 말을 덧붙인다.


“배신하는 일은 없을 거라고 해주세요”


‘......’


“계약으로 하는 건 싫다만... 약속은 한다고 전해줘요”


“이놈도 들었습니다...”


대답이 없지만요.


‘...좋아’


한참 조용히 있던 검사가 결심한다.


“좋다는군요”


“좋아요, 그럼 설명해주세요”


그 말과 함께, 검사는 자신에 관해서 설명하기 시작했다.




“관리자님”


한 여성이 관리자의 방에 들어가며 그를 부른다.


긴 장발 머리에 앞머리도 길게 길러 한쪽 옆으로 빗어낸 머리가 인상적인 여자였다.


여자의 이름은 박이원.


관리자 김철수의 비서이다.


“부르면 좀 빨리 와”


“네“


김철수가 괜한 짜증을 내지만 박이원은 가볍게 넘긴다.


이미 익숙하므로 이 정도는 일상이다.


“다음 주 토너먼트에 우리 쪽에서 넣을 애들 정했으니깐, 애들 준비 시켜”


김철수는 그 말과 함께 자신의 패널을 허공에 꺼낸 뒤에, 박이원에게 건넨다.


허공을 슬라이드 하는 손가락과 함께 패널에 적힌 이름이 박이원에게 전송된다.


“네, 알겠습니다”


대답하며 이름을 확인하던 박이원은 곧 표정이 바뀐다.


“...정말로 이 멤버를 보내시는 건가요?”


“그래”


“이번 토너먼트, 총력전이었나요? 멤버가 완전히...”


“오랜만에 재미있는 걸 구경하고 싶을 뿐이야”


태용까지 쓰다니, 아깝지 않나요?


그렇게 반문하려던 박이원은 말을 멈춘다.


최근에 새로 들여온 노예의 이름도 있는 걸 봤기 때문이다.


‘이 노예가 심기를 거스르나 보군...’


김철수는 종종, 자신의 심기를 거스른 노예를 합법적으로 죽일 때가 있었다.


마음에 들지 않는 노예가 들어오면 그 노예를 바로 토너먼트에 내보낸다.


그것도 자신이 데리고 있는 노예 중에서 가장 강한 노예들과 함께.


그러면 그 노예는 토너먼트 중에 자연스럽게 죽게 된다.


합법적으로 노예를 죽이면서 최소한의 돈은 챙기는 방법.


이런 짓을 할 때 김철수에게 괜히 이것저것 물어보면 피곤해질 뿐이다.


“알겠습니다, 준비시키겠습니다”


박이원은 대답을 마치고 밖으로 나갔다.




“그러니깐...”


한참 얘기를 들은 서아씨가 고개를 갸웃한다.


“...열심히 싸웠다, 가 다네요?”


‘......’


검사는 대답이 없다.


“그렇네요...”


“노예로 잡혀 와서 철핵을 끼고, 싸워가면서 조금씩 단련하다 보니 강해졌고...”


서아씨가 정리를 해준다.


“강해지면서 승승장구하다가 노예로서는 처음으로 왕의 토너먼트에 참가했지만 거기서 한 투사에게 졌다...”


“간단히 말하면 그렇게 되겠네요”


검사의 이야기는 단순했다.


중간중간 자화자찬이 많아 이야기는 길어졌지만, 본 내용은 ‘열심히 싸웠다’였다.


“졌을 때 이대로 끝내기는 억울해서, 다른 사람의 힘을 이용해서 철핵에 영혼을 담았고... 그걸 현수씨가 집은 거죠?”


“이야기라기에 기대했는데, 별거 없었군요”


나는 뒤로 등을 기대며 한숨을 쉰다.


“무슨 비밀이 숨어있었나 했더니...”


“그래도 조금은 아는 게 생겼네요”


“아는 거요?”


“네. 일단 철핵의 힘은 기를 수 있다는 걸 알 수 있었잖아요? 처음에는 단순한 무기를 가질 뿐이지만, 수련하다 보면 무기의 힘 그 자체를 다룰 수 있게 되면서 힘 자체가 발현되고...“


“검사는 그다음 단계도 있다는 식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직감과 추측에 불과하지만, 그다음 단계가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는 것 같네요”


“그렇군요... 무기를 알고, 무기를 잘 쓰는 것 이상의 힘... 잘 모르겠네요”


서아씨가 고개를 갸웃하다가 다시 세운다.


“그 외에도 힘 중에는 남에게 영향을 주거나 일반적으로 불가능한 걸 할 수 있는 것도 있는 모양이고요”


“무슨, 마법 같네요”


“고도로 발달한 과학은 마법과 구분할 수 없다. 어떤 SF 작가가 그런 말을 했죠”


“서아씨, SF 소설 좋아하시는군요?”


“조금요, 뭐, 흠!”


서아씨가 얼굴을 붉힌다.


괜히 부끄러워하는 모습이 귀여웠다.


“그나저나 그 여자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검사를 도와줬던 여자를 얘기하는 것이다.


같은 노예로서 만나, 검사를 돌봐주고, 마지막엔 검사의 영혼을 철핵과 이어준 여자.


‘모른다’


“모른다고 하네요”


“하긴 철핵에 담긴 이후로 지금까지는 잠들어있었으니깐... 어쩌면 그 여자는 이미 몇십 년 전의 인물일지도 모르죠”


“관리자는 여전히 같은 인물인데도요? 지금도 이 검사의 시대와 동시대가 아닐까요?”


“하지만 미래인의 수명이 얼마나 긴지 저희가 모르니...”


아, 그렇네.


“또 다른 사실들도 정리해보죠. 우선, 이 시대의 사람들은 토너먼트라는 유흥거리를 즐기고 있다는 것도 알 수 있네요”


“로마 시대의 검투사 같은 거였죠?”


“뭐, 우리가 있던 때도 격투기라거나 대회는 있었으니깐, 미래인들도 싸움 구경을 즐기는 건 이해할 수 있지만...”


서아씨가 한숨을 쉰다.


“사람이 너무나 소중하고 가치 있으니 함부로 다치는 걸 볼 수 없으니깐, 가치가 없는 과거인을 납치해서 싸움을 시키고 그걸 구경한다니... 이 발상이 참 무섭네요”


“사람은 가치가 있으니 가치가 없으면 사람이 아니다... 아니 논리는 맞긴 한데...”


결코 납득할 수는 없는 명제란 말이지.


“그리고 또, 이 시대에는 왕이 있나 보군요”


“왕이요? 아, 왕의 토너먼트”


“네, 왕이 연 토너먼트라고 했으니깐... 왕이라고 해도 고대 로마 시대랑 비슷한 모양이지만요. 전권이 있지는 않고, 시민들의 대표와 함께 정치를 진행하는 대표 정도...”


“왜 대통령에서 다시 왕으로 바뀐 걸까요?”


“모르죠”


호기심이 들기에는 지금 상황이 너무 엿 같네요.


서아씨가 불평을 토해낸다.


“그 다음으로...”


서아씨가 좀 더 정리하려는 순간, 문이 열렸다.


갑작스럽게 열린 문에 나는 놀라 일어난다.


서아씨도 바로 일어난다.


웬 여자가 남자 두 명을 뒤에 데리고 방에 들어왔다.


“가만히 있어”


여자는 강압적인 투로 우리에게 경고한다.


“움직이지 마”


‘...일단 따라라’


‘쟤네 이길 수 없어?’


문이 열린 김에 탈출할 수 있는 찬스가 온 것일지도 모른다.


‘나는 되지만’


검사가 담담하게 말한다.


‘네 몸으로는 안 되지’


‘......’


그 말을 듣고 나는 순순히 검을 들고 있는 팔을 내렸다.


내가 그러자 서아씨도 주먹을 들고 취한 자세를 푼다.


“좋아”


장발의 여자는 우리가 싸울 자세를 풀자 잘했다는 투로 말했다.


“이현수, 다음 주에 토너먼트가 정해졌다. 참전할 준비를 하도록”


“...토너먼트?”


벌써부터 굴려 먹는 건가?


“다음 주까지 최대한 쉬고 몸을 회복해라. 처절하게 싸워야 할 테니깐”


그렇게 말하며 여자는 내 몸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상처가 심하다고 들었는데... 그렇게 심하지도 않은데?”


“싸울 때는 상처를 많이 입었습니다”


뒤에 서 있던 남자가 대답한다.


잘 보면, 살육전을 강요당할 때, 김철수의 뒤에서 보디가드로 서 있었던 남자 중 한 명이다.


“그래? 회복능력이 있는 모양이군?”


그렇게 말하더니 여자가 허공에 손가락질한다.


그 손가락질에 맞춰 무언가 빛나는 패널들이 생긴다.


미래 시대의 스마트폰 같은 것일까.


“좋아... 그러면 회복약은 좀 빼고...”


중얼거리며 손가락을 휘젓던 여자는 이내 행동을 멈춘 뒤, 발길을 돌린다.


“이렇게 주면 되겠지”


“뭐가 어떻게 되는 거죠?”


뒤에 있던 서아씨가 묻는다.


“일주일 뒤에 싸울 거야”


“그것 말고는요? 지금 뭐가 뭔지 우리에게 설명해줘야 하지 않나요?”


“응, 않아”


여자가 서아씨에게 담백하게 대답한다.


“지금 알아야 할 건 딱 하나. 다음 주에 싸움이 예정되어 있으니깐, 최대한 컨디션을 회복해서 싸울 준비를 해야 한다”


말을 마친 여자는 이번엔 서아씨를 위아래로 훑어본다.


“그럼 푹 쉬라고. 필요한 약은 보내줄테니”


그렇게 말하고 여자가 뒤를 돌아 나가려는 찰나였다.


“거래하죠!”


서아씨가 여자에게 외친다.


“거래...?”


그 말에 여자가 뒤를 돌아본다.


그 눈길은 여전히 담담하면서도, 무언가 형언할 수 없는 감정이 깃들고 있었다.


화? 아니면 호기심?


그 알 수 없는 눈빛에 긴장하며, 나는 검을 든 손에 다시 힘을 주기 시작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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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화 - 검사의 설명 20.03.24 78 2 12쪽
10 9화 - 배틀로얄 (3) 20.03.23 91 2 12쪽
9 8화 - 배틀로얄 (2) 20.03.20 139 3 12쪽
8 7화 - 배틀로얄 (1) 20.03.19 107 2 13쪽
7 6화 - 죽은 검사 (3) 20.03.18 116 4 11쪽
6 5화 - 죽은 검사 (2) 20.03.17 119 4 14쪽
5 4화 - 죽은 검사 (1) 20.03.16 120 3 12쪽
4 3화 - 계약(3) 20.03.13 135 3 12쪽
3 2화 - 계약(2) 20.03.12 160 3 11쪽
2 1화 - 계약(1) 20.03.11 212 4 13쪽
1 프롤로그 - 결정 +1 20.03.10 397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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