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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주의 님의 서재입니다.

퇴마사를 해먹으며 학교를 다니고는 있습니다만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이상주의
작품등록일 :
2019.11.22 15:25
최근연재일 :
2019.12.02 18:55
연재수 :
4 회
조회수 :
65
추천수 :
1
글자수 :
20,829

작성
19.12.02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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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일상과 비일상 그 사이.

DUMMY

3학년 첫 날 이아리의 무릎 위에서 잠만 자던 이태훈이 잠결에 중얼거렸다, 그의 눈에서는 눈물이 한 줄기 흐르고 있었다.

“엄······마······.”

“응? 왜 그래?”

이아리는 자상한 미소를 지으며 이태훈의 잠꼬대에 대꾸해줬다.

그럴 수 있던 것은 점심시간이었기에 반에는 이아리와 이태훈 밖에 없었기 때문일 것이리라.

평소에는 냉정하고 과묵해보였으며 부모를 그리워하지 않았던 이태훈의 입에서 저런 말이 나온 것에 대해 이아리는 조금 놀라웠다.

단순히 복수만 아는 인간이 아니었던 것이다.

사실상 놀라움보다 감동이 더 크게 느껴졌다, 그녀의 표정은 아련해 보였다.

-쾅!

그렇게 침묵을 지키고 있자 교실 앞문이 요란하게 열렸다.

“야! 이태훈! 급식실에 왜 안 오냐! 나 혼자 밥 먹을 뻔 했잖아!”

소리를 지르던 박훈은 이태훈이 자고 있단 걸 발견하자 짧게 한숨을 쉬고는 이아리의 앞자리에 앉았다.

“너도 참 고생이 많다, 이런 놈 뭐가 좋다고···.”

박훈의 말에 이아리는 고개를 저으며 이태훈을 애틋한 표정으로 봤다.

“이제 슬슬 포기 할 때도 됐는데 말이야, 언제까지고 저렇게 있으면 그저 복수에 사로잡힌 미친놈이 될 게 분명하잖아, 너도 알잖아. 태훈이가 어떻게 불리는지.”

난 이 놈 어떻게 살아갈 건지가 걱정이다. 라고 덧붙였다.

이아리는 반박하려 했지만 잘 생각해보니 박훈의 말도 틀린 말은 아니었다.

어릴 때, 요괴에게 습격당한 이후부터 퇴마사와 요괴에 과한 집착을 보였다, 퇴마사 쪽이야 좋게 볼 수도 있지만 인간보다 우월한 신체 조건과 능력을 가진 요괴를 상대하다보니 목숨이 10개라도 모자란 게 퇴마사이다.

무엇보다 지금은 전쟁 중이다.

그런 위험한 상황이건만 이태훈은 자신의 목숨, 안전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고 요괴를 죽이고 고문을 해가며 정보를 얻어낸다.

현재의 그는 요괴에 대한 복수심을 자신의 원동력으로 사용한다.

―정말 한심한 짓이 아닐 수가 없어.

―복수심은 사람을 빨리 죽여.

“아무튼, 아리야. 태훈이는 네 말 밖에 안 들어, 그 뒤에 나올 말은 알지?”

“그러니까 자제 시켜라. 이거지?”

박훈은 만족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 덤으로 친구는 더 만들라고 해라, 양심적으로 너랑 나. 친구가 단 두 명이 말이냐.”

박훈은 저 말을 남긴 채로 자리를 이탈했다.

교실에 이태훈을 보러 온 게 아니라 이아리를 보러 온 거 같은 상황이 되어버렸다.

조용하던 주변이 갑자기 시끄러워졌어서 그런지 이태훈은 천천히 눈을 떴다.

“어? 일어났어? 지금 점심시간인데 괜찮으면 밥이라도 먹을래?”

이태훈은 이아리의 말에는 대답도 하지 않고 상체를 일으켜 제대로 앉았다.

“너 다리는 괜찮아? 안 저려?”

이태훈의 말에 이아리는 다리를 몇 번 움직여보았다.

“응, 괜찮은 거 같은데?”

“그래? 다행이네.”

이태훈은 다시 몸을 이아리 쪽으로 늘어뜨려 그녀에게 매달리듯 했다.

“졸려! 하루 38시간은 자고 싶어!”

“하루는 24시간인데?”

“그랬던가?”

그 후, 짧은 정적이 있었다.

이태훈은 간지럽지도 않은 머리를 긁적이며 자리에서 일어나며 이아리에게 손을 건넸다.

“올라가자.”

“또?”

이태훈이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자, 어쩔 수 없다는 듯 이태훈의 손을 잡았다.


/


“지랄하고 자빠졌네. 깨가 쏟아진다. 진짜.”

이태훈이 옥상에 도착하자마자 들은 말이었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박훈.

그는 현재의 상황을 꿰뚫어 말했다.

박훈의 시점으로는 이러했다.

바람 좀 쐬러 옥상에 올라왔더니 친구 이상 커플 이상의 무언가인 남녀 한 쌍이 오붓하게 옥상으로 올라왔다.

“이럴 때는 ‘리얼충 폭사해라’ 라는 말을 해야 되는 건가?”

이태훈은 늘어지게 하품을 하며 옥상 난간에 있는 철조망으로 터덜터덜 걸어갔다.

“훈아, 되도록 욕은 하지 말아줄래? 일단은 학생회 간부인데······.”

이아리의 말에 박훈은 당당하게 중지를 치켜 올렸다.

“싫은데? 아니, 애초에 태훈이는 나보다 더 하잖아~.”

“아니! 그, 태훈이는 태훈이고! 너는 너고!”

“차별? 너무하다. 진짜.”

“차, 차별이 아니라!”

“알겠네요, 알겠어요.”

이태훈은 미소 지으며 상황을 구경하기만 했다.

뭔가 단순히 너무 평화로웠다, 하늘도 깔끔하고 운동장에서는 점심시간을 활용해서 체육활동을 즐기는 학생이 많았다.

하지만 이태훈은 현재 자신과 박훈, 이아리의 장난 말고는 무엇 하나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저 싫증만 났다.

모두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사실상 학교에 오는 의미가 없었다, 그저 졸업장이 있어야 더 많은 활동을 할 수 있기에 입학 했을 뿐이다.

이 모든 건 매니저가 시켜서 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래야 앞으로의 활동이 편해진다. 라는 말에 혹하지는 않았지만 등급 상승에 도움이 된다는 말에 넘어가버린 것이다.

물론 임무가 생기면 학교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 가버리지만.

이게 어릴 때부터 이루어진 생활의 모든 것이다.

천재와 바보는 종이 한 장 차이라고 했던가? 그건 속된 말로 개소리다.

이태훈은 천재다, 처음부터 많은 노력을 하지 않았다.

단지 타고난 재능이 일반인의 몇 백, 몇 천 배였을 뿐이었기에 가능했던 것이지.

“태훈아!”

이태훈은 잠시 생각에 잠겨있어 주변 상황에 신경을 쓰지 않고 있었다.

덤으로 옛날에 보이던 쓸쓸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이아리의 어머니와 이태훈의 매니저의 말을 빌리자면 부모와 주인에게 버림받아 죽을 날만 기다리는 개 같은 표정이었다.

욕이 아닐 것이다.

분명···.

아마도···?

“태훈아! 이! 태! 훈!”

“야, 정신 차려 새꺄.”

이아리외 1명의 말에 그제야 정신을 차린 이태훈은 다짜고짜 바닥에 드러누웠다.

“으쌰~.”

덤으로 박훈도 드러누웠다.

이아리는 이태훈의 옆에 다소곳 앉았다.

상황이 너무 평화로웠다.

무언가 일어날 것만 같았다.

평소와는 달리 너무 조용했다, 평소 옥상에는 담배를 피거나 하는 일탈을 하는 학생들의 장소였다. (거기에 이태훈의 여동생이자 유일한 가족도 포함된다.) 물론 모두가 흡연을 하는 건 아니었지만 전부 불량 학생들이었다.

하지만 그런 애들이 보이지 않는다.

폭풍전야.

그 자체였던 것이다.

분명 봄방학 전, 단체 합숙 때만 해도 보였던 애들이 말이다.

근데 지연이는 어디 있는 거지?

이태훈은 그제야 이상함을 느꼈다.

평소라면 이아리를 보기 위해서 이태훈이 있는 반에 들어오는 녀석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오지 않았다.

이지연이 왔다면 이태훈은 필시 잠을 자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현재는 사이가 불편해졌기에 옥상으로 도망갔을 것이지만.

오늘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잠만 퍼질러 잤다.

모든 생각이 끝나자 결론을 내렸다.

귀찮아, 알아서 하겠지. 라는 무책임한 결론을 말이다.

이지연도 재능이 많은 천재다.

이태훈 만큼은 아니지만, 평범한 퇴마사들과는 급이 달랐다. 그러니 괜찮을 것이다. 라고 생각했을 거다.

[♩ ♪ ♬]

한참 이어진 고요한 분위기는 이태훈의 벨소리로 인해 끊겼다.

이태훈은 누운 상태로 핸드폰만을 꺼내 전화를 받았다.

발신자는 매니저였다.

“네, 여보――.”

[태훈아! 긴급 구조 요청이야! 빨리 A-1구역으로 가!]

A-1 구역이라면 학교와는 제법 거리가 있는 공원이었다.

물론 현재는 폐쇄지만.

임무라는 것보다 자신의 말이 끊긴 게 더 신경 쓰여서 그런지 이태훈은 신경질 적으로 물었다.

“아니, 왜요? 대체 뭔 일인데요?”

[C급 퇴마사 이지연의 구조 요청―]

이태훈은 더 이상 들을 필요 없다는 듯 핸드폰을 던지고 자리에서 일어나 철조망을 넘어 아래로 떨어졌다.

[가능하면 토벌해, 너랑 같은 A급이긴 해도 너라면 쉽게 죽일 거니까.]

매니저는 계속을 말을 했지만 이태훈에게는 전해지지 않았다.

약 6층에서 떨어지고 있지만 이태훈의 표정은 조금의 흔들림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

단순히 목과 이마에 핏대가 섰고 미간에는 힘이 들어갔으며 상당히 화가 난 걸로 보였다, 눈에는 광기와 살기가 서려 있었다.

죽인다.

머릿속에서는 저 생각 밖에 존재하지 않았다.

-쿠웅!

이태훈이 지상으로 착지함과 동시에 운동장 한 가운데에는 작은 크레이터가 생겼다, 다행이도 그 근처에는 아무도 없었다.

이태훈은 표정을 유지한 채 운동장을 걸었다, 이태훈의 몸에서 검은 오라가 나오는 듯 했다.

주변에서는 셔터 소리와 녹음 장치의 소리가 들렸다.

다들 이태훈을 요괴를 보는 눈으로 봤다, 폭군처럼 보였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는 미친 사람으로 밖에 보이지 않기에 저들은 틀리지 않았다.

교문 밖으로 나온 이태훈은 전속력으로 달렸다.

무의식중, 자신의 몸에 몇 가지 요술을 걸어 인체의 한계를 벗어난 상태로 달려갔다.


/


잠시 후, 도착한 곳의 상황은 참혹했다.

사방이 피투성이였다.

피로 만들어진 웅덩이가 사방에 널렸다.

하늘은 어두웠고 공원 전체에 피비린내가 진동했고 안개 또한 피로 물들었다.

공원 중앙에는 이지연이 서있었다, 그녀의 발 밑에는 사자의 요괴로 추정되는 요괴가 있었다.

그녀의 예쁜 얼굴은 피가 묻어 잔혹해 보였다, 눈에는 살기와 광기가 서려있었다.

이런 풍경을 본 이태훈의 사고는 정지했다.

어떻게?

아니, 어떻게 라기 보다는 도대체 왜?

이태훈은 철퇴로 머리를 맞은 듯했다.

그 사이에 요괴는 이지연을 잡기 위해서인지 손을 뺏어보았지만 이지연은 웃으면 그 손을 잡고 요괴의 팔을 뜯어버렸다.

“끄아아악!”

“그 좋아, 더 들려줄래?”

이지연은 요괴의 복부를 지르밟기도 하고 걷어차기도 하며 요괴를 괴롭혔다.

그럴 때마다 요괴는 울부짖고 이지연은 행복한 듯 웃고 있었다.

“아, 이거 너 팔이지?”

이지연은 자신이 들고 있던 요괴의 팔을 살랑살랑 흔들다가 한 입 뜯어 먹었다, 포식 장면이었다.

“흠, 역시 너처럼 생긴 녀석들은 맛이 없어.”

그러고는 팔을 냅다 던졌다, 요괴는 날아가는 팔을 한스럽게 보다가 질겁한 표정으로 이지연을 봤다.

“이제 죽어.”

-촤악.

사방에 요괴의 피가 흩뿌려지며 요괴는 죽었다.

이지연은 만족스럽단 표정으로 이태훈을 봤다.

“어라, 오빠 언제 왔어?”

이태훈의 노기는 이미 풀린 상태였기에 표정은 한없이 멍해보였다.

고개를 빠르게 저은 뒤 이태훈은 이지연의 앞으로 갔다, 그러고는 다짜고짜 화를 냈다.

“야! 너 생각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임무 갈 때 나한테 말하고 가라고 몇 번을 말해!? 그러다가 다치면 어떻게 할 거야? 어! 사람이 생각을 하면서 살아야지, 아니. 애초에 왜 너 이기고 있으면서 왜 긴급 구조 요청을 보낸 거야? 얼마나 걱정 했는지 알아?”

이지연은 잔소리는 듣지도 않은 채로 머리를 긁적이고는 이태훈의 어깨를 밀었다.

“네가 내가 어디를 가든 뭔 상관인데? 그리고 긴급 구조 요청은 내가 보내고 싶어서 보낸 게 아니라 자동으로 보내진 거라고. 너도 퇴마사면 알 거 아니야. 대가리에 든 게 없어서 모르려나? 그리고 내가 언제까지 꼬맹이인줄 알고 이딴 짓거리 하는데, 진짜 질린다고. 질려. 과보호도 정도가 있지.”

-짜악.

이태훈은 이지연의 뺨을 한 대 갈겼다.

“허, 이제 때려? 때리면 전부 해결된다는 거지? 오빠는 항상 그래. 말이 안 되면 때리기나 하고. 그러니까 친구도 없고, 아리 언니 아니었으면 지금 오빠는 학교도 못 다닐 걸? 제발 주변에 민폐 좀 끼치지 마.”

“그, 갑자기 때린 건 미안.”

“때리고 나서 사과를 하면 뭐가 달라지는데? 달라지는 거 없어 빙신아. 생각하니까 열 받네. 옛날에도 그렇고 오늘도 그렇고 왜 내가 하는 거 가지고 지랄인데. 내가 조금 위험한 짓 하면 엄청 뭐라고 하고 오빠가 더 위험한 짓 하는 건 생각도 안 하고.”

점점 말이 어눌해지고 울먹거리기 시작했다, 이지연은 조금 씩 흐르는 눈물을 소매로 닦으며 말을 이어갔다.

“나는, 흑, 나는 걱정 안 되는 줄 알아? 훌쩍, 같이 살 때, 항상, 늦게 오기나 하고, 전화도 안 받고, 임무는 또 위험한 거만 하고. 전쟁에 참전이나 하고. 내 기분은 왜 신경도 안 쓰는 건데! 왜 항상 오빠 생각대로 하는 건데! 진짜 질린다고! 짜증난다고! 그 표정은 또 뭔데?! 왜 그런 표정을 짓는 건데!”

이지연은 자신의 화를 이기지 못하고 울면서 이태훈의 가슴을 때리기 시작했다.

이태훈은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고 전부 맞아주었다, 그런 그의 표정은 죄인의 표정과도 같았다.

“무슨 말이라도 해보라고! 입 달려 있잖아! 왜 말을 못 해!”

“미안.”

“아아아! 사과나 쳐하지 말고오! 다른 말을 좀 해보라고!”

이태훈은 입을 다문채로 가만히 서있었다.

“바보! 바보! 바보! 바보! 이 병신아!”

이지연은 이태훈에게 욕지거리를 퍼붓고는 울며 그 자리를 떠났다.

이태훈의 머릿속은 혼란스러웠다, 보호 대상으로 생각했던 이지연의 힘을 봤고 자신에 대한 이지연의 생각을 들었다.

평소라면 자신도 이지연에게 화를 냈겠지만 오늘만은 그럴 수 없었다.

더 이상, 이지연에게는 자신이 필요로 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이태훈은 자신의 생각을 정리 하며 학교로 천천히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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