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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잡설] 팬픽과 소설의 차이

몇 년전 팩픽을 쓸때 했던 생각이 있다.


‘글 쓰기 참 쉽네.’


어이 없는 말이지만 그때 느꼈던 솔직한 감정이다.

그도 그럴것이 이미 원작에서 확고하게 캐릭터가 잡힌 등장인물들 몇 데려다가 상황만 바꾸어 놓으면 주인공들이 알아서 움직인다.

심지어 말투나 대사도 고민 안해도 저절로 나온다.


조금 스토리가 막힌다 싶으면 다른 캐릭터를 끌어다 오면 알아서 돌파구가 마련된다.

이야~ 쉽다. 쉬워.


그리고 이제 내가 주인공까지 만들어서 소설을 쓴다.

팬픽 쓰듯이 등장인물의 성격을 대충 정하고 상황에 던져 놓으면 알아서 움직일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은 순식간에 무너졌다.

상황을 주도하기는 커녕 상황에 따라 등장인물들의 캐릭터가 흔들리고 흐려지고, 대사는 커녕 감탄사 한마디 조차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감이 안잡힌다.


등장인물들의 캐릭터가 안잡히고 휘청대니까 원래 잡아 놓았던 스토리의 골격마저 흔들리기 시작한다.

원래 생각했던 어떤 상징을 나타내 주어야할 등장인물은 이미 다른 이미지의 캐릭터가 되어버렸다.


잔뜩 긴장해서 머리속에는 한가지 생각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더 이상 막장으로 치닫기 전에 빨리 완결을 내야된다.’


더 좋은 글을 쓰려고 고민하고 퇴고하고 해도 모자를 판에 스스로 압박감을 못 이기고 허겁지겁 완결을 향해 방향타를 튼다.

독자들이 여행사에 예약을 했는데 관광지에 내려주지 않는다.

주마간산.

독자들이 이 여행을 더 이상 할 필요가 있을까?


하지만 이제 첫 소설을 쓰는 나는 독자들을 생각할 여유 따윈 없다.

그저 첫 완결을 성공하기를 바라면서 허겁지겁 키보드를 눌러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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