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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사생아가 살아남는 법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드라마

완결

아케레스
작품등록일 :
2022.10.30 04:51
최근연재일 :
2022.12.20 21:07
연재수 :
4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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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668
추천수 :
284
글자수 :
191,186

작성
22.11.16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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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EP. 6 자식이 부모를 이해할 때. (수정)

DUMMY

“금 8t이라. 출처는?”

“상하이에서 의사 생활을 하다가 금괴 창고를 발견했습니다.”

“금괴 창고?”

“등산하다가 우연히 발견했죠. 나중에 알아보니 어느 부자의 사유지였던 모양입니다.”


멸망하기 전의 중국과 인도는 미국과 힘겨루기를 하는 강대국이었다.

마나 문명 앞에서 속절없이 멸망했지만, 그들의 재산은 그들의 땅에 온전히 남아 있을 것이었다.


미군은 은지혁의 증언에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했다.


“제너럴. 이건 충분히 가능성 있는 이야깁니다.”

“만에 하나 진실이라고 치자고. 그 많은 금을 어떻게 가져올 건데?”

“가져오지 않아도 됩니다. 그 돈만 있다면 첩보 활동에 자금 지원이 필요 없어지니까요.”

“이 기회에 중국 지역에 첩보원을 심자?”

“밑져야 본전이죠. 그렇지 않습니까?”


이민 상담관 셋이 이야기를 전달했고, 공군 통수권자가 대통령과 직통으로 상의해 일을 결정했다.


미군은 동양계 요원 몇을 차출했다.

그들은 중국 다롄시 근처의 섬에 몰래 상륙했다.

한국인인 척 위장해서 서림 가족과 같은 루트로 베이징에 진입하려는 속셈이었다.


상륙은 성공적이었다.

그러나 요원들은 정체를 들통나고 말았다.

베이징 공습 이후 인간을 향한 검문 강도가 정도 이상으로 강해진 탓이었다.


미군이 지혁을 비인도적으로 대했던 것처럼, 엘프들도 요원들을 고문했다.

현지에 적응하기 위해 엘프어를 훈련한 것이 오히려 독이 되었다.


요원들은 고문에도 정보를 털어놓지 않도록 훈련된 이들이었지만, 신뢰 중추를 기반으로 한 심문에는 면역이 없었다.


엘프들에게 온갖 정보가 넘어갔다.


중국 지역에 잠입해 있는 요원들, 금의 위치와 같은 중요한 것부터.

적응 계획, 인간에게 맞지 않는 엘프 음식, 될 수 있으면 성백의 행방을 찾아보라는 세세한 지령까지.


--


프랑스인 소녀, 클로리스에게 집이란 주거 공간이다.


어머니는 술독에 빠져서 살았다.

아버지는 바깥을 나돌아다니고, 집에서는 잠만 잤다.


서로 간에 대화는 없었다.

그러므로 가족이라고 부를 수도 없을 것이다.


예전에는 그러지 않았었다.


아버지는 공장에서 땀을 흘리며 가족을 부양했고, 어머니는 클로리스를 적극적으로 가르쳤다.


“미국 사람들은 영어를 쓴단다.”


“미국에서는 일한 만큼 돈을 받을 수 있어. 거긴 노동자들의 나라거든.”


“이것 보렴. 미국에서 발간된 만화 잡지야. 예전에는 프랑스에서도 찾아볼 수 있었는데, 오크들은 미개해서 이런 오락 문화를 모르지.”


가족들은 미국으로 가서 새 삶을 꾸릴 수 있을 거라 믿었다.

하지만 미국으로 떠나기 위해선 너무 많은 돈이 필요했다.


엄마는 빵집에서 빵을 훔쳤고, 아버지는 공장에서 나사를 훔쳤다.

하루아침에 실업자가 둘 생겼고, 가족은 희망을 잃었다.


클로리스는 부모님을 설득해보려고 했다.

잘되지 않았다.


성백을 만난 뒤로는 돈도 벌어왔지만, 그 돈은 고스란히 어머니의 술값이 되었다.

바뀐 점이라고는 엄마가 최소한의 생계를 위해 하던 잡일도 그만두었다는 것뿐.


어머니와 아버지는 숨은 쉬지만 죽은 것처럼 살았다.


클로리스에게는 희망이 필요했다.

성백이 가르쳐 준 무공이 바로 그 희망이었다.


길을 걸을 땐 성백이 알려준 보법을 밟았다.

밥을 먹으면서도 머릿속으로는 유성검의 검로를 그렸다.


하루 중 청소하는 시간을 제외한 모든 시간을 모조리 무공에 쏟아부었다.

비유가 아니었다.


놀랍게도 클로리스는 재능이 있었다.

클로리스는 무공의 형을 따라 하는 것만으로 마나의 흐름을 느꼈다.


“허전해.”

“허전하다고? 뭐가?”

“몸에 가뭄이 든 것 같아.”


상식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었다.

모든 오크가 클로리스 같은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면, 무공의 형을 따라 하는 것도 엄격히 관리되었을 것이다.


성백은 몸에 미지의 힘이 감돎으로 마나를 인식했다.

클로리스는 내기가 휘돌아야 할 혈도가 텅텅 비었다는 상실감으로 마나를 인식했다.


당연한 일이었다.

클로리스는 인간이었으니까.


“그럼. 난 못 하는 거네.”

“..그래도 몸을 단련하는 데는 도움이 돼.”


클로리스는 히어로가 되고 싶었다.

실제로 그녀에겐 재능이 있었는데, 혈통이 그 앞을 가로막다.


억울했다.

하지만 좌절하지 않았다.


‘히어로가 될 수 없다면, 사이드킥이라도.’


클로리스는 아프리카로 떠나는 성백을 붙잡았다.


“나도 갈래. 미국.”

“뭐? 안 돼.”

“왜?”

“넌 파리에 가족이 있잖아. 그들과 살아야지.”


클로리스는 충동적으로 대답했다.


“..없어.”

“없어?”

“죽었어. 얼마 전에.”


죽었다.

그렇게 사는 건 죽은 것과 다를 바 없다.


“..엄마도 내가 미국에서 살기를 바랄 거야. 그게 평생 바램이었으니까.”


너무 오랜만에 하는 거짓말이라 조금 떨렸다.

다행히도 성백이 속아 넘어갔다.


동양에서 온 예의 바른 청년은 클로리스를 의심하는 대신, 소녀의 상처를 헤집은 자신을 책망했다.


“사부. 어떡할까요?”

“뭘 나한테 물어보냐? 이미 데려갈 생각이면서.”

“일정이 너무 고되지 않을까요?”

“못 견디면 놓고 가면 되지.”

“사부!”


일행이 넷이 되었다.

랑닉은 기차를 타고 아프리카로 향했다.


“마법진을 타면 금방이지 않아요?”

“없어. 엘프 놈들은 파리에만 관심이 있거든.”


일행은 움직였다.


파리에서 리옹으로.

리옹에서 몽펠리에로.

그리고 과거에 그어진 국경을 건너 바르셀로나로.


같은 열차였지만 러시아 횡단 열차보다는 프랑스의 열차가 나았다.


객실도 쾌적했고, 관리가 잘 되어 있었다.

엘프 고위층은 마법으로 이동했지만, 오크들은 그렇지 않았던 탓이리라.


그리고 무엇보다 날씨가 러시아와는 비교할 수가 없었다.


끊임없는 여정은 바르셀로나에 도착하고 나서 잠시 쉼표를 찍었다.


“씁. 빨리 가고 싶은데.”

“어쩔 수 없잖아. 기차가 없으니까.”


바르셀로나에서는 숨만 쉬어도 짠 내가 났다.

바다와 인접한 탓이었다.


“헤헤. 성백. 그럼 어쩔 수 없이 바다에서 놀아야겠네!”


평생 파리 안에서만 살아온 클로리스는 이번 여행에 생에 처음으로 바다를 봤다.


“놀긴 뭘 놀아.”

“..성백은 안 가?”

“난 안 가.”

“그럼?”

“수련할 거야.”


랑닉이 잔뜩 신난 클로리스를 데리고 바다로 나갔다.

세릴다가 물었다.


“괜찮겠어?”

“바다는 관심 없어요.”

“왜?”

“질리도록 봤거든요.”


파주에서 베이징으로 넘어오는 사이에 배를 타는 여정이 있었다.

바다는 어머니와 현지를 생각나게 했다.


“그럼 시작할까?”

“좋습니다.”


청천단을 복용한 성백의 단전은 덩치를 잔뜩 불렸다.

내기가 묵직하게 쌓인 건 좋지만, 위장에 음식을 잔뜩 집어넣은 것처럼 거북한 느낌도 없지 않았다.


이것들을 길들일 필요가 있었다.


두 남녀가 다시 검을 나눴다.

에펠탑에서의 피 튀기는 대련과는 다른, 유한 분위기에서의 대련이었다.


탁-

타닥-

타다다닥-

툭-


“졌습니다.”


성백은 거의 3분에 한 번씩 제압당했다.

그때도 느꼈지만, 세릴다에게는 배울 것이 많았다.


검을 움직이는 법.

보법에 맞게 자세를 취하는 것.

내기를 운용하는 호흡.


“성백. 넌 기본기가 너무 부족해.”

“배운지 얼마 안 됐으니까요.”

“..그러네. 시기를 생각하면 탄탄한 편이구나.”


성백은 미안해졌다.

대련이 성백이 일방적으로 배우는 그림이 되어 버렸던 탓이다.


하지만 세릴다는 상관하지 않았다.


랑닉은 세릴다가 수준은 더 높지만, 성백이 더 잘 싸운다고 평가했다.

세릴다는 ‘잘 싸우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싶었다.


“계속합니까?”

“난 계속하고 싶어. 너는”

“저도 상관은 없습니다.”


대련은 반나절 동안 이어졌다.

배가 고파오지 않았다면 그 이상도 했을 것이다.


--


엘프는 두 종류로 나뉜다.


엘프끼리 사랑을 나누어 낳은 엘프.

그리고 신성한 세계수가 낳은 엘프.


세계수가 낳은 엘프는 ‘하이엘프’라고 부른다.


엘프 사회에선 순혈의 하이엘프만이 지도자 자리에 앉을 수 있다.


“안성백. 파주에서 아기 세계수를 벤 혐의가 있습니다. 혐의를 진 채 베이징으로 도망쳤고, 또 거기에서 경찰 인력 12명을 뿌리치고 추적에서 벗어났습니다.”


엘프 군인들은 성백을 중요하게 생각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세계수 상해치사 혐의자라는 사실 만으로 그를 쫓았다.


“많은 전력을 투자할 순 없다. 하지만 반드시 찾아서 응징해야 해. 할 사람 있나?”

“제가 하겠습니다.”


결 좋은 금발이 허리까지 내려오는 여성 엘프가 대답했다.

하이엘프의 일원, 큰 버드나무의 둘째 딸 유릭이었다.


유릭은 베이징에서부터 추적 작업을 개재했다.


성백이 다녔던 학교.

병원.

투기장.

서림이 했던 식당.

...


유릭이 울란바토르에 닿는 데 정확히 석 달 걸렸다.

그녀는 다섯의 부하를 데리고 시베리아 급행열차와 모스크바를 경유해 파리까지 닿았다.


“큰 버드나무의 계승자, 유릭입니다. 천무학관의 대사부를 뵙습니다.”

“무슨 일로 오셨소?”

“안성백이라는 인간을 찾고 있습니다. 아십니까?”

“내 제자의 제자요. 그는 왜?”

“세계수를 잘랐다는 혐의가 있습니다. 만약 그것이 진실이라면, 벌을 내려야 합니다.”


대사부 카지르는 고개를 저었다.


“오크는 엘프의 규율을 모르오. 알 필요도 없고.”

“동의합니다. 하지만 범죄자를 제자로 들였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학관에도 큰 불명예일 겁니다.”

“..그래도 내 제자를 건드리는 건 용납할 수 없소. 수사하고 싶다면 물증을 먼저 가져오시오.”

“당신의 제자 랄프 랑닉은 절대로 건드리지 않겠습니다.”


카지르는 마음속에 저울을 세웠다.


엘프 사회의 최고 권력자 하이엘프에게 빚을 지우는 것.

상당히 가치 있는 일이다.


천방지축이지만 학관의 최고 재능인 제자에게 화를 사는 것.

그리고 재능 있는 제자 성백.


“흐음.”


저울이 곧 기울였다.

카지르가 말을 덧붙였다.


“엘프에겐 진실을 판별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지?”

“그렇습니다.”

“성백의 죄를 확실히 추궁하고, 만약 오해였다면 그냥 보내줄 수 있겠소?”

“물론입니다.”

“당신을 낳은 세계수의 이름을 걸고?”


세계수.

아무것도 모르는 오크가 입에 올리기에는 무례한 단어다.


그러나 하이엘프는 인내를 가지고 참아넘겼다.


“죽이지 않겠습니다. 그가 결백하다면.”

“좋아. 그는 아프리카로 향했소. 인간이 깔아둔 선로를 따라가면 만날 수 있을 거요.”


작가의말

2022-11-17 02:59 수정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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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EP. 9 계약금은 500달러로 합시다. (3) 22.12.06 141 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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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EP. 9 계약금은 500달러로 합시다. 22.11.29 173 5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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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EP. 7 지브롤터, 탕헤르, 카사블랑카. 그리고.. +2 22.11.21 225 7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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