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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뭐? 게임을 클리어하면 초능력자가 될 수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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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아케레스
작품등록일 :
2019.11.03 00:29
최근연재일 :
2020.04.19 00:28
연재수 :
101 회
조회수 :
61,081
추천수 :
1,779
글자수 :
606,829

작성
19.11.09 00:21
조회
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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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글자
12쪽

사령 도시

DUMMY

전 세계의 관심을 받으며 오픈한 ‘For Honor’ 1기 서버는 약 600만 명의 유저를 시작으로 5년 동안 유지했고, 이내 닫혔다. 그리고 최초로 랭커 진영수 등 198명이 비적성자가 능력을 각성한 사례로 등록되었다.

2기 서버는 시작 인원 3800만 명, 3년이 지난 현재 죽은 인원과 뒤늦게 시작한 인원을 합해 3000만 명이 넘는 유저를 유치한 엄청난 게임이 되었다.


로그아웃을 할 시 캐릭터가 무방비하게 누워버리는 ‘For Honor’의 하드코어적인 특징 때문에 인생을 갈아 넣지 않으면 플레이 자체가 어려운데, 그것을 감안하면 정말 말도 안 되는 수치다. 그리고 이는 지표로서 현실에 사는 비적합자들이 얼마나 간절히 능력을 원하는지 알려준다.


‘For Honor’는 계발 당시부터 지금까지 세계인의 주목을 받지 않은 적이 없는 게임이다. 그건 지금도 그랬다. 게임 내부에 일어나는 일이 인터넷 기사로 올라올 정도였으니까.


그리고 한 커뮤니티에 글이 올라왔다.


[요즘 사령도시 근황.]

ID : 능력환불해주세요


좆됨 ㄷㄷ 갑자기 십자회에서 천사 데리고 와서 박살 내겠다고 벼르고 있음. 막 대포로 안에 도시 조져 가지고 죽은 민간인 속출. 내 친구도 죽었다고 함. ㅅㅂ 내 주변 포아너 인맥들 다 죽어나가네.


-ㅋㅋㅋㅋㅋㅋ 좀비 쉑들 이 기회에 싹 다 치우는 건가.

-왜 ㅠㅠ 동영상보니까 ㄹㅇ 윾쾌한 친구들이던데

-ㅋㅋㅋㅋㅋㅋㅋ 평생 동안 할로윈 파티자너 거기는.

-근데 십자회인지 종교 걔네들 그동안 잠잠하다가 왜 갑자기 설치는 거? 겜 시작할 때부터 사령도시는 있지 않았냐.

-유저들이 업적 먹을라고 수작질 부렸겠지. 근데 천사 데리고 온건 ㄹㅇ 대단하긴 해. 그거 자체로도 업적일 듯 ㅋㅋ

-궁금하누. 누구 또 포맥 있는 사람 없냐?

-내 친구도 소문 듣고 쫄래쫄래 따라갔다는데, 미친놈 봤다고 함 ㅋㅋ 천사한테 일대일로 맞짱신청 했다는데.

-ㄷㄷㄷ 어케 됐데?

-조온나 예술적으로 도망쳤다고 함 ㅋㅋ

-유저래?

-천사같은 네임드 NPC랑 1대1 맞다이 가능한 유저면 거의 다이크급 피지컬이라는 건데 설마? 그냥 빠꾸 없는 NPC일 듯.

-엄밀히 말하면 맞다이는 아니지 똥꼬 빠지게 도망갔다잔어 ㅋㅋ


모니터를 응시하던 여성이 무표정하게 타자를 쳤다.


-거기 오늘 끝장날 예정이니깐 유저면 눈치껏 빠져나오는 거 추천


한창 뜨거운 게시물이었기에 빠른 답글이 달렸다.


-오 님 유저세요??

-^^ 네네

-인증 ㄱ

-오늘 사령도시 끝장나는 게 제 인증입니다.

-어그로인 듯 관심주지 말자.


여자가 픽 웃었다.


-그나저나 유적 도시도 지금 난리라는데, 칸테라 차원에서 뭐 큰일 날라나.

-미궁 때문에 가는 도신데 미궁 막힘 ㅋㅋ

-경비대랑 늑대 쪽 애들이랑 원흉 쫓아가다가 엎어진 게 레전드 ㅋㅋ

-ㅋㅋㅋㅋㅋ 지들끼리 싸우다 그랬다는데. 암튼 NPC들이 참 인간적이야. 잘 만들었어.


“오호. 유적 도시도 뭐가 있나 보네. 어쩐지. 번잡스럽더라니. 끝나고 다시 들러볼까.”


컴퓨터를 끈 여자는 뒤에 있는 캡슐에 누웠다.


모든 유저가 앨런처럼 몇 달 동안 로그아웃을 안 하지는 않는다. 로그아웃을 하면 캐릭터는 수면상태가 되지만, 잘 시간에 침대에 누워서 로그아웃을 하면 문제가 없기에. 여자, 유린도 그런 방식으로 종종 잠깐씩 로그아웃을 하고는 했다.


피슈슛.


공기 빠지는 소리와 함께 캡슐의 문이 닫혔다.


--


“전군! 진군!”


둥둥둥둥


듀라한을 필두로 한 좀비와 구울, 마녀와 온갖 유령들의 군세가 사령 도시를 빠져나갔다. 천사급의 전력으로 예상되는 고대 흡혈귀, 브리틴이 우르칸과 앨런에게 눈으로 인사했다. 우리가 없는 동안 성벽을 잘 지켜달라는 듯.

우르칸이 맡고 있던 이종족 부대는 워낙 수가 적고, 원 사령 도시 소속이 아니었기에 사령관인 무명은 우르칸의 부대를 최후방에 배치했다.


앨런이 우르칸에게 말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불안한데. 굳이 성벽을 버리고 정면 승부라니.”

“그런 제안이다.”

“걔네를 어떻게 믿고? 우리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도시를 습격하면 대처가 안 되잖아.”

“이 제안에 응하지 않으면 시민들을 대상으로 성자포를 쏜다고 협박했다는 군. 클클. 천사란 우리의 상상과는 다르게 악랄한 녀석들인 모양이야.”

“그 닭대가리 녀석은 시민들을 생명체로 생각 안 하니까.”

“혹시 몰라서 주변을 세세하게 정찰했다. 주변에 매복한 부대는 없었어. 그리고 결정적으로 우리 부대가 성벽을 지키잖나.”


앨런은 한 번 싸운 상대에게는 말을 놓는 타입이다.


틱. 틱.


장전하지 않은 ‘나락으로’의 방아쇠를 습관적으로 당겨대면서 앨런이 생각했다. 어차피 잡아야 할 전력이면 확실히 성벽에서 꺼내는 게 합리적이긴 하다. 단순히 그런 계산일까. 아니면 다른 노림수가 있는 걸까.

이왕이면 사건이 많이 터지는, 업적을 따기 쉬운 자리로 가고 싶다, 지금이라도 그냥 저 사이에 끼어들까? 하지만 만약 예상대로 기습이 들어오고, 그걸 앨런이 성공적으로 막는다면? 저 많은 병사 사이에서 활약하는 것보다는 그편이 업적을 따기 현실적으로 쉽다.


“에이, 모르겠다.”


앨런이 성벽에 드러누웠다. 업적도 업적이지만, 일단은 이 전쟁에서 사령 도시가 이겼으면 하는 바람도 분명히 앨런의 가슴 한구석을 차지하고 있었다.

폭격당한 무덤과, 웃고 떠들다가 터져나간 사령 도시의 시민들과, 비산하던 켈링턴의 팔. ‘For Honor’ 세계의 천사는 천사라고 부르기에 너무 비인도적인 생명체다. 혹시 모르지, 저 쪽에도 나름의 이유가 있을지도. 하지만 여하간 어떻든 앨런의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앨런이 드러누운 채로 도시 풍경을 눈에 담았다. 사령 도시의 내부 전경이 뒤집혀서 보였다. 평소와 달리 조용한 시장바닥과, 을씨년스러운 거리와, 한결같이 빛을 뿜어내는 텔레포트 게이트가 앨런의 동공에 비쳐들었다.


우르릉.


“진겨어어어어어억!”


우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천둥소리와 무명의 목소리, 그리고 군중의 함성이 먼 거리를 격하고 날아와 앨런의 귀에 꽂혔다.

생존과 명예, 신념이라는 가치가 충돌하는 소리였다.


“이기는 편 우리 편.. 이 아니지. 무명씨 파이팅~ 브리틴 파이팅~ 세..리나 누님도 파이팅~”


마지막은 조금 소심하게 외쳤다.

우르칸이 클클 웃었다.


회전이 시작됐다.


--


“시작했다. 우리는 정확히 10분 후에 진입한다.”


성령 기사 단장 아넬카가 말했다.

나머지 기사단원들이 절도있게 유적 도시의 게이트 앞에 서 있었다.


지나가던 유적 도시의 모험가들이 이죽였다.


“시이팔. 여기도 지금 죽어 나가는데 저기서 뭐 하는 짓이야.”

“십자회 따까리 새끼들.”

“진짜 존나 꼴 보기 싫다.”


성령 기사 단원들은 단 한 명도 그들의 말에 반응하지 않았다.

그들에게는 신이라는 더 고결한 가치가 있었고, 그에 비하면 그들의 도발은 너무나 하잘 것 없었다.

물론 그렇지 않은데 그냥 그런 척하는 사람도 있었다.


‘말본새 봐라 저거. 내가 너 딱 기억했어. 나중에 길 가다 만나면 바로 죽탱이 꽃는다. 내가.’


성령 기사 유린이 바로 그런 사람, 아니 유저였다.


--


스스로 악마화하는 증상은 아직도 규명되지 않았고, 종종 증상이 발현되는 사람들은 살기 위해 사령 도시로 피난 오곤 했다.

필립은 그 이유로 가장 최근에 피난을 온 사람, 아니 좀비였다.


그도 다른 피해자들과 마찬가지로 이유 없이 살점이 썩어들어갔다. 그는 절망했다. 한순간에 사랑하는 여자와 평생 모아온 재산을 잃었다. 평생 적을 둔 마탑은 그를 연구하기 위해 수배령을 내렸고, 부모님에게는 의절 당했다.


그런 필립에게 접근해온 아넬카의 제안은 거부할 수 없는 악마의 유혹이었다. 아니, 신의 자비였다.


사령 도시의 텔레포트 게이트를 열어라. 정해진 시간에 단 5분이면 충분하다. 신의 이름에 맹세코 필립 당신을 순수한 영혼으로 만들어주겠다.


터벅. 터벅.


필립이 게이트로 다가왔다. 게이트를 지키는 사람은 없었다. 게이트를 지킬 최소한의 병력도 지금은 나가서 싸우고 있다.


필립이 텔레포트 게이트에 손을 댔다. 게이트에는 일시적인 봉인주문이 걸려있었다. 마탑의 엘리트였던 필립이 충분히 해제할 수 있는 수준의 주문이었다. 반쯤 썩어들어간 남성의 눈동자가 푸른 빛을 띄기 시작했다.


“정말 괜찮겠어?”


!!


필립이 놀라서 뒤를 돌아보았다. 그곳엔 앨런이 있었다. 이미 주문을 시전 중인 필립이 할 수 있는 건 더 간절한 마음으로 주문을 외우는 것밖에는 없었다.

필립에게는 천만다행으로 앨런은 그를 제지하지 않았다.


다만 앨런은 말을 덧붙였다.


“이야기는 대충 들었어. 필립. 가장 최근에 나타난 악마화 피해자. 억울하겠지. 그래서 저 녀석들이 뭐라고 너를 구슬렸어? 뭐, 저주를 낫게 해준데?”


필립은 앨런이 방해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온전히 주문에만 정신을 쏟았다.

그런 필립을 보며 앨런이 피식 웃었다.


“야, 저기 브리틴 씨랑, 몇천년 동안 몸 바쳐서 싸워왔다는 무명씨가 병신 호구로 보이냐?”


필립의 주문을 외던 입을 멈췄다. 게이트를 감싼 봉인주문이 희미해졌다.

필립이 말했다.


“나는 다만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에 운명을 맡긴 거야.”

“사령 도시 주민들의 목숨을 통째로 갖다 바치는 게 너의 선택이라고?”

“그건, 미안하게 됐다. 하지만 어쩔 수 없어.”


앨런이 피식 웃었다.


파아앗!


게이트가 작동했다. 떠날 사람은 진작에 모두 떠났고 올 사람은 진작에 왔다. 들어올 사람은 오직 적이라고 판단하는 게 옳다.


처음으로 성령 기사 단장 아넬카가 걸어 나왔다. 두 번째로는 유린과 부단장, 그 뒤로 단원들이 걸어 나왔다.


아넬카가 걸어 나오며 말했다.


“아주 잘했다. 필립. 너의 결단은 분명히 우리의 신께서 기쁘게 받아들이셨을 거다.”


필립이 무릎을 꿇었다.


“저는 이제, 치유 받을 수 있는 겁니까?”

“물론이다. 너의 육신은 악마에게 좀먹히고 있으나 올바른 결단으로 영혼의 순수를 증명했으니 분명 치유도 가능하다.”


필립이 환희에 떨었다.


“제가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아넬카가 고개를 저었다.


“너는 그 무엇도 할 필요가 없다.”

“예?”


스르릉.


아넬카가 검을 치켜들었다.


“너의 영혼이 아직 좀먹지 않은 이 순간, 천국에 갈 수 있음을 의심치 않을 수 있는 이 순간! 악마가 깃든 네 육신에서 영을 해방시켜 주마.”

“아니, 잠깐만..”


[신의 이름으로]


광휘가 깃든 검이 무릎 꿇은 필립의 정수리를 일도양단했다.


지켜보던 유린은 오글거리는 대사에 버티지 못하고 고개를 돌렸다.

앨런이 비웃었다.


“동료를 팔아먹는 배신자를 명색이 신이라는 작자가 잘도 좋아하겠다.”


아넬카가 납검하며 앨런을 바라보았다.


“방해꾼인가?”

“보시다시피.”

“이 시국에 사령 도시에 남아있는 행태로 보아 설득의 여지는 없겠지.”

“물론.”

“그렇다면, 제거할 뿐이다.”

“아, 잠깐만, 잠깐만.”


앨런이 뒤로 물러섰다. 그리고 폐에 공기를 잔뜩 머금었다.


후읍.


그리고 소리쳤다.


“경비대 집하아아아아아압!”


앨런의 목소리가 을씨년스러운 사령 도시를 쩌렁쩌렁 울렸다.

저 멀리 성벽에 닿을 정도로.


앨런이 웃었다.


“하나, 둘, 셋, 넷. 음. 내가 네 명까지는 어떻게 자신 있는데, 그거보다 많은 건 좀 부담스러워서. 친구들 불렀는데, 괜찮지?”


그를 보던 유린이 피식 웃었다.


“저거, 웃기는 녀석이네.”


초경계태세였던 경비대원, 이종족 부대원들의 집결은 빨랐다.

앨런이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내가 말했지? 만약 들어오면 무조건 여기라니까.”

“크릉. 내부의 배신자가 있었군.”

“하, 이 또한 신께서 내린 시련일지니, 겸허히 받아들이고 굳건히 나아갈지라.”


스르릉.

철컥.


앨런의 총구가 아넬카를 겨눴다.

강철 재질의 손가락이 방아쇠를 당겼다.


콰앙!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당.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5

  • 작성자
    Lv.72 개복치씨
    작성일
    20.02.12 05:56
    No. 1

    28프로.47프로 흡혈귀 브리틴이 아니라 브리튼 아닌가요?
    87프로 명색의 신이라는-> 명색이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72 아케레스
    작성일
    20.02.13 03:10
    No. 2

    즐겁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직 제가 많이 부족하네요 ㅜㅜ
    도와주셔서 두 배로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독자777
    작성일
    20.02.28 11:37
    No. 3

    잘 보고 갑니다.
    주인공은 사이보그인데 게임 클리어하면 어떤 능력을 얻는거지...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8 벤팁
    작성일
    22.05.03 19:56
    No. 4

    계발 개발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8 벤팁
    작성일
    22.05.03 19:58
    No. 5

    만약 신의 계획 아래에 망령과 언데드들이 만들어진거라면
    필멸자와 불멸자 중 신이 어떤 존재들을 더 사랑하는지는 너무 명확하다.
    그래서 천사는 태생적으로 언데드를 증오하는 걸지도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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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사령 도시 +2 19.11.09 910 20 15쪽
» 사령 도시 +5 19.11.09 993 23 12쪽
6 사령 도시 +2 19.11.08 1,053 24 17쪽
5 사령 도시 +2 19.11.07 1,324 25 14쪽
4 사이보그 앨런 +3 19.11.06 1,500 27 16쪽
3 사이보그 앨런 +1 19.11.05 1,752 30 14쪽
2 사이보그 앨런 +2 19.11.04 2,179 3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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