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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敏 님의 서재입니다.

종족전쟁: 종의 전쟁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민敏
작품등록일 :
2019.05.04 09:25
최근연재일 :
2019.05.21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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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3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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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5.04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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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2화. 시험의 길 (2)

DUMMY

“시험에 임하기 전 잠시 주의사항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주관자의 경고성 언급에 일부의 사람들이 웅성거렸지만, 웅성거림은 금세 가라앉았다.


“마지막 자격을 증명하는 시험의 길은 중간에 포기가 불가능합니다."


대기 그 자체가 되어버린 방사능으로부터 사람들의 변이를 막을 수 있는 수단은 오직 ‘어미나무’와 그 묘목인 ‘리자레’ 뿐이었다.


“시험의 특성상 중간에 진행자가 개입할 수도 없습니다.”


그런 어미나무와 리자레를 구할 수 있는 방법은 단 두 가지.

자생지인 ‘안티크로르드’들의 영역에 들어가 어미나무나 리자레를 탈취하는 방법.

이미 탈취해 내성에 심어둔 어미나무들로부터 묘목인 리자레를 공급받는 방법.

이 둘뿐이었다.


“시작은 진행자가 하나, 이후는 오로지 거대 어미나무와 참가자, 그 둘에 의해 이루어짐을 명심해 주십시오.”


그러나 인간만이 어미나무와 리자레를 필요로 했던 것은 아니었다.

오염으로부터 자유로운 이들은 이미 이성이 사라진 몬스터들 뿐이었다.

지구에 다시 나타난 옛주인인 ‘안티크로르드’들 역시, 자신들의 이성을 유지하기 위해 어미나무와 리자레가 필요했다.

결국, 인간들과 안티크로르드들과의 충돌은 불가피했다.


“이 규정을 잊고 시험에 난입하는 분들이 있다면, 본인은 물론 그 가족들까지 연대 책임을 물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들은 강할뿐더러 영리하기까지 했다.

반복된 인류와의 교전을 통해, 그들은 변이에 대한 인류의 두려움을 알았다.

외형에 관대한 자신들과는 다른, 외형에 집착하는 인간.

진인들의 공략 방법을 찾은 그들은, 그들의 영역을 인간들의 도시와 만 하루 정도 떨어진 곳에다 짓기 시작했다.


“만약, 시험에 난입하여 거대 어미나무에 직접 해를 끼친다면, 그 본인은 물론 그들의 가족 역시 처형당할 수 있음을 잊지 마십시오.”


만 하루라는 거리가 생기자 진인들은 몸을 사리기 시작했다.

방사능으로부터 안전한, 만 하루라는 한계를 가진 하급 진인들이 먼저 레이드에 불참을 선언했고, 중급, 상급 진인들 역시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불참했다.


“그러면 이제 정식으로 이번 32기 레두체를 뽑기 위한 시험의 길을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렇다고 바리안터들 역시 레이드를 포기할 수는 없었다.

내성에서의 자체공급에만 기대기에, 도시의 인구는 많았고, 바리안터들은 상대적 약자였다.


“참가자들은 배정된 대기 장소에서 잠시 기다려 주십시오.”


결국, 몬스터가 되지 않기 위해, 몬스터로 만들지 않기 위해, 바리안터들은 몬스터가 될 수밖에 없는 환경에 노출될 수밖에 없었다.


“잠시 후 시험의 길이 완성되면, 참가자들은 순번에 따라 각성한 기운을 끌어올려 길을 건너시면 됩니다.”


그런 바리안터들에게 이번 기회는 희망이었다.

모순된 악순환에서 자신의 운명을 건져줄 유일한 희망.


“그러면 참가자 모두에게 행운이 가득하길 기원하겠습니다.”


그래서 그들과 그들의 자녀들은 이번 기회를 쉽게 포기할 수가 없었다.



***



1m를 조금 넘기는 키에, 작은 체구를 가진 한 남아가 눈앞의 시험의 길을 바라봤다.

150m. 참 길었다. 그리고 울퉁불퉁했다.

다리라는 구조물을 이루고 있었지만, 그 실체는 수천 개의 나무뿌리, 곳곳에 메꿔지지 못한 구멍이 존재했고, 표면은 불규칙했다.

가장 중요한 점은 식물이지만 움직일 수 있다는 사실.

가만있지 않고 조금씩 움직여댔다.

근력계로 각성한 자신에게 그다지 유리하진 않았다.

민첩계로 각성을 했다면 참 좋았을 텐데.

그것도 아니라면 중력계라든지, 체력계라든지.

생각해보니 재생계만 아니라면, 나머지 일곱 개 계열의 각성자들은 다 자기 하기 나름 같았다.

아니 염력계도 별로인가?

그래도 재생계보다는 낫겠지?

갑자기 열정 하나로 시험에 임해야 하는 재생계들이 불쌍해졌다. 아니, 생각해보니 9살인데도 키가 1m를 조금 넘는 자신이 더 불쌍한 것 같았다.

조금이라도 길쭉해야 시험에 유리한데.

그래야 가용시간도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 테고.

자신의 가용시간이 평균인 12초이긴 하지만 무언가 애매했다.

평평한 길을 달리는 것도 아니고.


“5번.”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며 잡생각에 빠져있던 아이에게 진인의 호명 소리가 들려왔다.


“네!!”

“준비하세요.”


진행을 돕던 하급 진인에게 꾸벅하고 인사를 한 아이가 시험의 길 앞에 섰다.

저 멀리, 시험에 통과해 방방 뛰며 좋아하고 있는 민첩계 참가자의 모습이 보였다.

그 모습을 보며 아이는 자신의 성공을 빌었다. 이어 팔 색으로 빛나는 진인의 눈동자를 바라보며 말했다.


“준비됐습니다.”

“어떤 계열이죠?”

“근력계입니다.”


아이의 대답에 진인이 가지고 있던 8개의 깃대 중, 붉은색 깃대를 골라 들어 올렸다.

그러자 그 신호에 맞추어, 전 응시자의 통과와 함께 사라졌던 노란 빛무리가 새로운 붉은 빛무리로 대체되어 저 멀리서부터 다시금 시험의 길을 물들이기 시작했다.


“행운을 빕니다.”


행운을 빌어주는 진인에게 아이는 다시금 꾸벅하고 인사를 했다. 그리고 시험의 길을 바라보며 마음속으로 숫자를 셌다.


하나. 둘. 셋.


붉은색 빛무리에 시험의 길이 완전히 물든 순간, 아이 역시 붉은 빛무리에 휩싸여 디딤발을 한걸음 크게 내디뎠다.


쿵-


커다란 소리와 함께 거대 어미나무의 뿌리가 파여나갔다.

힘차게 뿌리를 박찬 아이는 자신에게 전해오는 저항력을 지지대 삼아, 강하게 앞으로 튀어 나갔다.


1m, 2m, 3m.


쿵쿵쿵 거리는 굉음 소리와 함께 아이의 보폭이 늘어났다.


3m, 3m, 3m, 3m······


3m까지 늘어나 한동안 유지되던 아이의 보폭은 돌연 아이의 전신에서 사라진 붉은 빛무리와 함께 확연하게 줄어들었다.


3m, 2m, 1m, 0.5m.


아이의 전신에 어려있던 붉은 빛무리가 사라지자, 맥동하듯 낮게 진동하던 어미나무의 뿌리가 빠르게 진동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내, 위아래로 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0.5m, 0.4m, 0.3m.


서서 달리던 아이는 어느 순간 손과 발을 이용해 폴짝거리며 전진할 수밖에 없었다.


콰드-득-


그러다 어디선가 들려온 흉흉한 소리에 아이가 황급히 뒤를 돌아봤다.


“옴마야!”


아이를 이물질로 인식한 어미나무의 뿌리가, 아이를 쫓기 위해 하나, 둘 육지에서 뽑혀지고 있었다.

식겁한 아이는 다시금 힘을 끌어올렸다.

아이의 전신엔 다시 붉은 빛무리가 어렸고, 뽑혔던 뿌리들은 제자리로 돌아갔다.

뿌리의 움직임이 잔잔해지자 아이는 다시 있는 힘껏 달리기 시작했다. 쿵쿵쿵 거리는 소리와 함께 아이의 보폭이 늘어났다.


1m, 2m, 3m, 3m, 3m······


그리고 다시 줄어들었다.


3m, 2m, 1m.


그리고 다시 네발로 전진했다.


0.5m, 0.4m, 0.3m.


콰드-득-


“으아아앙!!!”


마지막 힘을 쥐어짜, 아이가 뿌리를 박찼다.


1m, 2m, 3m, 3m.


하지만 채 2초도 안 되어 아이의 운용시간이 완전히 소진돼 버리고 말았다.

아이는 엄마를 부르며 달리기 시작했다.


2m, 1m, 0.5m.


아이가 딛는 뿌리는 거칠게 출렁였고, 육지에서 뽑혀져 나온 뿌리들은 하나, 둘 아이의 뒤를 쫓기 시작했다.


······0.3m, 0.3m, 0.2m.


필사적으로 나아가던 아이가 움직임을 멈추고 고개를 들어 전방을 주시했다.


“···”


더는 전진이 불가능해 보였다.

‘길’을 형성하고 있던 뿌리들은 가닥가닥 분리되어 길이라 부르기 어렵게 됐고, 무엇보다 뿌리의 거친 움직임 때문에 전진은커녕 떨어지지 않게 사력을 다해 뿌리를 부여잡고 있어야만 했다.

고지가 6m 앞, 바로 눈앞에 존재했지만 아이는 실패를 직감했다.


“엄마!! 미안!!”


아이는 맹목적으로 6m 앞 육지를 향해 몸을 날렸다.


부-웅!


아이의 등 뒤로 쇄도하고 있던 두 가닥의 뿌리가, 아이가 몸을 날림에 따라 아이의 몸을 놓치고 좌우로 스쳐 지나갔다.


“으아아앙!!”


그러나 무방비로 허공에 노출되었던 아이의 몸은 이어 도달한 또 다른 뿌리에 붙잡혀 결국 수면 위로 내동댕이쳐지고 말았다.



**



홀딱 젖어서 해자에서 기어 나온 아이들을 향해 그 가족으로 추정되는 이들이 달려간다.

가족들은 준비한 수건이나 외투로 아이들의 몸을 닦고 체온을 보호해 준다.

그리고 울고 있던 아이들을 달랜다.

울고 있던 아이들은 가족들의 위로에 울음을 멈추고 가족들을 따라 인파 속으로 사라진다.

5번 참가자 이후, 진방(震方)에 위치한 시험의 길에서 계속해 반복되는 현상이었다.


‘거참.’


또다시 기어 나오는 아이를 보며 시아롱은 생각했다.

왜 그걸 참지 못하지?

아무리 어리다지만, 누누이 충고받은 부분인데.

5번 참가자 이후 떨어지는 아이들의 공통점은 하나였다.

뿌리가 육지에서 뽑히는 소리에 놀라 고개를 돌린다. 그리고 그 모습에 바로 힘을 격발시킨다.

잠시를 인내하지 못하고 실수를 반복하는 아이들을 보자니 속이 터졌다. 그 잠시만 참으면, 최소 10년 동안은 온 가족이 리자레 걱정 없이 살 수 있는데.


“20번.”

“네!”


진인의 호명에 시아롱이 힘차게 대답했다.


“준비하세요.”

“근력계, 20번! 준비했습니다!”


이어, 신호에 맞추어 힘차게 출발했다.

그리고 알았다.

자신이 보통 아이들보다 더 겁이 많다는 것을.

하지만 다행히 시아롱 자신은 다계열 각성자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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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4화. 시험의 길 (4) +2 19.05.04 76 1 9쪽
4 3화. 시험의 길 (3) +1 19.05.04 87 1 8쪽
» 2화. 시험의 길 (2) +1 19.05.04 101 1 10쪽
2 1화. 시험의 길 (1) +1 19.05.04 209 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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