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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12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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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 (2)

DUMMY

이찬은 당혹스러웠다.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어찌 됐든 자신이 데려온 아윤이 이곳에 오자마자 납치 당했다.

이 순간 이찬의 머릿속은 혼돈 그 자체였다.


누가, 왜, 어떻게.


혼돈으로 가득 찬 머리를 정리해 보려 했지만, 그 조차 헛된 노력이라는 듯 머릿속은 쉽게 정리되지 않았다.


그때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지금 오고 있는 자가 아윤을 납치해간 범인인줄로 착각해 바람의 격을 발동해 인기척의 주인을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그 속에는 잠시 나마 불온한 마기가 깃들었다. 그 자는 가볍게 피하며 말했다.


[풍백?]


다짜고짜 풍백을 찾는 늙은 사내.


[풍백! 자네가 왜 여기에 있나? 내가 없는 사이 무슨 일이 있던 것인가? 아니 물어볼 것이 너무나 많네.]


그렇게 말하는 늙은 사내의 주변에 맑고 하얀 구름이 몰려들었다.

이찬은 끓어오르는 분노를 가라앉히고 무언가 떠올렸다.


구름과 늙은 신선.


이찬은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혹시 운사(雲師)?”


순간, 이찬의 몸에서 바람이 빠져나오며 하나의 인형(人形)을 만들어 냈다.


[나, 살아있네.]

[풍백! 역시 살아있었나!]


운사가 반가운 듯 풍백을 껴안으려 했으나 풍백은 안기지 않았다.

정확히는 안기지 못했다.

풍백도 팔을 벌려 안으려 했으나, 운사가 풍백을 통과해버린 것이다.


[뭐야? 왜 안기지 않는가?]

[역시 그런가?]

[무슨 일 있는가? 그리고 이 잘생기고 멋진 주민은 언제 구한건가?]


풍백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이 놈은 내 주민이 아니다.]

[뭐? 그럼 이자는-]

[내가 이 놈의 주민이다.]


운사는 눈알이 튀어나올 듯 놀랐다. 그러나 놀란 것은 운사만이 아니었다.


“예?”


이찬 또한 놀란 것은 매 한 가지였다.

자신이 쓰고 있는 격의 주인이 며칠 만에 자신의 몸에서 형체화 되어 나타나자마자 하는 말이 신이 자신에게 묶여있다는 이야기라니. 말도 안되는 일임이 분명했다.


[아니 잠깐, 그게 문제가 아닐세. 지금 올림포스 놈들이 이곳에 전쟁을 선포 했단 말이야.]

[알고있네.]

[그리고 키트리노스랑 또 포세이ㄷ-]

[또한 알고있네.]

[그럼 왜 싸우지 않았는가?]


운사가 풍백에게 서운한 투로 이야기 했다. 그러자 풍백도 운사에게 진심으로 답했다.


[싸웠네. 전력으로.]


운사는 그제서야 깨달았다.

참으로 둔한 양반이 아닐 수 없었다. 우수에 찬 운사의 눈빛은 한없이 비탄해 보였다.


[그런가·····그랬던 건가.]


이찬이 끼어들어 말했다.


“저······신 님들? 여기가 <태극>이라고요? 근데 왜 하늘에 드래곤이 떠있는 거죠? <올림포스>에 유명한 드래곤이 있던가요?”


그랬다. 저 창공에 떠있는 드래곤은 설명 할 수 없었다.

그것도 <태극>에 드래곤이라니.

이찬의 질문에 운사가 웃음을 터뜨렸다.


[아하하, 저것이 드래곤으로 보이는가? 내가 잘 만들긴 했나 보군.]


드래곤치고는 매우 정적인 분위기. 드래곤은커녕 쥐 한 마리의 격조차 느껴지지 않았던 것이다.

그렇게 말한 운사는 하늘로 손짓하더니 드래곤을 분자 단위로 쪼개어 자신의 손에 쥐었다.


[이것은 구름일세. 올림포스 놈들의 진군이 조금이라도 늦춰지게 하기위한 거대한 수작이지.]


쿠과가가가각!

다그닥다그닥.


용 형상의 구름을 회수하자 거짓말같이 말발굽 소리와 함께 뒤에서 많은 군대가 몰려왔다.


[<태극> 놈들을 멸하라!]


<올림포스> 전쟁의 신이자 12주신 중에서도 강한 격을 소유하고 있는 신 아레스의 주민인 폴리모스였다.


[이런! 빌어먹을 폴리모스다! 피해!]


구름을 생성해 이찬을 태운 운사는 빠른 속도로 멀어져갔다.

그러나 이찬은 운사의 손을 뿌리치고 구름에서 내렸다.

풍백이 말했다.


[뭣 하는 건가? 지금 내 격으로 저 군대를 멈춰 세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 것인가? 조금 강한 격을 얻었다고 더 강한 격을 막을 수는 없다!]


그러나 이찬은 들은 체도 않고 손 끝에 격을 집중했다. 그러고는 책상에 떨어진 하나의 물방울을 닦아내는 듯 가볍게 손을 움직였다.

그러자 금방이라도 이찬을 죽일 듯이 달려오던 군대가 일순간에 반대 방향으로 날아갔다.

거대한 군대의 진군을 멈추는 바람의 격.


[어떻게········?]


급히 도망치던 운사가 구름을 멈춰 세워 다시 이찬에게로 돌아왔다.


[어찌 된 건가. 누가 한 것이지? 풍백 당신인가?]


그러나 운사는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방금 그 바람은 풍백이 일으킨 것이 아니라고.


[허, 괴물 같은 자의 주민이 되었군.]


그러나 군사는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폴리모스가 형태를 드러냈다.

머리엔 닭의 깃 형태로 되어있는 투구. 정말 아레스를 똑 닮은 모습이었다. 양손엔 각각 날카로운 창과 무엇이든 막아낼 것 같은 방패가 쥐어져 있었다.


[용케도 내 정예 군대를 막아냈구나. 그러나 두 번은 없다.]


폴리모스는 아까보다 세 배는 큰 군사의 파도를 소환했고, 그 파도를 타고 오는 말들과 말을 타고 오는 기병대가 보였다.

이찬 또한 당황을 금치 못했다. 어쩔 수 없이 다시 바람의 격을 발현 하려는 순간.

이찬의 앞으로 낯선 남자가 나타나더니 하늘에서 무언가를 끌어 내리는 시늉을 했다.


그러자 운사가 생성한 구름에서 강수가 내리기 시작하며 순식간에 대군의 행동이 급속도로 늦어졌다.


풍백과 운사가 동시에 외쳤다.


[우사!]

[우사.]


그러자 우사가 답했다.


[반가워! 다들 간만이야. 살아있었구나! 바람이 뒤에 있는 사람은 누구·······?]


훤칠한 남자의 정체는 <태극>의 세 농업의 신이자 천급신 중 하나, 우사였다.

비를 내리며 농작에 도움을 주는 신. 지금으로 써는 든든한 아군이었다.


[내 새로운 주인이올시다.]


어쩐지 풍백은 위풍당당하게 말했다.


[뭐? 주인? 무슨-]

[지금은 집중할 때다.]

[드디어 세 농업 신이 모였는가·······!]

[그래 저 빡빡한 놈들한테 한 방 먹여주자!]


우사, 운사, 풍백이 한 번에 자신들의 모든 격을 일갈하며 터뜨렸다.

그들을 돕기 위해 이찬도 격을 발현하려 했으나 풍백이 이찬을 말렸다.


[이 일은 우리가 하지.]


이찬의 귀에는 어느 소설의 한 구절을 인용 한 것 같은 문장들이 들려왔다.


「구름의 신이 하늘에 커다랗고 검은 구름을 소환하자 태양이 자신의 빛마저 감추었다. 그 구름을 등에 얹은 비의 신이 손짓하자 막대한 양의 비가 내렸고, 이어 바람의 신이 세상의 모든 것을 삼킬 거대한 폭풍을 만들어 냈다. 그 고귀함은 그 어떤 신이 와도 막을 수 없음을 의미하리라.」


자신의 격으로 사라지지 않는 폭풍을 보며 아레스는 역력한 기색을 감출 수 없었다.


[아무리 내 힘이 약해졌다고 해도········!]


신계에는 자신보다 격이 낮은 행성에서 전투하면 발휘할 수 있는 격의 크기가 행성이 가진 최대의 크기만큼 작아진다.

그리고 이곳은 <태극>중에서도 최약소성에 속하는 동자신의 행성이었다.

그런 점을 따져도 천신 셋이서 저 <올림포스>의 주신급 신을 압도했다.

그 대답은 이찬이 보고있는 시스템 로그에 있었다.


[현재 세 농업 신이 「풍요기원」을 발동 중입니다]


시스템.


아무래도 그 한 구절이 시스템의 힘인 듯싶었다.

제 2세계의 격이 세 농업 신에게 깃들었다.

「풍요기원」은 <태극>의 세 농업 신이 모였을 때 발동되는 고유격이다.

세 신의 상상력을 비약적으로 상승시켜 격을 더 강하게 사용할 수 있는 격.

농업신들은 그 힘으로 <올림포스> 12주신 중 하나인 아레스를 압도하고 있는 것이었다.

아레스는 계속 저항했지만 이내 빈사 상태에 이르렀다.

그때, 누군가 웅장한 격을 내뿜으며 등장했다.


[멈춰라.]


포세이돈의 주민 키마였다.


[폴리모스, 당신도 이제 한 물 갔나 보네요. 겨우 쓰레기 셋에 쩔쩔매는 수준이라니.]


폴리모스가 역력한 기세로 답했다.


[헛소리 마라, 아직 하데스 놈 만나려면 멀었다.]

[죽어가니까 눈에 뵈는게 없나?]


하늘에서는 불꽃을 두른 마차가 운사의 구름을 찢고 나타났다. 가려졌던 태양이 드러남과 동시에 이찬은 마차에 탄 그가 누군지 바로 알아챘다.


“아폴론.”


그 뒤를 따라온 것은 자그마한 날개가 달려있는 신발을 신고 긴 생머리를 휘날리는 헤르메스의 주민 포니리아였다.

그들의 중앙에 번쩍하고 번개가 치며 온몸에 전격을 두른 키트리노스가 나타났다.


[다시 만났구나 아이야. 내 제안을 거절한 대가는 톡톡히 치르게 될 것이다.]


이찬의 앞에 있던 운사가 말했다.


[맙소사, 정말 우리 세계를 멸망시킬 작정인가.]


절망감에 휩싸인 세 신은 전투 의지를 완전히 잃은 듯 보였다.

아무리 격이 제한되어있다 한들, 저 괴물들을 상대로 대항할 엄두 조차 내지 못한 것 이었다.

이찬 또한 마찬가지였다. 넘치는 격에 전투는 물론 도망칠 의욕조차 잃고 말았다.


두근두근


이찬의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그는 절망에 휩싸여 심장이 빠르게 뛴다는 것조차 인지하지 못했다.


두근두근두근두근두근두근두근두근두근두근두근두근


그러나 심장은 이찬이 알아채 주길 바라는 듯 더 빨리 뛰었다. 이찬의 심장을 이리도 빠르게 뛰게 만든 것은 긴장감이 아니었다.

이찬의 내면에서 무언가가 깨어나고 있었다. 그것은 분노도, 긴장도, 허탈감도 아니었다. 인간의 감정 따위로 표현 할 수 없는 끓어오름.

그 끓어오름은 마침내 이찬의 마음속에서 솟구치기 시작했다.


콰아아앙!!!!


이찬의 등 뒤에서 요란한 소리가 나며 무언가 용오름 친 것은 그때였다.


저 하늘의 신 조차 오시 할 수 없는, 오히려 신들을 오시하는 청록색의 눈동자, 세상을 덮는 하얀 비늘, 고귀한 수염과 턱에 달린 여의주까지.

이찬은 일주일 전 읽었던 책의 한 구절을 떠올렸다


「네 사방신과 함께 방위를 수호하는 오룡(五龍).」

「그 기백은 그 어떤 신들도 홀로 대할 수 없도록 만든다.」

「전력을 다하면 한 성단 정도는 단신으로 멸망시키는 무위.」


그런 백룡이 하늘로 솟구쳐 올랐다.


“으아아아악!!!”


<올림포스>의 군사들이 비명횡사했다.

낮게는 지신부터, 높게는 주신까지의 주민들. 심지어는 그들의 신마저 얼어붙었다. 존재의 내면에 깊이 자리 잡은 원초적인 공포.


[ㅇ···용······!!]


아레스의 주민 피오게스가 절명했다.


「용은 존재만으로 세상을 압도한다.」


용의 울음소리 한 번에 폴리모스의 군사 삼 분의 일이 흔적도 없이 소멸했다.

키트리노스와 키마가 가까스로 정신을 차려 모든 격을 퍼부었지만, 그것은 그저 용의 행동을 부추길 뿐 이었다.

용의 꼬리짓 한 번에 키마와 키트리노스가 넝마가 되었다.

정신을 차린 포니리아가 부리나케 포탈을 열어 신들을 데리고 도망쳤다.


사건이 마무리된 후, 백룡의 형체가 사라지기 시작했다. 용은 마지막으로 이찬에게 속삭였다.


[두 번의 호의는 없다. 나를 이용하고 싶다면, 자격을 증명해라.]


용은 하나의 흔적을 남긴 채 사라져버렸다.


용의 비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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