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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로 님의 서재입니다.

귀환한 고인물이 특전을 독식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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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로
작품등록일 :
2024.08.17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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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3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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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쪽

뜻 밖의 행운 (3)

DUMMY

 하루가 더 지난 뒤.


 “사수 씨, 이쪽···.”


 “아잇, 말 놓으시라니까유.”


 이젠 정말 완전히 쌩쌩해진 사수 씨와 만나 함께 갈 곳이 있다고 전했다.

 목적지를 향해 갈수록 점점 소란스러워지는 것이 보인다.


 개척자들과 주민들이 한데 얽혀 물건을 사고파는 장소.

 이곳은 바로 시장의 중심이자, 거래 기술을 배우려고 하는 개척자들이 모이는 교육소였다.


 섬을 떠날 준비를 하는 이 시기에 갑자기 거래 기술을 익히려는 것은 당연히 아니고.


 “성도혁입니다.”


 “성···. 어머. 전용 창고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이쪽으로 오시죠.”


 이곳에 온 목적은 식료품을 구매하기 위해서였다.

 그것도 아주 대량으로 말이다.


 “신기하네유. 교육만 하는 게 아니라니.”


 “일종의 협동조합 같은 겁니···. 같은 거야.”


 고기나 채소 같은 식료품들을 대량으로 싸게 구하려면 시장이 아니라 직접 여기서 협상하는 게 나았다.

 어제 감옥 작업을 끝낸 뒤 미리 문의를 해두었고, 40만 크레딧이라는 엄청난 양의 식료품을 구매하려고 해서인지 높으신 분이 직접 거래를 진행했다.


 물론 그 높으신 분이란 바로, 지금 창고 앞에서 만족스러운 얼굴로 안경을 쓱쓱 닦고 있는 저 사람.

 ‘대현의 전당’에서 나와 100만 크레딧 지급을 놓고 끝까지 반대하던 그 거래 교육소장이었다.


 “역시, 형님···!”


 사수 씨는 교육소장과 직접 거래를 진행하는 부분에 대해 감탄한 표정을 보내고 있다.

 좀 부담스럽다.


 그의 안내에 따라 커다란 실내 창고로 들어가니, 그 내부는 냉동실처럼 추웠다.

 육류와 해산물, 각종 채소와 잘 빻아진 곡물들까지.

 종류를 가리지 않고 커다란 포대에 포장되어 어마어마하게 쌓여있는 모습이다.


 “물건 확인을 하시지요.”


 “괜찮습니다.”


 의외라는 듯한 표정을 짓는 교육소장.

 물론 그를 신뢰하는 것은 아니고, 이미 알티를 통해 수량을 확인했을 뿐이다.


 [ 아이템화 검사 완료. ]

 [ 주문하신 수량과 완전히 일치합니다. ]

 [ 품질도 모두 정상입니다. ]


 “그럼.”


 미리 이야기 해둔 대로 교육소장은 창고에서 빠져나간다.

 짐꾼은 필요 없고, 전부 알아서 들고 가겠다고 해놨으니.


 “자, 사수 씨. 이걸 이제···.”


 눈을 부릅뜨고 나를 바라본다.


 “···사수야. 이것 좀 옮겨주련?”


 “예, 형님!”


 이제는 어떻게든 말을 놓게 하려고 노려보기까지 하다니.

 아무래도 외견상으론 나이 차이가 크다 보니 입에 잘 안붙지만, 익숙해져야겠지.


 아무튼 그렇게 사수가 번쩍하고 상자 두 개를 짊어진다.


 “어디로 갈까유, 말만 하십쇼!”


 “가는 건 아니고.”


 소장에게 내가 나갈 때까진 아무도 들여보내지 말라고 미리 말은 해뒀다.


 자.


 나는 주머니에서 열쇠를 꺼냈다.


 철컥.


 쿠궁!


 허공에서 소리가 나며, 반투명한 형상이 눈앞에 그려진다.

 평소의 작은 문이 아니라 양쪽으로 개폐가 가능한 커다랗고 하얀 문.

 그걸 바라보는 사수의 눈은 당연히 휘둥그레졌다.


 “어, 어어?!”


 “이쪽으로.”


 “혀, 형님!”


 이곳에 들어온 사수는 여전히 믿지 못하겠다는 듯 입을 떡 벌린 채 주변을 둘러보고만 있었다.


 “내 개인용 섬이야. 집 옆에 창고 보이지? 문 열면 계단이니까 넘어지지 않게 조심하고, 그 안쪽에 싹 다 내려두면 돼.”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는 사수를 뒤로하고, 먼저 창고 아래에 식료품을 갖다 둔다.

 이미 바닥에는 서늘석이 꽤 깔려있었는데, 감옥 안에 쌓아둔 것을 내가 옮겨둔 것이었다.


 ‘꽤 묵직하더니 생각보다 양이 많네.’


 [ 하루만에 둘이서 20kg 넘게 캔 것 같습니다. 여전히 채굴은 진행 중입니다. ]


 ‘···미쳤는데?’


 알티가 예상했던 채굴량의 4배를 캤다는 말.

 창고 전체의 온도를 영하까지 떨어뜨리려면 2~3일은 더 있어야지 않겠나 싶었는데,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와···.”


 그 사이, 어느새 창고에 들어온 사수는 여전히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앞으로도 계속 쓸 수 있으니까, 사수 씨···아니, 사수 너도 여기에 넣고 다닐 게 있으면 둬도 돼.”


 “형···님, 이거 어디서든 열 수 있는거에유?”


 “아니, 도시나 마을에서만. 그러니까 보관해 둘 물건은 잘 구분해야 해.”


 “와···.”


 대답 대신 고개만 끄덕이는 사수.

 놀랍긴 하나보다.

 이런 건 듣도보도 못했을 테니.


 짐을 놓고 올라온 뒤에는 집 내부의 안내도 했다.

 황량했던 집 내부는 이제 꽤나 사람 사는 곳처럼 보인다.


 부엌과 화장실, 그리고 내 개인용 방이 하나.

 음. 사수는 필요하다면 거실에서 재우면 되겠군.


 “이 책장의 책들은···.”


 “마법. 비싼 거니까 함부로 건드리진 말고.”


 거실에는 천장까지 닿는 커다란 책장이 있었는데, 엘레이나에게 전해 받은 서적으로 빽빽하게 메워진 상태였다.

 곧 섬을 떠난다고 하자 흔쾌히 모두 양도해 준 것이다.


 ‘3등급 마법서만 돼도 하나에 몇천만 원은 된다던데.’


 [ 파실 계획이십니까? ]


 ‘그랬다간 또 머리를 박제하려 들걸.’


 왠지 그날 이후로 나를 대하는 분위기가 한층 부드러워져 있긴 하지만, 마법사는 변덕스러운 존재.

 언제 돌변할지 모른다.


 “아. 혹시 이 문 열어져?”


 지하실 문을 가리키며 사수에게 열어보라고 시켰으나.


 철컥.


 “끄응, 안 열리네유.”


 “그렇지?”


 하우징에 대한 권한이 없기 때문에 문을 열 수도 없고, 열려있더라도 내부는 깜깜하게 암흑처럼 보일 것이다.

 창고 쪽 출입구도 마찬가지고.


 파티를 이루었다면 권한을 부여할 순 있지만, 굳이 그러진 않기로 했다.

 이사수의 성향으론 그놈들을 가둬두었다는 것을 꽤 꺼림칙하게 여길 것 같으니까.

 모르는 게 상책이지.


 그렇게 식료품을 옮기는 작업을 계속했다.

 처음에는 어안이 벙벙하던 사수도 계속 작업을 하다 보니 좀 익숙해졌는지 평소의 표정으로 돌아온 상태였다.


 아니, 자세히 보니 평소보단 좀 더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왜 저러지, 식료품이 좀 적나?’


 [ 지하의 인원까지 성인 남자 넷이라고 하더라도 반년 이상 먹을 수 있는 양입니다. ]


 사수가 식당에서 먹던 양을 떠올려 보면 좀 불만족스러울 수도 있을 것 같긴 한데.

 의문이 좀 들었지만 문제없이 작업이 끝나고, 그동안에도 계속 굳은 표정을 짓던 사수가 내게 다가왔다.


 “형님. 이건··· 이대로는 안돼유.”


 끄덕.


 “그래. 식료품을 더 사자. 포션 사려고 아껴둔 돈이지만, 필요하다면···.”


 “예? 아니, 밥 얘기가 아니에유.”


 고개를 휘휘 젓더니, 이내 결의가 다져진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금제를 겁시다.”



**



 “진짜 안 그래도 된다니까.”


 한참을.

 정말로 한참이나 실랑이를 벌였지만, 이사수의 고집을 꺾을 순 없었다.


 이사수의 말은 이랬다.


 내가 이계에 대해서 정말 많이 알아봤다.

 아공간 특성은 기껏해야 방 하나 정도의 크기를 가진다.

 이건 차원이 다르다.

 이런 섬을 소유할 수 있다는 말은 듣도보도 못했다.


 “이건 형님만이 가진 특별한 특성이유. 맞지유?”


 100레벨 이후에 수집품을 얻게 되면 열리는 시스템이지만, 그걸 설명하는 것이 더 난감하여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수는 말했다.

 그러니 금제를 걸자고.


 금제(禁制).

 이계에서는 널리 알려진 수단으로, 신성력을 통해 두 사람 간의 계약을 시스템에 묶는 것이다.

 강제력이 담기기 때문에 서로 신뢰할 수 없는 관계라면 흔히 제안하는 수단이기도 했다.

 내가 서태오 파티를 짐꾼으로 받아들이려고 했던 것도 이 금제를 염두에 두고 꺼낸 이야기였다.


 하지만 이사수는 서태오와 달랐다.

 충분히 믿을만한 사람이라고 판단했으니 하우징을 보여주는 것도 거리낌이 없었다.


 “세상에 실수하지 않을 사람은 없어유.”


 그는 술을 마시고 사람들과 놀고 떠드는 것을 정말로 좋아한다고 한다.

 흥에 겨워 저도 모르게 이걸 발설할지도 모른다고.


 “그리고 그것 때문에 형님의 신뢰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이, 나는 너무 두렵슈.”


 그렇게까지 말하는데 어떻게 그를 말리겠는가.


 우리는 금제를 엮기 위해 신성력 교육소, ‘성광의 제단’에 도착했고.


 ―개척자 이사수는 개척자 성도혁의 ‘하우징’과 관련된 모든 정보를 허가없이 절대로 발설하지 않는다.

 ―이는 본의 아니게 정보를 전달하는 경우 또한 포함한다.


 상호 간 지킬 조약이 있는 계약이 아닌, 일방적으로 한쪽에만 가해지는 금제가 완성되었다.

 심지어.


 “3단계.”


 “뭐? 아니, 잠깐···.”


 강제력은 총 3단계로 구분되는데, 내가 걸려고 한 것은 1단계였다.

 어겨봐야 약간의 고통과 함께 서로 금제가 깨졌음을 알게 되는 단계.


 그런데 사수가 멋대로 그것까지 3단계로 올려버린 것.


 3단계의 금제는 자의로 깨는 것이 불가능한 수준이며, 타의에 의해 깨진다고 하여도 목숨이 위험할 정도로 강한 페널티가 걸린 단계다.


 순간 그걸 멋대로 걸어버린 사수에게 화가 날 정도였다.

 이계에서 살아남는 게 목표라는 사람이, 어떻게 자기 목숨이 걸릴지도 모르는 금제를 거냐고.

 하지만 사수의 대답은.


 “어차피 형님 아니면 죽었을 목숨이유.”


 하며 씨익 웃는 모습에 나는 조용히 말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


 이런 사람이 진짜 있긴 하구나.

 신의를 위해서라면 목숨도 걸 사람.


 그 마음에 무언가 보답하지 않고서는 가만히 있기 힘들었다.

 나는 곧바로 이사수를 데리고 이동했다.


 그렇게 도착한 곳은 다름 아닌 도시의 무기고.


 “음. 간만이군.”


 “숏소드 잘 쓰고 있습니다. 교관님. 진짜 좋더라고요.”


 참 우연히도 오늘 무기고 관리를 담당하시는 분은 빅터 교관님이었다.

 번거롭게 찾으러 갈 필요 없이 계시다니.


 그는 꽤나 만족스러운 기색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의 애병을 칭찬하는데 어찌 기쁘지 않으랴.


 “그래서. 무기고에 왔다는 건···.”


 “최종시험 우수 합격자 보상을 받으러 왔습니다.”


 교관님께 최종 시험의 증표를 내밀었다.

 그 위에는 붉은색 마력의 흔적이 사라지지 않고 남아있었는데, 이는 3시간 안에 시험을 통과했다는 증표였다.

 이걸 제시하게 되면 무기고에서 하나의 장비를 선택할 수 있었다.


 교관님이 문을 열자, 내부에 진열된 수많은 장비가 눈에 들어왔다.

 무기뿐만 아니라 갑옷, 방패, 그리고 꽤 품질이 좋아 보이는 잡다한 도구들까지.


 터벅터벅.


 나는 주저 없이 무기 진열대로 걸어가, 망치를 쥐었다.

 사수는 검이 손에 맞지 않다며 이런 둔기류를 사용하고 있었다.

 쓰기 쉬운 것도 있고 검보다는 손질할 수고로움도 적으니 사수다운 선택이다.


 “오호. 둔기류에도 조예가 있나 보군.”


 내 뒤에서 말을 하는 빅터 교관님을 뒤로하고.

 더 안쪽으로 걸어가 갑옷이 진열된 곳을 보기 시작했다.


 “···?”


 교관님이 이상한 듯 고개를 갸웃거리지만 일단 무시.

 중요 부위가 철판으로 가공된 강화 가죽 갑옷.

 검은 빛나는 가죽이 빈틈없이 이어져 있고, 곳곳에 은은하게 빛나는 금속 장식이 매우 견고해 보였다.


 이걸로 낙찰.


 두 개의 장비를 손에 쥐곤 방패가 있는 구역으로 이동하는 나를 교관님이 막아섰다.


 “잠깐. 우수 합격자에게 허락되는 장비는 한 개다.”


 “예. 우수 통과자 보상 하나랑.”


 나는 씨익 웃으며 엄지를 접고 네 손가락을 쭉 펴 보였다.


 “교관님이 주기로 하신 3개의 장비까지. 맞지 않습니까?”


 “뭐? ···무슨, 기다려보게. 그건 내 무기로 대신···.”


 “그게 말입니다, 교관님.”


 일부러 턱을 과장되게 쓰다듬었다.

 눈앞에 떠오른 정보창에는 대화 로그가 기록되어 있다.

 교관님과 대련하기 직전, 나와 나눈 대화를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읽어 내려간다. 


 -어차피 시험 보면 얻을 텐데.

 -3개.

 -거기 장비들 수준이 사실 좀.

 -내가 젊은 시절에 쓰던 무기 중 하나를 고르게 해주지.


 “‘그 대신’ 같은 말은 안 하셨던 것 같은데요.”


 와.

 대련 중도 아닌데 저렇게 표정이 변하기도 하는구나.

 빅터 교관님은 소문보다 훨씬 다채로운 표정들을 가지고 계셨네.


 “이 지독함이 그 환상을 만들기라도···.”


 사실 그냥 넘어가려고 했었는데, 사수에게 꼭 추가 장비라도 전해주고 싶은 바람에.


 “캬, 역시 형님···!”


 그리고 그 장면을 사수가 바라보며 감탄을 금치 못한다.


 그렇게.

 전투 망치, 강화 가죽 갑옷, 강철 방패, 그리고 다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해체용 손도끼까지 총 4개의 장비를 받아낸 뒤 사수에게 전해줄 수 있었다.



**



 하루를 통째로 써 출발 준비를 끝냈다.

 나머지 크레딧은 물약을 비롯해, 야영에 필요한 장비와 생활 비품들을 사는 데 사용했다.

 어떤 섬에 가더라도 부족한 것이 없도록.


 그러고도 남은 크레딧으로는 사수와 지호를 불러 같이 술판을 벌였다.

 룸메이트인 지호는 내가 먼저 떠나는 것을 무척 아쉬워했다.

 인연이 있으면 언젠가는 만나겠지.


 그렇게 다음날.

 사수와 나는 다음 섬으로 출발하기 위한 시설에 도착해있었다.


 도시의 외곽 한적한 곳에 세워져 있는 적당한 크기의 첨탑.

 벽에는 수많은 문자가 새겨져 있고, 탑의 끝부분은 마치 뭉개진 프리즘 너머로 보는 것처럼 흐릿하게 그 끝이 여러 개로 나뉘어 있다.


 “여기가 차원 첨탑···. 어우, 형님. 좀 겁나는디유.”


 “공간 이동은 앞으로도 자주 볼텐데. 익숙해져야할거야.”


 섬과 섬 사이를 이동하는 가장 흔한 수단은 비공정.

 마법 공학의 힘으로 날아다니는 배를 말한다.

 아니면 공간 이동 포드를 타기도 하고, 천왕종이라고 부르는 하늘의 거대 생물들을 타는 경우도 있고.


 “아니, 그게 무섭다기보다는 목적지를 모른다는게 좀 그래유.”


 “그건 그렇긴 하지.”


 그의 말대로 이곳은 도착지를 알 수 없고, 무작위로 선별하여 전송한다.

 오로지 신예의 둥지에만 있는 이동 방식이다.


 비공정을 사용하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여긴 수천개의 차원이 중첩된 곳이니까.


 만약 비공정을 통해 결계를 빠져나간다 치자.

 그럼 그 순간, 같은 시각 같은 항로로 출항한 비공정과 겹쳐버릴 가능성이 무척 높다.


 끔찍한 일이 벌어지겠지.

 그런 사태를 막기위해 이곳에선 무작위 전송 시설을 이용하는 것이다.


 “증표 받았습니다. 문 닫으시고 소지품은 다 몸에 착용해주세요.”


 시험의 증표를 교환해서 받은 첨탑 이용권을 제시하자, 안에 있던 안내원이 첨탑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그러는 동안 잠시 내 옷깃에 붙은 배지를 바라보았다.


 푸른 열매의 가시나무 덤불, 흰 뱀 두 마리.

 엘레이나가 전해준 배지였는데, 이전에 받은 것과 차이점이 있다면 여기에는 무엇인지 파악할 수 없는 강력한 마법이 걸려있다는 것이다.


 -스파이럴 아르카디움으로 와.


 그곳에 도착한다면, 이 배지가 자기가 있는 곳으로 인도할 거라고 했다.


 “형님, 저흰 어떤 섬으로 가게 될까유?”


 “나도 모르지. 그래도 뭐, 기껏해봐야 4에서 5레벨 정도겠지.”


 무작위라고 해서 정말 아무 섬이나 보내는 것은 아니고, 파티의 평균을 보고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섬으로 보내준다.


 인터넷에서 찾아봤을 때는, 미국에서 큰 돈을 들여 평균 20레벨의 파티를 꾸렸을 때에도 권장 레벨 8 정도의 섬에 도착했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내 레벨이 좀 높다고 해도 기껏 해봐야 권장 레벨 5나 6 정도의 섬에 도착하겠지.


 ‘도착하면, 일단 정수가 있는지부터 확인한다.’


 과거와는 달리 1계층의 섬에서도 정수가 발견됐다.

 이후의 섬에서도 충분히 정수가 있을 수 있다는 말이다.

 확인해 보려면 직접 찾아내는 수밖에 없다.


 ‘정수가 있다면 수집하면서, 최대한 빨리 2계층에 도달한다.’


 어차피 낮은 계층의 섬들은 대부분 클리어가 되어있는 ‘개방’ 상태일 것이다.

 정수를 찾고 곧바로 이동하며 경험치를 파밍하기 좋은 섬을 찾은 뒤, 레벨을 올려 2계층으로 올라가는 것.

 그게 지금의 계획이었다.


 2계층부터는 현대를 오가는 개척자들을 만날 수 있을테니 누님과 동생에 대한 정보를 수집할 것이고.


 “형님. 가나봐유.”


 곧 우리는 빛에 휩싸였고, 몸에 빨려 나가는 듯한 감각과 함께 어디론가 이동했다.


 풍경이 뒤바뀐다.

 섬 전체를 뒤덮은 황폐한 분위기가 먼저 한눈에 들어왔다.


 “오, 오오! 오···.”


 처음엔 신기한 듯 소리를 지르던 사수도 분위기가 스산한 탓인지 목소리를 낮춘다.


 숲은 생명력을 잃은 것처럼, 나뭇잎들이 갈색과 회색으로 바스러져 휘날리는 게 보인다.

 특이한 점이 있다면 숲이 마치 기계과 자연이 뒤섞인 것처럼 금속제 파이프나 톱니바퀴, 녹슨 쇳조각들이 나무 곳곳에 박혀있었다는 점.


 땅 곳곳에 기계의 잔해가 흩어져있고, 시야 멀리에 작은 몬스터들이 뛰노는 게 보이지만 그것들 또한 몸의 일부가 기괴하게 기계화 되어있었다.

 끼긱거리는 기계 소음이 섬 전체에서 울려 퍼지는 듯했다.


 “어우, 처음부터 좀 음산하네유.”


 “···.”


 이사수가 너스레를 떨었지만, 나는 거기에 대답하지 못했다.

 내 온 신경은 알티가 띄워준 메시지에 가 있었으므로.


 [ 이 섬의 이름은 벨키르 입니다. ]


 최대한 빨리 2계층에 도달해야 한다고 생각하긴 했다.


 하지만.


 [ 시스템에 따르면 현재 이 섬의 적정 레벨은 31인 것으로 파악됩니다. ]


 신예의 둥지를 벗어나자마자 2계층, 그것도 레벨로 따졌을 때 그 중턱에 올 거라곤.


 바람이 이런 식으로 이루어지리라곤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작가의말

───────

 이름 : 성도혁

 레벨 : 18(18)

 직업 : 신규 개척자

 상태 :

 (-) 영구 근손상, 과도 자극 후유증, 신경 손상, 신경 쇠약

 <기본 능력치>

근력 : 23(-2) / 75

내구 : 23(-2) / 79

민첩 : 36(-7) / 127

지능 : 10 / 26

 <전문화 능력치>

회로 마력 : 19

<특성(2)>

 -단련의 소산(D)(성장형) : 근력 내구 민첩 +5, 단련 속도 30% 증가, 다른 훈련 특성과 중첩 가능, 훈련 시 체력 소모 매우 빠르게 회복, 모든 연공법 효율 10% 증가.

 -에테리움 서지(C) [ 숙련도 3등급 ] : 회로 특화형 기초 마력 연공법. 회로 안정성 25%, 신체 마력 흐름 저항 감소 95%, 장시간 연공시 최대 마력 증가, 12등급 달성 시 상승 연공법으로 승격 가능.

<업적(0)>

───────

<수집>

발칸델 큐브 : 모든 숙련도 획득량 50%

 -최초 보상 : 전문화 능력치 자연 개방 가능

신예의 수정나무 : 체력 재생 속도 20%

 -활성 보너스 : 수집 효과가 전투 중에도 지속

 -최초 보상 : 자연 친화력 +7.7%


───────


신예의 둥지를 떠나는 성도혁의 상태창 및 수집 현황 입니다.

하우징 현황은 제외했습니다.

두 일꾼 이름을 수집품처럼 적으려니 좀 이상하기도 하고...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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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뜻 밖의 행운 (3) +2 24.09.13 929 34 18쪽
26 뜻 밖의 행운 (2) +4 24.09.12 1,048 37 18쪽
25 뜻 밖의 행운 (1) +2 24.09.11 1,103 39 18쪽
24 경계를 넘는 자 (4) +1 24.09.10 1,150 43 18쪽
23 경계를 넘는 자 (3) 24.09.09 1,164 38 20쪽
22 경계를 넘는 자 (2) 24.09.08 1,271 44 19쪽
21 경계를 넘는 자 (1) +1 24.09.07 1,342 46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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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진짜 재능이란 (2) +2 24.09.03 1,410 45 20쪽
16 진짜 재능이란 (1) 24.09.02 1,445 46 20쪽
15 돌풍을 몰고 오는 (4) 24.08.31 1,435 44 18쪽
14 돌풍을 몰고 오는 (3) 24.08.30 1,476 43 18쪽
13 돌풍을 몰고 오는 (2) 24.08.29 1,585 44 18쪽
12 돌풍을 몰고 오는 (1) 24.08.28 1,665 44 19쪽
11 최초의 특전 (3) +1 24.08.27 1,743 50 20쪽
10 최초의 특전 (2) +1 24.08.26 1,820 49 20쪽
9 최초의 특전 (1) +1 24.08.25 1,868 48 16쪽
8 튜토리얼? 일단 버그부터 써보자고 (3) +2 24.08.24 1,863 53 18쪽
7 튜토리얼? 일단 버그부터 써보자고 (2) +3 24.08.23 1,901 51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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