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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영수 님의 서재입니다.

돌아온 사이코패스는 눈물을 흘린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공모전참가작

기영수
작품등록일 :
2024.05.08 14:22
최근연재일 :
2024.05.13 12:20
연재수 :
12 회
조회수 :
326
추천수 :
2
글자수 :
68,592

작성
24.05.10 12:20
조회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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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신은 우리편이 아니었다(1)

DUMMY

멸망의 탑, 상위 고층 어딘가.

큰 스크린에 6개의 화면이 띄어지며,

탑의 주인들인 마왕들의 그림자가 비친다.


“9명의 선별 인원 중 하나인가?”

[그것도 아닌 게, 전부 알리바이가 명확합니다.]

“그러면 새로운 인류라는 말인가?”


까랑까랑 한, 탑 관리자의 음성과 달리, 마왕의 음성은 깊고, 어둡고, 우둔한 울림이 내포되어있었다.


권위와 불길한 에너지도 담겨있는 느낌이며, 음성만으로 두려움과 경외심이 느껴지는 목소리였다.


[그 미친 또라이같은 녀석이 지붕 뚫고 단숨에 탑을 올라서려고도 했습니다.]

“그 자가 미스트를 어떻게 죽였는지는 모르고?”

[하필, 미스트님의 안개가 적외선 영상도 가릴 만큼 독한 안개라서, 어떤 능력을 쓰는 자인지는 불분명합니다.]


하지만 그런 마왕들도 오늘만큼은 난색을 보였다.

갑자기 이루어진 회의.

회의에선 초인 미스트의 죽음을 다루었다.


“선별 인원이 아닌 인간이 초인을 죽였다나···.”


마왕들은 심각한 문제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 3개월만 버티면 되는데,

3개월만 버티면···.


탑의 마물 중, 사천신왕과 초인들 빼고는 아직 탑 밖으로 나갈 수 있는 존재는 없었다.


멸망의 탑에도 규율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탑의 주인인 마왕은 개기일식이 발현됐을 때, 자유의 몸으로 변형된다는 규율.


선대 때부터 지켜왔던 규율이었기에, 후대 마왕들은 지구를 정복했음에도 아직 멸망의 탑 바깥도 구경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3개월 뒤에, 거국적인 개기일식이 발현된다.


이제야 자유의 몸을 얻을 수 있는 것인데,

갑자기 초인을 죽인 인류의 탄생이라니!


[사천신왕과 초인들에게 도움을 요청할까요?]

“훗, 그놈들이 우리의 요청을 들어주긴 하겠나? 그나마 피로스 녀석 정도만 움직일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대응할까요?]

“...”


사천신왕과 초인들은 하나같이 전부 독고다이 성격이었기에, 멸망의 탑을 지켜달란 요청을 들어주지 않을 것이다.


멸망의 탑이 무너져도, 그들은 이제 상관없는 존재들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그놈들도 이제껏 자유를 갈망했던 존재였으니, 지금 아주 신이 난 상태일 테니 더더욱 멸망의 탑을 신경 쓰지 않을 것이다.


“미스트의 죽음을 알려라. 초인이 정체 모를 인류에게 당했다는 걸 들으면, 녀석들도 어느 정도는 위기의식이 생기겠지.”


탑 관리자에게 그렇게 지시한 후,

마왕들은 어딘가로 연락을 취했다.

자신과 같은 마물이 아닌,

또 다른 존재들에게···.


***


그 시각, 카쉬카르 행 열차에 몸을 실은 지우와 인용.


“가까운 병원은 여기서 6시간입니다.”

“의원이 있는 곳이면 병원이 아녀도 괜찮습니다.”


가까운 병원조차 너무나 멀었기에,

길잡이 인용은 열차 안내원에게,

의원이 머무는 곳이라도 알고 있으면,

알려달라고 부탁했다.


“아는 의원이 없어서 도움을 드릴 수가 없네요···.”


하지만, 치료할 방도는 병원에 가는 수단밖에는 없었다.


근심 어린 표정을 한 채, 길잡이는 다시 자리로 돌아와 지우의 상태를 확인했다.


“몸이 마비된 것처럼 움직이지 않습니다. 선배님. 열차엔 의원이 한 분도 계시지 않대요?”

“조금만 참으십시오. 병원 가는 열차이니 한숨 주무시고 일어나면, 치료받을 수 있을 겁니다.”


지우의 상태는 점점 좋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갔다.


독에 중독이라도 된 듯, 낯빛은 점점 보래졌으며, 심박수도 불안정했기에, 내색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던 인용도 걱정스러운 얼굴을 숨길 수가 없었다.


“혹시 구원자님으로 영혼 뒤바꿈을 해서, 병원에 가시는 건 어떠합니까?”

“안됩니다. 이 상태로 영혼 뒤바꿈을 하다간, 김유신에게 오히려 몸을 먹이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더구나 유신이란 자가, 나타나면 영혼 뒤바꿈이 아닌, 이 열차 안이 끔찍한 살해현장으로 뒤바꿈 될 것입니다.”


하긴, 주위를 둘러봐도 열차 안엔 민간인이 너무나 많았다.


그래도 선택지가 없어 보이는데,


그러던 중, 희소식이 하나 들려왔다.


“계십니까?”

“누구십니까?”

“열차 안내원입니다. 여기서 가까운 위치에 힐러가 존재한다는 정보가 있어서 찾아왔습니다.”

“오! 거기가 어디입니까!”


좋은 정보를 가져온 열차 안내원.

찾아보기 힘든 힐러의 안식처를 알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힐러는 현대 의술로 치료하는 의원과 다르게, 초자연적인 힘으로 상처를 낫게 하는 존재였다.


아무리 등급이 낮은 힐러라도 의원과 비교하면 명의라고 불릴 만큼 그들의 능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곧 설산을 통과하는데, 거기 부근에 화산 그늘 마을이란 곳이 있답니다. 그곳에 힐러가 존재한다는 얘기를 기장님께 들었습니다.”


더구나, 기장님 피셜이니, 믿을만한 정보력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열차는 설산 쪽으로 가지 않아, 도보를 통해 가셔야 할 것 같습니다.”

“걸어서 얼마나 걸릴까요?”

“그래도 넉넉하게 한 시간 정도는 잡아야 할 것 같습니다.”

“흐음.”


바깥은 사천신왕 중, 눈보라를 일으키는 백호가 지나간 듯, 엄청난 눈보라가 내리는 중이었다.


만약 조금만 길을 헤매면, 독으로 죽는 게 아닌, 얼어 죽을 것인데.


그래도 선택지는 하나밖에 없어 보였다.


“커얽.”


계속 피를 토하는 지우의 몸 상태.

6시간은 지우에게 있어 너무나 긴 시간이었다.


“저흰 여기서 내리겠습니다.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길잡이는 열차에서 내려, 기장님이 알려준 화산 그늘 마을로 이동하기로 마음먹었다.


“지우님, 제 배낭 안으로 들어가십시오.”


바깥은 추우니, 길잡이는 배낭 안에 들어있던 짐을 모두 다 쏟아냈다.


그런 뒤, 최소한의 필요한 짐만 남긴 채, 남은 모든 짐은 안내원에게 감사의 선물로 전했다.


“괜찮습니다.”

“받아주십시오. 어차피 저희는 가지고 내릴 수 없는 물건들입니다.”


의식이 불투명한 지우가 걸을 수는 없기에, 지우를 배낭에 넣으려면, 가져온 짐들을 빼야 할 수밖에 없었다.


“한 사람을 메고 가기엔, 너무나 험한 길인데 괜찮습니까?”

“그게 저의 일입니다.”


길잡이는 그 말을 남긴 채, 열차에서 내렸다.

확실히 배낭 안에 지우가 들어가니, 많이 무거워진 건 사실이었지만, 이 정도는 충분히 들 수 있었다.


길잡이 엄인용도 한 때, 멸망의 탑을 목표로 나아가던 등반자였으니 말이다.


***


길잡이의 입에서 서린 입김이 계속해서 나왔다.


눈보라가 멈출 생각을 하지 않는 미친 듯한 날씨.

얼마나 걸었는지, 제대로 가고 있는 게 맞는지.

거대한 설산을 마주한 길잡이는 형용할 수 없는 두려움을 느끼게 되었다.


“크윽.”


그래도 안내원이 준 지도를 보고 나아갔다.

여기서 믿을 건 오로지 자기 자신이다.

자신을 의심하면, 여기서 바보같이 얼어 죽을 뿐이라며 의지를 다진 채, 계속해서 걸음을 이어나갔다.


“이런 설산에 황금 고블린이 나타나다니, 오늘 운이 좋군.”


하지만 신은 우리를 싫어하고 있는 것인지,

설상가상 설산에서 산적을 마주하게 되었다.


산적들은 길잡이의 배낭 안을 무척이나 궁금해하고 있었으며, 총과 도끼로 길잡이를 위협했다.


“미치겠네.”


더더욱 상황은 좋지 않게 흘러가니, 미칠 수밖에 없었다.


배낭 안에 있는 지우도 아까부터 대답을 멈췄다.


어떤 상태인지 확인을 못 하니 미치고 펄쩍 뛰겠는데, 산적까지 배낭을 내놓으라 하니, 눈이 뒤집힐 수밖에.


그래서 길잡이 인용도 미친 척, 산적들을 위협했다.


“등반자를 마주할 용기가 있는 자라면, 계속 위협해봐라.”

“뭐? 등반자?”


어리숙한 녀석인 줄만 생각했던 녀석이 등반자라고 하니, 산적들은 잠깐 눈치를 살폈다.


하긴, 이 미친듯한 눈보라에 자기보다 큰 배낭을 멘 녀석이 일반적이지는 않다.


“어디까지 등반했는데!”

“훗, 방금 22층을 정복하고 내려오는 길이다.”


두려워하는 산적들의 반응에 길잡이는 허풍을 떨며, 이 자리에서 벗어나려 노력했다.


한 때, 가장 높이 올라간 층이 12층이었지만, 그건 너무나 애매한 층수이기에, 22층 정도는 돼야, 산적들이 겁을 먹고 도망갈 것 같았기 때문이다.


유신가문은 거짓을 중범죄 급의 범죄라고 여길 만큼 거짓을 증오하는 가문이었지만, 이것은 거짓이 고하는 게 아니라 기지를 발휘하는 것이라고 여겼다.


길잡이의 예상처럼 산적들은 22층에 반응하며, 뒷걸음질 쳤기 때문이다.


“길을 가로막지 말고, 살고 싶은 자들은 뒤를 돌아보지 말고 도망쳐라.”


길잡이는 서열의 우위를 유지하려고 기세를 멈추지 않고 산적들을 계속 다그쳤다.


허나, 신은 역시 우리 편이 아니었나 보다.


“19층에 어떤 마물이 있었는지, 그럼 한 번 얘기해 보아라.”

“두···. 두목!”


눈이 함몰된 채, 산탄총을 든 검은 수염의 중년남성이 산적들 뒤로 나타나더니, 갑자기 19층 마물을 얘기해보라며 산탄총으로 길잡이를 겨냥한 채 물어보는 게 아닌가!


“두목! 진짜 22층까지 등반한 등반자면 어떡합니까!”

“눈빛을 봐라, 저놈이 정말 22층까지 등반한 등반자인지.”


두목이라 불리는 검은 수염은 두려움에 떠는 다른 산적들과 달리, 여유가 있어 보였다.


“외적인 모습으로 상대방을 판단하는 게 얼마나 멍청한 짓인지 모르는구나.”

“헛소리하지 말고, 내 물음에 답이라 하라.”


제기랄.

이럴 줄 알았으면 멸망의 탑 마물들 종류에 관한 공부 좀 할걸.


길잡이는 후회하고 또 후회했다.


“훗, 거봐라 내가 허풍이라 했지. 19층은 나도 포기한 층수인데, 저 어리숙한 애송이가 올라갔다고?”


더구나 상대는 19층까지 올라간 등반자.

싸우면 뼈도 못 추릴 것이다.


길잡이는 여기까지인가 싶었다.

아직 해보지 못한 게 너무나 많은데,

여기서 산적들에게 개죽음을 당하는 게 너무나 억울했다.


그래서 신께 기도했다.

자신의 기도가 신께 닿기를 간절히 바랐다.


“양치기 소년은 지옥에 가서 양이나 쳐 몰아라.”


철컥.


탕!


하지만, 산적들의 총구는 길잡이에게 집중적으로 포화된 채, 발사되었다.


지익-


“어?”


하지만, 길잡이의 기도가 신께 닿은 것인지, 발사된 총기가 전부 반으로 갈라져 버렸다.


마치, 아주 날카로운 무언가에 반듯하게 베어진 모습처럼 총기 단면이 산적들의 눈에 담겼다.


그 눈은 이미 땅을 향하고 있었지만 말이다.


“두목님!”


산적들 두목의 총기와 모가지를 순식간에 베어낸 자는, 다름 아닌 배낭에서 나온 지우였다.


아니, 지우의 몸을 한 김유신이겠지.


탕! 탕! 탕!


두목의 죽음에 정신이 나간 산적들은 유신에게 총구를 겨냥한 채, 발사하였다.


하지만, 단 하나의 총알도 유신의 몸까지 닿지 못했다.


“쓰레기 같은 녀석들.”


김유신이 또다시 검을 내려치자, 산적들은 물론, 설산마저 두 동강 나버렸다.


지금 눈으로 보고 있음에도 믿기지 않는 절경이었다.


그런데, 여전히 유신이 정신을 차지하고 있었다.


“지우님! 지우님!”


장애물들이 김유신 덕분에 모두 처리됐는데, 지우가 정신을 차리지 못한다면 그는 산적들보다 더한 장애물이다.


김유신 정도면 장애물보다는 재난에 가깝나?


김유신은 목숨을 부지한 길잡이도 죽일 듯이 노려보고 있었기에, 오금을 저릴 수밖에 없었다.


“김유신 구원자님, 처음 뵙겠습니다. 유신가문의 38대 자손 김영희의 아들 엄인용이라 합니다.”


그래서 길잡이는 김유신에게 예의를 갖췄다.

어머니의 이름을 팔면서까지 자신이 유신가문의 후손이라는 것을 증명하려 했다.


“어쩌라고.”


그러나 신은 우리 편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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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한 줄기 빛 24.05.08 32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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