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즐비님의 서재입니다.

모두가 잠든 새벽에

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추리

즐비
작품등록일 :
2019.04.16 20:36
최근연재일 :
2019.05.01 16:58
연재수 :
16 회
조회수 :
1,067
추천수 :
19
글자수 :
49,682

작성
19.04.25 18:39
조회
59
추천
1
글자
7쪽

#9. 관심의 눈 (2)

DUMMY

'어, 이게뭐지?'


수락을 선택하자 기수의 몸은 어딘가로 슝 빨려갔다.

눈이 부실만큼 하얀 공간에 있다는 것을 느낀 기수는 눈을 떴다.

"아주 보기 좋구나."

"당신은 누구죠?"

인사와 동시에 기수는 뒤로 물러났다. 어제의 사건은 기수가 앞의 상대를 견제하기에 충분했다.

"나는 신석이라고 한다. 너를 만나보고 싶었다. 나쁜 감정은 없단다."

신석은 기수의 마음을 읽은 듯 안심 시켰다.

기수는 그제서야 자신이 있는 공간을 둘러보았다.

기수 앞의 남자는 나이가 조금 있어보였고 머리도 희끗희끗했다. 신석의 사람좋아보이는 미소는 기수의 견제감에 대한 이마주름을 옅어지게 만들었다.

"그저 앞으로도 그런 마음을 잘 유지하기를 바란다. 절대 동요하지 마렴. 힘들 때는 나를 찾아오너라. "

신석의 마지막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기수의 몸은 다시 빠져나와 포트들 사이에 서있었다.

더 이상 야족들은 멀리서 기수를 지켜보기만 할 뿐 다가오지 않는다.

기수는 그곳에 서서 방금의 현상에 대해 잠시 고민하다가 라이브러리 포트를 향했다.


***


강민의 아침은 분명 상쾌했다. 하지만 잘 하지도 않는 SNS앱을 켰다가 기수의 영상을 우연히 보고난 후 부터는 상쾌는 커녕 몹시 불쾌해졌다. 강민은 자신보다 몇 백번이나 뒤에 권한을 받은 뮬러다. 그만큼 적응하는 부분이 늦어야 하는데 벌써 세상의 눈에 띄고 있다.

신이 있다면 강민 자신보다 기수를 훨씬 총애하는게 분명했다.

강민은 관심이 필요했다. 자신을 우러러 봐주고 대단하다고 여겨주고 부러워해주는 그 관심들과 눈빛들.

뮬러가 되고나서도 강민은 그것이 부족했다.

조금만 더. 이것만 더. 그러면 세상의 중심이 될 수 있을까.

늘 노력했고 더 악착같이 버텼다. 그래서 그들의 꼭두각시 노릇도 개 노릇도 다 할 수 있었다.

그리고 혜수가 자신을 잡지 않은 것을 후회하기를 바랬다. 열심히 실험을 도왔지만 VIP를 기수에게 줘버린 김교수님이 조금이나마 미안해하길 바랬다. 자신을 버리고 마음의 문을 닫은 채 잠만 자고 있는 어머니가 돌아오길 바랬다.

무릎에 올려둔 꽉 쥔 주먹에 강민의 뜨거운 눈물이 떨어졌고 강민은 온 몸을 파르르 떨었다.

'이대로 가만 둘 수는 없어!'

강민은 차를 타고 중앙도서관을 향했다.


기수는 자신에게 쏟아진 관심이 당연한 것인듯 행동하고 있었다. 강민은 기수의 한 발자국, 말 한마디, 눈 찡긋 조차도 소름돋게 싫었고 화가 났다.

유리문 뒤에서 기수를 지켜보던 강민은 무서운 표정으로 돌아섰다. 강민의 무서운 기운에 밝게 다가오던 정석조차 쉽사리 말 걸지 못하고 돌아가는 듯 했다.


<스카이뮬에 접속하였습니다>

까맣게 선팅된 강민의 차 안은 서늘한 공기가 맴돌았다. 강민은 운전석의 의자를 뒤로 쭉 젖히고 눈을 감았다.

강민은 무작정 마석이 있을만한 검정색의 방으로 향했다. 그곳은 뮬횡파의 길드포트였고 마석의 승인을 받은 뮬러들만 들어갈 수 있었다.

거침없이 들어간 길드포트에는 마석이 강민을 기다렸다는 듯 앉아있었다.


"니 행동. 그게 자격지심이라는 거지."

마석의 묵직한 목소리가 방에 울렸다.

강민은 눈을 부릅뜨고 마석을 쏘아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유치하기도 하고. 그거 뭐 별거라고?"

"처음부터 신기수를 여기 데려오면 안되는 거 였습니다."

강민은 입술에 힘을 주고 한 자씩 내뱉었다.

"처음부터. 혜수를 선택하셨으면 되는 거 셨습니다!"

마석은 손에 깍지를 낀 채 강민을 응시했다.

"큰 일을 하는 사람은 말이야.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다. 무엇이 이득인가. 나에게 도움이 될 것인가. 그것만 생각해."

"대체 왜 혜수보다 신기수라는 말씀이십니까? 혜수가 훨씬 현명합니다. 저희에게 더 도움이 될 거라구요."

"글쎄? 적어도 지금까지의 신기수 행보는 충분히 내 눈이 정확했다고 보는데 말이야,"

강민의 눈빛이 흔들렸다. 사실 대꾸할 말이 생각이 나지 않기도 했다.

혜수는 그저 강민 자신에게 특별할 뿐. 그 특별에 대한 어떤 설명을 하기는 어려웠다.

"그래도 대체 어떤 부분을 보시고 신기수를 선택하게 되신 겁니까,"

"너의 처음이 기억나는군."

마석의 말은 강민의 어깨를 움츠러 들게 만들었다.

강민이 처음 뮬의 힘을 접하게 되었을 때, 강민은 그 힘에 취해 버리고 말았다. 사실 많은 뮬러들이 겪는 부분이기도 했다.

똑똑해지고자 하는 사람들의 욕구는 다들 비슷하다. 다들 현명한 사람이 되기 위해 책을 읽거나 문화 생활을 하거나 공부를 하거나 자기 개발을 한다.

다만 자신의 노력 정도나 습득 수준 등 여러가지 각자의 사정에 의해 자기 개발의 정도가 달라지는 것이다.

뮬에서는 각자의 사정이라는게 모두 상향 평준화 되어버린다. 누구나 읽은 그대로 많은 내용을 빠른 시간에 습득할 수 있으며 지식 뿐만 아니라 신체 능력 조차도 향상시켜 버리는 것이다.

이러한 곳이니 뮬러가 되는 사람들은 대부분 그 힘에 취해 남용하곤 했다.

"그건 많은 뮬러들이 겪는 고질적인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고질적? 많은 뮬러들?"

마석의 눈이 커졌다. 눈동자에는 많은 의미가 담겨있어 보였다.

"니가 했던 그 행동이? 너의 이기심때문에 많은 뮬러들이 잠들었다. 너를 살려둔 건!"

"그 일을 할 사람이 나밖에 없으니까, 겠죠? 아무도 이런 드러운 일 안 하려고 할테니. 잘 알겠습니다."

강민은 일방적으로 길드포트를 나와 접속을 끊었다.

강민의 차는 여전히 서늘했고 그 공기는 서늘하다 못해 불쾌한 차가움이었다.

-쾅쾅쾅.

앞에 있는 운전대를 여러 번 내리쳐보았지만 답답함은 풀리지 않았고 손만 아팠다.

목을 벅벅 긁었다. 강민의 손짓은 마치 목을 억죄고 있는 보이지 않는 개줄을 풀려고 하는 듯 했다. 목을 잘라내지 않는 이상 풀리지 않을 것 같은 목줄. 강민의 행동은 어느 정도 강민의 답답함과 분노를 보여주었다.


'그럴 수도 있잖아. 처음 겪어 보는 거면? 아아..!!'

머리 속이 터질 것 같은 강민은 잠시 먼 산을 바라보았다.

뮬러가 되고 난 첫 날 부터의 기억이 마치 영상처럼 눈 앞에 지나갔다.

강민은 처음 스카이뮬을 알게된 후 24시간 잠만 잤다. 자신을 제어할 사람은 없었다. 어머니는 옆 방에 계셨지만 그들은 각자의 시간을 보내고 서로를 신경쓰지 않았기 때문에 강민은 마음껏 잘 수 있었다.

뮬에서 그만큼 시간을 보낼 수 있으니 다른 뮬러들에 비해 몹시 빠른 속도로 성장할 수 있었다. 강민이 습득한 지식권은 금방 10권에 달했다. 물론 소지는 5개까지 할 수 있었기 때문에 나머지는 지식구매창구에 팔아버리곤 했다.

그렇게 모은 밀러로 장비를 구매하거나 더 좋은 지식권을 구매했다.

보통 많은 뮬러들이 하는 행동이었다.

여기까지 생각한 강민은 잠시 오한이 느껴져 시동을 켰다.

그리고 다음 장면은 강민이 휘두른 칼에 여성 뮬러 하나가 온 몸 곳곳의 구멍에서 빛을 쏘아대며 소멸되는 장면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모두가 잠든 새벽에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6 #15. 흔들리는 19.05.01 35 0 8쪽
15 #14 .까만 하늘 (2) 19.04.30 32 0 7쪽
14 #13. 까만 하늘 (1) 19.04.29 50 1 8쪽
13 #12. 초대 19.04.28 45 1 7쪽
12 #11. 알 수 없는 밤 19.04.27 51 1 8쪽
11 #10. 면접 19.04.26 64 1 7쪽
» #9. 관심의 눈 (2) 19.04.25 60 1 7쪽
9 #8. 관심의 눈 (1) 19.04.24 60 1 7쪽
8 #7. 그들만의 리그 19.04.23 56 1 7쪽
7 #6. 지식구매창구 19.04.22 74 1 8쪽
6 #5. 그리고 습격 19.04.20 65 1 7쪽
5 #4. 두 개의 감정 19.04.20 71 2 8쪽
4 #3. 스카이뮬 19.04.18 75 2 7쪽
3 #2. 돈의 유혹 19.04.17 87 2 8쪽
2 #1. 낙화 19.04.16 106 2 8쪽
1 #0. 프롤로그 19.04.16 137 2 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